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34)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34화(34/180)
철도 (7)
상장 당일.
10주당 500페소에서 시작한 주가는 쭉쭉 올라갔다.
신기술, 독점, 천재.
주식시장에선 마법 같은 단어들이다.
반복 학습을 통해 저런 단어만 보고 투자하는 것은 위험하다는 것을 아는 현대인들도 결국은 홀라당 넘어가 버리고 마는 단어들 아니던가.
거기에 나는 한가지 키워드가 더 있다.
바로 ‘황태자’.
미래에 이 제국의 황제가 될 자라는 것.
이 네 가지 단어들의 위력은 압도적이었다.
“낙찰!”
“와우!”
겨우 10주, 그러니까 지분의 0.01%가 1천 페소에 팔려나갔다.
이 순간, 매출 1페소도 없는 회사의 시가총액이 1천만 페소가 되었다.
멕시코 총부채 3,350만 페소의 1/3을 단번에 갚아버릴 수 있는 금액이다.
황당할 정도로 근거 없는 투자, 아니 투기가 실시간으로 이루어졌다.
“예에에쓰!!”
대지주의 체면을 집어던진 낙찰자들.
시작부터 과열되기 시작한 분위기는 첫째 날, 1만주를 전부 팔아치울 때까지 식지 않았다.
‘여기서 더 가야지.’
여기 있는 자들은 멕시코 최고의 부자들이다.
콩키스타도르의 후예라는 자부심을 가진 자들.
그 자부심을 자극할 자리를 마련했다.
저녁 시간에 맞춰 폐장한 증권거래소의 손님들을 궁전의 파티장으로 유도했다.
“파티를 즐겨주시기를 바랍니다.”
말로는 멀리서 와서 여러 행사에 참여하시느라 수고해주신 대지주님들을 위한 파티지만 실상은 경쟁, 비교, 자존심 싸움을 위한 자리다.
“내가 황태자님 다음 최대 주주라 이거야!”
술이 들어가자 꾹 눌러왔던 감정들이 터져 나왔다.
“무려 300주를 샀다고 내가!”
“크흠···. 자네 돈을 너무 많이 쓴 것 아닌가? 좀 무리하는 것 같던데.”
“이 정도는 끄떡없어!”
300주면 평균으로 치면 3만 페소다.
사실 이 정도는 여기 있는 지주에게 엄청나게 부담스러운 금액은 아니다. 하지만 겨우 총지분의 0.3%의 가격으로 정당한가? 하는 의문은 지주들도 가지고 있었다.
나는 슬쩍 장작을 넣었다.
“비싸 보일 수도 있지만, 오늘이 가장 싼 날일 수도 있습니다. 후에 정말 멕시코 제국에 거미줄 같은 철도망이 완성되고 나면 여기 ‘초기 투자자’ 분들과 같은 가격엔 못 살 수도 있지 않을까요?”
“호오. 그럴 수도 있겠군요.”
내 말에 주식을 산 자들은 의기양양해졌고, 사지 않은 자들은 고민에 빠졌다.
나는 그 모습을 보고 슬쩍 빠졌다.
‘적당히 하는 게 좋겠지. 공화파 쪽 분위기는 어떤지 볼까?’
소리가 들릴 정도로 근처로 가지는 않았다. 멀리서 분위기만 봤다.
‘의외로 라파엘 의장이 조용해 보이는군. 오히려 다른 이들이 단속하는 듯한 제스처를 보인다고···.’
라파엘 의장, 그는 어떤 결정을 내릴까.
둘째 날.
파티에서 자존심을 구긴 이들, 파티에서 내가 넣은 장작에 혹한 이들이 경쟁에 참여하기 시작했다.
“1,050 페소!”
“거 돈도 많으신 분이 50페소는 뭡니까? 난 1,200페소!”
“···3···2···1. 낙찰!”
“음!”
아직 초반이라 환호성까지 나올 분위기는 아니었다.
멕시코에서 대지주들은 분명히 ‘아시엔다’라고 부르는 대농장을 가진 지배계층인 것은 맞지만, 공식적인 귀족 작위 같은 것은 없다.
이들이 자신의 지위를 나타낼 수 있는 방법은 오로지 경제적 능력뿐이다.
근처 농장의 대지주라면 토지의 크기, 농산물의 양, 부리는 일꾼의 수 같은 지표로 서로의 힘을 가늠할 수 있지만 전국에서 내로라하는 대지주들이 전부 모인 이 자리는 어떨까.
‘증명할 방법은 단 하나, 페소뿐이지.’
공기가 서서히 뜨거워지고 있다.
“1,300 페소!”
“1,350페소!”
“아 50페소씩 올리지 말자니까!”
“그런 규칙이 어딨어?”
고함을 지르고 난리도 아니다.
끝에 가서는 10주당 가격이 1,650페소까지 상승했다.
오늘의 평균가는 약 1,500페소.
당연히 오늘도 파티를 열었다.
대놓고 자랑질하라고 판을 깔아주는데, 이건 못 참겠지.
오늘도 장작을 넣었다.
“물론 해당 지역에 모인 철도 건설비의 금액도 중요하지만, 아무래도 주주님들의 이익도 어느 정도 고려해야 하지 않겠습니까?”
답변을 애매모호하게 줬지만, 그것만으로 충분했다.
“잘 부탁드립니다, 전하!”
황제파도 아니다, 얼큰하게 취한 지주파 의원이 내 말을 듣고 신나서 소리쳤다.
“하하하, 우리 주주님 아니십니까!”
나도 적당히 받아줬다.
공화파 쪽은 어제보다 분위기가 훨씬 안 좋다.
비싸다고 생각했던 주가가 60%나 오른 것을 봤을 터.
‘공화파인 척하는 기회주의자들은 슬슬 참기 힘들겠지.’
셋째 날이 밝았다.
***
젊은 공화파 의원, 페드로 곤살레스는 악몽을 꾸는 기분이었다.
저 뒤에서 웃고 있는 가증스러운 황태자의 얼굴이 보인다.
‘악랄한 자식.’
결국 우려하던 일이 벌어지고 말았다.
암묵적으로 공화파 쪽 사람들이 앉았던 구역에 사람들이 줄어들었다.
“···아니 라파엘 의장님마저?”
수장마저 떠났다.
“저런 추태는 좀 아니지 않나. 인제 와서 전향한다고 누가 받아준다고···.”
신나서 2,000페소!를 외치는 라파엘 의장의 모습이 보인다.
“어이가 없군.”
낙찰받고 웃는 라파엘 의장의 어깨를 보수파 놈들이 두드리며 같이 웃는다.
“보아하니 받아준 것 같은데.”
“지주파 놈들이군.”
“···보수파가 아니라?”
“어제 들어보니 저놈들도 갈라졌다더군. 황제한테 충성하는 자들, 중앙군 장교, 주지사, 대법관, 정부 대신 등 황제에게 콩고물을 얻어먹은 자들은 황제파로, 그게 아닌 이들은 지주파로.”
“하. 그래서 저 변절자 놈들을 받아준 건가. 황제파에 비해 세력이 부족한 것 같아서?”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 제길, 낯짝도 두껍지. 하아···. 우린 이제 어떻게 되는 건지. 안 그래도 세력이 점점 작아지고 있었는데···.”
공화파 동료 의원들은 절망했다.
체면도 잊고 다들 있는 곳에서 한탄을 늘어놓을 만큼. 하지만 내가 볼 때는 절망할 필요가 없다.
“아니, 오히려 좋네.”
“좋다고?”
“자네 그게 무슨 소린가?”
“신념 없이, 가진 세력만 앞세워서 공화파를 좌지우지하던 저 머저리 같은 놈들이 빠지고 정말 동지들만 남았지 않은가.”
“···그렇긴 하지만, 세력 자체가 약해졌지 않은가. 대충 세어 보니까 의석수가 상당히 줄었어.”
“아니, 내 말을 믿게. 우리는 더 강해졌네.”
나는 단언했다.
우리는 더 작아졌지만, 더 강해졌다고.
가슴속 깊은 곳에서 뜨거운 열정이 타올랐다. 이제 철도회사 주가 따윈 내 관심 밖이었다.
나는 그저 황태자에게 한마디 하고 싶었다.
현명한 행동이 아니라는 것은 안다.
이런 짓을 하면 나중에라도 빠져나갈 길 따윈 없어지겠지. 하지만 이를 통해 다시 한번 다짐하리라.
마지막 파티, 황태자가 혼자 있는 틈을 타 그에게 다가가 말했다.
“전하, 우리 공화파를 분열시키는 데 성공했다고 생각하시겠지만 틀렸습니다. 우릴 더 단단하게, 더 강하게 만드셨습니다.”
기어코 아무런 실익이 없는, 황태자의 경계만 살 수 있는 말을 내뱉었다.
“좋군요.”
황태자는 예상치 못한 말을 했다.
“···좋다고 하셨습니까?”
“우리 국민들이 제대로 교육도 못 받는 제국의 현실, 저도 싫습니다. 교회 세력이 워낙 극성맞아야지요. 그런 의미에서 교육 사업을 같이 추진해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대화는 페드로가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흘러갔다.
***
“전하! 대박입니다!”
디에고가 흥분해서 말했다.
“무려 900만 페소의 자금이 모였습니다!”
“흐흐. 알고 있네.”
마지막엔 3,500페소까지 올라갔다. 공화파 변절자들은 그야말로 광기를 보여줬다.
‘특히 라파엘 의장이 돈지랄이 뭔지를 제대로 보여줬지.’
“정말 대단하십니다. 철도를 깔 공사비는 따로 모금하셨으니, 지분을 판 돈은 전부 자유롭게 쓸 수 있는 것 아닙니까!”
“그렇지.”
진짜 대도는 없어진 줄도 모르게 훔치는 법.
나는 그들의 뒤통수를 후려쳤지만, 정작 맞은 그들은 맞았는지도 모른다.
사기를 친 건 아니다. 그들에게 말한 것들은 진실이다. 멕시코 황립 철도회사는 멕시코 제국 전역에 철도망을 깔고 거의 독점 수준의 영향력을 갖게 될 것이다.
‘이 모든 철도망을 지배할 수 있다면 얼마나 많은 창출할 수 있을까요?’라는 물음을 던지긴 했지만, 구체적인 이야기는 하지 않았다.
‘언제부터, 얼마나 수익이 나온다고 구체적으로 말한 적은 없으니 사기는 아니지.’
현대의 IR(Investor Relations)이었다면 당연히 수익 창출 시기나 예상 매출 규모 같은 구체적인 이야기를 해야 했을 것이지만 이 시대 사람들은 그런 것은 몰랐다.
그들이 알 수 있는 정보라고는 여태까지 승승장구만 해왔던 황태자인 내가 사장이라는 것. 그리고 엄청난 기물인 ‘철도’라는 것을 멕시코 제국에서 사실상 독점하게 될 것이라는 극히 제한된 정보뿐이다.
현대사회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일.
‘뭐, 수익이 거의 없는 기업을 십년 넘게 본인의 유명세와 이미지로 자금을 끌어와서 기어코 성공시킨 사람도 있었으니. 현대사회에서도 아예 불가능한 일은 아니긴 하지.’
지분을 팔아서 번 돈만 생각하면 웃음이 난다.
“흐흐흐, 잔뜩 기대하고 있을 텐데 아쉽게 되겠군.”
“왜 아쉽습니까, 전하?”
내 말에 디에고가 물었다.
“철도회사에서 나오는 수익은 전부 멕시코 제국에 거미줄 같은 철도망을 만드는 데 재투자할 계획이니 말이야. 최소 20년은 제대로 된 배당이 없을걸세. 돈은 오르테가 건설과 로크 정밀 기계만 벌게 될 거야.”
‘거기다 20년 뒤엔 아예 최소한의 수익만 추구하는 공기업으로 만들어버릴 거라네.’
이것까진 비밀로 했다.
“과연!”
디에고는 지주들에게 돈을 뜯어낸 내 전략에 감탄했다.
“지주들에겐 투자할 땐 조사를 열심히 해야 한다는 교훈을 줬다고 볼 수 있겠군.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금융 교육이지!”
***
철도 건설도 잘 마무리되었고 공사비도 모았고 지분을 팔아서 돈도 충분히 모았으니, 다음 프로젝트를 시작할 때가 되었다.
바로 댐과 관개시설이다.
‘댐과 관개시설이야말로 농업 생산력 향상 지름길이지.’
멕시코 제국의 광대한 영토는 대부분 사람이 살 수 있는 땅이다.
원 역사에서 미국에 뜯긴 북부 영토와 독립해서 떨어나간 중앙아메리카 공화국을 제외해도 197만 제곱킬로미터의 영토가 남는다.
남한의 약 20배 되는 영토로, 이 중 사람이 살기 정말 좋은 멕시코 고원 지대의 넓이만 해도 남한의 6배인 60만 제곱킬로미터다.
이 멕시코 고원은 농사도 잘되고 중위도 지역은 아니지만, 지대가 높아서 날씨도 선선하다.
괜히 수많은 문명이 여기서 생겨났던 것이 아니다.
‘이민을 많이 받았으니, 이제 800만명 정도 되었으려나.’
겨우 이 인구로 멕시코 제국의 광대한 국토를 개발할 수 있겠는가? 심지어 노동집약적 농업을 하는 판에?
멕시코 제국 전체는커녕 핵심 지역인 중부에도 황무지가 남아있을 정도로 빈 땅이 많은 게 멕시코 제국의 현 상황이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선 더 효율적인 농업, 그리고 더 많은 인구가 필요하다.
그것을 위한 댐과 관개 시설이다.
아구스틴 1세도 엄연히 대지주다. 나는 이 점을 이용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댐과 관개시설을 우리 가문의 농장에 무료로 지어줄 테니, 그 효과가 증명되면 국영농장에 적용할 수 있도록 발주를 내달라?”
“예, 아버지. 제대로 된 관개시설만 있다면 최소 50%의 생산성 향상을 장담할 수 있습니다. ”
“무료로 지어주겠다면 나쁠 것은 없지. 네 말대로 그 정도 효과가 있다면, 전국의 국영 농장에 발주를 내주도록 하마.”
어차피 우리 가문의 농장이니, 내 사비로 건설해도 손해는 아니다.
그 효과를 증명하면 멕시코 제국 정부가 가지고 있는 광대한 규모의 국영 농장들에도 댐과 관개시설들을 도입할 수 있다.
‘그렇게 되면 제국의 농업 생산량을 획기적으로 증가시킬 수 있다.’
사유 농장들은 댐은 정부 돈으로 지어도 관개시설은 돈 모아서 건설비 내고 지으라고 할 거다.
‘자기들 농장 생산성을 향상시켜주는 건데, 정부 돈으로 날로 먹으려고 하면 안 되지.’
나는 그렇게 정리한 후, 아버지에게 말했다.
“그럼 저는 바로 황가의 농장으로 떠나보겠습니다. 시간 내주셔서 감사합니다, 아버지.”
“잠깐만 기다려라. 마리아가 할 말이 있다고 너를 잠시 잡아놓으라고 했으니.”
“예? 어머니가요?”
‘뭐지, 이 불길한 기분은?’
멀리서 어머니의 발걸음 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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