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35)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35화(35/180)
댐과 관개시설 (1)
어머니는 곧 아구스틴 1세의 집무실로 들어왔다.
“어머니, 잘 지내셨어요?”
“아들. 얼굴 보기가 왜 이렇게 힘들어? 황태자라는 녀석이 황궁에 없고 어찌나 여기저기 싸돌아다니는지.”
“하하, 제국을 위해 바쁘게 일하고 있습니다, 어머니. 걱정 끼쳐드려 죄송해요.”
“그래도 가끔은 황궁에 와서 얼굴도 보여주고 그랬으면 좋겠구나.”
“네, 어머니. 앞으로는 더 자주 들르도록 할게요.”
“아무튼, 이제 너도 22살이니 결혼해야지. 너 때문에 네 동생도 결혼이 늦어지고 있잖니. 진작부터 준비했어야 하는 건데, 네가 워낙 여기저기 돌아다니니 준비를 할 수가 있어야지.”
‘아.’
“결혼이요?”
“그래. 제국의 황태자면 빨리 결혼해서 후사를 남겨야지.”
틀린 말은 아니다.
‘후계자는 중요하지.’
22살이면 늦었다곤 할 수 없지만 여유로운 상황은 아니다.
이 시기의 여성은 무려 16세부터 결혼했고 남성은 그보다 조금 더 많은 18세부터 결혼을 하는 게 보편적이었다.
18세에서 25세가 결혼 적령기라고 여겨지니 나는 슬슬 준비하지 않으면 위험한 것이다.
“그래, 네 엄마 말이 맞다. 슬슬 결혼할 때가 되었지.”
아버지도 동의했다.
어머니는 가져온 책자를 꺼내 들었다.
“여기 네게 적합한 결혼 상대 목록을 추려놓았으니, 한번 보거라. 유럽 귀족 가문도 있단다.”
‘아니 잠깐, 이런 식으로 결혼 상대를 정한다고?’
그래도 딱 정해놓고 통보하지는 않았으니 다행이라고 해야 하나. 책자를 살펴보니 후보는 약 30명, 대부분은 국내의 황제파 가문 여식이고 일부 유럽 귀족 가문도 있었다.
‘유럽의 왕족 가문이 없는 것이 신기하군. 우리가 에스파냐를 이겼어도 아직이라는 건가?’
그들의 고고한 자부심, 역사를 중요시하는 풍조를 생각해보면 아무래도 아직 8년 차인 이투르비데 가문은 급이 맞지 않는다는 건가.
나는 이 사실을 언급하지는 않았다. 괜히 부모님의 자존심만 긁는 꼴이기 때문이다.
하아-
“왜 그러느냐? 마음이 드는 이가 없느냐?”
“아닙니다. 그건 아닌데.”
나는 전생(빙의 전 삶을 이렇게 부르기로 했다.)에도 30대 중반까지 결혼을 안 했다. 결혼에 큰 관심이 없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는 꼭 해야 한다. 그건 알겠는데,
‘이렇게 정하는 게 맞나.’
내가 한창 책자를 뒤적거리고 있자, 어머니가 엄한 목소리로 말했다.
“설마 제 결혼 상대는 제가 찾겠습니다. 뭐 이런 소리를 하려는 것은 아니겠지?”
어머니가 눈을 치켜뜬 채 나를 바라봤다.
그런 생각은 아니다. 황태자라는 지위가 있는 만큼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다는 건 안다.
“아니, 그런 게 아니라··· 시간을 좀 더 갖고 신중하게 결정해도 될까요?”
‘조금이라도 대화가 통하는 사람을 찾고 싶다.’
물론 이 결혼의 가장 큰 목적은 후계자다. 후계자만 있으면 되니 대화 따윈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 하지만 그러고 싶진 않다. 적어도 시도는 해봐야 하지 않을까?
멕시코를 발전시켜 중남미 사람들을 잘 살게 만들겠다는 사명을 가지고 여기 오긴 했지만, 내가 무슨 국가 발전만을 위해 존재하는 기계가 된 것은 아니지 않은가.
“1년만 주시죠. 그 안에 결혼 상대를 찾겠습니다. 이 목록도 참고하겠습니다.”
나는 책자를 집어 들었다.
“···알았다. 대신 1년 안에 못 찾으면 내가 고를 거다. 나도 그렇게 결혼했으니 불만 가지지 말아라.”
“크흠. 그렇게 결혼해서 사는것도 나쁘진 않다.”
아구스틴 1세는 갑자기 본인의 이야기가 나오자 헛기침을 했다.
“···나쁘진 않다고요?”
“아, 아니, 좋다는 말이지.”
아버지가 살짝 곤란해보이자, 내가 끼어들었다.
“예, 알겠습니다. 1년 안에 못 찾으면 어머니가 찾아주세요.”
“예, 알겠습니다.”
어머니는 불만스러운 표정이었지만 일단 시간을 줘보기로 결정했다.
“그럼 저는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번엔 어디로 나가는 것이니. 엄마한테도 알려주고 가야지.”
“우리 황가의 농장으로 갑니다. 거기서 댐과 관개 시설을 지을 생각입니다.”
“그런 이야기는 못 들었는데, 혹시 무료로 지어줄 셈이니?”
황가의 농장(아구스틴 1세의 농장)의 재정은 전부 어머니가 관리하고 있다.
“예, 어머니.”
“그럴 필요 없다. 네가 짓는다고 하는 거면 뭔가 좋은 효과가 있는 거겠지. 나중에 비용을 청구하거라.”
“아니, 여보. 우리 돈 잘 버는 아들이 모처럼 무료로 지어주겠다는데 왜 굳이···.”
아버지는 비용을 지급한다는 말에 아쉬운 듯 말했다.
“우리가 돈 쌓아놓고 있어봤자 딱히 쓰지도 않잖아요. 그 돈을 아들한테 줘서 아들이 더 크게 사업을 하면 크게 곧 황가의 재산 아니겠어요?”
“예, 맞습니다, 어머니!”
“크흠. 아니 뭐, 말이 그렇다는 거지.”
아, 역시 어머니가 최고다.
***
“전하, 이번에 기계식 수확기 500개를 미국에 수출한 게 금방 다 팔렸다고 합니다.”
재무부에서 보고서를 받아온 디에고가 보고서를 건네며 내가 가장 궁금해할 법한 것을 알려줬다.
“알려줘서 고맙네. ···전체적으로 개선이 되고 있구만.”
“예. 처음으로 은, 금, 농산물이 아닌 것이 유의미한 수출 실적을 달성하고 있습니다.”
멕시코 제국의 무역수지는 점점 개선되고 있었다.
주요 수출품은 여전히 은, 구리, 금, 설탕, 농산물 순이지만 처음으로 기계식 수확기와 청바지가 포함되었다.
“배를 더 늘려야겠군. 수출이 증가하고 있어.”
“예. 무역선 부족 현상이 심각합니다.”
독립 직후 멕시코엔 제대로 된 무역선도 없었다.
식민지 시절에는 에스파냐가 무역을 철저하게 통제했기 때문이다. 통제가 얼마나 철저한지 1년에 무역을 한두 번만 할 수 있었다.
그 덕에 소규모 불법 무역이 성행했다. 그래서 작은 배들만 많고 큰 무역선은 없었다.
‘국내에서 돈을 많이 번다고 좋아할 게 아니다. 국부의 총량을 늘리려면 수출을 늘려야 해.’
“일단 외국의 배를 최대한 수배해서라도 수출을 늘리도록 주문하게.”
“예, 전하.”
국제 특허 협약이 없는 시대라 기계식 수확기와 청바지의 카피 제품이 금방 출현할 것이다. 나는 거기에 대비해 제품 개발 시작부터 양산을 준비했다.
‘생산단가로 밀어붙인다.’
에스트라다 철강에서 신공법을 적용해 대량 생산하고 있는 철의 영향으로 재료비가 하락했다. 거기에 증기기관을 이용한 대량생산으로 생산단가가 더 낮아졌다.
“기계식 수확기는 120페소, 청바지의 가격은 1.5페소까지 내리도록 전달하게.”
미국의 기계식 수확기는 40년대에나 120달러에 팔렸다. 청바지는 70년대에 발명되어 1.5달러에 팔렸다.
1830년인 지금 외국 사업가들이 카피 제품을 만든다고 한들 절대 우리의 생산단가를 따라올 수 없을 거다.
‘원조가 아닌 카피 제품이 더 비싸다니, 우리와 경쟁이 될 리 없지.’
“수출뿐만 아니라 수입 쪽도 상황이 괜찮군.”
수출 쪽 보고서를 다 읽고 수입 쪽으로 넘겨 읽었다.
“예, 주요 수입품 상위 3개인 직물, 각종 철제 공산품, 무기와 탄약의 수요가 점점 국내 생산으로 채워지고 있습니다.”
“좋군.”
무역 수지 보고서의 수출액과 수입액에 적힌 숫자가 거의 비슷해졌다.
‘곧 흑자로 돌아서겠군.’
원 역사의 멕시코에선 상상도 할 수 없는 수치다.
나는 기분 좋게 보고서를 내려놨다. 또 일하러 나갈 시간이다.
***
철근 콘크리트(Reinforced Concrete).
현대 건축의 기본이 되는 재료이자, 특히나 고층 빌딩, 경기장, 교량, 댐 같은 거대 구조물에는 절대로 빠질 수 없는 재료다.
로마시절부터 유용하게 쓰여온 콘크리트는 여러가지 장점을 가졌지만, 인장 강도(잡아당기는 힘)가 약하다는 단점을 가지고 있다. 이런 치명적인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등장한 것이 철근이다. 이 철근과 콘크리트는 서로의 단점을 보완해주면서 열팽창 계수까지 비슷해 최고의 건축 재료가 되었다.
철근 콘크리트가 없다면 아무리 내게 현대 토목 공학 지식이 있다고 하더라도 현대식 댐을 만들 수는 없다.
철근 콘크리트는 이 시기엔 존재하지 않지만, 충분히 재현할 수 있다.
“일단 시멘트는 이만하면 잘 만들어졌군.”
현대의 것과 비교하면 허접하지만, 현대 시멘트의 형태와 비슷한 것은 1824년에 영국에서 발명되었다. 이걸 포클랜드 시멘트라고 부른다.
“앞으로는 이 재료를 가장 많이 사용하게 될 걸세.”
나는 오르테가 건설의 건축가들을 모아놓고 말했다.
포틀랜드 시멘트의 정확한 배합비는 몰랐지만, 어떤 재료가 들어가고 어떻게 만드는지는 알고 있었다.
‘분말로 분쇄된 석회석과 점토.’
현대의 것보다는 단순한 이 재료들로도 충분히 시멘트를 만들 수 있었다.
“이 시멘트를 물과 모래, 자갈 같은 혼합 재료들과 섞어 굳힌 것이 콘크리트라네. 이것만으로도 좋은 건축 자재지만 여기에 이걸 더하면 훨씬 좋은 건축 자재가 되지.”
나는 에스트라다 철강에 부탁해 만든 연철 바를 꺼내 들었다.
‘강철로 만든 제품에 비할 것은 아니지만, 연철로도 비슷한 역할 정도는 수행할 수 있지.’
실제로 철근 콘크리트가 처음 실험되기 시작한 것이 1850년대였다.
50년대엔 아직 강철의 무지막지한 생산단가 때문에 대량의 자재가 투입되는 건축 자재로는 적합하지 않았다.
즉, 철근 콘크리트 초기엔 연철을 사용했음에도 보강이라는 기능이 충분히 작동했다는 말이다.
“앞으로 우리가 할 것은 실험이라네.”
“예? 건축이 아니고 실험입니까?”
건축가 한 명이 물었다.
“이 기초적인 철근 콘크리트가 어느 정도까지 버텨줄 수 있는지를 알아야 건축을 진행할 수 있지 않겠나? 우리가 이제부터 만들 것은 댐이네. 건축비만 해도 일반 주택의 수백, 수천 배에 달하는 무시무시한 건축물이지. 그게 무너지는 순간 우리 손으로 자연재해를 발생시킨 것과 다름없네. 이 점을 반드시 명심하게.”
“예, 알겠습니다. 명심하겠습니다.”
그 후로 우리는 2달간 끊임없이 철근 콘크리트를 만들며 그 성능과 한계를 실험했다.
‘나 혼자 실험하고 계산하는 게 빠를 수도 있지만, 미래를 생각하면 그렇게 하면 안 되지.’
솔직히 멕시코 제국에서 여태까지 건설한 집이나 상가 건물은 이 정도까지 계산하며 짓지는 않았다.
현대 건축에선 이것도 잘못된 것이지만 여태까지 건축한 집이나 상가 건물들을 그 난도가 낮은 편이라 상관없었다.
‘댐은 다르지.’
댐 붕괴는 그야말로 재앙이다.
댐을 짓는데 집을 지을 때처럼 눈대중으로 넘어가는 것은 재앙을 불러오는 행위다. 이를 방지하기 위해선 우리 제국의 건축가들도 실험과 계산을 통한 건축을 경험해봐야 한다.
‘이를 대충하면 바로 사고 나는 거지.’
치밀한 계산을 통해 최적의 철근 수를 구하고, 그 철근 콘크리트가 버틸 수 있는 힘을 실험해야 한다. 현장 관리도 상당히 중요한데, 철근을 빼먹거나 하는 일이 있어선 안 된다. 그런 일이 댐에서 발생하면 그냥 끝장이다.
나는 안드레스 사장과 건축가들에게 계산의 기초부터 가르쳤다.
“설계, 시공 시 철저하게 계산한 대로 해야 하네. 철근 하나쯤 괜찮겠지, 하다가 댐 전체가 무너질 수 있으니.”
“예!”
실험 결과 내가 만든 기초적인 철근 콘크리트는 초대형 댐이 아닌 한 어느 정도 큰 규모의 댐까지 충분히 만들 수 있다는 계산이 나왔다.
“다행이군. 미초아칸의 코인지오 강(Cointzio River)은 사이즈가 딱 중형이야.”
“예, 전하. 거기에 철도도 연결되어 있으니 건축 자재를 나르기도 좋을 것 같습니다.”
황가의 농장은 미초아칸주의 모렐리아에 있었다.
멕시코 제국 첫 철도 구간인 라스 트루차스-모렐리아-멕시코시티 구간의 그 모렐리아다.
‘크흠. 신기하게도 아구스틴 1세의 대농장이 모렐리아에 있었군.’
1830년의 끝자락, 우리는 코인지오 댐(Cointzio Dam)의 건설을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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