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38)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38화(38/180)
댐과 관개시설 (4)
로크 정밀 기계의 사장 조셉 로크는 회사의 오너, 황태자가 던져준 과제를 수행하고 있었다.
“이런 건 정밀 기계의 범주에 포함되지 않는데 말이지. 그냥 농기계잖아. 기계도 아니고 그냥 도구인 것도 있고.”
“뭐···. 황태자 전하께선 농업에 관심이 많으시지 않습니까.”
부하 직원이 답했다.
멕시코에서 유일하게 공학 비슷한 것을 배울 수 있는 ‘광산 대학’을 졸업한 자들은 전부 황태자의 회사로 몰려들었다.
조셉 로크는 그들을 가르쳐가며 일하고 있었다.
“하긴, 나도 그 기계식 수확기라는 것을 보고 깜짝 놀랐으니까. 그 정도 기계를 직접 발명하다니, 여러모로 놀라운 사람이야.”
조셉 로크는 정밀 기계라고 불리기엔 어려운 것들을 만들기를 주문받았다.
“증기 동력으로 작동하는 쟁기와 기계식 수확기라···. 이것들은 만들 맛이 좀 나겠는데, 파종기(Seed Drills)와 스프링클러. 이것들은 기계라고 부르기도 애매하군.”
“그것들은 제가 한번 맡아서 해보면 안 되겠습니까?”
“좋아. 한번 해보게. 어차피 기관차 개량에 다른 것들까지 하려면 시간이 부족하니 맡길 수밖에.”
“감사합니다!”
“그나저나 기존의 기계식 수확기에 더해 파종기로 파종을 쉽게 하고 관개 시설로 물까지 쉽게 댈 수 있도록 만들겠다라···. 이 정도면 곧 농업마저 영국보다도 앞서겠군. 이미 제강과 철도에서도 기술력만큼은 한 수 위고. 아무래도 내가 베팅을 잘한 것 같아.”
황태자의 설계 속에서 빠른 속도로 발전해나가는 멕시코 제국의 국력은 조셉의 마음속에 존재했던 일말의 불안감마저 없애버렸다.
증기 기관으로 작동하는 쟁기와 수확기는 의외로 금방 만들어졌다. 기관차와 핵심 부품을 공유할 수 있는 것들이 많았기 때문이다.
파종기와 스프링클러도 간단했기에 금방 만들어졌다.
“아니 근데 이 가격은 뭐지? 이 2배로 팔아도 팔릴 것 같은데, 최소한의 수익만 남긴다니.”
파격적인 가격 정책이었다. 적자거나 수익이 안 나는 것은 아니지만 최소한의 마진을 남기는 가격.
“아무래도 멕시코 제국 전역으로 빠르게 보급하기 위해 책정한 가격인 것 같습니다.”
“···우리가 공기업도 아닌데 말이지. 그나마 외국에는 비싸게 수출할 수 있어서 다행이군.”
황태자는 바쁜 와중에도 여러 기업에 끊임없이 과제를 주고 있었다.
로크 정밀 기계의 하루가 그렇게 지나가고 있었다.
***
“동지들이여! 대체 언제까지 저들이 시키는 대로 끌려다니실 겁니까? 저들은 우리를 짐승이라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수천 년 동안 살아온 땅을 빼앗은 것도 모자라서, 우리를 노예로 만들려는 저들에게 굴복하실 겁니까!”
파쿠는 추마시족 전체에게 호소하고 있었다. 이미 대세는 넘어갔다. 부족 내의 건장한 청년들이 족장인 미쇼프슈노가 아닌 그 아들, 파쿠를 따르고 있기 때문이다.
파쿠는 선교지에서의 굴욕스러운 삶을 절대 잊지 않았다. 그의 아버지이자 족장인 미쇼프슈노는 젊은 시절 그들이 가진 총이라는 무기에 당한 뒤 굴복했고, 그게 엄청난 권능이라고 착각했었지만 이제 그들은 안다.
그냥 아무나 쓸 수 있는 무기일 뿐이라는 것을.
파쿠는 어린 시절부터 선교사들이 칭찬할 만큼 에스파냐어를 열심히 배웠다. 하지만 선교사들은 그를 조금 더 똑똑한 짐승 정도로 여길 뿐, 결코 사람으로 취급하지 않았다. 그걸 알고 나서 그는 족장의 아들이라는 지위를 이용해 젊은이들을 규합해 나갔다.
선교지에서 탈출한 지 7년, 드디어 기회가 왔다.
“저는 절대로! 굴복하지 않을 겁니다! 우리의 자유를 되찾을 때까지!”
“와아아아!!”
“파쿠!파쿠!파쿠!”
“파쿠!파쿠!파쿠!”
젊은이들의 열기를 지켜보는 부족 내 어른들의 눈빛에는 걱정이 깃들어 있었다. 저들의 무기는 도저히 우리가 상대할 수 없다는 걸 이미 젊은 시절에 겪어봤기 때문이다.
“역사는 반복되는가···.”
“우리의 말은 들리지 않을 테지. 우리도 젊었을 때는 그랬으니.”
그렇게 걱정하는 노인들이 있는가 하면, 아직 열정을 남아있는 중년도 있었다.
“아니죠, 어르신들! 우리의 실패를 교훈 삼아 이번에는 더 잘하면 되는 것 아니겠습니까! 아직도 선교지에서 ‘교화’랍시고 노역을 강제당하고 있는 동지들이 얼마나 많습니까!”
선교지에서 탈출한 추마시 부족. 그 수는 이미 3천명이 넘었다.
젊은이들로부터 시작된 투쟁을 향한 그 분위기는 점점 퍼져나갔다.
캘리포니아의 원주민들은 유럽인들이 몰고 온 질병, 토지 강탈, 착취, 가난과 문화 파괴로 끔찍한 고통을 겪었다.
그동안에는 그들의 압도적인 무기에 억눌려 고통을 감내할 수밖에 없었으나, 그것도 이제 한계에 봉착했다.
밟힌 지렁이도 꿈틀할 수 있다는 걸 보여줄 시간이었다.
“저희 어렸을 때만 해도 이 근처에 수십 개나 되는 마을에 살던 우리 부족들 아닙니까. 2만명이나 되었던 사람 수가 20년 만에 반토막이 났습니다. 이대로 가만히 있자는 건 다 같이 죽자는 말밖에 안 되지 않습니까.”
대세는 이미 기울었지만, 족장은 족장이다.
그가 공식적으로 투쟁을 외쳐야만 추마시 부족이 단합할 수 있다.
“···알았네.”
끊임없는 설득에 미쇼프슈노는 허락할 수밖에 없었다. 아들을 포함한 대부분의 부족원이 원하는 것이다. 그는 그저 기도했다.
‘후타쉬시여. 저들을 지켜주소서.’
족장의 허가가 떨어지자, 추마시족 전사들은 즉시 준비하기 시작했다. 이미 전략도 다 세워놨다. 20년 전 이미 에스파냐군과 싸워봤던 어르신들의 이야기를 수도 없이 들었다.
이전처럼 무식하게 들이박진 않을 것이다.
“다들 잘 들어, 오늘 밤에 기습한다. 탈레이. 말들은 잘 먹이고 있지?”
파쿠는 오랫동안 계획했던 작전을 차근차근 설명했다.
“응. 매일같이 200마리를 전부 확인하고 있다고. 다들 건강해.”
그들은 여러 정착촌에서 말을 훔쳤다. 금을 캔다고 멍청하게 혼자 돌아다니는 자들을 털기도 했다.
“놈들의 무기고부터 점령하는 거야.”
“무기고를 지키고 있는 놈들은?”
“보니까 그놈들 멍청하게 어둠 속에서 불을 들고 다니더라고. 타깃이 아주 잘 보일 테니까 슬링으로 그놈들만 맞출 수 있으면 나머지는 별것도 아니야. 그 ‘머스킷’이라는 것 없으면 약골들이라고. 시카르, 야나, 해줄 수 있지?”
시카르와 야나는 부족 내에서 슬링을 가장 잘 쓰리고 유명한 명사수들이다.
“우리한테 맡겨.”
추마시족은 20년 전보다 더 똑똑하고 더 독해졌다. 20년 전 어린아이였던 이들은 지금, 이 순간만을 기다렸다.
여러 정착민 마을을 염탐한 것도 수십번. 거기다 선교지에 있을 때 에스파냐어를 배운 파쿠는 여러 정보를 캐냈다. 심지어 작은 마을들을 대상으로 습격하는 연습까지 했다.
“무기고를 점령하면 ‘머스킷’이 500개는 있을 거야. 그걸 쓰는 법을 알아내서 전력을 강화하고 또 다른 개척마을을 습격하면 돼. 그런 식으로 몇번만 돌면 천정이 넘는 머스킷을 모을 수 있을 거야. 그럼 녀석들도 우릴 함부로 대할 순 없겠지.”
“기술자들도 납치해서 써먹어야 해.”
“맞아. 쇠를 다루는 기술자들과 무기를 만들 줄 아는 기술자들. 그놈들은 데려온다.”
“나머지는?”
“죽여야지.”
누군가의 질문에 다른 한 사람은 이렇게 대답했으나, 파쿠의 생각은 달랐다.
“아니. 나머지는 죽이지 않는다. 그러면 녀석들이 미친 듯이 화나서 쫒아올거야. 캘리포니아의 정착지들을 빠르게 털어서 힘을 기르는 게 우선이야. 대신 무기, 식량, 금속 물건, 의복 등 모든 물건을 닥치는 대로 빼앗는다.”
파쿠는 아주 오랜 시간을 자포자기했었다.
저 가증스런 침략자들을 이길 방법이 도저히 보이질 않았다. 근데 이제 그 실마리가 보인다.
‘수백명 규모의 정착지들을 수십 개나 만들어주다니. 드디어 절호의 기회가 왔다. 고통받지 않고 살 기회가.’
***
휘잉-
팍!
“억!”
휘잉-
어둠 속에서 날아온 주먹만 한 돌멩이가 로스앤젤레스의 무기고를 지키고 있던 경비병에게 꽂혔다.
“응? 무슨···.”
퍽!
“억!”
“역시 시카르, 야나. 부족 최고의 명사수는 다르군.”
“이 정도는 쉽지.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있는 것도 못 알아보면서 어떻게 경비를 한다는 건지.”
“훗. 하여튼 수고했다. 무기고를 지키는 게 겨우 두 명이라니, 빠르게 점령한다.”
파쿠는 가장 앞서서 달려 나갔다. 기대를 안고 무기고의 문을 열었지만,
덜컹!
파쿠는 다시 한번 문을 잡고 흔들었다.
덜컹!
“제길. 잠겨있어.”
“파쿠. 저번에 숨어서 보니까 이놈들이 주머니에서 어떤 금속 핀 같은 걸 꺼내서 열던데?”
“아? 맞아. 그런 게 있었지. 이 녀석들 주머니를 뒤져봐.”
파쿠는 그렇게 말하곤 자기가 경비병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찾았다! 이걸 이렇게 넣으면 되나?”
삐이이익-
그들이 무기고 문과 씨름하고 있는 사이 어디선가 날카로운 소리가 울려 퍼졌다. 문을 여는 소리에 다른 쪽의 경비병이 확인하러 왔다가 그들을 발견한 것이다.
“제길, 이것 좀 어떻게 해봐! 나머지는 반항하는 녀석들을 공격한다.”
댕댕댕댕댕-
곧 종소리까지 울려 퍼졌다. 습격을 의미하는 소리.
댕댕댕댕댕-
“저 새끼 좀 어떻게 해봐!”
휘잉-
팍!
시카르가 슬링으로 날린 돌조각이 종을 울리던 경비병의 머리에 맞았다.
캘리포니아의 주도, 로스앤젤레스가 습격당했다.
***
레지날드의 편지가 도착했다. 그 내용이 심상치 않다.
“캘리포니아 정착촌이 습격당했다고? 리오스 익스프레스의 경비병이 쫒아냈다라···.”
뭔가 찝찝하다.
생각해보니 아직 1830년이다. 미국에 의해 북미 원주민들이 싹 쓸려나갔을 시기가 아니란 말이다.
‘분명 1810년쯤 캘리포니아에만 20만명의 원주민이 있었던 걸로 추정된다고 했으니. 쓰읍···. 엄청 많겠는데?’
나는 원주민이 있을 거라고는 당연히 생각했지만, 그 규모를 수십명 수준의 경비병이 총을 쏴대면 막을 수준이라고 착각했는데, 다시 생각해보니 그 수준이 아니다.
일부 캘리포니아 원주민들은 에스파냐의 선교 정책 때문에 고통을 받고 있긴 했다. 하지만 에스파냐는 엄청난 돈을 들여 북부까지 개척할 생각 따윈 없었기에 적당히 한발만 걸쳐놓고 있었고, 아직은 대부분의 원주민이 고향에서 살아가는 상황.
그 원주민들이 본격적으로 죽어 나가기 시작했던 건 미국인들이 캘리포니아를 개발하기 시작한 40년대 후반 이후다. 캘리포니아 인디오의 인구는 19세기 후반에 1.5만명까지 줄어든다.
‘그렇다는 건 지금 시점엔 아직 10만명 이상은 남아있다는 소리. 그것도 캘리포니아 뿐만 아니라 북부 주마다 몇만 명씩은 있을 거다. 그 상황에서 내가 대규모 개척을 시도한 거야. 이런 제길.’
내가 시작한 대규모 개척은 그들을 몰아내며 분노를 고조시키고 있을 것이다.
“전하, 알폰소입니다. 들어가도 되겠습니까?”
이걸 어떻게 할지 고민하고 있던 때에 알폰소의 목소리가 들렸다.
“들어오게!”
알폰소가 들어왔다.
“아니 자네가 모렐리아까지 어쩐 일인가?”
“전하, 긴급하게 알려드려야 할 소식이 있습니다. 최근 캘리포니아의 여러 정착지에서 원주민들이 말을 훔쳐 간 사건이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하고 있습니다.”
“말을 훔쳐?···좋은 징조는 아니군.”
“예. 제가 알아보니 최근 몇 년간 캘리포니아 선교지에서 원주민들이 많이 탈출했다고 합니다. 그들이 아닐까 싶습니다.”
‘말을 훔쳤다? 이건 가볍게 볼 일이 아니야.’
원 역사에서 북미 인디오들은 백인들이 옮겨온 질병에 걸려 죽고, 강제로 고향에서 쫒겨나며 이동하다 죽고, 버티다 총과 대포를 맞고 죽고, 심지어 심심하다고 죽여서 죽었다.
그 과정에서 인디오들은 점점 독해졌다.
분노와 증오의 힘은 말과 총을 탈취하고, 백인들을 상대할 전술을 익힐 원동력이 되었다.
그 원한의 힘이 어찌나 강력한지, 미국의 민병대는 물론이고 정식 군대를 상대로도 이긴 기록이 남아있었다.
미국인들은 미개하다고 생각한 이들이 무장을 탈취하고, 미국인들을 죽이고, 마을을 약탈하기 시작하자 분노했다.
그 증오의 연쇄 끝에 결국은 인디오들이 패배하고 쓸려나갔지만, 이 세계에선 바로 지금이 그 시작점이다.
‘증오의 연쇄는 길어질수록 끊어내기 힘들어지는 법. 이건 당장 수습해야 한다.’
이 시기엔 아직 그 원한과 독기, 그리고 전투력이 그 정도는 아닐 것이다. 물론 지역마다 다르고 ‘코만치족’ 같이 벌써 어느 정도 전투력을 확보하기 시작한 대형 부족들도 있지만, 캘리포니아의 인디오들은 아직 그 정도 수준은 아니다.
‘원래는 코만치족도 결국 미국에 패해 쇠퇴했었지, 근데 지금은 우리 땅에 살고 있으니 거기도 손을 봐야겠군.’
아직 개척이 시작되지도 않은 뉴멕시코 부근에 사는 코만치족은 나중에. 지금은 정착지를 건설해놓은 캘리포니아 쪽이 더 급하다.
“제길. 아직 댐 건설이 한창인데.”
나는 생각을 마친 후 즉시 천막을 벗어나 안드레스 사장의 천막이 있는 곳으로 갔나.
“안드레스 사장! 자나?”
“아닙니다, 전하! 들어오십시오.”
“저녁에 갑자기 찾아와서 미안하네. 하지만 급한 일이 생겼어. 댐과 관개시설 건설의 나머지 작업을 맡겨도 되겠나?”
갑작스러운 물음에 안드레스 사장은 당황했지만, 곧 침착하게 대답했다.
“예, 전하. 이미 절반 정도 작업했고 어떻게 진행될지, 그리고 어떻게 마무리될 건지 여러 번 이야기해주셨으니,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제가 잘 마무리하겠습니다.”
나는 안드레스 사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말했다.
“고맙네! 이 일은 기억해두지. 뒤를 부탁하네!”
“예! 전하!”
불길한 예감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웠다.
나는 정신없이 움직여 마지막 기차를 타고 알폰소와 함께 멕시코 시티로 출발했다.
어두컴컴한 저녁의 기차.
승객은 나와 어두운 표정의 알폰소, 둘 뿐이었다.
“너무 그렇게 걱정할 필요 없네. 자네덕에 그나마 빠르게 대응할 수 있었으니.”
나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했다.
지금부터는 속도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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