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4)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4화(4/180)
몰수 (3)
아구스틴 1세의 움직임은 내 생각보다 훨씬 빨랐다.
‘바로 다음 날 연설을 할 줄이야.’
병사들은 오후 5시부터 멕시코시티의 온 거리를 돌아다니며 연설에 관한 내용을 알렸다. 나도 민심 파악을 위해 호위병과 함께 거리로 나갔다.
“오후 7시에 헌법 광장에서 황제 폐하의 연설이 있습니다!”
시민들은 갑작스러운 연설 소식에 호기심을 표했다.
“연설이라고? 무슨 일이지?”
“일단 가보자고. 폐하께서 직접 하시는 연설을 놓칠 순 없지.”
“그래. 독립하고 나서 정부에서 맨날 싸우기만 한다고 해서 좀 불안했는데, 가봐야지.”
아구스틴 1세는 아직 시민들 사이에서 지지를 유지하고 있었지만, 시민들은 정부에 대한 불안감을 가지고 있었다.
이 시민들이란 대부분 멕시코 사회의 중상류층을 형성하는 크리오요 계층으로 정부가 어떤 상황인지 조금은 알고 있었다.
소칼로(Zócalo) 또는 헌법 광장이라고 불리는 멕시코 시티의 거대한 광장에서는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연설대를 만들고 있었다.
나는 그 모습을 구경하다가 광장 구석에서 한 무리의 크리오요들이 연설대를 보며 똥 씹은 표정으로 떠들고 있는 것을 발견했다.
‘의원들이군. 뭐라는지 들어나 볼까.’
“황제가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는 건지···.”
“이거 막아야 하는 것 아니오?”
“황제가 연설하는 걸 무슨 명분으로 막소?”
“의회의 허가도 받지 않고 황제 마음대로 병사들을 움직인 것이니. 그 부분을 지적하면 어떻소?”
“그렇지 않아도, 아까 저 지휘관에게 원래 업무로 복귀하라고 명령했더니, 급료나 주고 말하라며 비웃더군.”
“건방진!”
“아구스틴 1세의 수족인가보군요.”
공화파 의원들은 모여서 아구스틴 1세의 연설에 대해 걱정하고 있었지만, 딱히 방해할 방법이 생각나지 않는 듯 했다.
‘그래. 너희가 뭘 할 수 있는데?’
저녁 시간이 지나자 시민들이 모여들기 시작했다.
‘크리오요 계층만 올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다양하군.’
이 당시 멕시코를 포함한 라틴아메리카에는 암묵적인 카스트가 존재했다.
최상위엔 이베리아반도 출신 귀족인 반도인들.
2번째 계층은 반도인들의 후예지만 식민지 출생인 크리오요들.
3번째 계층은 백인과 아메리카 원주민의 혼혈인 메스티소.
4번째 계층은 백인과 흑인의 혼혈인 물라토.
5번째 계층은 아메리카 원주민.
6번째 계층은 아프리카 흑인 노예.
그리고 마지막으로 원주민과 흑인 노예의 혼혈인 잠보까지.
이런 카스트는 사회 통합을 저해하고, 갈등을 유발하는 멕시코의 숨겨진 폭탄같은 문제다.
‘시간을 들여 해결해야할 문제지.’
광장에 모인 시민들의 피부색은 다양했다. 크리오요가 대다수인 건 맞지만, 메스티소와 물라토도 꽤 보였다.
일부 아메리카 원주인으로 보이는 자들도 있었는데, 이는 원주민들을 다 쫓아낸 미국과는 다르게 누에바에스파냐는 오랫동안 아메리카 원주민들과 공존하며 살아왔기 때문이다.
‘공존보다는 착취라는 단어가 더 어울리지만, 어쨌든 쓸어버리진 않았으니.’
누에바에스파냐의 권력자들은 아메리카 원주민들을 효과적으로 통제하기 위해 일부 아메리카 원주민의 기득권층을 인정해 줬다.
‘저들은 아메리카 원주민 중 귀족 계층이겠지.’
***
나는 연설대 쪽으로 자리를 옮겨, 아버지와 함께 도착한 어머니 옆에 섰다.
아구스틴 1세는 내 어깨를 툭툭 두드리고는 연설대로 올라갔다. 그는 화려한 복장과 왕관이 아닌, 말끔한 군복을 입고 왔다.
권위적인 황제라는 느낌보다 유능한 지휘관이라는 느낌, 본인의 선호보다 시민들의 선호를 고려한 듯한 복장이다.
‘나쁘지 않군.’
현대까지 세계에서 2번째로 넓은 광장이라고 알려진 소칼로 광장에 엄청난 인파가 몰리고, 해가 지기 시작할 무렵, 연설이 시작되었다.
“존경하는 멕시코의 국민 여러분. 저, 황제 아구스틴 이투르비데는 여러분 앞에 큰 변화와 희망을 품고 여러분의 앞에 서 있습니다. 우리의 조국, 멕시코는 국민 여러분의 피와 땀, 믿음과 용기 덕에 에스파냐의 손아귀에서 벗어났습니다. 우리는 오랜 투쟁의 끝에 값진 승리를 얻어냈습니다.”
아구스틴 1세는 반박자 쉬고 연설을 이어갔다. 시민들은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독립은 아직 완전한 것이 아닙니다. 수 세기 동안의 착취와 지난 몇 년간 지속된 독립 전쟁으로 인해 우리나라의 재정은 어려운 시기를 겪고 있습니다. 우리의 독립이 점차 가시화되자, 고위직을 독점하던 반도인들은 그들이 이 땅에서 축적한 부를 가지고 도망쳤습니다.”
독립에 대한 축하로 시작한 연설이 현실적인 어려움으로 이어지자, 시민들은 당황하며 다음 말이 이어지길 기다리고 있었다.
‘현 상황을 에스파냐와 반도인들의 탓으로 돌리면서 명분을 쌓고 있군.’
아구스틴 1세의 연설이 이어졌다.
“이러한 도전에 맞서기 위해, 저는 여러분께 하나의 제안을 하고자 합니다. 바로 우리 멕시코에 남겨진 반도인들의 재산을 멕시코를 위해 사용하자는 것입니다. 그들은 수 세기 동안 우리에게 막대한 세금을 걷으면서도, 우리의 농장과 토지까지 강탈해 우리를 착취해 왔습니다. 그러나 이제 우리는 독립했고, 더 이상 그들의 착취를 참을 이유가 없습니다.”
반도인들의 재산을 빼앗아서 멕시코를 위해 쓰자는 제안이었다.
“좋은 것 같은데? 그 한 줌도 안되는 놈들이 멕시코에 엄청난 땅과 재산을 가지고 있었잖아.”
“좋긴 한데, 우리 할아버지의 재산도 빼앗기는 건 아니겠지?”
반도인들을 재수없게 여기는 대부분의 시민들은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지만, 어떤 이들은 우려를 표했다. 이런 우려를 예상했다는 듯, 아구스틴 1세는 연설을 이어갔다.
“물론, 이 제안은 멕시코에 정착해 살아가는 에스파냐 출신 ‘멕시코인’ 들에게는 영향을 미치지 않습니다. 오직 우리 멕시코의 독립을 반대하는 이들의 재산만이 대상이 됩니다. 이는 에스파냐로부터 진정한 독립을 위한 조치이며, 우리나라 국민들과 에스파냐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국민들의 재산은 반드시 보호될 것입니다. 현재의 에스파냐는 내전의 혼란 속에 있어 우리의 결정에 개입할 수 없을 것입니다. 저는 이 기회를 잡아, 진정한 독립을 위한 토대를 마련하고자 합니다.”
자신의 아버지, 할아버지 혹은 조상의 재산을 빼앗겠다는 게 아닌지 걱정했던 크리요오들, 너무 극단적인 방법이 아닐지, 타국의 시선을 걱정하던 지식인들도 내심 안심하는 듯 했다.
“이 조치를 통해 우리는 진정한 독립을 이루고 더 강하고 발전된 국가를 건설하게 될 것입니다. 진정한 독립을 위하여!!”
곳곳에 심어놓은 바람잡이들이 환호성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와아아아아!!”
“진정한 독립을 위하여!!”
“독립 만세!! 아구스틴 1세 폐하 만세!!”
바람잡이들이 시작한 환호성은 순식간에 광장에 모인 수만 명의 인파에 전파되었다.
“독립 만세!! 아구스틴 1세 폐하 만세!!”
“독립 만세!! 아구스틴 1세 폐하 만세!!”
“진정한 독립을 위하여!!”
나는 연설을 마치고 내려오는 아구스틴 1세에게 다가가 말했다.
“폐하. 지금 당장 의회를 압박해야 합니다.”
“지금 당장 말이냐? 굳이 서두르지 않아도 의원 놈들은 내 제안을 받아들일 수밖에 없을 텐데?”
“재산을 몰수한다고 발표한 이상, 먼저 빼돌리려는 자들이 있을 것입니다.”
“그럴 줄 알고 이미 재산 목록을 정리해 놓으라고 명령해 놓았다.”
“토지나 건물, 농장 같은 것들은 상관없지만, 그 안의 재물들은 느긋하게 의회의 승인을 기다리다간 늦을 것입니다. 지금 저희는 당장 사용할 수 있는 현물이 필요합니다.”
그들의 토지, 건물, 농장에서 나오는 수입은 장기적으로 정부에게 엄청난 재정을 확보시켜 주겠지만, 그것은 최소 몇 달의 시간이 필요하다. 지금 정부는 당장 쓸 수 있는 돈이 급하다.
반도인들은 떠나거나 추방당하면서도 가장 귀중한 것들은 어떻게든 챙겼겠지만, 그들의 재산 수준을 감안하면 모든 물건을 챙겨갈 순 없을 것이다.
곡식부터 시작해서 수많은 물건이 아직 그들의 건물과 창고에 있을 것이고, 식량, 무기, 예술품, 마차, 수레 같은 것들은 먼저 회수해야 한다.
‘가장 우선순위는 푸에블라 지역의 농장들이다.’
푸에블라는 멕시코에서 가장 좋은 땅 중 하나라고 할 수 있는 곳으로, 농사가 잘되기로 유명한 곳이다.
당연히 많은 반도인들도 그 지역의 땅을 노렸고, 실제로 갖은 수를 써서 그 땅을 빼앗은 자들이 많았다. 그런데 이 연설이 퍼지는 순간 반도인들이 농장 관리를 위해 고용했던 대리인들, 지역 유지들, 지역 군대 지휘관들, 약탈자들, 심지어 거기서 일하던 일꾼들도 욕심내기 시작할 것이다.
‘어차피 주인 없는 물건이라 정부가 회수한다는데, 들고 튀면 어떻게 잡겠어? 하는 마음이 들겠지.’
실제 역사에서도 멕시코를 떠난 반도인들의 엄청난 재산은 정부에 의해 체계적으로 몰수되지 못했다. 지방 당국이나 군 지도자, 지역 공동체나 개인이 비공식적으로 토지와 재산을 몰수하거나 점유하는 등, 대부분 개인의 사리사욕에 의해 이 재산들이 넘어갔다.
‘그렇게 둘 순 없지. 그 재산은 멕시코를 위해 쓰여야 한다.’
내 말을 듣고 잠시 고민하던 아구스틴 1세는 다시 연설대로 올라갔다.
“저는 황제로서, 이 국민적 염원이 담긴 제안에 대한 의회의 답변을 지금 당장 요구할 것입니다. 이는 진정한 독립을 위한 일입니다. 쓸데없는 정쟁을 하며 시간을 끌 이유가 없습니다! 모든 의원은 지금 당장 의회에 출석하시기를 바랍니다!!”
“와아아아아!!!”
아구스틴 1세는 헌법 광장에서 의회 건물로 걸어서 이동하기 시작했고, 구석에서 똥 씹은 표정을 짓고 있던 의원 무리도 다급하게 이동하기 시작했다.
대부분 시민은 광장에서 떠났지만, 일부 시민들은 황제와 의원들을 따라 의회 건물로 이동하며 소리치기 시작했다.
“독립 만세!! 아구스틴 1세 폐하 만세!!”
***
의회 건물엔 어수선한 기운이 감돌았다. 밖에선 시민들이 당장 황제 폐하의 제안을 통과시키라며 소리치는 소리가 들렸다.
공화파 의원들의 거두인 라파엘 만히노 의장은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제길. 대중 연설이라니. 이런 건 우리 쪽에서 써야 할 전략이 아닌가. 그걸 저쪽에서 먼저 쓰다니. 이건 아구스틴 1세 답지 않아. 대체 어떻게 된 거지?’
라파엘 의장은 독립 영웅이자 황제인 아구스틴 1세를 몰아낼 자신이 있었다.
현 멕시코 정부의 상황은 개판 그 자체고 정부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한다는 신호는 여기저기서 포착되고 있었다.
이대로 시간을 끌면 시민들의 불만이 터져 나올 터. 그러면 이 모든 게 황제의 독재와 무능함때문이라고 몰아갈 생각이었다.
황제가 물러나면 우리도 미국처럼 대통령 선거를 진행하게 될 거고, 그럼 그 자리는 자신의 것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의회에는 군주제를 지지하는 보수파들도 큰 비중을 차지하곤 있지만, 의회의 특성상 공화주의자들이 유리한 것은 자명했다.
공화주의가 강해질수록 의원 본인들의 권한이 커지는데 누가 싫어하겠는가? 처음엔 편을 확실히 정하지 않았던 중립파 의원들도 점점 공화파로 전향하고 있었고, 보수파 의원들마저 침묵하고 있었다.
이대로면 대통령이 자신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는데, 이런 고약한 계책이라니.
‘이렇게 된 이상 최대한 시간을 끈다.’
의장이 그렇게 생각한 순간 아구스틴 1세가 의회로 들어왔다. 그는 긴장된 분위기 속에서 여유롭게 의원들의 얼굴을 훑어보며 말했다.
“의원들도 내 제안에 대한 국민들의 반응을 목격했을 거라고 생각하오. 국민의 지지가 확인된 순간 내 군대를 움직여도 되지만! 의회를 존중하기 위해 여기에 왔으니, 당장 내 제안을 승인하시오!”
라파엘 의장은 바로 말꼬투리를 잡았다.
“폐하! 현재 우리 멕시코는 법은커녕 헌법도 없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그런 큰 국가적 사업을 시작한다니요! 무리입니다! 그리고 지금 멕시코는 의회와 황제의 권한에 대해 정의된 것이 없습니다. 군대를 움직이는 것도 의회와 합의해 주셔야 합니다!”
“그래. 말 잘했군. 그래서 여태까지 제대로 되는 일이 없었지. 그런데 이번엔 다르지 않은가.”
“다르다니요?”
“내 제안이니 나는 당연히 찬성이고, 국민들이 원하니 의회도 찬성하는 게 당연한 게 아니냔 말이야. 설마 진정할 독립을 이루려는 국민들의 간절한 염원을 의회가 반대하려는 건가?”
“반대가 아니고, 조금 더 확실하게 하기 위해 검토하자는 것이지요.”
“시간 끌 것 없이 지금 검토하지. 이 제안에 대해 궁금한 것이 있다면 지금 물어보게.”
아구스틴 1세는 그의 뒤에서 회의를 참관하던 황태자를 내세웠다.
“황태자가 제안한 계획이니, 황태자가 대답해 줄 것이라네.”
라파엘 의장은 회심의 미소를 지었다.
“그렇다면 좋습니다, 지금 당장 검토하도록 하죠.”
‘이런 계획이 어디서 갑자기 튀어나왔나 했더니, 어린 황태자였군. 아직 어려서 창의적인 것은 인정한다만, 애송이가 겁도 없이 의회에 발을 디딘 것을 후회하게 해주마.’
라파엘 의장은 질문 공세를 퍼붓기 시작했다.
황태자가 어떤 존재인지 상상도 못한 채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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