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45)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45화(45/180)
항구와 조선소 (1)
‘아, 테라스···.’
전에 파티장을 나오며 봤던 사람이다.
테라스에서 지루한 표정을 짓고 있던 영화배우 같다고 생각했던 그녀다.
그 외모는 가까이서 보니 오히려 더 현실감 없게 느껴졌다.
“반갑습니다. 아구스틴 헤로니모 데 이투르비데라고 합니다.”
내 이름은 굳이 말 안 해도 알겠지만, 이 시대의 선 자리(?)가 어떻게 이뤄지는지 모르니 일단 정중하게 소개했다.
“반갑습니다. 세실리아 에스칼란테(Cecilia Escalante)라고 해요.”
어딘가 시큰둥한 표정이다. 마치 이 자리에 온 것이 마음에 안 드는 것처럼.
‘특이하군.’
너무 자랑 같을 수 있지만, 나는 나름 현 멕시코 제국 최고의 신랑감으로 꼽히고 있다. 이 사실은 파티장에서 실제로 체감할 수 있었다.
“뭔가 마음에 안 드십니까? 그렇다면 다음을 기약해도 됩니다만.”
“그런 건 아니에요.”
그녀는 마음에 안 드는 것은 아니라면서도, 적극적인 태도는 아니었다.
원래 성격이 그런 건지, 내가 마음에 안 드는 건지 모르겠지만 어쨌든 대답은 성실하게 해줬기에, 어떻게든 대화를 이어 나갈 수는 있었다.
“세실리아 영애, 혹시 취미를 여쭤봐도 괜찮겠습니까?”
“···제 취미는 독서예요. 정확히는 독서였죠.”
‘독서였다? 이제는 아니라는 소리인가?’
현대의 만남에서 이런 태도라면 자리를 쫑내자는 것과 같지만, 지금은 이 자리가 마련된 것 자체가 이미 가문끼리는 이야기가 끝난 상황.
‘너무 싫어서 도저히 결혼 못 할 것 같다.’가 아닌 이상 결혼하게 될 사람을 만나는 자리다.
기대를 다 접었다고 생각했지만, 마음 한구석에는 아직 남아있었나 보다.
‘공화파 가문이었는데, 과거엔 독서가 취미였다?’
나는 이번에도 자연스럽게 유카탄반도의 거대한 대지주인 그녀의 집안으로, 그리고 거기에서 일하는 소작농들과 원주민들에 대한 이야기로 대화를 이끌어갔다.
“어떤 영애는 ‘그 더러운 것’들을 치워줘서 농장의 ‘미관’이 좋아졌다고 고맙다고 하더군요.”
“···어떻게 그런 소리를 할 수 있는 거죠?”
방금까지 화기애애하진 않았지만 나름 무난하게 대화를 이어오던 목소리가 서늘해졌다.
‘···뭐지?’
눈빛도 목소리처럼 차가워졌다.
“더러운 것들이라뇨. 그들도 사람입니다.”
그녀는 나를 노려보며 차갑게 말했지만, 나는 짜릿한 기분이었다.
“···제가 말한 게 아니라 파티장에서 들었던 이야기를 한 것뿐입니다. 어떤 부분이 그렇게 거슬렸는지 궁금하군요.”
점점 커지는 기대감.
“그런 농담을 저한테 들려준다는 것 자체가 당신도 그런 식으로 생각한다는 것 아닌가요? 그들을 그런 식으로 대하다가는 당신도 언젠가 후회할 거예요.”
그녀는 점점 감정이 고조되는지 내게 경고하듯 말했다.
‘그들도 사람이라.’
이 시대 멕시코 제국의 지주 계층답지 않은 말이다. 파티장에서 저런 말을 듣기 위해 몇 시간을 낭비했던가.
‘공화파에서 전향한 집안이라고 했지.’
“후회한다? 왜 후회한다는 거죠?”
“···그들도 사람이고, 참는 데는 한계가 있다고요. 특히 당신이 만든 그 기계가 그들을 더 몰아붙이고 있죠. 그래서 이 자리에 나오기 싫었던 건데.”
이건 무슨 소리지?
“제 기계가 그들을 몰아붙인다는 게 정확히 무슨 소리입니까?”
“역시. 당신이 만든 기계식 수확기. 그게 농민들의 삶을 더 가혹하게 만들고 있다는 건 모르나 봐요?”
“농장에서 일자리를 잃은 농민들에겐 충분한 일자리를 공급하고 있습니다. 더 가혹하게 만든다는 건 뭡니까?”
“그건 여기 멕시코 중부나 북부에서 일어나는 일이죠. 남부에서 여기까지 오는 게 쉬운 일인 줄 알아요? 지주들이 잘 가라고 배웅하면서 식량이라도 주겠어요? 이 먼 거리를 어떻게 와요?”
‘아.’
뒤통수를 한 대 맞은 것 같은 충격이었다.
멕시코 중부 사람들은 라스트루차스, 모렐리아, 멕시코시티 등 근처의 도시로 가면 된다.
북부의 사람들은 캘리포니아나 텍사스로 가면 땅을 준다는 것을 알 테니, 그쪽으로 간다.
근데 멕시코 남부 사람들은? 거기도 도시가 있고 사업을 하려는 사람들이 점점 생겨나고 있겠지만, 농민들의 일자리 수요를 전부 수용할 정도는 아닐 터.
그럼 멕시코 중부까지 와야 하는데 너무 멀다. 심지어 멕시코 중부는 엄청나게 높은 고원지대라 등산까지 해야 한다.
절대 쉽게 올 수 있는 길은 아니다. 떠나는 자들은 소작농이니 넉넉하게 식량을 준비할 여유도 없을 터.
특히 유카탄반도의 끝자락, 그리고 중미지역에 사는 사람들은 올 엄두도 못 낼 것이다.
‘철도 계획을 변경해야겠군.’
베라크루즈와 멕시코 고원들의 수익성 좋은 구간들부터 건설할 계획이었다. 그다음이 캘리포니아와 텍사스, 마지막이 유카탄반도와 중미지역이었다. 그게 수익성이 가장 좋을 거라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돈이 없는 건 아니다.
지방 지주들이 약속한 철도 건설비도 있고, 지분을 판 돈도 있어서 돈은 있다. 다만 인력이 부족해서 수익성 좋은 구간부터 건설하자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번에도 놓친 부분이 있었나.’
농업 효율화로 농민들을 농장에서 빼낸다는 계획은 실제로 효과를 보고 있었기에 디테일한 부분은 신경 쓰지 못했다. 계획이 어느 정도 이뤄진 것 같으면 또 다음 계획, 또 다음 계획을 신경 쓰느라 바빴기 때문이다.
내가 가진 황가의 권력과 엄청난 재력, 그리고 현대의 지식으로 밀어붙이고 있는 산업화와 국토개발로 멕시코 제국이 부강해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었다. 하지만 나는 원주민 사태도, 이번 일도 생각하지 못했다.
나라는 개인이 가진 능력의 한계. 그것이 서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
‘슬슬 체계적인 시스템이 필요하겠군.’
내가 개입해 역사에 점점 큰 변화가 일어나고 있는 이상, 모든 사건을 예측하여 대비할 순 없다. 천재라도 그건 불가능하다.
“···심각한 얼굴이네요.”
‘아, 대화 도중이었지.’
혼자 몇분을 생각했는지 모르겠지만 5분은 넘은 것 같다. 대화하다 말고 5분 이상 혼자 생각하다니, 명백한 실례다.
“잠시 생각에 빠졌군요. 죄송합니다.”
“아니에요. 그렇게 고민이라도 해주시니 그나마 다행이네요.”
나는 고민을 잠시 미뤄두고, 그녀와 대화를 이어 나갔다.
“아까 한 이야기는 영애께서 농민들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궁금해서 꺼낸 이야기입니다. 저는 그들을 ‘더러운 것’이라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다 제가 보살펴야 할 국민들이라고 생각하고 있죠.”
“···혼자 5분 동안이나 고민하는 것을 봤으니 믿을게요.”
“그런데, 영애께서는 다른 분들과 생각하시는 게 정말 다르시군요. 다른 공화파 영애분들도 영애처럼 생각하는 분들은 없는 것 같던데.”
이 시대에는 아무리 본인이 공화주의 신념이 있는 자라고 하더라도, 아들도 아니고 딸에게까지 공부시키는 경우는 많지 않다.
“···아버지가 젊었을 때는 지금 같지 않았거든요. 20대에는 공화주의에 심취하신 분이었죠. 제게도 책을 읽어줬고요.”
‘그런 거였나. 지금은 달라졌다는 소리로군.’
“아버지께서 30대 중반까지도 제가 책을 읽는 걸 좋아하셨어요. 서재엔 유럽에서 구해온 책들로 가득했죠. 아버지가 달라진 건 할아버지가 돌아가시고 농장을 물려받은 이후였어요. 그때부터 점점 변해갔죠.”
그녀는 이제 나에 대한 경계심이 많이 없어진 듯, 그녀의 집안에 대해 말해줬다.
그녀의 아버지는 독립 직후에만 해도 공화파가 대세였고, 공화주의 사상도 어느 정도 남아있어서 공화파에 합류했다. 하지만 황가의 힘이 강해지며 공화파가 정권을 장악할 가능성이 없어지기 시작하자 딴마음을 먹기 시작했고, 공화주의를 완전히 버렸다.
그녀의 아버지는 책 읽는 것도 금지했고, 그녀를 가장 비싸게 팔아먹을 수 있는(그녀의 표현이다) 집안을 찾기 시작했다. 그녀는 아버지의 강압에 어쩔 수 없이 사교계에 나가기 시작했다.
“그래서 그때 그렇게 지루한 표정으로 테라스에 있던 거군요.”
“···네.”
“음, 결국 황가에 시집을 보내게 생겼으니, 제대로 성공하셨는데요? 하지만 영애께서도 이미 어느 정도 눈치채셨겠지만, 저는 이대로 땅만 뜯어먹고 사는 지주들을 그냥 놔둘 생각이 없습니다. 괜찮겠습니까?”
“괜찮아요. 아니, 좋아요!”
이후로는 화기애애한 대화가 이어졌다.
대화를 나눠보니 공화주의적 사상을 가지긴 했지만, 왕가를 다 죽여 없애야 한다는 등의 극단적인 생각을 품고 있는 것은 아니었고, 극소수의 지주가 절대다수를 착취하는 현 멕시코 제국의 사회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이었다. 이는 나도 동일한 생각을 가지고 있었으니, 오히려 좋다.
어머니가 이런 상황을 예측하고 고르신 걸까? 그럴 확률은 높지 않다. 그냥 유카탄반도에 거대한 영향력을 가진 부자 집안이라 골랐을 것이다.
‘그때 바로 적당히 골라달라고 했으면 이 집안이 아니었을 수도 있겠지. 내가 시간을 1년만 달라고 해서 이렇게 된 건가.’
그냥 운명이라고 생각해야겠다.
신도 만난 판에 운명은 못 믿을 게 뭔가.
***
나는 바로 어머니에게 결혼하겠다고 말씀드렸다. 황족의 결혼식은 준비 기간만 해도 몇 달이 걸리기에, 나는 그 시간에 모렐리아에서 댐 공사의 마무리 작업에 참여했다.
1832년 겨울.
멕시코 제국의 첫 현대식 댐이 완공되었다.
원 역사에도 있던 코인지오 댐(Cointzio Dam)이다. 저수량 7천만 세제곱미터의 중형 댐으로, 비교적 짧은 기간에 완성했다.
2년간 많은 일이 있었다.
원주민 반란도 있었고, 모렐리아에 대규모 다가구 주택 단지를 건설해 도시 이민도 받았다.
철도는 쭉쭉 뻗어나가며 멕시코시티와 베라크루즈 구간이 완공되었고, 내 지시로 유카탄반도와 중미 지역으로도 뻗어나가고 있었다.
내 사업들, 그리고 멕시코 제국의 여러 회사는 여전히 극심한 인력 부족에 시달리고 있지만, 제국의 행정 인력만큼은 충분히 수급되고 있다.
‘에스파냐 파산이 큰 도움이 되었지.’
안 그래도 휘청이던 에스파냐는 전쟁에서 패한 후 막대한 배상금을 물게 되었는데, 그 채권이 영국으로 넘어가는 바람에 강력한 추심 압박에 시달리다 못해 결국 파산을 선언했다.
‘그걸 받아주진 않았지만.’
한 국가의 개인이 파산을 신청하는 것은 법률의 보호를 받지만, 국가가 파산을 선언하는 것은 법률의 보호를 받지 못한다. 그냥 못 갚겠다고 말한다고 그걸 들어주는 착한 국가는 존재하지 않는다.
‘지독하게 뜯어먹기 시작했지.’
국제법이라는 것이 존재하는 현대에도 국력이 약한 국가의 파산 선언은 무시당하는 경우가 있다. 그 예로 아르헨티나가 있다.
아르헨티나는 정식으로 파산을 선언했지만, 미국의 펀드 회사인 엘리엇은 그 선언을 무시하고 무려 아르헨티나 해군 호위함 ARA 리베르타드를 가나에서 압류한 사건이 있었다.
이 세계의 영국도 비슷한 짓을 저질렀다. 에스파냐의 군함도 모자라서 무역선마저 다 뜯어가기 시작한 것이다. 이 사건으로 인해 안 그래도 어려웠던 에스파냐의 경제는 완전히 박살이 났다.
이 혼란과 고통을 명분 삼은 자유주의자들의 봉기로 내전까지 발생했다. 그 결과로 안 그래도 멕시코로 많이 들어오던 이민 행렬이 폭증하기 시작했다.
‘아일랜드와 독일인 등 다른 나라들을 전부 합친 것과 비슷할 정도로 에스파냐인들이 유입되고 있지. 본격적인 나비효과가 생기기 시작하고 있어.’
“수고했네, 안드레스 사장.···어쩐지 이 말을 계속 하게 되는 것 같군.”
“전하도 고생 많으셨습니다. 저도 이 말을 계속하게 되는군요. 그만큼 많은 것들을 만들어 냈다는 이야기겠죠.”
“그렇지.”
코인지오 댐 위에 서서 댐을 내려다봤다.
황가의 대농장이 위치한 모렐리아에 물을 공급해 줄 코인지오 댐. 저수지에 태양 빛이 반짝이며 아름다운 광경을 만들어냈다.
“이 정도 댐을 건설한 국가는 우리가 유일할 거야. 자부심을 가지게.”
“보기만 해도 뿌듯합니다, 전하.”
수위 조절을 위해 만들어놓은 구역을 통해 물이 댐을 넘어 흐를 때는 폭포처럼 장엄한 광경을 연출했다.
댐 근처를 거닐면, 물이 흐르는 소리와 새들의 지저귐이 조화를 이루어 마치 다른 세계에 들어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이 댐은 홍수 예방과 농업용수 공급뿐만 아니라 여러 가지 기능이 있었는데, 낚시터의 기능도 했다.
“온 김에 낚시 한번하고 가는 것 어떤가?”
“좋습니다.”
내일부터는 다시 바쁘게 움직여야 할 터.
결혼은 좋지만, 결혼식 자체는 상당히 고된 노동이 될 것이다. 그 이후에는 또 다른 국토 개발 계획들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전하, 이틀 후에 결혼식이라고 하시지 않으셨습니까?”
“···이렇게 느긋하게 지낼 수 있는 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네.”
갈 땐 가더라도 잠깐 정돈 괜찮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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