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46)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46화(46/180)
항구와 조선소 (2)
1832년 겨울.
세실리아와 약혼식을 한 지도 벌써 1년, 오랜 준비 끝에 결혼식이 시작되었다.
“축하한다.”
“축하해, 아들.”
아버지와 어머니가 축하해줬다.
진심으로 축하해주시는 표정. 특히 어머니는 이제야 한시름 놨다는 표정이다.
‘정말 기뻐하시는 것 같군.’
올해가 빙의한 지 딱 10년이다.
멕시코가 독립한 지도 10년이고, 15살이었던 내 나이는 벌써 25세가 되었다.
당시 39세, 36세였던 아버지와 어머니는 이제 49세, 46세가 되었고 얼굴도 많이 늙었다.
나는 괜히 마음이 뭉클해졌다.
“으음?”
“어머, 아들!”
결혼식 날이라 그런가, 왠지 감정적으로 되어 아버지와 어머니를 한 번씩 껴안았다.
의외로 두 분 다 싫어하지는 않는 표정이다.
두 사람이 내 진짜 부모님은 아니고, 내겐 빙의하면서 맺게 된 인연이지만 어쨌든 그동안 많은 도움을 받았다.
특히 아버지, 아구스틴 1세는 의외였다.
황제인 그가 어떤 사람이냐에 따라 내가 할 수 있는 것이 많이 달라졌을 텐데, 그는 내가 하고자 하는 것을 대부분 지지해줬다.
그와 틈틈이 대화하면서 느낀 바로는, 그는 본인이 쥘 ‘권력’ 그 자체보단 ‘가문’을 중요시하는 타입이다.
장남이자 후계자인 내가 하는 일마다 잘 되니, 굳이 가로막을 필요가 없는 것이다.
‘권력은 자식과도 못 나눈다고 생각하는 타입은 아니어서 다행이지. 그랬으면 아무것도 못 했을 수도 있으니.’
“크흠···. 형, 우리도 있는데.”
황태자의 결혼식이라는 중대사인 만큼, 그동안 바쁘게 돌아다니느라 대화도 한 번 못 해본 동생들도 전부 참석했다.
방금 말한 이는 남동생인 앙헬이다.
나와는 9살 차이, 그러니까 16세다.
원 역사에서는 미국 시민권자와 결혼해서 살게 되는 녀석이다.
‘크흠. 솔직히 좀 어색하군.’
8명이나 되는 안 친한 동생들 앞에서 뭐라고 해야 할지, 좀 난감하다. 남동생 넷, 여동생 넷이다.
“다들 와줘서 고마워.”
“당연하지!”
“오빠, 축하해!”
그래도 가족 분위기가 화목해서 그런지, 다들 밝은 표정으로 축하를 해준다.
‘녀석들.’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나를 보는 녀석들을 보니, 갑자기 속에서 이상한 말이 튀어나왔다.
“···용돈 줄까?”
“으응?”
“갑자기?”
다짜고짜 용돈을 줘버렸다.
***
본격적인 예식이 시작되었다.
장소는 멕시코시티의 차풀테펙 공원 언덕 꼭대기에 자리하고 있는 차풀테펙 성(Castillo de Chapultepec).
달리아(dahlia)와 금잔화 같은 멕시코 토종 꽃들로 채운 크고 화려한 꽃장식들로 가득한 결혼식장에서, 내 전, 현생을 통틀어 처음이자 마지막이 될 결혼식이 열렸다.
“하느님의 축복 아래, 이 거룩한 날에 우리는 두 영혼의 연합을 축하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오늘, 우리의 황태자와 그의 사랑하는 약혼녀가, 사랑과 충성의 서약을 통해 하나가 됩니다. 이들의 결합은 단순히 두 사람의 만남이 아니라, 우리 국가와 사람들의 희망과 미래를 상징합니다.”
멕시코 대주교인 프란시스코 파블로 바스케스(Francisco Pablo Vázquez)가 주례사를 하는 것 같은데 내겐 들리지 않았다.
오직 내 아내가 될 세실리아의 모습만 보였다. 숨 막히도록 아름다운 자태다.
“아름답군.”
“···고마워요, 당신도 멋있어요.”
세실리아가 18세일 때 만났고, 1년이 지났다. 지금이 19세 겨울인 셈.
“···하느님의 이름으로, 이 땅의 모든 사람 앞에서, 저는 이들의 결합을 축복하고, 우리나라의 번영과 행복을 기원합니다. 이들의 결혼이 영원한 사랑과 헌신의 상징이 되길 기도합니다.”
대주교의 주례사는 계속 이어졌지만, 나는 세실리아의 미모에 넋이 나가 있었다.
정신을 차려보니 끝나있었다.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군.’
***
결혼식에는 정말 많은 이들이 참석했다.
“전하, 결혼 축하드립니다.”
의례적인 축하를 건네며 얼굴도장을 찍는 국내 의원들과 영국, 프랑스 등 각국의 외교관들을 상대하는 것도 한세월이었다.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당연한 말을. 나야말로 참석해줘서 고맙네.”
내 회사를 경영하고 있는 경영자들도 초대했다.
“전하, 결혼이 좀 늦으셨습니다?”
“로렌조, 그게 무슨 말버릇이야.”
“크흠. 괜찮네. 에두아르도.”
사관학교 동기들도 초대했다.
로렌조와 에두아르도는 이미 몇 년 전에 각자 짝을 찾아서 결혼했다.
그 외에도 이젠 중령으로 진급한 마누엘 중령 등 여러 인연을 만났는데, 호의적인 인사들만 있는 것은 아니었다.
“전하, 처음 뵙겠습니다. 안토니오 로페스 데 산타 안나(Antonio López de Santa Anna) 소장이라고 합니다. 결혼 축하드립니다.”
“아버지께서 이야기해주신 분이군요. 참석해주셔서 감사합니다.”
국내 경계 대상 1호라고 할 수 있는 산타 안나 장군도 참석했다.
‘음, 이젠 너무 경계할 필요까진 없나.’
멕시코 제국이 안정기에 접어든 지도 8년쯤 되었다.
과도하게 큰 공적만 세우게 두지 않으면, 적당히 써먹을 수 있는 칼일 수도 있다.
산타 안나 장군과도 인사를 하고 나서야 잠시 숨 돌리자마자 또 한명의 남자가 다가왔다.
“처음 뵙겠습니다, 전하. 미국의 앤서니 버틀러(Anthony Butler)라고 합니다. 결혼식에 초대해주셔서 감사합니다, 황태자님. 이 기회를 통해 우리 두 나라 간의 우정과 협력이 더욱 강화되기를 바랍니다.”
‘말하는 게 딱 외교관이군.’
“감사합니다, 대사님. 양국이 서로 이해하고 협력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니까 헛짓거리하지 마라.’
“말씀에 전적으로 동의합니다, 황태자님. 실제로, 이러한 협력의 정신으로, 저는 텍사스 지역에 대한 논의를 제안하고 싶습니다. 우리는 이 지역이 양국에 중요한 의미를 가진다고 믿고 있으며, 양국의 이익을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하고자 합니다.”
‘이게 뭔 개소리하지?’
방금 헛짓거리하지 말라고 경고했는데, 뻔뻔한 얼굴로 헛소리하는 미국 대사.
“···텍사스 말입니까?”
이 세계에서도 원 역사와 마찬가지로, 1827년에 미국의 존 애덤스 대통령과 1829년의 앤드류 잭슨 대통령은 텍사스 구매를 제안했다.
달라진 점은 가격이었다. 원래 100만 달러를 제시했던 존 애덤스 대통령은 300만 달러를, 500만 달러를 제시했던 앤드류 잭슨 대통령은 750만 달러를 제시했었다.
‘팔겠냐고.’
그야말로 나라 팔아먹으라는 제안이나 다름없다.
“텍사스 전체를 1,000만 달러에 사고 싶습니다. 어떻습니까?”
“···그 이야기를 왜 제게 하시는 거죠?”
“멕시코 제국 외교부가 너무 강경하더군요. 하지만 제국은 황가의 것 아니겠습니까? 이 제안을 받아주신다면 황태자님께 따로 500만 달러를 드리겠습니다.”
원 역사에서도 이 시기에 정권을 잡은 산타 안나에게 뇌물을 주고 텍사스를 구매하려고 시도했던 미국다운 행동이었다.
나름 파격적인 제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정보력이 형편없는 건지, 그냥 성의가 없는 건지 내가 얼마나 부자인지 조사를 안 해본 것 같다.
‘미친 새끼들.’
“1억 달러를 따로 주면 생각해보죠.”
“1억 달러 말입니까?”
“거절한다는 소리입니다. 다신 그딴 제안 하지 마십시오.”
“···유감입니다.”
남의 결혼식장에 찾아와서 노골적인 영토 욕심을 보이는 미국 놈들의 혐성을 보아하니, 다시 한번 결심하게 된다.
‘미국을 죽이자, 미국은 나의 원수.’
미국과의 충돌은 절대 피할 수 없는 운명이다.
***
1833년 3월.
결혼식이 끝나고, 정말 오랜만에 쉬었다.
꿈 같은 시간은 어찌나 빨리 지나가는지, 전생에서 군대 휴가 나갔던 추억이 떠오를 정도였다.
나는 완성된 댐과 관개시설을 보여주기 위해 아버지와 재무대신, 그리고 황제파 의원들을 모렐리아로 데려왔다.
“뭔가 했더니···. 정말 대단한 광경이구나.”
“예, 아버지. 홍수 예방과 농업용수 공급에 탁월한 기능을 할 것입니다.”
코인지오 댐의 윗부분을 거닐며 말했다. 댐에는 홍수 예방과 농업용수 공급 말고도 식수 공급, 수질 개선, 여가 활동, 생태계 보호와 복원 등의 여러 가지 기능이 있지만, 이 시대에 어필하기에는 애매한 기능들이다.
“이제 관개시설을 보러 가시죠. 펌프가 여기 댐에 설치되어 있습니다.”
아직 본격적인 파종 시기는 아니었지만, 시범을 보일 수는 있었다.
미리 준비된 증기 직동 펌프를 작동시켰다.
쉬이익!
마치 거인이 숨을 쉬는 듯한 소리가 증기펌프 가동과 함께 시작되었다.
증기펌프에서부터 연결된 거대한 파이프라인 안으로 물이 빨려 들어가는 소리가 뚜렷하게 들려왔다.
물은 곧 파이프라인을 타고 멀리 뻗은 황가 소유의 농장을 채우기 시작했다.
“저쪽을 보시면 됩니다.”
이 주변의 농장은 전부 황가의 것이라, 저 멀리서도 충분히 보였다.
“오오! 정말 물이 저 멀리까지 쏟아지는군.”
“정말 심한 가뭄이 아니면 물 공급을 쉽게 할 수 있겠습니다.”
재무대신과 의원들도 감탄했다.
현대적인 관개 시설이 없을 때는 농장에 물을 대는 것을 비에 의존할 수밖에 없었다.
수로나 물레방아 장치 같은 것을 사용하는 곳도 있었지만, 현대적인 방법이 개발되기 전까지는 환경적 요인을 많이 탔기에 보편적인 방식은 아니었다.
이 관개시설은 이런 문제점들을 완전히 해결해 줄 수 있었다.
“농장에 물을 안정적으로 공급할 수 있게 되어 농업 생산성을 크게 향상할 수 있을 것입니다. 원래 재배하기 힘들었던 다양한 작물들도 재배하는 데 도움이 될 것이고요.”
나는 관개시설의 효과를 재무대신과 의원들에게 설명했다.
재무대신은 국영 농장에 발주를 내 줄 사람이고 의원들은 본인들의 대농장에 발주를 내줘야 한다.
“전하, 생산량이 얼마나 증가하는지 보고 결정을 내려도 되겠습니까?”
‘으음, 역시 결과를 보고 결정하겠다는 건가. 상관없지. 결과는 좋아질 테니.’
서둘러서 될 일이 아니다. 어차피 일거리는 지금도 과부하 수준으로 많으니 급하게 발주받을 필요는 없다.
우리는 기차를 타고 멕시코시티로 돌아왔다. 이제 좀 쉬려는 찰나, 아버지가 부른다.
“아버지, 부르셨습니까?”
“보아하니 댐과 관개시설을 빨리 도입하고 싶은 모양인데 그렇게 해줄 테니, 네가 해줘야 할 것이 있다.”
이제는 단도직입적으로 용건을 꺼내는 아버지.
“어떤 일입니까?”
“크흠. 네가 에스파냐에서 조선 기술자들을 데려오지 않았느냐.”
그게 벌써 4년이 조금 넘은 일이다.
“예, 아버지.”
“제대로 된 조선소가 없으면 군선은 만들 수가 없다고 하니, 예산을 들여서 조선소부터 짓고 있는데, 영 진도가 안 나간다고 하지 않느냐. 네가 건설에 능력이 있는 듯하니 도움을 줬으면 좋겠구나.”
조선 쪽은 기술자 구해다 줬고 돈도 있으니 잘 되겠지, 하는 마음으로 신경 쓰지 않고 있었는데.
‘하아. 그냥 좀 알아서 잘 되고 있으면 안 되는 거냐.’
멕시코 제국은 조선업에 대한 노하우가 아예 없다.
에스파냐도 바보들은 아니었기에 식민지들이 해군 전력을 갖도록 내버려 두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독립한다고 갑자기 없던 노하우가 생길 일은 없으니 에스파냐에서 조선 기술자를 데려온 건데, 조선소 건설 정도는 알아서 할 줄 알았던 게 내 욕심이었나 보다.
이놈의 멕시코 제국은 하나부터 끝까지 직접 손을 대야 한다. 코만치 부족도 손을 봐야 하고 마야 쪽도 손을 봐야 하는데.
‘할 수밖에 없겠지.’
해군력 증강도 그만큼 중요한 일이니.
“알겠습니다, 아버지.”
알아서 잘 되고 있을 거라고 생각했던 것을 직접 하게 되어 좀 슬프지만, 해군력 증강을 위한 기초를 다질 때가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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