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47)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47화(47/180)
항구와 조선소 (3)
‘필요한 일이니, 할 땐 하더라도 거래를 하는 게 좋겠지.’
아직 멕시코 제국이 가야 할 길은 턱없이 멀다. 그중 정부의 힘이 필요한 부분도 많은데, 여태까지는 불편했지만 참아왔다.
“아버지, 대신 도량형 문제를 개선하는 데 도움을 주셨으면 합니다. 이 문제가 해결되면 조선소 건설에도 큰 도움이 될 겁니다.”
“도량형? 야드-파운드법을 말하는 거냐?”
저 더러운 야드-파운드법(Imperial system)은 아직 우리 멕시코 제국에서 사용되고 있는 도량형 체계다.
야드-파운드법은 수많은 문제점을 가지고 있었는데, 대표적으론 10진법이 아니라는 점. 심지어 단위별로 12진법, 16진법, 4진법 등 제각각이라 아주 혐오스럽다.
다른 단점으로는 남성의 엄지손가락 폭에서 유래된 인치와 발 크기에서 유래된 피트 등 특히 이 시기엔 명확하게 정해진 기준이 없어서 정밀성이 떨어진다.
“예, 프랑스에서 발명된 미터법(metric system)을 도입하려고 합니다.”
나는 한참 동안 아버지에게 미터법의 장점을 설명했다. 야드-파운드법 단점의 반대가 곧 미터법의 장점이다. 즉, 명확한 기준이 존재하여 대상이 되는 사물의 특성과 무관하게 적용된다는 점. 그리고 길이, 넓이, 부피, 질량 등 모든 단위의 계산이 10진법으로 이루어져 상호 호환성이 좋고 계산이 편하다는 점이다.
“흐음···. 네 말만 들어서는 확실히 장점이 있는 단위계인 것 같긴 하다만, 그 정도 사안은 내가 행정 명령을 내려서 해결하기 힘들 것 같구나.”
‘행정 명령으로 쉽게 넘어갈 수 있는 부분이 아니긴 하지.’
미터법 도입에 관한 법률이 필요하긴 하다. 황제가 일방적으로 도량형을 바꾼다고 선언하면 엄청난 반발이 뒤따를 것이다.
도량형은 경제 활동, 행정, 조세 등 국가의 여러 부분에 엄청난 영향을 끼친다. 고대부터 전국의 도량형 통일에 성공한 것을 엄청난 업적으로 취급하기도 했고.
‘여태까지 미뤄 온 이유기도 하고.’
주식시장에 대한 법률처럼 공화파에서 반대하지 않을만한 법률이 아니다. 이게 성공적으로 도입되면 큰 업적이 추가되는 셈이니 적극적으로 반대하겠지.
이전처럼 보수파와 공화파가 반반씩 나눠 먹은 상황에선 이 법률을 도입하려면 공화파에 엄청난 양보를 해야 했을 것이다.
‘이제는 상황이 좀 달라졌지.’
예전과 다르게 현 의회는 황제파, 지주파, 공화파가 의회 의석을 대략 1/3씩 나눠 가지고 있는 상황이다.
지주파와 공화파는 더 이상 황가의 힘이 세지는 것을 원하지 않으니, 황가의 업적이 추가될만한 건수라면 일단 반대하겠지만 거래를 할 만한 상대가 생겼다는 점이 다르다.
내가 굳이 거래를 하지 않고 놔둬도 시간이 흐르면 미터법이 전 세계를 장악하고 야드-파운드법의 야만성도 알려져서 멕시코도 자연스럽게 미터법을 도입하게 되겠지만, 아직 미터법이 잘 알려지지 않은 시기다.
“아버지, 황제파 쪽만 움직여주세요. 나머지는 제가 해결하겠습니다.”
“방법이 있는 모양이구나. 그렇다면 좋다. 더 우월한 도량형을 도입하는 것도 국가에 큰 도움이 되겠지.”
“감사합니다, 아버지.”
나는 그 길로 페드로 곤잘레스 의원을 찾아 나섰다. 공화파 지도층의 대거 이탈로 갑자기 공화파의 수장이 된 인물이다.
‘진짜배기 공화주의자지만 말이 안 통하는 인물은 아니다. 오히려 라파엘 의장, 그 멍청한 자식보단 훨씬 낫지.’
“···그러니까, 미터법인가 뭔가 하는 도량형 체계를 도입하는 것을 지지해주면 우리 쪽의 대학 관련 법 개정을 지지해주신다는 이야기군요.”
“그렇지. 어느 전공을 선택하건 교회와 관련된 수업이 절반 이상 들어가는 걸 대학이라고 부르기도 좀 이상하지 않나? 그리고 우리 멕시코 제국의 광대한 크기에 비해 대학 자체의 수와 규모도 턱없이 적다고 생각하지 않나?”
“음, 그건 맞습니다.”
페드로 의원은 잠시 고민했다.
“미터법이라는 것이 혼란을 감수하고 도입해야 할 정도로 정말 그렇게 대단한 체계입니까? 야드-파운드법도 나쁘진 않은 것 같은데요.”
‘대학 교육의 세속화는 공화파라면 무조건 환영일 텐데, 그래도 덥석 물지 않고 신중하게 따져보는군.’
파티장에서 처음 대화했을 때도 느꼈지만, 쓸만한 인재인 것 같다.
나는 아구스틴 1세에게 했던 것처럼 야드-파운드법의 야만성, 그에 비해 우월한 미터법의 장점을 수십 분에 걸쳐 구구절절하게 설득했다.
“···좋습니다.”
나는 페드로 의원과 악수했다.
이게 예전 공화파와 다른 점이다.
단순히 이권이 아닌, 공화주의에 도움이 되는 정책으로 거래를 할 수 있다는 것.
‘거기다 대학 교육 개혁은 내가 원하는 것이기도 하지.’
사실상 내가 원하는 법률 2개를 통과시킨 셈이다.
이것뿐이 아니다. 내가 앞으로 추진하고자 하는 법률 중 공화파가 좋아할 만 것들이 한두 개가 아니다. 꾸준히 거래할 수 있을 것이라는 뜻이다.
페르도 의원과 헤어진 뒤, 나는 즉시 프랑스로 사람을 보냈다.
미터법 원기를 구매하기 위해서였다. 이 시기의 표준 미터는 프랑스에서 1799년에 만들어진 백금 막대였으며, 킬로그램은 백금 원통이었다.
이것들의 사본을 팔아달라고 할 예정이다. 원래도 프랑스는 미터법을 타국에 도입시키고 싶어 하는 데다, 충분한 대가도 지급할 것이니 거절할 이유는 없겠지.
가장 빠른 배를 타고 다녀오라고 했으니, 조선소 시공 전 돌아올 수 있을 거다.
다시 한번 국토개발의 치열한 현장으로 나갈 시간이다.
***
베라크루즈 항구.
멕시코 제1의 항구이자 2번째 철도 구간이 깔린 도시이기도 하면서, 원 역사에선 이쯤에 대통령이 되었던 산타 안나 장군이 있는 도시이기도 하다.
“전하, 두 번째 뵙는군요. 당분간은 베라크루즈에 계신다고 들었는데, 자주 뵈었으면 좋겠습니다.”
아니나 다를까, 내가 도착하자마자 찾아온 산타 안나.
“반갑습니다. 여기 베라크루즈는 장군께서 잘 아실 테니, 많이 도와주십시오.”
“하하하, 명령만 내려주십시오, 전하.”
호감작을 시도하길래 적당히 상대해줬다. 중요한 건 조선소다. 나는 짐만 풀고 바로 조선소를 시찰하러 나갔다.
“지금 이게 지난 4년간 만든 결과물이란 말인가?”
4년이라는 시간이 어떤 시간인가.
내가 400km가 넘는 철도를 부설하고 중형 댐을 건설한 시간이 아닌가. 그런 귀중한 시간 동안 겨우 이걸 만들었다고?
“···죄송합니다.”
하아-
지나간 시간을 되돌릴 수도 없으니, 화를 내봐야 소용없겠지.
“그래 뭐, 원래 제대로 된 조선소도 없었고 조선 기술자라고 해도 조선소 건설에 대해 알 리도 없었으니. 미안하지만 여긴 싹 밀어버리고 다시 만들 것이네.”
“그···그런!”
“자네는 지금 이게 조선소로 보이나? 우리 거대한 멕시코 제국의 조선소가 이게 맞느냔 말이야.”
“···죄송합니다.”
조선소는 처참했다.
겨우 2개의 배를 만들게 되어 있는 목제 조립장과 목제 크레인. 여기저기 흩뿌려진 나뭇조각들과 부품들로 무질서의 극치를 달리고 있었다.
‘아마추어가 자기 집 창고를 개조한 것같이 만들어놨군.’
조선 기술자는 조선소를 이용해서 배를 건조하는 기술자지 조선소를 짓는 기술자가 아니다. 거기다 멕시코 제국 해군의 사람들도 조선에 대해선 완전히 문외한이었다. 한마디로 기초도 전혀 없고 뭘 어떻게 해야 할지 아는 사람이 아예 없었다는 소리다.
‘진작 못 하겠다고 사람 찾아달라고 부르지. ···지금이라도 불러서 다행이라고 생각해야 하나.’
“전하, 상황이 심각한 것 같습니다.”
디에고가 말했다.
디에고는 얼마 전에 캘리포니아에서의 일을 마치고 내 보좌관으로 복귀했다.
“그래. 싹 밀어버리고 설계부터 다시 해야겠어. 일단 이 주변도 좀 둘러보자고.”
“예, 전하.”
어차피 못 쓸 곳이라면, 조선소가 꼭 저기일 필요는 없겠지.
나는 베라크루즈를 전체적으로 둘러봤다.
“···이거, 조선소만 문제가 아니었군. 그냥 이 항구 전체가 문제야.”
“제가 보기에도 그래 보입니다, 전하.”
영국에 다녀왔을 때도 베라크루즈의 항구가 생각보다 작다고는 생각했지만, 이런 심각한 상황에 부닥쳐있는 줄은 몰랐다.
‘에스파냐로부터 가져온 군함은 왜 여기 있는 거야?’
안 그래도 명색이 제1의 항구 치곤 우리 멕시코 제국의 체급에 걸맞지 않은 작은 크기인데, 군항의 역할까지 하고 있었다.
덕분에 항구는 지난 몇 년간 폭증한 이민과 무역을 감당하지 못하고 심각한 과부하 현상에 시달리고 있었다.
나는 숙소로 돌아왔다.
“이 도시 자체를 재설계해야겠군.”
“이번에도 대규모 프로젝트가 되겠군요.”
디에고가 말했다.
“그래. 문제는 메인 설계는 내가 맡을 테니 건축가들이야 오르테가 건설에서 몇 명만 데려오면 되지만, 건설 노동자를 어디서 끌어와야 할지가 문제로군.”
“음···. 원래도 인력이 부족했던 상황인지라, 높은 임금을 주고 인력을 모으는 수밖에 없을 것 같습니다.”
나는 고민했다.
산업화가 시작된 이상 임금 상승은 필연적인 일이지만, 너무 가파르게 오르는 것은 사회의 안정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릴 수 있다. 하지만 항구와 조선소도 너무나 중요하다.
이걸 어떻게 해야 할까.
“그 문제는 제가 도와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세실리아! 여기까지 어쩐 일이야?”
“아내가 남편 있는 곳으로 온 게 그렇게 놀랄 일이에요?”
주위를 둘러봤다. 모렐리아 때처럼 천막에서 지내는 것은 아니지만, 황태자라는 이름에 걸맞은 화려한 방은 아니다.
“여기서 지내기 불편할 텐데.”
나는 걱정스러운 마음에 물었다.
“아니에요, 우리 둘이 더 가깝게 지낼 수 있어서 좋은데요?”
그렇게 말하며 웃는 세실리아의 미모에 칙칙했던 공간마저 환해지는 기분이다.
“황가에서 여기까지 오는 것을 허락해준거야?”
내가 황가라고 말한 것은 어머니를 말한다. 어머니가 황태자비가 베라크루즈까지 오는 것을 허락하다니?
“그게···.”
세실리아는 민망하다는 듯 말했다. 그녀는 길게 돌려서 말했지만, 요약하자면 내가 하도 전국 방방곡곡을 돌아다니느라 후계자 문제에 차질이 생길까 걱정해서 보내줬다는 것이다.
‘어머니도 참.’
“크흠···. 도와줄 수 있다는 건 무슨 소리야?”
“저도 나름 아버지와 거래를 했죠. 아버지 바람대로 황가와 결혼까지 했으니, 이제 별로 필요하지도 않은 농장 인력들을 임금 후려쳐서 잡아두는 짓은 그만하라고.”
기계식 수확기 도입으로 인한 부작용에 대한 이야기다.
유카탄반도의 많은 농민들이 도시까지 오는 것이 불가능에 가까워 울며 겨자 먹기 식으로 농장에서 제대로 된 대우를 받지 못하며 일하고 있는 상황이다.
“여기까지 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배로 태워주겠다고 했어요.”
유카탄반도에서 배를 태워서 베라크루즈로 보내면 철도를 타고 멕시코시티로 갈 수 있을 터.
“으음···. 도움은 되겠지만 너희 집안 농장에서만 놔준다는 거 아니야? 그걸로는 살짝 부족할 것 같은데.”
“3,200명 정도 될 것 같은데, 그걸로 부족한가요?”
“3,200명! 그렇게 많다고? 대체 너희 집안의 농장은 얼마나 큰 거야.”
“90,000에이커 정도 되는 것으로 알고 있어요.”
9만에이커라니.
반도인 재산 몰수 당시 그 목록 중 최고 부자였던 돈 세바스티앙의 농장이 5만 헥타르, 즉 123,000에이커였다.
이 당시 아시엔다들의 토지 크기가 1만에서 10만 에이커 정도 되는 것으로 봤을 때, 확실히 멕시코 제국 내에서 손꼽히는 부자 집안인 것이다.
“대단하군. 3,200명이면 일단 시작은 할 수 있겠어. 전원 우리 오르테가 건설에서 고용하도록 하지. 고마워.”
“저도 고마워요.”
필요 없는 인력이라고 하더라도 밥만 먹여주는 수준으로 싸게 부릴 수 있는 인력을 놔주는 것은 쉬운 선택이 아니었을 것이다.
세실리아가 큰일을 해낸 것이다.
‘유카탄반도의 다른 농장들도 이런 식이면 참 좋을 텐데.’
내가 유카탄반도에서 농민들을 다 빼내기 시작하면 상대적으로 남은 농민들의 가치도 올라갈 것이다.
지금은 기계식 수확기를 도입하며 생긴 잉여 인력이 있으니, 농장에 남긴 인원들도 임금을 후려칠 수 있는 상황이기 때문이다.
노동력 수요에 비해 공급이 엄청나게 많은 상태인데, 내가 그 초과 공급된 인력을 빼내면 다시 그 균형이 맞춰질 것이다.
그렇게 되면 원 역사에서 일어났던 카스트 전쟁도 안 일어날 것이다.
‘잠깐만, 다른 농장들도 적당히 이득을 주면 되지 않을까?’
어차피 기계식 수확기를 도입했다면 크게 필요 없는 인력이다. 물론 없는 것 보단 낫겠지만 현금보다 좋겠는가?
그들은 노예가 아니니 사고팔 수 있는 존재는 아니다. 하지만 현대에도 고용 알선업이라는 게 있지 않은가.
일자리 소개비 개념으로 현금을 조금 주고 농민들을 보내라고 한다면?
농민들 입장에선 하루 한두 끼 먹고 일을 하는 것보다 우리 회사에 고용되는 게 훨씬 좋을 것이다.
점점 아이디어가 구체화하기 시작했다.
‘유카탄반도에만 한정할 필요도 없지.’
멕시코 남부 전역에 적용할 수 있는 방법이다.
“디에고, 편지지 좀 가져와 주게.”
대규모 인력을 구하면서도 유카탄반도에서 일어날 수 있었던 반란까지 예방할 수 있는 방법이 생겼다.
디에고가 편지지를 가져왔다.
나는 황급히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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