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5)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5화(5/180)
몰수 (4)
“이런 말도 안 되는···.”
공화파 의원들은 침통한 표정이었다.
2시간 동안 수십 명의 의원들이 황태자의 제안을 공격했지만, 15세밖에 안 된 황태자가 모조리 반박해 버린 것이다.
‘생각보다 약하군. 아구스틴 1세와 토론을 주고받았을 때는 4시간 정도 걸렸는데.’
술 먹고 일어난 일이긴 하나, 신적 존재마저 혹하게 만든 내가 아닌가. 말빨 하나만큼은 자신이 있었다.
‘애초에 반대를 위한 반대라 명분이 약한 것도 있고.’
기습이나 다름 없는 상황이라 내가 훨씬 유리했다.
회의가 소강상태에 이르자 아구스틴 1세가 말했다.
“더 이상 할 말도 없는 것 같은데, 검토는 이만하면 충분하겠지.”
상황을 관망하던 보수파 의원들이 냉큼 동의했다.
“예, 맞습니다. 더 시간 끌지 말고 이제 투표를 진행하시죠.”
“맞습니다. 명분 없는 방해는 인제 그만 하세요!”
‘쯧. 여태까지 조용하다가 이제 와서 충성스러운 척하기는.’
아구스틴 1세는 보수파 의원들도 마음에 들진 않았지만, 그들의 지원을 받아들여 의회의 수장인 라파엘 의장을 강하게 압박했다.
“라파엘 만히노 의장. 당장 표결을 실시하게. 더 이상 쓸데없는 트집을 잡으며 국민들의 갈망을 무시한다면 자네의 의도를 의심할 수밖에 없겠군. 의원이라는 자가 자신의 정치적 욕심을 위해 의도적으로 국정을 방해하고 있다고 말이야.”
아구스틴 1세는 라파엘 의장을 강렬하게 노려봤고, 라파엘 의장은 떨리는 목소리로 말했다.
“······표결하겠습니다.”
***
표결은 통과되었다.
황제와 시민들에게 사방이 막힌 상황, 공화파 의원들로서는 선택지가 없었다.
표결이 통과 되자마자 의회를 빠져나온 나와 아구스틴 1세는 수하들이 조사해 놓은 재산 목록을 확인했다.
“전부 합쳐서 멕시코 전체 토지의 20%라고? 이게 사실인가?”
페르난도 소장이 대답했다.
“예 폐하. 북부의 미개척 영토나, 황무지 같은 땅을 제외한 수치입니다. 심지어 이것도 많이 줄어든 것으로 보입니다. 원래는 반도인들이 멕시코 토지의 40% 정도를 소유하고 있었던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러다가 독립 전쟁이 시작되자, 독립 후 어떻게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에 재산을 많이 팔아치워서 20%까지 줄어든 상황입니다.”
“흠, 그렇군. 나도 헐값에 나온 농장을 몇 개 샀었지.”
‘많을 거라고 예상은 했지만 대단하군. 인구수로 따지면 1~2%밖에 안 되는 반도인들이 멕시코 토지의 40%를 가지고 있었다니.’
“푸에블라 지역의 농장도 꽤 많이 남아있네요.”
목록을 살피던 내 질문에 페르난도 소장이 대답했다.
“예. 푸에블라 지역의 대지주였던 반도인들은 농장을 헐값에 넘기기 싫어 버티다가 결국 추방된 자들이 많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아버지는 비웃으며 말했다.
“멕시코에서 제일 좋은 땅들이니 헐값에 넘기긴 아까웠겠지. 그렇다면 푸에블라 지역이 가장 중요하겠군.”
“아버지. 제가 푸에블라 지역에 가겠습니다.”
“네가?”
“푸에블라 지역의 부유함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고, 그 지역에 대지주 중 추방된 이들이 많다는 것도 아는 이들이 꽤 있을 것입니다. 그 지역의 유력자들과 군 지휘관 등 욕심내는 자들이 많을 텐데, 이를 막기 위해선 그들을 압도할 권위가 필요합니다.”
“안된다, 너무 위험해. 페르난도를 보내면 충분해.”
“지역 지휘관 중에는 소장보다 높은 계급의 장교들도 많지 않습니까? 군대를 데려갈 테니 그리 위험하진 않을 겁니다.”
“···”
내 말에 고민하는 아구스틴 1세에게 다시 한번 말했다.
“푸에블라 지역은 제일 부유한 지역인 만큼, 창고도 크고 남겨진 물품도 많을 겁니다. 이 지역의 현물들을 회수하지 못하면 타격이 큽니다. 지금 멕시코의 지방에는 중앙의 통제를 따르지 않고 제멋대로 행동하는 자들도 많은 것, 아버지가 제일 잘 아시지 않습니까. 제가 가야 합니다.”
“···좋다. 대신 혹시라도 무력 충돌 상황이 발생하면 즉시 지휘관의 명에 따라 대피해라.”
“예.”
아구스틴 1세는 자신에게 충성하는 군대의 지휘관들을 소집하여 멕시코 전역의 몰수한 재산을 회수하라고 명령했다.
***
‘죽겠군.’
지도상으로 보면 가까워 보이는 푸에블라 지역이지만, 100km가 넘는 거리다.
한시가 급한 작전이라 잠깐 자고 아침 6시부터 출발하려니 죽을 맛이다. 권위를 보인답시고 불편한 옷을 입고 말을 타서 더 그렇다.
가장 먼저 갈 곳은 돈 세바스티안이라는 자의 농장이다.
당당하게 재산 목록의 최상단 위치한 이 자는 푸에블라에 무려 5만 헥타르(약 123,000에이커)의 농장을 가지고 있었다.
그의 광대한 농장은 주로 밀, 옥수수, 사탕수수를 생산했으며 포도밭도 소유하고 있었는데, 규모는 작지만, 훌륭한 품질의 와인도 생산하고 있었다.
거기에 그의 소유지에는 은광까지 있었다.
‘5만 헥타르라니. 이런 부자도 정치적 격변 앞에서는 뭣도 못 해보고 허무하게 쫓겨나는군.’
페르난도 소장과 함께 500명의 군대를 이끌고 농장에 도착했다. 500명이 적어 보일 순 있지만, 이 당시 멕시코 중앙군이 2만 명도 안 된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적은 수는 아니다. 거대한 멕시코 전역으로 병사를 보내야 하기 때문이었다.
나와 지휘관들은 말을 타고 있었지만 병사들은 걸어야 하는지라 3일간의 행군 끝에 도착했다.
“전하, 저택과 창고 중 어디부터 가시겠습니까?”
워낙 넓은 농장이라 집과 창고 사이도 몇 시간을 걸어야 했다.
“창고부터 가죠. 거기에 수레도 더 있을 테니.”
2시간을 더 이동해서 도착한 창고 지역.
아까부터 저 멀리 보이던 낯선 자들의 정체에 대한 불길한 예감이 맞아떨어졌다.
“···군대가 맞군요.”
소장의 말대로 저 멀리서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는 것이 보였다.
“제길. 빨리 움직이죠.”
“지금부터 급속 행군한다!”
‘어떤 도둑놈 새끼야? 제일 맛있는 노른자위를 날로 먹으려고 하다니, 배짱이 두둑하군.’
거리가 가까워지자, 저쪽에서도 우리 쪽의 접근을 인지했는지 전열을 갖췄다. 양 군이 대치하는 가운데, 상대의 지휘관이 먼저 소리쳤다.
“군대를 끌고 온 귀관은 누구요?”
‘중장인가. 귀찮게 생겼네.’
“전 황제 폐하의 명령을 받아 반도인 돈 세바스티안의 재산을 몰수하러 온 페르난도 멘도사 소장입니다.”
“난 푸에블라 방어 사령관인 하비에르 파레데스 중장이요. 이곳의 재산은 내가 회수하여 멕시코 시티로 보낼 테니 다른 농장으로 가시오.”
‘혼자 다 처먹으려고 개수작을 부리는군.’
페르난도 소장은 완강하게 대답했다.
“그럴 순 없습니다. 이 농장의 재산을 몰수하라는 황제 폐하의 명령서대로 작전을 수행해야 합니다.”
“그 명령을 내가 수행한다니까? 당장 명령서를 내놓고 다른 곳으로 이동하게, 소장.”
“거절하겠습니다.”
“거절이라? 이건 명령일세. 지금 상관의 명령에 불복종하겠다는 건가?”
‘이쯤에서 내가 나서야겠군.’
나는 앞으로 나서며 말했다.
“지금 당장 무장을 해제하고 페르난도 소장의 통제에 따르게.”
하비에르 중장은 눈살을 찌푸리며 말했다.
“자네는 누구인가?”
“나는 황제 폐하의 장남이자 그의 대리인, 아구스틴 헤로니모 이투르비데다.”
나는 뒤의 병사들이 듣고 동요하도록 소리쳤다.
순식간에 얼굴색이 바뀐 하비에르 중장은 이를 악물며 말했다.
“아무리 황태자 전하라도 군대의 지휘권에 간섭하실 순 없습니다!”
“이건 지휘권 문제가 아닐세, 중장. 자네는 정식 명령도 받지 않은 상태에서 독단적으로 군대를 이끌고 이 농장의 재산을 강탈하고 있었지. 이는 명백한 범죄 행위네. 당장 무장을 해제하게!”
“···건방진 애송이가.”
하비에르 중장은 그 말을 끝으로 나를 노려봤다.
양쪽의 병사들은 일촉즉발의 상황에 긴장감이 고조되었다.
“사격 준비.”
페르난도 소장은 덤덤하게 병사들에게 사격 준비 자세를 명령했다.
척!
상대측의 병력은 우리보다 많은, 약 800명 정도. 하지만 무장은 이쪽이 압도적으로 좋았다.
‘징집병인가. 불법 징집일게 뻔하군. 절반 정도는 총도 없어. 훈련 상태까지 고려하면 우리가 유리하다.’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 하비에르 중장이 기습적으로 외쳤다.
“쏴라!”
“이런 씹!”
하비에르 중장은 그리 이성적인 인간이 아니었다.
이 상황에서 싸우는 말도 안 되는 판단을 할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지만, 플린트락 계열 머스킷 특유의 딜레이 덕에 어처구니없이 죽진 않았다. 나는 황급히 말에서 내려 수레 뒤로 엄폐했다.
‘빙의한 지 일주일도 안 돼서 골로 갈뻔했군.’
탕!
“발사하라!! 전하! 후방으로 피하십시오! 마누엘 중위! 전하를 후방으로 피신시키게!”
우리 쪽도 발포를 시작했고 페르난도 소장은 나를 후방으로 이동시켰다.
“실례하겠습니다, 전하!”
중위라고 불린 자가 내 팔을 잡아끄는 것이 느껴졌다.
타타타타탕!!
전열보병들의 총알이 빗발치고, 창을 든 상대 쪽 징집병들이 달려드는 가운데, 나는 후방으로 이동했다.
타타타타탕!!
‘수가 많으니 이길 수도 있다고 생각하겠지만, 뒷감당은 어떻게 하려고 하는 건지 모르겠군. 생각이라는 게 없는 건가?’
얼핏 보니 상황이 나쁜 것 같진 않지만, 압도적으로 이기는 것도 아니었다.
우리 쪽이 무장이 좋다고는 하나, 연발 소총이나 기관총이 있는 시대도 아니라서, 순식간에 쓸어버릴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타타타타탕!!
‘이러다간 양쪽 다 엄청난 피해를 본다. 어쩌지?’
전투에 참여하지 않기로 약속했지만, 뭐라도 해야 했다. 이대로 가다간 재앙적인 사상자가 나올 것 같았다.
‘맞아, 대포. 대포를 가져왔잖아.’
아구스틴 1세가 무슨 일이 생길지 모른다며 챙기라고 한 대포 2문.
그게 최후방에 있었다. 나는 황급히 대포를 찾았다. 바퀴가 달린 청동 대포. 화약과 포탄은 바로 앞 수레에 실려있었다.
‘근데 이걸 어쩌지?’
어떻게 발사할지를 고민하던 찰나 누군가가 접근했다.
“대포를 찾고 있었는데, 전하께서 먼저 찾으셨군요.”
“대포의 존재를 생각해 낸 게 저 혼자만은 아니라서 다행이군요. 조금만 더 늦었으면 실망할 뻔했습니다. 이거 쏘는 법은 알고 있습니까?”
“예.”
대포를 찾으러 온 사람은 나를 후방으로 안내하고 사라졌던 마누엘 중위였다. 그는 데려온 병사들과 함께 대포를 이동시켜 준비하기 시작했고 나도 거들었다.
이 몸은 잘 먹고 자라서 그런지, 힘 하나는 쓸만했다. 대포를 쏠 수 있을 만한 각도를 확보하기 위해 고지대로 옮기자, 상황이 보였다. 이미 양쪽 다 수십 명씩은 죽은 상황.
마누엘 중위는 서둘러 발포 준비를 시작했다.
“장전하라!”
“장전!”
“잠깐! 마누엘 중위. 이 대포의 사거리는 어느 정도죠? 후방에 있는 적 지휘관까지 닿을 수 있습니까?”
적 지휘관들은 병사들 뒤에서 엄폐도 안 한 채로 당당하게 서서 지휘하고 있었다.
“예. 전투가 비교적 근거리에서 시작돼서 사거리는 충분하고도 남습니다.”
“그럼, 병사들 말고 지휘관 쪽으로 조준하시죠.”
“······빗나갈 수도 있습니다.”
“중위 말대로 거리가 상당히 가깝지 않습니까? 명중률이 많이 떨어질 것 같진 않으니, 신중하게 쏴보죠. 한 발만 쏴보고 빗나가면 바로 병사 쪽으로 쏘면 큰 손해는 없을겁니다.”
“예, 알겠습니다. 전하.”
신중하게 한 발만 쏴보자는 내 말에 중위는 병사를 비키게 하고, 식은땀까지 흘려가며 직접 대포를 조준했다.
“준비!”
준비를 마친 마누엘 중위는 발포 준비를 지시했다.
“준비!”
“발사!”
“발사!”
펑!!
굉음과 함께 발사된 포탄은 적 지휘부 쪽으로 날아갔다.
정신없이 전투를 지휘하느라 대포의 존재를 이제야 알아챈 것인지 적 지휘부가 깜짝 놀라는 게 눈에 훤히 보였다.
‘오, 각도 좋고.’
“오?”
“어어어!! 중장님!!”
“이런 제기랄!”
쾅!!
***
최고 지휘관이던 하비에르 중장이 가슴에 포탄을 맞고 고깃덩이로 변신하는 장면을 본 장교들은 즉시 항복했다.
단 2문이지만 대포의 존재 여부는 얼추 비등하던 전투의 향방을 완전히 바꾸기 충분했고, 승산 없는 싸움에서 개죽음당하긴 싫었다.
적 장교들은 체포되었고, 병사들은 치료 후 재산 몰수 작업에 동원되었다.
우리 쪽 병사들은 30명이 죽고 70명이 다쳤고, 저쪽 병사들은 90명이 죽고 140명이 다쳤다. 이들의 유가족에겐 아버지에게 건의해 몰수한 물품들을 조금씩 나눠줄 생각이었다.
‘그나저나 인력이 천 명이 넘는데도 부족하군, 이 지역의 생산량을 너무 과소평가했어.’
수레도 부족하고 말도 부족했다.
수레는 병사들을 동원해서 즉석에서 만들고 있지만, 말이 부족해서 수레를 병사들이 끌고 가야 할 판이었다.
‘이동속도가 엄청나게 느려지겠군. 한번엔 전부 가져갈 생각은 버려야겠어.’
5만 헥타르를 소유한 대지주 창고의 규모는 놀라웠다. 농장 중앙에 수천 평이나 되는 창고가 8개나 있었고 토지 곳곳에 작은 창고들이 수십 개나 있었다.
‘이 시대엔 굶어 죽는 사람들이 널렸다고 알고 있는데, 이 창고엔 곡식이 남아돌다 못해 썩고 있군.’
소수의 대지주와 교회가 거의 모든 토지를 독점하는 멕시코의 어두운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는 듯했다.
‘지금 멕시코는 중세 국가랑 다를 바가 없긴 하지.’
“농기구와 종자들은 남겨놓도록 하게. 농장들은 정부 소유로 경영할 것이니.”
“예.”
돈 세바스티안의 창고는 곡식이 대부분이고 은광에서 캐낸 은광석과 술도 꽤 많이 쌓여있었다. 이것만으로도 대박이었지만, 더 대박인 것은 저택이었다.
“확실히 급하게 추방하긴 했나 보군.”
“예. 그래 보입니다.”
저택에 보석과 금 같은 귀금속은 어떻게든 챙겼는지 보이지 않았지만, 은제 물품, 동전, 집문서, 각종 계약 문서, 화려한 가구들, 도서, 와인, 무기, 예술품, 마차, 수레 등 돈이 될 만한 물건들이 끝도 없이 쏟아져 나왔다.
나는 혹시나 해서 페르난도 소장에게 한마디 했다.
“병사들을 잘 단속해 주세요. 보상은 해줄 테니, 물건에는 손대지 말라고 말입니다.”
“걱정하지 마십시오 전하. 수도에 돌아가면 입고 있는 군복도 벗겨서 탈탈 털 것이니, 손대도 가져갈 방법이 없도록 만들겠습니다. 장교들이 조금 걱정인데, 제가 직접 철저히 단속하겠습니다.”
“······알겠습니다. 3일 정도만 더 정리하고 멕시코시티에 갔다가 더 많은 인원을 데려오는 것으로 하죠.”
‘···생각 없이 들이받았다가 으깨진 하비에르 중장과는 다르군. 아구스틴 1세가 중용하는 이유가 있어.’
나도 3일간 쉬지 않고 돌아다니며 물품 회수 작업을 지휘했다.
자, 수확품을 가지고 수도로 돌아갈 시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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