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53)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53화(53/180)
텍사스 (2)
황태자 전하로부터 상세한 작전 명령을 하달받고 바로 텍사스로 출발해 갤버스턴(Galveston) 항에 도착했다.
‘바로 샌안토니오로 간다.’
샌안토니오는 텍사스의 최대 도시이기도 하지만 내 인맥도 있다.
“샌안토니오로 가주시오.”
멕시코시티와 베라크루즈에서도 그랬지만 여기 텍사스에도 리오스 익스프레스가 운송 서비스를 하고 있다.
‘잠깐, 리오스 익스프레스라?’
작전 목표와 계획이 정해져 있긴 했지만, 위장 신분이 미리 준비된 상황은 아니다. 이 작전은 신분을 잘 위장하는 것이 핵심 요소 중 하나다.
어느 정도 크기 이상인 마을에 지점이 하나씩 있는 리오스 익스프레스의 직원이라면 타지인이 의심받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의 하나일 터.
그는 직원에게 물었다.
“혹시 리오스 익스프레스에서 직원을 뽑고 있소?”
“사람이야 없어서 못 뽑지. 다들 땅 받아서 농사를 짓는 게 이득이라고 생각하니. 행정 직원, 마부, 경비원 중 어떤 것으로 지원하시게?”
일단 마부는 안 된다. 최소 몇 달은 한 곳에서 지낼 수 있어야 한다.
“행정 직원과 경비원 중 다른 마을로 이동할 수 있는 부서는 어느 쪽입니까?”
“이동이라? 나 같은 행정 직원은 따로 이동시키는 일은 거의 없지. 경비원도 따로 제도가 있는 것은 아니지만 신청을 하면 이동시켜줄 수는 있을 거야.”
리오스 익스프레스의 접수처 직원은 이상한 것을 물어본다는 듯 쳐다봤다. 그러면서도 답변은 해주는 것을 보니 정말 인력이 부족한 듯하다.
“그럼 경비원으로 지원하겠습니다.”
“총 쏴본 적은 있나? 없으면 교육을 받아야 하네.”
“예, 쏴본 적이 있습니다.”
“쏴본 적이 있다고? 범죄자 출신은 아니겠지?”
직원은 리카르도를 의심스럽다는 듯 쳐다봤다.
총을 쏠 일이 있는 것은 사냥꾼, 범죄자, 군인뿐이다. 후드를 눌러쓰고 있는지라 의심스러웠나 보다.
“군인 출신입니다.”
“흠, 그런가. 그렇다면 좋네. 잠시 기다리게. 절차가 있으니.”
“예.”
직원은 잠시 서류 뭉치를 뒤적거리더니, 종이 하나를 빼냈다.
“이걸 기재하게.”
“예.”
여러 신상 정보를 기재하게 되어있었지만, 리카르도는 생각해놨던 위장 정보를 기재했다.
‘적어도 텍사스에서만큼은 알레한드로 마르티네스(Alejandro Martinez)로 지낸다.’
“···자네, 까막눈이 아니로군? 장교 출신인가?”
“···예.”
‘이런. 실제랑 위장 신분이 너무 비슷한 것은 좋지 않은데, 어쩔 수 없지.’
서류를 쓰고 나서는 일사천리였다. 그는 그가 지원한 샌안토니오의 경비병으로 배치되었다.
‘정말 구인난이긴 한가보군. 원하는 곳으로 바로 갈 수 있다니.’
리오스 익스프레스의 역마차를 타고 도착한 샌안토니오. 직원으로서 근무를 시작하기 전 할 일이 있다.
나는 곧바로 한 농장을 찾아갔다.
‘여기 맞겠지? 편지에 쓰인 글만 봐서는 찾기 쉽지 않군.’
똑똑-
“누구쇼!”
익숙한 목소리가 들린다.
“리카르도라네!”
긴 고난을 함께했던 전우의 목소리가 들린다.
벌컥-
“선장!”
“하하하! 선장이라니. 아직도 그렇게 부르나. 후안.”
문을 열고 나온 후안은 나를 반갑게 맞아주었다.
“한번 입에 붙으니 떨어지질 않소, 선장. 아무튼, 어서 오시오. 정말 즐거운 서프라이즈군.”
‘하긴 그 고생을 하면서도 계속 선장이라고 불렀었으니, 입에 붙을 수밖에.’
선원들은 텍사스 이민 정책에 대해 듣고 땅을 준다는 것이 사실이냐며 놀랐었다.
‘텍사스에 정착하고 싶어 했지만, 가족 없이 정착할 수는 없으니, 쿠바에 들러서 가족을 데리고 텍사스에 정착시키는 과정까지 도와줬었지.’
이런 인연은 평생 살면서 다시 얻을 수 없을 거라고 생각해 그 뒤로도 꾸준히 편지로 연락해왔다.
쿠바의 메스티소인 후안은 텍사스에 성공적으로 자리를 잡았다.
“다른 동료들도 잘 지내고 있나?”
“다들 텍사스 여기저기서 잘 지내고 있지. 1년에 한 번씩은 샌안토니오에 모여서 얼굴도 본다고. 그나저나 선장 얼굴을 본 것은 좋은데, 여기까진 어쩐 일이오?”
“자네, 내가 멕시코 제국의 해군이었다는 것은 기억하고 있겠지? ”
“당연하지.”
“자네의 도움이 필요하네. 하지만 쉬운 일은 아니야.”
“도움? 뭔지는 모르겠지만 선장의 부탁이라면 뭐든 들어줄 수 있지. 선장이 내 목숨을 구해준 것만 해도 몇 번인데.”
“···고맙네. 내 부탁은 우리 멕시코 제국에 관련된 일이야. 자세한 사항을 알려주기 전에, 확답을 들어야 하네. 우리 멕시코 제국을 위해 일할 생각이 있나?”
아무리 친한 사이라도 함부로 정보를 줄 순 없다.
정보가 유출될 위험도 위험이지만, 그의 목숨을 위협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 때문에 나는 그를 정식으로 고용하고자 했다.
‘전하께서도 현지에서 정보원을 고용해도 좋다고 하셨으니.’
리오스 익스프레스의 직원이라는 신분으로 잠입하긴 했지만, 외부인인 나보다는 지난 몇 년간 같이 지낸 후안이 훨씬 많은 정보에 접근할 수 있을 것이다.
“멕시코 제국의 일이라···. 사실 나는 쿠바 사람이었고 지금은 텍사스에 사느라 멕시코 제국에 대한 애국심이라고 할 것은 없어. ···하지만 선장과 함께했던 그 시절이 그립기는 했지.”
안정된 생활을 하고 있지만 큰 모험을 겪은 후안에겐 조금 지루한 삶일 터.
이젠 중년이라고 불릴 나이지만 내 제안에 마음이 동하는 것을 느꼈다.
내 간곡한 설득 끝에 그는 결국 넘어왔다.
“젠장! 이제 애들도 어느 정도 다 컸으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겠지. 선장만 믿고 가는 거요.”
드디어 첫걸음을 떼었다.
엄청난 부담감이 살짝이나마 덜어지는 느낌.
“큰 결정 해줘서 정말 고맙네, 후안.”
***
‘텍사스의 주인’
무기 상인이 남기고 간 그 말은 스티븐 오스틴의 가슴을 뜨겁게 했다.
그 말을 떠올리며 기분이 좋다가도 곧 차갑게 식곤 했다.
‘철도.’
스티븐 오스틴은 지난 며칠간 고뇌했다. 부하의 말처럼 철도가 연결되면 중앙의 통제력이 강해질 것이다.
철도 공사를 방해하는 것도 생각해 봤다. 새벽마다 건설 중인 철도의 철을 빼돌려다 파는 것이다.
‘그것도 잠깐이겠지.’
몇 번 당하면 경계를 점점 더 철저히 할 것이고 결국은 완성될 거다. 그러면 무슨 일이 일어날까.
스티븐 오스틴은 자신을 ‘텍사스의 아버지’라고 부를 만큼 자부심 넘치는 사나이지만 동시에 자신이 행한 일 중 떳떳하지 않은 것들도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주지사와 공무원들한테 뇌물을 뿌린 것은 그렇다 쳐도, 토지 분배를 내 마음대로 한 것은 안 들킬 수가 없다.’
지금도 유럽 출신 이민자들이 점점 많아지며 여기저기서 기웃거린다.
자경단을 동원해 꾸준히 순찰하며 틀어막고 있지만 철도가 연결되는 순간 정보 통제는 끝장이다.
무모한 도전을 선택해서 텍사스의 주인이 될 것이냐, 가만히 앉아서 모든 것을 잃을 것이냐. 스티븐 오스틴에겐 답이 정해져 있는 문제였다.
그에게 멕시코 정부에 자수하고 자비를 구한다는 선택지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다.
“무기 상인 놈을 불러라.”
“예···.”
스티븐 오스틴은 담배를 피우며 기다렸다.
“부르셨습니까.”
놈은 기다리고 있었다는 듯 나타났다.
스티븐 오스틴은 그 얼굴을 뻔히 바라보며 물었다.
“미국인가?”
흠칫하는 표정이 스쳐 지나간다. 그 순간 스티븐 오스틴은 확신했다.
“미국이군.”
“···저는 무기 상인일 뿐입니다.”
“미국 정부에서 보낸 것이 아니라는 건가?”
“무기 상인이지만, 미국 정부와 연이 있을 수도 있죠.”
의뭉스러운 답변, 사실상 시인한 셈이다.
“쓸데없는 가식은 집어치우고 본론으로 들어가지. 미국에서 얼마나 지원해줄 수 있나?”
스티븐 오스틴은 직설적으로 물었다.
“···미국에서 지원이라니, 무슨 소리인지 모르겠군요.”
“계속 헛소리를 할 거라면 다 집어치우고 멕시코 정부에 신고해야겠군. 미국 첩자를 넘겨주면 내 죄도 조금은 봐주지 않을까 싶은데 말이야.”
스티븐 오스틴은 차갑게 내뱉었다.
“···제가 미국 정부의 사람은 아니지만, 미국을 사랑하는 애국자로서 텍사스가 독립 이후 미국 연방에 가입할 것이라면 많은 무기를 지원해드릴 수는 있을 것 같군요.”
“미국에 합류하라? 그럼 멕시코에서 미국으로 바뀌는 것일 뿐 아닌가.”
“아닙니다. 중앙집권을 추구하는 멕시코 제국과는 결이 다르죠. 미국은 연방제 국가이며 지방자치를 지지합니다. 예를 들면 주지사의 임기와 연임 제한에 관한 사항마저도 각 주에서 정할 수 있지요.”
“호오. 그 말인즉슨, 투표만 받을 수 있다면 내가 계속 주지사를 할 수도 있다 이 말인가?”
“예, 텍사스인들에게 계속 투표만 받을 수 있다면요.”
“그거야 어렵지 않지.”
이 텍사스라는 곳을 본격적으로 개척한 것은 누가 뭐래도 스티븐 오스틴이다.
텍사스로 넘어온 미국인들은 전부 그의 회사를 거쳤다.
최근 유럽인들도 들어왔지만, 그들마저도 텍사스를 개척하고, 발전시키고, 지키고 있는 것이 스티븐 오스틴이라는 것은 부정하지 못할 터.
“최대한 빨리 무기를 보내주게.”
“죄송하지만 무기부터 보내드릴 수는 없습니다. 여론을 모아주셔야 합니다. 그래야 정당성이 생기니까요.”
‘한낱 무기 상인이라는 놈이 여론을 따져? 지나가던 개가 웃겠군.’
“···조금만 기다리게. 곧 독립을 갈망하는 텍사스인들을 보여줄 테니.”
“좋습니다.”
미국인 브라이언과 텍사스인 스티븐은 악수하고는 다음 행보를 준비했다.
***
다행히도 후안만이 아니었다.
같이 고생길을 헤쳐 나갔던 많은 동료가 함께하기로 했다.
“그러니까, 샌안토니오 같은 도시들은 미국 출신이 꽉 잡고 있다 이 거지?”
“예, 선장. 아니지, 그래, 알레한드로.”
아직은 어색한 첩보 요원들이지만, 이 지역에 뿌리를 내린 사람들인 만큼 그들이 가진 정보는 큰 도움이 되었다.
“그렇군. ‘윗분’께서 예측하시기로는 미국 놈들이 수를 쓴다면 반드시 스티븐 오스틴에게 접촉할 것이라고 했어. 그렇다면 우리는 반 스티븐 오스틴 세력을 만들어야겠군.”
“그래. 그리고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스티븐 오스틴의 세력에도 잠입하면 좋겠지.”
후안도 아이디어를 냈다.
“내가 들어가도록 하지. 텍사스 자경단 녀석 중 아는 녀석이 있어. 내가 들어가겠다고 하면 의심 없이 받아줄 거야.”
동료 중 한 명인 카를로스였다. 쿠바 출신 메스티소인 다른 이들과 다르게 그는 백인이었다.
“그런데 반 스티븐 오스틴 세력이라는 게 어떤 식인 건가?”
다른 동료가 물었다.
“일단 스티븐 오스틴이 지금 하는 비리와 부정부패를 널리 알리는 거지. 그리고 정말 윗분의 예측대로 스티븐 오스틴이 미국의 유혹에 넘어간다면 멕시코 제국 정부에 반기를 들도록 텍사스인들을 선동하려고 할 거야.”
“음, 그러면 그게 전부 그의 개인적인 탐욕을 위해 텍사스인을 희생시키는 거라는 여론을 만들어서 선동을 막는다 이거군.”
“그래.”
“음, 생각보다 위험한 일은 아니군. 그러면서도 효과적이야.”
“전부 윗분께서 말씀해주신 거라네. 대단하신 분이지.”
리카르도 소령과 동료들은 본격적인 작전에 앞서 상세한 계획을 짰다. ‘윗분’께서 정해준 작전 계획의 뼈대에 구체적인 실행 계획을 덧붙인 것이다.
‘스티븐 오스틴, 네 생각대로는 안 될 거다.’
동료들은 각 마을로 흩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