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54)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54화(54/180)
텍사스 (3)
1833년 겨울, 텍사스의 어느 마을.
“자네 미국을 거쳐서 들어온 이민자는 땅이 더 넓다는 소문 들어봤나?”
“아, 그 소문 말인가? 들어보긴 했지.”
“그것에 관여한 것이 스티븐 오스틴이라더군. 텍사스 자경단 간부들은 전부 어마어마한 토지를 가지고 있다는 거야.”
“그게 사실인가? 어쩐지, 스티븐 오스틴 그자는 그렇다 쳐도 다른 놈들은 어떻게 그리 일도 안 하고 싸돌아다니는 건지 궁금했는데, 이제야 말이 되는구먼.”
“그래. 이게 된 것을 보면 주지사와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줬다는 소문도 사실인 게 분명해. 그렇지 않은가?”
“음···. 그렇겠지. 제길.”
스티븐 오스틴의 부정부패에 관한 소문이 여러 마을에서 동시다발적으로 퍼져나가고 있었다.
그것이 끝이 아니었다.
텍사스의 또 다른 마을.
“스티븐 오스틴이 텍사스 자경단을 키우는 이유가 따로 있다더군.”
“자경단을 키우는 이유? 코만치 부족을 상대하기 위해서 말고 뭐가 더 있다는 건가?”
슬그머니 꺼내는 이웃의 말에 해리는 흥미가 동했다.
스티븐 오스틴에 대한 안 좋은 소문이 사실이라는 말을 다른 마을 이웃인 닉에게 듣고 스티븐 오스틴에게 반감을 가졌기 때문이다.
“단순히 코만치 부족을 상대하기 위해서라면 왜 그자들이 치안 활동까지 나서겠는가? 뭔가 더 큰 속셈이 있는 것이 분명해. 주지사가 멕시코 정부에 수비병을 더 요청하려는 것을 스티븐 오스틴이 막았다는 소문도 있네.”
“···에이, 스티븐 오스틴이 멕시코 정부에 대항하려는 마음이라도 먹었다고 말하고 싶은 건가? 아무리 그래도 그건 너무 간 것 같은데.”
“지금이야 그렇게 느낄 수도 있겠지. 하지만 두고 보게. 곧 본심을 드러낼 테니까.”
스티븐 오스틴의 위험성을 경고하는 자들도 있었다.
해리는 그저 이웃이 스티븐 오스틴을 많이 싫어하는가 보다 하고 넘어갔다.
하지만 그 경고는 곧 사실이 되었다.
***
텍사스 곳곳에서 무슨 일이 일어나는지 상상도 못 하고 있는 스티븐 오스틴은 자신만만했다.
텍사스의 주민들은 나를 따르리라.
그는 샌안토니오에서 연설을 준비했다.
“텍사스의 개척자, 스티븐 오스틴이 텍사스의 미래에 대해 중요한 연설을 할 예정이니 모두 참여해 주십시오!”
당연히 많은 주민을 불러 모으기 위해 텍사스 자경단을 동원해서 연설 소식을 미리 알렸다.
스티븐 오스틴은 본인을 텍사스의 개척자라고 홍보했지만, 사실 그가 오기 전에도 정착지들은 있었다.
정착지가 하나도 없었다면 식민지 시절 텍사스가 누에바에스파냐의 영역으로 인정을 받을 수도 없었을 것이다.
“스티븐 오스틴이 연설을 한대!”
“연설? 무슨 일이라도 있는 건가?”
“텍사스의 미래에 대해서라는데, 중요해 보이는데?”
“그럼 가봐야지.”
에스파냐의 정착지는 주로 텍사스 서부에 작은 마을들이 대부분이라 미국 쪽과는 거리가 좀 있었다. 하지만 기반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천지 차이였기에 미국의 이민자들도 이런 기존 정착지들을 중심으로 많이 정착했다.
그런 곳 중 하나가 바로 샌안토니오다. 에스파냐 선교사들이 설립했으며 텍사스에서 가장 오래된 정착지 중 하나다. 그리고 지금은 가장 큰 정착지가 되었다.
스티븐 오스틴은 그의 말끔한 정장을 다듬으며 샌안토니오의 광장에 마련된 간이 연설대로 올라갔다.
광장에 모인 수백 명의 텍사스인이 그의 첫마디를 기다리고 있었다.
스티븐은 잠시 주변을 둘러보고, 깊은숨을 들이쉰 후 연설을 시작했다.
“오늘 여기, 샌안토니오의 이 아름다운 광장에서, 우리는 텍사스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하기 위해 모였습니다.
텍사스, 이 땅은 우리의 땀과 피로 이룩된 곳입니다. 우리의 노동으로 이 땅을 일궈냈고, 우리의 손으로 지켰습니다.
기억하십시오, 코만치 부족의 기병 수천 명이 텍사스를 공격할 때, 우리는 우리의 목숨을 걸고 이 땅을 지켰습니다.”
텍사스는 오로지 텍사스인들이 일궈낸 것이다. 그걸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대부분의 사람은 스티븐 오스틴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지만, 어떤 사람들은 ‘설마?’ 하는 심정이었다.
스티븐 오스틴은 말을 이어 나갔다.
“멕시코 정부가 이 땅에 보낸 수비병은 1천명도 되지 않습니다. 그런데도, 멕시코 제국의 중앙 정부는 우리의 희생을 인정하지 않습니다.
그들은 이제, 이곳까지 철도를 건설하며 우리의 자유를 위협하고 있습니다.
이 철도가 완성되면, 그들은 우리의 자경단을 해체하려 할 것입니다. 우리가 수십 년 동안 지켜온 안전과 자유가 위태로워질 것입니다.
그들은 또한 우리의 땅에 욕심을 내고 있습니다. 우리가 수년간 갈고 닦아온 땅을, 그들은 너무 많이 가지고 있다며 빼앗으려 한다고 합니다.
그들의 욕심은 여기서 그치지 않을 것입니다. 그들은 우리에게 더 많은 세금을 부과할 것이며, 우리의 생활을 통제하려 할 것입니다.”
전부 거짓 선동이었다.
이 시대의 통제력이라는 것은 곧 무력이다. 중앙 정부의 통제력이 강해진다는 것은 곧 텍사스에 군대가 들어온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게 되면 과도하게 비대해진 비공식적 무력 집단인 텍사스 자경단은 필요 없으니 해체해도 상관없는 것이 정상이다.
땅을 빼앗을 것이라는 말도 비슷하다. 멕시코 정부와 계약된 것 이상으로 가진 땅은 회수하는 게 당연하다.
세금 문제도 그렇다. 많은 텍사스인이 가진 땅에 비해 터무니없이 적은 세금을 내고 있다. 세금이 늘어나는 게 아니라 정상화되는 것뿐이다.
스티븐 오스틴은 이 모든 것을 알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이게 진정 텍사스인들을 위한 일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자경단도, 땅을 많이 소유한 것도, 세금도 미국에 합류하면 더 이상 문제 될 것이 없었다. 그러니 이건 텍사스인들에게 이익이 되는 일이다.
“우리 ‘텍사스인’은 하나가 되어야 합니다. 우리의 목소리가 텍사스 전역에 울려 퍼져야 합니다.
그들이 우리의 권리를 침해하지 못하도록, 우리의 단합을 보여주어야 합니다.”
광장의 구석에는 후드를 뒤집어쓰고 얼굴을 가린 리카르도 소령도 있었다. 그는 생각했다.
‘텍사스인의 단합이라. 황태자 전하께서 말씀하신 그대로군.’
작전을 실행하면서도 설마 하는 감정이 조금은 있었다. 하지만 황태자 전하의 명이라 그저 실행했을 뿐이다.
‘문구까지 정확히 맞추실 줄이야. 천재라는 소문이 진짜였군. ···하지만 천재라고 해서 이걸 맞출 수가 있는 것인가?’
리카르도 소령이 황태자의 통찰력에 경외심을 느끼고 있을 때, 스티븐 오스틴은 연설을 이어 나갔다.
“오늘 이 자리에 모인 여러분과 함께라면, 우리는 누구도 넘볼 수 없는 강력한 공동체를 만들 수 있습니다.
우리는 오늘 이곳에서 역사를 만들고 있습니다. ‘텍사스인’을 위한 텍사스를 만들기 위해 이제 우리 모두 힘을 모을 때입니다!”
직접적으로 멕시코 정부와 대항해 싸워서 독립을 쟁취하자는 말은 하지 않았다.
스티븐 오스틴이 생각해도 그건 너무 급진적이었기 때문이다. 이 일은 단번에 될 것이 아니다.
수개월, 수년에 걸쳐 여론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
그가 이 작업의 첫 단계로 중요하게 생각한 것은 ‘텍사스인’이라는 정체성이었다.
이 정체성을 만들어 놓고 멕시코 정부를 ‘텍사스인’을 억압하려는 ‘외부 세력’으로 만들 수만 있다면 최종 목표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연설이 끝나자, 군중에 속한 텍사스 자경단 대원들이 박수와 환호로 연설에 화답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곧 일반 대중들도 분위기에 휩쓸리기 시작했다.
“와아아아!!”
미국 출신 텍사스의 사람들은 멕시코인이라는 정체성이 거의 없다.
텍사스에서 멕시코인은 소수였기에 그들과 접촉할 일도 없었고 그들의 정부로부터 뭘 받은 것도 없다고 생각했다.
“텍사스인이라. 자네는 어떻게 생각하나?”
“음, 우린 미국인도 아니고 멕시코인이라고 하기에도 애매하긴 하지. 확실히 텍사스인이라는 말이 가장 어울리긴 해.”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지만, 아니라고 생각하는 사람도 많았다. 주로 유럽 출신 이민자들이었다.
“멕시코 정부에서 우리에게 해준 게 없다니?”
“우리가 가진 땅, 농사를 지을 농기구와 종자들, 농사지은 결과물이 나올 때까지 지원된 식량들, 거기에 정착지까지 역마차로 무료로 데려다주지 않았는가.”
소수의 멕시코인은 분개했다.
“저 미국인 놈이 미친 소리를 해대는군.”
“그래서 뭐, 우리 멕시코 제국에게서 독립이라도 하겠다는 소리인가?”
스티븐 오스틴의 연설은 순식간에 텍사스 전역으로 퍼져나갔다.
자타공인 텍사스 최고의 지역 실력자가 아닌가. 그의 연설은 충격적인 내용을 담고 있었다.
최근 엄청난 수의 유럽 이민자들이 몰려들어 급성장한 항구도시, 갤버스턴의 분위기는 살벌했다.
갤버스턴의 한 주점.
두 사내가 술을 마시며 이야기하고 있었다.
“스티븐의 연설이 뭐가 문제인지 모르겠군.”
“그러니까! 우리가 텍사스인이 아니면 뭔가?”
주변 사람들 들으라는 듯이 다 들리도록 이야기하는 두 덩치.
주점 내의 사람들이 딱 봐도 힘 잘 쓰게 생긴 두 덩치의 눈치를 보고 있었다.
그때 누군가 말했다.
“더럽게 시끄럽군.”
가게가 조용해졌다.
덩치들이 일어섰다.
“어이. 너 방금 뭐라고 한 거냐?”
시끄럽다는 말을 내뱉은 사내도 일어섰다.
“더럽게 시끄럽다고 했는데.”
“얼굴색만 봐도 알겠어. 메스티소 놈이군.”
백인임이 분명한 덩치는 상대의 얼굴색을 확인하고 자신이 이겼다는 듯 의기양양하게 굴었다.
“텍사스는 우리 텍사스인들의 것이다. 너희 멕시코가 우리에게 해준 것은 아무것도 없다고.”
“그래서 뭐? 우리 멕시코 제국에 대항해서 반란이라도 일으키겠다는 건가?”
멕시코인이 비웃으며 반문했다.
덩치는 아직 거기까지 생각은 안 해봤지만, 홧김에 말했다.
“텍사스인의 권리와 자유를 지키기 위해 내 목숨이 필요하다면 기꺼이 바칠 수 있지!”
덩치에게서 강경한 발언이 쏟아지자 가게 분위기가 더 살벌해졌다.
“그만!”
손님들이 슬그머니 빠져나가기 시작하자 가게 주인이 개입했다.
총을 꺼내든 그는 소리쳤다.
“어이! 싸울 거면 나가서 싸워! 남의 영업장에 피해 주지 말고!”
“···”
“크흠. 두고 보자.”
쾅!
덩치들은 화풀이라도 하듯 문을 세게 닫고 나갔다.
텍사스 곳곳에서 비슷한 일이 일어났다.
여관에서, 술집에서, 심지어 길거리에서도 크고 작은 다툼이 일어났다.
샌안토니오같이 초기 정착지 주민들은 주로 스티븐 오스틴을 지지했지만, 갤버스턴과 같이 최근에 성장한 정착지의 주민들은 그의 주장에 반감을 품었다.
기존 미국 출신 이민자들과 멕시코와 유럽에서 새로이 정착해 온 자들 간의 이해관계가 다르기 때문이리라.
스티븐 오스틴은 샌안토니오를 시작으로 여러 정착지를 돌아다니며 연설하기 시작했다.
이렇게 전면에서 움직이는 자가 있는 반면, 뒷면에서 움직이는 자들도 있었다.
***
“자네. 스티븐 오스틴의 연설 소식은 들었겠지?”
“···그래. 온몸에 소름이 돋더군. 대체 어떻게 이 사실을 안 것인가?”
“그자의 음흉한 속셈을 예상해 본 것일 뿐일세. 그런데 선동당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걱정일세.”
스티븐 오스틴이 ‘텍사스인’을 언급하며 멕시코 제국을 탓할 것이라고 예측한 마을 이웃을 보며 해리는 결심했다.
“우리가 나서야지.”
“우리? 우리가 뭘 할 수 있다는 말인가.”
“적어도 우리 마을만큼은 스티븐 오스틴에게 협력해서는 안 돼. 속아 넘어가면 그놈의 야망을 위해서 희생만 당할 거라는 것을 미리 알려야겠어.”
해리는 다짐하듯 말했다. 이웃 사내도 말했다.
“그래. 멕시코 정부가 만만한 곳도 아니고 함부로 대항했다가 개죽음당할 필요는 없지 않겠나. 우리 마을 사람들이라도 살려야지.”
두 사내는 비장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