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56)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56화(56/180)
텍사스 (5)
갤버스턴 항구에 내린 첫 발걸음을 내딛고 텍사스의 공기를 깊게 들이마셨다.
‘텍사스는 처음인가.’
텍사스.
프랑스 국토보다도 넓은 광대한 토지, 농업과 목축업에 적합하며 각종 자원까지 넘친다. 거기에 미국과의 최전선이 될 땅이다.
‘캘리포니아만큼이나 중요하지. 아니, 석유까지를 생각해보면 그 이상인가.’
군대를 준비시키며 잠시 대기하고 있자, 디에고가 기다리던 것을 가져왔다.
“전하, 이것이 리카르도 소령으로부터 온 편지입니다. 보아하니 알레한드로라는 가명을 쓰고 있는 것 같습니다.”
보좌관, 디에고가 손에 들고 있는 봉투를 내게 내밀었다.
“고맙네, 디에고.”
나는 그렇게 말하고 편지를 펼쳐 리카르도의 글을 읽기 시작했다.
‘···알려준 대로 잘 암호화해서 보냈군.’
덕분에 해독에 시간을 좀 써야 했다. 해독을 완료한 편지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리카르도 소령은 원래 가졌던 인맥을 중심으로 현지 정보원들을 모집했다.
‘전에 말했던 텍사스에 정착했다는 쿠바 선원들인가 보군.’
리카르도 소령은 그 정보원들을 통해 스티븐 오스틴이 여론을 모으는 것을 성공적으로 방지했다. 정보원 중 한명은 스티븐 오스틴의 조직에 잠입했다. 여기까지만 해도 대단한 성과인데, 미국 첩보 요원까지 찾아내서 추적 중이라는 내용이었다.
‘음, 리카르도 소령이 아주 잘해주고 있군.’
나는 디에고와 장교들에게 말했다.
“이제부터 샌안토니오로 진군할 것이네.”
디에고는 물었다.
“바로 출발하시겠습니까, 전하?”
“그래, 시간을 낭비할 이유는 없으니.”
정보기관을 만든 보람이 느껴졌다.
아무것도 몰랐던 캘리포니아 때와는 다르게, 텍사스가 내 손안에 있는 기분이었다.
아쉽지만 기습은 못 할 것이다.
여기 갤버스턴에도 스티븐 오스틴의 지지자는 있을 것이고, 군대를 봤으니 이미 정보를 전달하러 떠났을 터.
이번에는 전원 말을 탈 수 있는 군대도 아니고, 포병도 데려왔기에 대포를 운반하려면 그 정도 속도는 낼 수 없다.
땅덩어리가 워낙 큰 만큼 텍사스 동남부에 있는 갤버스턴에서 서부에 있는 샌안토니오까지의 거리도 상당하다.
‘갤버스턴에서 샌안토니오까지 360km, 약 2주 정도 걸릴 거리로군.’
말을 타고 달린다고 해도 일주일은 걸릴 거리다. 그렇다면 스티븐 오스틴에게 남은 시간은 단 일주일.
‘일주일 안에 네가 뭘 할 수 있을까.’
***
그날도 스티븐 오스틴은 샌안토니오의 중앙 광장에서 연설하고 있었다.
겨울의 맹추위도 스티븐 오스틴의 야망을 막지는 못했다.
“우리의 단합은 텍사스의 미래를 만듭니다! 우리가 함께라면 무엇이든 이룰 수 있습니다!”
스티븐 오스틴의 연설이 끝나자 환호성과 박수 소리가 울려 퍼졌지만, 스티븐 오스틴은 이상함을 느꼈다.
미국인 브라이언이 한참 전에 느꼈던 것을 이제야 알아차린 것이다.
스티븐 오스틴의 연설에 열광하는 텍사스 자경단의 멤버들 사이로, 회의적인 눈빛을 가진 시민들이 보였다.
그들의 무관심과 불신이 스티븐 오스틴의 마음에 불안을 심었다.
‘잠깐, 이건···. 뭔가 이상해. 지지여론이 원래 이 정도 밖에 안 되었나?’
스티븐 오스틴은 연설을 마치고, 광장을 둘러보며 깊은 생각에 잠겼다.
그는 조급해졌다.
‘더 확실한 지지를 확보해야 해.’
그는 결심하고 텍사스 자경단에게 지시했다.
“시민들에게 서명받아라. ‘텍사스 민주 위원회’에 대한 지지를 보여 줄 수 있도록.”
위원회를 지지한다는 서명을 받으라는 것이다.
스티븐의 지시에 마이클은 한 가지 꾀를 내었다.
“여기 너희들 이름, 그리고 가족 이름부터 다 서명해놔.”
스티븐 오스틴과 간부진을 포함한 텍사스 자경단 전원이 먼저 위원회 지지 명단에 서명했다.
그다음 자신들 가족의 이름까지 빼곡하게 적었다.
길거리의 시민들에겐 아직 한 번의 서명도 받지 않았지만, 수천 명의 지지자 명단이 완성된 것이다.
이 간단한 트릭은 놀랍게도 엄청난 효과를 내기 시작했다.
“벌써 이렇게나 많이 서명했다고요?”
“예, 이게 바로 우리 텍사스인들의 진짜 여론입니다. 함께하시죠.”
“좋습니다.”
수천 명의 명단은 시민들에게 안도감을 줬다.
스티븐 오스틴에게 반감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마저 ‘이게 진짜 여론인가?’ 하는 혼란까지 줄 정도였다.
“지지자가 3천명을 돌파했습니다! 다들 참여하십시오!”
“텍사스! 텍사스!”
자경단의 젊은이들은 신나서 텍사스를 연호했고 샌안토니오의 중앙 광장은 지지 열기로 뜨거워지기 시작했다.
스티븐 오스틴은 자기 생각대로 진행되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었다. 서명 운동의 열기는 부작용을 낳기도 했다.
일부 자경단원 사이에서는 서명받는 것에 대한 경쟁이 붙었고, 마이클은 그것을 은근히 조장했다.
“어이, 여기 서명만 하면 된다니까! 이게 뭐가 어렵다고!”
“텍사스 민주 위원회? 난 그딴 것은 관심 없다니까!”
“이 새끼가!”
퍽-
덩치는 서명을 거부한 남자의 얼굴을 후려쳤다.
설마 이딴 것에 주먹을 휘두르리라고는 상상도 못 한 남자는 황급하게 서명을 마치고 도망쳤다.
“진작에 그럴 것이지.”
글 못 읽는 사람에겐 적당히 다른 것이라고 속이기도 했고 위협이나 실제 폭력을 가해서 서명을 받는 일도 이루어졌다.
샌안토니오뿐만 아니라 각 마을에서도 비슷한 일들이 일어났다. 이미 한번 통한 성공 공식을 따르는 것이었다.
각 마을의 텍사스 자경단원들은 자신들의 이름과 가족들의 이름부터 썼다. 그 명단을 내밀며 말했다.
“샌안토니오에서는 벌써 절반이 넘는 시민들이 지지 서명에 동참했다고!”
“···그래?”
모든 것이 스티븐 오스틴의 생각대로 되는 듯했다. 하지만 그때였다.
서명 운동이 한창일 때, 광장에 예기치 못한 소식이 전해졌다.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군대를 이끌고 텍사스에 도착했다고 합니다!”
“갤버스턴에서 여기 샌안토니오로 오고 있다고 합니다!”
이 소식은 순식간에 광장을 뒤흔들었다.
시민들의 얼굴은 불안과 혼란으로 물들었고, 심지어 텍사스 자경단의 멤버들 사이에서도 불안감이 퍼졌다.
“이런 씨발! 얼마 안 남았는데!”
소식을 들은 스티븐 오스틴은 욕을 내뱉었다.
그날 밤, 스티븐 오스틴은 자신의 집무실에 앉아 깊은 생각에 잠겼다.
‘대체 어떻게 이렇게 빨리 대응할 수 있는 거지?’
미국의 이야기를 듣고 텍사스 독립을 결심한 것이 2달도 되지 않았다.
이제 겨우 한 달이 넘은 시점이었다.
대중이 처음 알게 된 것은 ‘텍사스인’ 연설. 그걸 듣고 곧바로 멕시코 제국 정부에 알렸다고 해도 이 속도는 말이 안 된다.
‘멕시코시티에서 갤버스턴까지만 해도 2주는 넘게 걸릴 텐데.’
불가사의한 속도다.
스티븐 오스틴은 잠을 이룰 수 없었다.
위원회 지지 서명 운동의 열기는 얼음물을 끼얹은 것처럼 식어버렸다. 오히려 서명을 취소하겠다고 말하는 시민들이 넘쳐났다.
“한번 서명한 것은 되돌릴 수 없습니다! 돌아가십시오!”
“무슨 소리야! 내가 지지를 철회하겠다는데! 비켜!”
심지어 서명 명단에 접근할 수 있는 텍사스 자경단 중 일부가 은근슬쩍 자기 이름을 지우는 일까지 일어났다.
샌안토니오에서는 불안감이 피어나고 있었다.
***
스티븐 오스틴의 조직에 잠입한 카를로스는 조직의 삼인자, 마이클 윌리엄스에게 접근했다.
‘일이 훨씬 쉬워졌군.’
황태자의 군대가 다가오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진 뒤로 원래도 창백했던 마이클 윌리엄스의 안색은 더욱 창백해졌다.
평소 차분한 성격인 마이클이 신경질적으로 짜증을 내는 모습까지 보이는 것을 보아하니 불안감이 극에 달한 모습이었다.
‘이미 혼자서 잔뜩 흔들리고 있으니, 살짝 밀어도 넘어오겠군. 지금이 타이밍이다,’
그는 마이클의 집무실을 방문했다.
똑똑-
“저 카를로스입니다. 할 말이 있어서 왔습니다, 마이클.”
“아, 카를로스! 들어오게!”
카를로스가 들어왔다.
“카를로스, 할 말이 있다니?”
카를로스는 짧은 시간 안에 자경단과 위원회에 스며들었다.
그는 깨어있는 시간은 전부 조직을 위해 쓸 정도로 열성적인 텍사스인이다.
“마이클, 이제 5일 남았습니다.”
“5일? 뭐가 5일 남았다는 말인가?”
“황태자 전하께서 군대를 이끌고 여기 샌안토니오에 도착할 날이요.”
어느 순간부터 스티븐 오스틴의 조직에선 황제 폐하를 그냥 황제로, 황태자 전하를 그냥 황태자라고 부르는 것이 일반화되었다.
카를로스는 암묵적인 룰을 어긴 것이다.
“···’황태자 전하께서’라. 결국 자네마저 우리 텍사스인의 신념을 버리기로 한 것인가?”
“마이클이 제일 잘 알 텐데요? 파멸을 피할 길은 없다는 것을.”
“···”
사실이다.
황태자가 그냥 온 것도 아니고 수천 명의 군대를 몰고 오고 있다.
마이클이 생각하기에도 미국으로 망명하는 것 외에는 목숨을 구할 방법이 없다. 하지만 스티븐은 마이클이 그런 말을 꺼내기만 해도 화를 내곤 했다.
‘멍청한 자식.’
스티븐 없이는 망명을 받아주지 않을 것이다.
마이클이 일반 단원이었다면 그냥 자수하러 갔을 것이다. 목숨은 구할 수 있을 것이기에. 하지만 그는 간부다. 내란 선동 혐의를 피할 수 없을 것이다.
‘내란 선동죄는 사형이다.’
마이클이 아무 말도 하지 않자, 카를로스가 미끼를 던졌다.
“목숨이라도 구할 방법이 있다면요?”
“음?”
“텍사스 민주 위원회 지지 서명 명단. 그거라면 거래할 수 있을 겁니다.”
일부 자경단 인원들마저 명단에서 자기 이름을 지우기 시작하자, 서명 명단에는 간부들만 접근할 수 있도록 했다.
그걸 빼돌려서 황태자 측에 가져다주자는 제안이다.
“···명단 빼돌리는 것까진 그렇다 쳐도 금방 없어진 것을 알 거야. 그럼 내가 했다는 것도 알 거고.”
훔친다고 끝이 아니다. 아직 샌안토니오는 스티븐이 장악하고 있다. 잡힐 것이 뻔하다. 그런 이야기였다.
“제가 안전한 비밀 장소를 제공할 수 있다면요?”
“비밀 장소?···자네, 애초부터 우리 편이 아니었군. 일반인이 그딴 것을 준비해놓을 리가 없지 않은가. 어쩐지, 본업도 안 하고 위원회 일만 하더라니.”
마이클은 배신감을 느끼며 그렇게 말했다.
“뭐, 마음대로 생각하십시오. 그래서 할 겁니까 말 겁니까.”
“내 가족들도 피할 수 있도록 해 주는 거겠지?”
“그럼요.”
“···그럼 해야지 어쩌겠나. 가망 없는 상황에서도 들이박을 만큼 멍청이는 아니거든. 누군가는 그게 진정한 사나이라고 생각하는 듯하지만 말이야.”
“좋습니다. 시간 끌 것 없이 지금 당장 실행하시죠. 같이 서명 명단을 훔치고 비밀 장소까지 가는 겁니다.”
카를로스는 마이클을 재촉했다.
사무실의 개인 물건들을 챙길 시간도 없었다. 그는 서명 명단이 보관된 장소로 카를로스를 안내했다.
“이쪽은 제가 들죠.”
“···그러게.”
수십장이 넘는 종이 뭉치를 절반씩 집어 들었다. 자경단원들이 앞다투어 서명했던 흔적을 엿볼 수 있는 명단의 전반부는 당연히 카를로스의 손에 있었다.
‘이쪽이 핵심이란 말이지.’
위협당해서 서명한 자들도 있으니 뒤쪽은 큰 의미가 없다. 앞쪽에 서명한 자들이 진짜 지지자다.
“챙겼으니, 이제 나와 가족들을 비밀 장소로 안내해주게.”
카를로스는 약속을 지켰다.
샌안토니오 구석구석을 잘 아는 마이클마저 이런 곳이 있으리라고는 상상도 못 한 장소로 마이클과 가족을 안내했다.
“잠···잠깐! 이건 약속과 다르지 않나!”
“안전한 비밀 장소로 안내하겠다는 약속, 잘 지켰는데요? 거기서 좀 지내시길.”
비밀 장소는 첩보 요원들이 상주하고 있었다. 그들은 곧바로 마이클을 구속했다.
“여 카를로스. 명단을 입수하다니, 크게 한 건 했군.”
“그럼! 무려 ‘내란 지지자’ 명단이라고! 나는 아직 할 일이 더 있으니, 뒤는 잘 부탁하네.”
“여긴 걱정 말게. 명단도 확보했으니, ‘윗분’께서 도착하셔서 스티븐 오스틴을 박살 내는 것만 기다리면 되니까 말이야.”
“그래. 딱 5일만 조심히 지내게.”
카를로스는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경단의 건물로 복귀했다.
다음날, 얼마 지나지 않아 서명 명단이 없어졌다는 것이 밝혀졌다. 조나단이 금고를 확인한 것이다.
“어? 그러고 보니 어제 오후부터 마이클이 안 보입니다, 보스!”
카를로스가 외쳤다.
조직의 삼인자가 명단을 빼돌려 도망친 것이다.
스티븐 오스틴과 자경단 인원들은 패닉에 빠지고 말았다.
황태자의 군대가 도착할 때까지 단 4일,
명단이 없어진 이상, 스티븐 오스틴에겐 단 하나의 선택지밖에 남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