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57)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57화(57/180)
텍사스 (6)
곧 정신을 차린 스티븐 오스틴이 포효했다.
“마이클 윌리엄스 이 개새끼 찾아와!”
“예!”
텍사스 자경단 대원들이 흩어졌다.
“시내에 있는 집, 농장에 있는 집, 별장, 다 뒤져!”
자경단의 간부답게 그는 세 채의 집을 소유하고 있었다.
서명 명단이 빼돌려진 것은 치명적인 일이다.
마이클 윌리엄스 그놈이 명단을 어떻게 쓸까.
‘거래용으로 쓰겠지.’
스티븐 오스틴은 그렇게 확신했다. 같이 지낸 시간만 10년이다. 그는 분명 그런 방식으로 명단을 활용할 것이다.
그걸 금고에 넣어놓을 게 아니라 진작 불태웠어야 한다.
그게 없었다면 어떻게 억지라도 부려볼 수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대놓고 ‘텍사스 민주 위원회 지지자 명단’이라고 쓰여있는 명단이 넘어간다면 끝장이다.
황제의 직접적인 영향력 아래에 있는 이 멕시코 제국의 판사들이라면 ‘민주 위원회’라는 그 문구만으로도 내란 음모죄로 엮을 소지가 충분했기 때문이다.
물론 그 명단이 아니었어도 스티븐 오스틴과 간부들은 비리와 부정부패로 처벌받을 확률이 높았겠지만, 일반 단원들은 처벌을 피할 가능성이 있었다.
‘마이클 윌리엄스 그 배신자 놈이 명단을 멕시코 제국 정부에게 넘기는 순간 일반 단원들마저 처벌을 피할 수 없게 된다.’
스티븐 오스틴은 마이클 윌리엄스를 찾아 명단을 회수하길 바랐지만 곧 비보가 들려왔다.
“시내에 있는 집에는 없습니다! 마이클은 물론 가족도 없습니다.”
“으음. 거긴 가까우니까 없을 것 같았어. 좀 더 기다려보지.”
몇 시간 후.
“별장에도 없습니다!”
“농장에도 마찬가지입니다!”
쾅!
“제길!”
스티븐 오스틴은 주먹으로 책상을 내리쳤다.
“마이클 윌리엄스 그놈이 도망친 지 겨우 12시간도 안 되었을 텐데 대체 어디로 갔단 말인가. 다시 한번 샅샅이 뒤져!”
“예!”
이번엔 조나단을 제외한 간부까지 전부 내보냈다.
건물에 조나단과 둘이 남은 스티븐 오스틴이 말했다.
“조나단, 무기 상인 놈을 데려와. 무기를 더 받아야겠어.”
“예, 보스.”
스티븐 오스틴은 마이클 놈이 떠나기 전에 말했던 최후의 방법, 미국으로의 망명 따위는 고려도 하지 않았다.
해봤자 자경단원들이 전부 다 갈 수 있는 것도 아닐 터. 그랬다가는 엄청난 외교 문제가 될 것이다.
몰래 본인의 가족들만 데리고 떠난다? 혹은 순순히 항복하고 처벌받는다?
‘그런 치욕스러운 짓을 할 바엔 차라리 남자답게 싸우다 죽는다.’
혼자서 기다리길 수 시간째, 부하들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죄송합니다, 마이클 놈이 대체 어디로 간 건지 코빼기도 보이질 않습니다.”
마이클 윌리엄스를 못 찾았다.
“무기 상인 놈도 어디로 간 것인지 보이지 않습니다.”
무기 상인 놈도 보이지 않았다. 상황이 이상해지자 꼬리 자르기를 한 것인가. 아니면 무슨 일이 생긴 것인가.
상관없다.
망명은 고려하지도 않았지만, 결국 마지막 퇴로도 끊겼다.
이젠 정말 싸우는 방법밖에는 없다.
남은 시간 동안 텍사스 전역에 남은 추종자를 결집시켰다.
텍사스의 탁 트인 광야 한가운데, 스티븐 오스틴은 자경단원들을 모아 놓고 서 있었다.
규모가 많이 줄어들었지만, 그래도 몇 년간 같이 텍사스를 지킨 전우들이 많이 찾아와줬다. 그뿐만이 아니었다.
최근에 새로 가입한 피 끓는 텍사스인 젊은이들도 많이 찾아왔다.
스티븐은 결연한 얼굴로 단원들을 바라보며 마지막 연설을 시작했다.
“전우들이여!
멕시코 제국의 황태자가 그의 군대를 이끌고 우리를 향해 진군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서명 명단이 적의 손에 들어갔고, 우리는 이제 물러설 곳이 없습니다.
제가 여러분에게 말씀드렸던 시기가 약간 빨리 다가왔을 뿐입니다. 멕시코 제국의 압제자들은 어차피 언젠가 우리를 짓밟기 위해 군대를 보냈을 것입니다.
우리는 모두 텍사스의 자손들입니다. 우리는 멕시코 제국의 압제에 맞서 싸울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우리의 무기는 이미 준비되었습니다.
적은 우리보다 강하지만, 여기에 마지막까지 남아준 전우들의 수가 무려 2,000명이나 됩니다.
충분히 승산이 있습니다. 우리는 이 땅, 텍사스를 지난 12년간 코만치 부족에 대항해 지키며 싸웠습니다. 그 지형을 우리만큼 잘 아는 이들은 없습니다.
이제 우리의 선택은 분명합니다. 싸우거나, 멕시코의 손에 처형되거나. 그렇다면 저는 여러분과 함께 끝까지 싸울 것입니다.
자, 전우들이여! 우리의 땅, 우리의 자유, 우리의 미래를 위하여! 텍사스를 위하여!”
***
“기습이라···. 그런데 어쩌지, 이미 다 알아버렸는데.”
아무래도 자기 조직안에 첩자가 있을 거라곤 생각을 못 하는 모양이다.
스티븐 오스틴의 움직임은 그의 조직에 잠입한 정보원이 꾸준히 내게 보고하고 있었다.
‘정확히 어디서 기습할지까지 아는 것은 무리겠지. 실시간 통신이 되는 것은 아니니까. 하지만 출발 시각을 보면 대충 나오지.’
카를로스 요원은 전투가 시작되기 전 탈영할 예정이라고 한다.
‘스티븐 오스틴, 이 상황까지 왔으면 혼자 도망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항복하는 쪽은 보나 마나 처형이니 선택을 안 하는 게 당연하지만, 혼자 도망치면 목숨이라도 구할 수 있지 않은가.
모든 것을 잃을 바엔 싸우겠다는 건가. 솔직히 내 입장에서는 그리 좋게 보이지 않는다.
‘가족, 부하들만 불쌍하지.’
고귀한 희생? 그렇게 포장되는 것도 성공해서 미국 쪽으로 합병된 후에 미국 쪽 매체에서 포장되는 것일 뿐이다.
알라모 전투의 데이비드 크로켓이 그 예라고 할 수 있다.
솔직히 멕시코 입장에선 웬 미국 놈이 우리나라 영토를 독립시키겠답시고 찾아와서 싸우다 죽은 황당한 녀석일 뿐이다.
텍사스의 아버지라는 거창한 칭호를 받은 스티븐 오스틴과 비슷하게 미국에서 위인으로 취급받는 데이비드 크로켓은 1835년에 텍사스로 이주하기 때문에 이 세계에서는 죽지 않고 살아갈 것이다.
‘원 역사에서는 성공했으니 잘 포장된 거지. 이 세계에선 실패할 것이니, 오지 않는 게 서로 좋은 일이지.’
마지막 기수가 가져온 편지엔 스티븐 오스틴과 텍사스 자경단이 3일 전에 출격했다고 한다. 거리를 생각하면 오늘 밤부터는 기습이 가능할 것이다.
“적이 새벽에 기습을 시도할 수도 있다는 첩보가 들어왔네. 잘 대비해주게.”
내가 직접 지시하는 상급 장교는 총 4명이다. 보병 1천명을 지휘하는 보병연대장, 기병 500명씩을 지휘하는 기병연대장 2명, 포병대 500명을 지휘하는 포병연대장.
이 중 보병연대장이 최고선임이었다. 그가 답했다.
“예, 전하. 잠을 아예 안 재울 수는 없으니, 경계를 강화하고 완전무장을 한 채로 자도록 지시하겠습니다.”
“그래. 기병대와 포병대 쪽도 즉시 대응할 수 있도록 준비하게. 기병 쪽은 정찰병 수도 늘리도록 하고.”
“예, 전하.”
우리 군대는 샌안토니오로 가는 길목에 있는 마을인 곤잘레스(Gonzales) 마을에 도착하여 그 옆에 숙영할 준비를 했다.
‘곤잘레스라···. 어디서 들어본 것 같기도 한데.’
***
“보스, 오늘도 탈영병이 100명이 넘습니다.”
조나단은 스티븐 오스틴에게 보고했다.
“제길. 더 이상 시간을 끌면 안 되겠군.”
“예, 제 생각에도 그렇습니다. 특히 카를로스 그놈마저 탈영을 해버리는 바람에.”
“사기가 많이 떨어졌다 이건가?”
“예.”
“고향을 지키는데 도망치다니, 겁쟁이 새끼들. 오늘 기습할 것이니 준비해.”
어두컴컴한 새벽, 스티븐 오스틴과 텍사스 자경단은 기습을 준비 중이었다.
분명 출발할 때는 2,000명에 달했던 자경단은 지난 3일간 무려 400명이 넘게 줄어들었다.
새벽마다 도망치는 자들을 막기 위해 노력도 해봤지만 막으라고 지시한 자들마저 도망가는 판국이었다.
2,500명 대 1,600명.
숫자 차이가 꽤 나긴 하지만 기습을 가한다면 충분히 승산이 있다. 스티븐 오스틴은 그렇게 생각했다.
“여기까지 남아준 전우들이여. 자네들이야말로 진정으로 우리의 고향, 텍사스를 사랑하는 자들일세. 우리의 이 마지막 시련을 잘 이겨낸다면 큰 보상이 뒤따를 것일세.”
스티븐 오스틴은 마지막까지 남은 이들을 격려했다.
이들은 오랜 시간 텍사스 자경단으로 활동하며 쌓인 전우애 때문에 남은 이들이 절반이었다.
나머지 절반은 텍사스인 정체성을 강조하는 스티븐 오스틴의 선동에 넘어가 이것이 진정 고향을 위하는 길이라고 굳게 믿는 젊은이들이었다.
출세와 보상만을 바라고 따라온 이들은 전투가 가까워지자 대부분 탈영했다.
스티븐 오스틴은 이들을 2개 연대, 16개 중대로 분류했다. 비정규군이긴 하지만 코만치 부족과 몇 년간 싸워오면서 얻은 실전 경험은 적지 않았다.
“텍사스 자경단, 진군!”
스티븐 오스틴은 작지만 단호한 목소리로 명령했다.
달빛에 어렴풋이 비치는 멕시코 제국 놈들은 숙영지는 조용했다.
‘거의 다 왔다. 이 거리까지 오도록 모르다니, 군기가 개판이군.’
거리가 가까워질수록 스티븐 오스틴은 짜릿한 기분을 느꼈다.
그는 멀리서 사격할 생각이 없었다. 대포가 없는 이상 근접전, 난전으로 가야 기습의 묘리를 살리고 적 포병대를 무력화할 수 있다.
“지금이다! 돌격하라! 도착하면 천막에 불부터 붙여!”
진짜 다 왔다. 이제부터는 달리면 금방이다. 그렇게 생각한 스티븐 오스틴이 지시를 내린 순간이었다.
“사격 개시!”
탕!타타타탕!
갑자기 모든 천막에서 완전무장에 총까지 들고 있는 군인들이 튀어나왔다.
“이런 씨발! 전속력으로 달려!”
스티븐 오스틴은 그렇게 외치고 자신도 달리기 시작했다. 이를 예측하던 멕시코 측의 대응도 신속했다.
“보병대! 전열을 형성하라!”
“예!”
“포병대장! 준비되는 대로 바로 발사하도록 하게!”
“예! 준비되는 대로 발사하라!”
“1기병 연대는 좌측으로, 2기병 연대는 우측으로 우회하여 타격하게!”
“예!”
누가 보더라도 기습은 실패였다. 적은 완벽히 대응하고 있었다.
텍사스 자경단은 갑작스러운 반격에 당황했다.
“저 새끼들 뭐야! 대체 어떻게 안 거야!”
“몰라 씨발! 일단 달려! 멈추지 마!”
기습 작전이 유일한 희망이었는데, 실패해버리자 크게 동요하면서도 도망치지 않고 일단 달렸다. 아직 크게 손실을 보지 않은 상황이고 대장인 스티븐 오스틴이 같이 달리고 있었기 때문이다.
“텍사스의 아들들이여! 나를 따라라!”
최선두에서 같이 달려 나가는 스티븐 오스틴의 외침을 들은 텍사스 자경단은 다시 용기를 얻었다.
그때였다.
“발포!”
쾅! 콰앙! 쾅! 콰앙! 쾅!
옆에서 달리던 텍사스 자경단 형제가 으깨졌다.
“으아아아!! 멕시코 제국 이 개새끼들아!”
여기까지 와서는 이판사판이었다.
스티븐 오스틴은 달려가면서 생각했다.
‘기습은 실패다. 적 보병들은 이미 전열을 형성하기 시작했어. 더 이상 접근하는 것은 의미가 없다.’
전열을 형성한 적 보병대가 총을 쏴대기 시작했다.
타타타타탕!!
스티븐 오스틴은 목이 터져라 외쳤다.
“형제들이여! 산개하라! 지형지물을 이용해 엄폐해!”
스티븐 오스틴은 그렇게 말하고선 앞에 보이는 바위까지 뛰었다.
“사격하라!”
탈영한 자들이 양심은 있는 것인지, 대부분 총과 총알은 놓고 튀었다. 덕분에 일 인당 총알 수만큼은 넉넉하다.
타타타타탕!!
곤잘레스 마을 근처는 완전히 탁 트인 평원은 아니었다. 나무, 바위, 언덕, 건물 등으로 엄폐한 텍사스 자경단원들은 사격전을 시작했다.
타타타타탕!!
코만치 부족과의 전투 경험이 풍부한 베테랑들은 멕시코 제국 보병들에게 유의미한 타격을 입혔지만 교전비는 절망적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멕시코 제국의 황태자, 헤로니모가 말했다.
“음, 신무기를 가져오길 잘했군. 후장식 라이플의 위력이 대단해.”
전쟁터까지 따라온 보좌관, 디에고가 말했다.
“예, 전하. 후장식 라이플을 든 300명은 전장식 라이플을 든 자들보다 2배 이상의 속도로 쏘는 것 같습니다.”
이 사실을 텍사스 자경단도 알아챘다. 자경단의 2인자, 조나단이 외쳤다.
“보스! 적의 무기가 압도적입니다! 이대론 답이 없어요!”
“제길. 일단 저기 곤잘레스 마을로 후퇴하라! 지형지물을 최대한 이용해!”
마을에는 민간인이 있다. 그들을 싸움에 휘말리게 만들 수도 있는 무책임한 명령이었다. 하지만 그것도 스티븐 오스틴의 노림수였다.
‘마을로 들어가면 대포는 못 쏘겠지.’
시가전이라고 하기엔 그리 큰 마을은 아니지만, 각종 장애물은 기병대의 위력도 낮출 것이다.
그의 빠른 엄폐 명령으로 인해 궤멸적인 사상자가 나오는 상황은 피했다. 오히려 무장 수준 차이, 병력 수준 차이, 훈련 수준 차이 등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상황.
‘아직 희망은 있다.’
“다들 곤잘레스 마을로 후퇴하라! 옆 사람에게 전파해!”
텍사스 자경단의 움직임이 달라졌다. 곤잘레스 마을 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멕시코 제국 측에서도 그걸 확인했다.
“설마 민간인을 끌어들일 셈인가? 혹시나 해서 마을과 조금 떨어진 곳에 자리 잡았거늘.”
“전하, 아까부터 저기 저놈이 명령하는 듯합니다. 지휘관인 것 같습니다.”
전장을 살피던 디에고가 말했다. 그 말을 들은 황태자는 황급히 신호수에게 명령했다.
“기병대에게 저쪽의 스티븐 오스틴을 잡도록 신호를 보내! 생포가 여의찮으면 그냥 죽여버리라고 하게!”
오로지 스티븐 오스틴의 지도력으로 굴러가는 조직이다.
구심점을 잃으면 흩어질 터.
살려서 재판에 세울 수 있으면 그림은 좋겠지만 그걸 위해 우리 병사들의 목숨을 낭비할 수는 없다.
신호수는 미리 정해놓은 신호를 보냈다. 우측을 타격해 자경단원들을 사냥하던 제2 기병 연대가 그 신호를 확인했다.
곤잘레스 마을을 향해 달리는 스티븐 오스틴의 등 뒤로 기병대가 질주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