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60)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60화(60/180)
대학과 노예제 (1)
미국 대사 앤서니 버틀러.
평소라면 이 뻔뻔하기 그지없는 놈을 만나는 것은 불쾌한 경험이겠지만 오늘만은 다르다.
“대사님! 결혼식 때 뵙고 처음 뵙는군요! 반갑습니다.”
내가 황궁에 찾아온 그를 격하게 반기자, 그는 얼떨떨한 얼굴이었다.
“환대해 주시니 감사합니다, 전하. 부르실 것이라고는 예상치 못했는데, 뜻밖의 즐거움이군요.”
갑자기 왜 불렀냐는 거다.
나는 바로 대답하지 않았다. 대신 차를 대접했다. 시종이 차를 따랐다.
조르륵-
“시간은 많으니, 차부터 한잔하시죠.”
“···감사합니다.”
그가 한 모금 마실 때였다.
“텍사스에 장난질을 치셨더군요.”
“큼. 그게 무슨?”
아쉽게도 사레가 들리거나 하진 않았다.
“말 그대로입니다. 미국이 보낸 요원을 잡고 있습니다. 대사님은 앤드류 잭슨 대통령과 밀접한 관계이시니 잘 아실 텐데요?”
그는 앤드류 잭슨이 직접 고른 인선이었다. 앤드류 잭슨의 라인이라는 뜻이다.
“무슨 소리인지 전혀 모르겠습니다. 요원이라니요. 우리 미국은 해당 사항에 대해 아는 바가 없습니다.”
당연한 발뺌이다.
“요원이 다 자백했습니다. 텍사스에 무기도 꽤 많이 가져다 놓으셨더군요. 미국 정부에서 텍사스 반란을 지원하기 위해 보낸 것들이라는 증언까지 확보했습니다. 참고로 무기는 우리 쪽에서 회수했으니 찾으려고 헛수고는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미국 정부에서 보내다니요. 우리는 모르는 일입니다. 정신이상자가 아니겠습니까?”
단번에 자국의 요원을 정신이상자로 만들어버리는 앤서니 버틀러.
잡혀버린 첩보 요원의 운명이라는 게 원래 이렇다지만 좀 너무하다.
“그렇다면 헨리 클레이(Henry Clay)에게 이 자에 대한 정보와 증거물들을 넘겨도 아무 상관이 없으시겠군요? 그가 의혹을 제기하면 우리 멕시코 제국은 그 의혹들을 적극적으로 인정할 겁니다. 당신들의 대통령 앤드류 잭슨이 우리 멕시코 영토에서 반란을 사주했다고.”
헨리 클레이는 미국의 상원의원이자 앤드류 잭슨의 최대 정적 중 하나로 올해 1834년에 반앤드류 당인 휘그당까지 창당하는 자다.
정치적 영향력도 상당해 최근 미국 정치계의 가장 큰 화두 중 하나인 앤드류 잭슨의 ‘은행 전쟁’ 정책에 대한 대립을 지속하고 있는 자였다.
‘그는 앤드류 잭슨을 공격할 명분이 생기는 순간 망설이지 않을 거다.’
내 말이 끝나자, 앤서니 버틀러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더 이상 못 들어주겠군요. 우리 미국이 반란에 개입했다는 것은 명백한 거짓 선동입니다. 우리 미국에선 무기를 구하는 것이 어렵진 않죠. 대포 등의 물품까지 관리를 못 한 책임은 인정하겠지만 반란 사주라니? 그런 말도 안 되는 억지를 우리가 인정할 것 같습니까? 멕시코 제국이 그런 주장을 해봤자 외교적 마찰이 생길 뿐 할 수 있는 것은 아무것도 없을 겁니다.”
앤서니 버틀러는 얼굴이 벌게진 채 말을 쏟아내고는 나가려고 했다.
그의 말대로 이 정도 증거로는 미국이 반란 사주를 했다는 것을 공식적 인정을 시키는 것은 무리다. 하지만 그의 상관인 앤드류 잭슨 대통령에게 엄청난 정치적 타격을 줄 수는 있다.
정상적인 외교관이라면 이런 식으로 자리를 박차고 나가려고 하는 게 아니라, 거래를 할 생각을 해야 한다.
‘평소 우리 멕시코 제국을 얼마나 무시하는지 알만하군.’
동등한 외교 대상이라고 생각한다면 나올 수 없는 대응이다. 나는 겉옷을 챙기려는 앤서니 버틀러에게 말했다.
“잠깐, 그렇게 흥분하지 말고 이야기를 더 해보시죠. 꼭 서로에게 타격을 입히지 않아도 적당히 거래를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내가 차분한 어투로 그렇게 말하자, 그도 너무 흥분했다는 것을 자각했는지 외투를 다시 걸어놓고 자리에 앉았다.
“···죄송합니다, 전하. 제가 조금 흥분했군요. 거래에 대해 이야기를 해보고 싶습니다.”
‘아마추어 같은 놈.’
이게 인맥으로 꽂아 넣은 외교관의 한계다. 나는 속으로 비웃으며 그가 혹할 만한 이야기를 꺼냈다.
“앤드류 잭슨 대통령이 제정한 인디언 이주법을 보건대, 인디언을 내쫓고 싶어 하는 것 같더군요. 맞습니까?”
“···내쫓는다기 보단, 적당한 위치로 이동시키고 싶은 생각은 있습니다.”
사실 그 적당한 위치란 것은 없다는 것을 서로가 안다. 미국인들이 점점 서부로, 남부로 진출할수록 인디언들을 끝없이 밀어낼 것이다. 인디언들이 전부 죽어버릴 때까지.
“그 인디언들이 동의한다면 우리 멕시코 제국으로 이민시켜도 좋습니다. 대신 미국 정부는 ‘인도적’으로 우리 멕시코 제국이 국경에 설치할 이민청이 있는 도시까지 데려다줘야 합니다.”
“예? 그게 정말입니까? 그렇게만 해드리면 전부 넘어가 주시는 겁니까?”
앤서니는 뜻밖의 횡재를 했다는 표정이었다. 정치적 부담이 될 수 있는 건을 덮어주는 대가로 오히려 골칫거리를 받아준다니? 이게 진짜인가? 싶은 표정.
“당연히 조건이 더 있지 않겠습니까? 우리 멕시코 제국이 자선사업가도 아니고.”
내가 황당하다는 듯 반문하자 앤서니 버틀러는 표정을 수습했다.
“어떤 조건인지 물어도 되겠습니까?”
“명목상으론 인디언 이민에 관한 조약을 체결하는 대가로 우리 멕시코 제국이 지고 있는 부채 중 절반인 400만 페소를 탕감해 주시죠. 그렇게 해주면 텍사스 반란 사주에 대한 건도 넘어가 주도록 하겠습니다.”
쿠바의 농장까지 몰수한 후로는 원금도 조금씩 상환하고 있어서 800만 페소의 부채가 남았다.
앤서니 버틀러는 상당히 고민하고 있었다. 머릿속에서 여러 시뮬레이션을 돌려보고 있을 거다.
‘200만 달러라면 앤드류 잭슨 대통령이 신나서 멕시코와 이런 조약을 체결했다고 홍보할 만한 수준이지. 300만 달러면 좀 애매하지만 나쁘지 않다는 반응일 것이고 400만 달러라면 손해라는 반응이 나올 거다.’
앤드류 잭슨 대통령으로선 정치적으로 부담을 좀 지겠지만 텍사스 반란 사주에 대한 내용을 덮어준다면 충분히 납득할 수 있는 금액이다.
앤서니 버틀러는 고심 끝에 대답했다.
“···본국에 의사를 물어보고 결정해야겠지만, 긍정적으로 생각하셔도 좋습니다.”
“좋습니다. 최대한 빠르게 정식 답변을 듣고 싶군요.”
나는 앤서니 버틀러와 힘차게 악수했다. 돌아가는 그를 보며 생각했다.
‘이 결정을 후회하게 될 거다.’
미국이 원주민들을 쫓아내는 것은 땅 때문인 만큼 미국 내 다른 영토로 이주시키는 것보다 아예 멕시코 제국으로 보내서 치워버리고 싶어 할 것이다.
나는 멕시코 이민에 동의하는 부족만 보내달라는 조건을 달았지만, 미국은 무력을 동원해서라도 동의를 시킬 거다.
‘그 과정에서 미국에 대한 원한이 극에 달하겠지.’
나는 이 부족들을 미국과의 국경을 따라 정착시킬 것이다. 유럽 이민자들처럼 땅도 주고 식량과 농기구도 줄 거다.
이미 우리 영토에 살고 있던 원주민 부족들과는 다르게, 같은 부족끼리만 모여서 살게 해주진 않을 거다. 빠른 동화를 위해 다른 이민자들도 동일하게 우리 멕시코 제국의 이민 정책을 따르게 될 것이다.
‘당근과 채찍 전략을 쓸 필요도 없지.’
우리 멕시코 제국의 국경까지 도달할 이들은 이미 미국과의 전쟁에서 대패하고 눈물의 길을 걸으며 잔혹한 현실을 절절하게 깨달은 이들밖에 없다.
흩어놓는다고 해도 저항할 힘도 없을 것이고, 이민 혜택을 맛보고 나면 저항할 동기도 점점 사라질 것이다.
이들은 우리 멕시코 제국의 자영농이 되어 인구를 회복할 것이고, 10년 후의 미국은 이 조약을 뼈저리게 후회하게 될 것이다.
***
멕시코시티로 복귀한 리카르도 소령은 중령으로 진급했다. 내가 아버지에게 그의 활약상을 상세하게 보고했기 때문이다.
그는 군사 정보 부대의 수장이 되었다.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으며, 그 존재를 아는 것도 극소수인 부대가 창설되었다.
아버지가 직접 선정한 20명의 요원은 전부 황제파의 가장 충성스러운 엘리트 장교들이었다.
리카르도 중령을 필두로 20대 초반의 젊은 장교부터 40대의 장교까지 다양한 이들이 일렬횡대로 서 있었다.
나는 그들 앞에서 입을 열었다.
“자네들은 우리 멕시코 제국의 모든 군인 중 가장 위험하고 까다로운 임무들을 수행하게 될 것이네.”
나는 그들 한 사람 한 사람과 눈을 맞췄다.
“하지만 걱정하지 말게. 자네들의 애국심, 그리고 충성심은 반드시 보상받을 것이네.”
처음으로 운용하는 정보 부대다. 당연히 기반도 없고 첩보원을 운용하는 노하우도 없다.
“이 부대는 공식적으로는 존재하지 않지만, 그 의미와 중요성만큼은 우리 제국의 최고라고 자부해도 좋네. 그러니, 자부심을 가지고 임무에 임해주게.”
나는 리카르도 중령의 앞에 섰다.
“리카르도 중령, 잘 부탁하네.”
그는 결연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황가의 눈과 귀가 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충성!”
나는 그들의 경례를 받아주었다.
조용한 곳에서 조용하게 열린 군사 정보 부대의 조촐한 창설식엔 한 사람이 더 있었다.
정복을 차려입은 여러 장교의 끝에 엉성하게 서 있는 마이클 윌리엄스였다.
“표정이 왜 그런가?”
“저···전하, 제가 여기에 함께 해도 되는지 의문이 듭니다.”
“어차피 노역형을 받지 않았나. 아니면 탄광으로 가고 싶은 건가?”
“아닙니다!”
그는 특별한 임무를 맡을 것이기에 이 부대에 소속시켰다.
“여기 있는 이들보단 훈련이 좀 힘들겠지만, 힘내게.”
첫 첩보 요원들이다. 당연히 훈련 커리큘럼도 없다. 리카르도 중령과 다른 장교들이 상의하여 임무 수행에 필요한 첩보 요원 양성 커리큘럼을 만들 것이다.
만들어진 훈련 커리큘럼대로 여기 있는 요원들이 직접 몸으로 겪으며 그 효과를 평가할 것이다.
훈련은 엘리트 장교들의 기준으로 맞춰질 것이기에 상당히 힘들 것이다. 마이클 윌리엄스는 그 훈련을 성공적으로 마쳐야 한다.
“이민 회사를 자네가 이어받고, 미국 내 정보 수집도 하려면 훈련을 열심히 받아야 할 걸세. 들켜서 죽기 싫으면.”
내 말에 마이클 윌리엄스의 안색이 변했다.
“최선을 다하겠습니다!”
“그래야지.”
스티븐 오스틴은 죽었지만, 미국에서의 이민은 계속 받아야 한다. 이 임무를 맡을 적임자로 마이클 윌리엄스만 한 자가 없다.
실무자로 활동하며 이미 어떻게 돌아가는지 잘 알고 있는 데다, 내가 확실히 제어할 수 있는 인물이기도 하다.
“자네만 잘해주면 자네 가족들은 풍족하게 살 수 있을 것이네.”
나는 마이클의 어깨를 두드려 주었다.
‘미국 인구를 빼 오는 작업은 계속되어야 한다.’
스티븐 오스틴만큼 좋은 이민 혜택을 제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그건 사기였으니까. 하지만 이민자 수는 오히려 더 늘어날 것이다.
유럽의 이민회사와 비슷하게 다단계 이민을 실행할 것이다.
스티븐 오스틴은 돈을 벌어서 대농장을 만들고 텍사스 공무원들에게 뇌물을 뿌렸지만, 마이클 윌리엄스가 이어받은 후엔 그렇지 않을 것이다.
오히려 다단계의 가장 윗부분인 마이클은 수수료를 전혀 받지 않을 테니 유럽보다 더 혜택이 큰 다단계 이민 회사가 될 것이다.
‘월급은 줘야겠지만.’
노역형을 선고했으니 임금은 안 챙겨줘도 되지만 이민회사 사장 역할을 하며 미국 내 첩자 역할도 할 그의 사기도 어느 정도는 고려를 해줘야 한다.
“자네도 미국에 있는 동안은 넉넉한 활동비를 받게 될 것이니 너무 걱정하지 말게.”
“예, 전하.”
마이클은 3개월간의 극한의 훈련을 경험한 후 요원들과 함께 미국으로 투입될 것이다.
***
정보 부대의 창설식을 마치고 황궁에 돌아오니, 하녀가 말했다.
“전하, 미리 와 계신 손님이 있습니다. 공화파의 페드로 의원이라고 합니다.”
아무래도 아직 하루가 끝나지 않은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