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61)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61화(61/180)
대학과 노예제 (2)
‘슬슬 올 거라고 생각했지.’
공화파의 젊은 수장 페드로 의원이 나를 찾아왔다.
“···그래서, 대학 설립을 도와달라는 건가? 분명 우리 거래는 법안 통과까지였던 것으로 기억하는데.”
세속 대학 설립은 우리 멕시코 제국의 부흥을 바라는 내게도 꼭 필요한 일이다. 하지만 공화파 입장에서는 목숨을 걸고 실현해야 할 안건이다.
어느 나라, 어느 시대에서건 대학생들은 가장 진보적인 집단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사회 변화를 싫어하는 지주들과 가톨릭교회의 힘이 막강한 멕시코엔 종교 대학밖에 없던 것이다.
나는 미터법 도입에 관한 법률을 통과시켜주는 것에 대한 대가로 세속 대학 설립에 대한 법률을 통과하는 것에 도움을 줬다.
거래는 거기서 끝이고 구체적인 실행은 공화파에서 알아서 해야 할 일이다.
“알고 있습니다. 그냥 도와달라는 것이 아닙니다. 저번처럼 거래했으면 합니다.”
‘거래라.’
페드로 곤잘레스 의원.
공화주의에 대해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는 자이지만, 아직 30살에 불과한 정치 신인이다. 그는 무려 20대 후반에 공화파의 수장 자리에 오른 것이다.
그런 자가 이전 수장이던 라파엘 의장을 비롯한 많은 중진들이 지주파와 황제파로 자리를 옮긴 상황에서 교회 세력을 상대하는 것이 쉽지는 않겠지.
아무리 그렇다고 하더라도 벌써 쉬운 길을 택하려 하다니.
“가톨릭교회에서 자네들을 견제하고 있다는 소식은 들었네. 하지만 제대로 싸워보지도 않고 내게 거래를 청하는 것은 실망스럽군.”
공화주의자 입장에선 명목상 입헌군주제라고는 하지만 절대군주 못지않은 막강한 황권을 지닌 황가는 적이나 다름없는 상대가 아닌가.
공화파의 힘이 예전에 비해 줄어든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상당한 세력을 가지고 있음에도 그 힘을 이용하지 않고 적이라고 할 수 있는 나의 힘을 빌리려고 한 것이다.
“실망···입니까?”
페드로 의원은 내 말에 당황한 듯했다.
“그래. 법안만 통과되면 교회 세력들이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라고 생각했나?”
이 멕시코에서 가톨릭교회 세력의 힘은 강대하다. 황제파, 지주파, 공화파 할 것 없이 모두가 가톨릭의 신자다.
수백 년의 세월을 거쳐 멕시코 전역으로 퍼진 가톨릭은 백인, 메스티소는 물론이고 지방에서 힘 좀 쓴다는 원주민 기득권들까지 가톨릭 신자가 아닌 경우가 드물었다.
‘원 역사에서도 정권을 잡은 공화 정권이 세속화 개혁을 추진했다가 대규모 반란에 직면했을 정도지.’
그것도 무려 2번이나 일어났다. 1857년의 개혁 전쟁(Guerra de Reforma)과 1926년의 크리스테로 전쟁(La Guerra Cristera).
두 사건의 사이에는 70년이라는 엄청난 시간 차이가 존재하지만 놀랍게도 반란이 일어난 원인은 동일하다. 가톨릭교회의 기득권을 약화시키려고 했다는 것.
‘가톨릭교회 세력이 첫 전쟁에서 패하고 나서도 70년간이나 힘을 잃지 않았다는 의미기도 하지.’
생각해보면 정말 무서운 이야기다.
“물론 순순히 받아들일 것이라고는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하지만 명백히 저들은 도를 넘어섰습니다.”
그가 설명한 바에 따르면 교회 세력은 합법과 불법의 경계를 넘어 들며 공화파에 전방위적 압력을 가하고 있었다.
설교, 강연, 출판물들을 통한 공개적인 반대는 물론이고 각 세력의 의원들에게 정치적 압력을 넣어 세속 대학 설립에 필요한 예산 편성을 지연시키고 있었다.
세속 대학 설립을 추진하는 자들에 대해 근거 없는 의혹 제기와 루머까지 퍼뜨리며 괴롭히는 상황이었다.
‘아직 신진 세력인 공화파가 저 짓만 수백 년이 넘게 해온 가톨릭을 감당하긴 힘들긴 하겠지.’
교회에 반하는 모든 것들을 비도덕으로 몰아가는 가톨릭의 노하우는 하루 이틀에 걸쳐 쌓은 것이 아니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엄한 목소리로 입을 열었다.
“페드로 의원, 그 각오가 그 정도밖에 안 되었나? 저들이 설교와 강연, 출판물들을 통해 여론을 호도한다? 그럼 자네들도 나가서 대중 연설을 하게. 세속 대학이 왜 필요한지, 교회의 주장에 대해 반박하고 정의와 도덕을 울부짖는 그들의 모순을 공격하게.”
“···그건 가톨릭교회 보고 본격적으로 싸우자는 말이나 다름없지 않습니까.”
두려움.
이 멕시코에서 가톨릭교회가 가지는 힘을 안다면 두려운 것은 당연하다. 가톨릭교회가 하는 것은 가벼운 경고나 다름없다.
본격적인 대립이 시작되면 암살 위협을 비롯한 직접적인 물리력까지 동원될 것이다. 이 사실을 페드로 의원도 알겠지. 하지만,
“파티장에서 내게 보여줬던 패기는 어디로 갔나? 두려움을 극복하는 것이 개혁가의 일 아닌가. 혹시 아무것도 희생하지 않고도 개혁을 이뤄낼 수 있다는 망상에 빠져있다면 정신 차리게.”
나는 격한 어투로 그를 질책했다.
개혁가라면 투쟁해야 한다. 그렇지 못하다면 공화파 수장 자리에 있을 자격이 없다.
만약 페드로 의원이 내 기대를 저버리고 두려움을 극복하지 못한다면 무슨 수를 써서라도 더 유능한 인물로 갈아치워야 한다.
그것이 우리 황가에 잠재적 위험 요소를 만드는 꼴이라고 해도.
“···거래를 요청하러 왔다가 황태자 전하께 이런 쓴소리를 들을 줄은 상상도 못 했습니다. 정신이 번쩍 드는 기분이군요.”
페드로 의원의 얼굴은 발갛게 달아올랐다. 그는 이어서 말했다.
“하나같이 틀린 말이 아니라는 점이 더 분하군요. 갑작스럽게 공화파의 수장이 된 뒤로 생각이 너무 많아졌나 봅니다. 거래는 없었던 일로 해주십시오.”
‘이제야 눈빛이 마음에 드는군.’
“어떻게 할 계획인지 물어도 되겠나?”
페드로 의원은 결연한 표정으로 말했다.
“우리 공화파의 힘을 제대로 보여줄 생각입니다.”
‘다행이군.’
가톨릭이 강대한 것은 사실이나, 공화파가 약하냐 하면 그것도 아니다.
이 세계에서는 세력이 많이 줄어들긴 했지만, 원 역사의 멕시코 공화주의자들의 폭발력은 대단했다.
‘독재자가 출현하고 공화파가 끌어내리는 상황이 끝없이 반복되었지.’
그 과정에서 이전 독재자를 끌어내린 영웅이 다시 독재자 되는 악순환이 계속 반복되었고 그 시작점인 최초의 독재자가 바로 아구스틴 1세다.
그래도 결국은 공화주의자들이 승리했고 가톨릭이 일으킨 두 번의 대규모 반란도 결국은 멕시코 공화국 정부가 승리하지 않았던가.
가톨릭교회와 공화주의자들.
이 강대한 두 세력은 반드시 충돌해줘야 한다. 아니, 원 역사에서 보듯 본질적으로 충돌할 수밖에 없다.
‘그래도 공화파가 상대적으로 약해진 상황이니, 이쪽에 힌트를 좀 줘야겠지.’
“상황이 너무 격해지면 황가가 개입할 것이니 정도를 지키도록 하게.”
유혈 사태까지는 가지 말라는 경고이자, 거기까지는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는 힌트기도 했다. 페드로 의원도 그것을 알아들었다.
“···감사합니다.”
“감사하긴, 대신 자네들이 도와줘야 할 것이 있네. 이건 자네들이 더 원할 내용이라네.”
“예? 어떤 것입니까?”
페드로 의원은 거래는 안 하기로 한 것 아니었나. 하는 표정으로 나를 보고 있었다.
‘온 김에 처리해야지.’
“나는 우리 제국에서 노예라는 것이 없어지길 원하네.”
“노예제 폐지입니까.···황태자 전하께서는 정말 예측하기 어려운 말들만 하시는군요.”
원 역사에서 멕시코의 노예제 폐지는 1829년에 이루어졌다.
노예제 폐지는 보수주의자들의 격렬한 반발을 일으킬만한 건으로 생각할 수도 있지만, 적어도 이 멕시코에서만큼은 큰 반발이 없었다.
‘노예가 거의 없으니 당연하지.’
바야돌리드 논쟁 이후 원주민을 노예로 만드는 것은 금지되었다.
실질적으로는 빚에 의한 착취, 선교지에 의한 착취 등이 이루어졌지만 공식적으로 노예는 아니었고, 노예제 폐지에 큰 부담이 없었다.
오히려 이 조치는 텍사스인들의 심각한 반발을 불러왔는데, 그들은 미국 남부에서처럼 흑인 노예를 잔뜩 도입해 농장을 꾸려놨기 때문이었다.
“전하, 공화파는 당연히 노예제 폐지를 지지하지만, 괜찮으시겠습니까?”
페드로 의원은 그렇게 물었다.
“괜찮네. 그 정도는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니, 의회에서 자네들이 먼저 발의해 줄 수 있겠나?”
“예, 알겠습니다, 전하.”
노예제 폐지를 미룬 이유엔 텍사스 문제도 있었지만, 그것뿐이었다면 좀 더 빠르게 강행했을 것이다. 하지만 이 세계에선 하나의 걸림돌이 더 생겼다.
그 걸림돌은 바로 쿠바.
원 역사의 멕시코엔 없었던 지역이다.
쿠바의 농장들은 대부분 에스파냐인의 소유였기에 그 농장들이 그대로 멕시코 제국 정부 소유가 되었다.
즉, 쿠바라는 거대한 농장의 농장주는 멕시코 제국 정부라는 것.
그래서 아버지와 재무대신에게 딜을 했다.
노예들을 해방해 소작농이나 임금 노동자로 전환하는 대신 설탕과 커피 플랜테이션에서 쓸 수 있는 전용 파종기와 기계식 수확기, 거기에 댐과 관개시설까지 할인된 가격으로 공급하기로 했다.
나는 그들을 설득할 요량으로 내 조건이 이루어졌을 때의 손익을 직접 계산해서 보여주었다.
‘기계식 수확기를 도입해서 필요 없어진 인력은 본토로 데려와서 노동을 시키거나 개척을 시키면 되겠지.’
텍사스도 정리했으니, 노예제 폐지에 반대할 세력은 없다.
***
다음날.
페드로 의원이 다시 한번 상기시켜준 세속 대학 문제가 내 머릿속을 맴돌았다.
‘대학이라···. 토목과는 관련이 없어서 못 다뤄봤지만, 로망이 있는 분야긴 하지. 어쩌면 이 세계에선 대학을 잔뜩 건설해볼 수도 있겠군.’
지금 이 멕시코 제국엔 내가 신경 써야 할 중요한 문제들이 너무나 많다. 당장 긴급한 것만 따져도 베라크루즈에서 진행 중인 항구와 조선소 건설도 중요하고, 코만치 부족 문제도 중요하다. 하지만 대학도 이것들 못지않게 중요하다.
‘특히 씨앗을 뿌리고 수확할 때까지의 기간이 워낙 오래 걸리는 일이니, 나름 긴급하기도 하지.’
지금 진행 중인 교회와 공화파의 갈등 문제를 적당한 시점에 중재하고, 예산안 편성과 용지 확보, 설계 및 시공, 교수와 학생 모집까지 생각하면 개학에 걸리는 시간만 최소 3년에서 넉넉히 잡으면 5년까지 걸릴 것이다.
4년제 대학으로 만들 계획이니 졸업하는데 지금부터 7년, 어느 정도 경험을 쌓고 성과를 내는 데 5년이 걸린다고 치면 지금부터 12년이다.
‘이렇게 계산해보니 더 이상 미루면 큰일 나겠군.’
“세실리아. 베라크루즈는 좀 나중에 갈 것 같으니, 짐을 쌀 필요는 없겠어.”
“응? 왜요?”
“당분간 멕시코시티에서 할 일이 생겼어.”
“아···.”
곧 다시 베라크루즈의 작은 신혼집(?)에서 둘이 살 수 있을 줄 알고 기대하던 세실리아가 살짝 실망했지만 어쩔 수 없다.
이왕 세속 대학을 만든다면 내가 처음부터 끝까지 설계한다. 지금 있는 작은 종교 대학들과는 비교도 안 되는 거대한 종합 대학이 될 것이다.
‘학교 자체가 아름다우면 더 좋겠지.’
필요한 학과들은 전부 만들 것이다. 그러려면 교수들과 배울 커리큘럼에 들어갈 책들도 있어야 한다.
‘다시 한번 인재 수집에 나설 때가 되었군.’
이번엔 특정 기술을 가진 자들을 노린다기보단 각국의 유명 학자들에 대한 전방위적 스카우트가 될 것이다.
‘현대까지 유명한 서적들도 싹 수입해서 번역 작업을 해 놔야겠군.’
나는 영국의 레지날드에게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