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62)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62화(62/180)
대학과 노예제 (3)
페드로 곤잘레스는 아침부터 공화파 의원들을 모았다.
황태자와의 거래에 대한 내용을 말해주기 위함이었다.
“거래는 없다네.”
그는 동료들에게 솔직하게 말했다.
거래를 하러 갔지만 황태자가 그를 꾸짖었고, 분했지만 전부 맞는 말이라 반박할 수 없었다고.
“생각해보니 틀린 말이 아니더군. 내가 너무 순진하게 굴었던 것이 사실이야.”
“다 협의해서 결정한 것인데, 그게 왜 자네 탓이겠나.”
동료들은 그렇게 말해주었지만, 페드로의 생각은 달랐다.
그는 동료들을 둘러봤다. 확실히 다들 젊다. 물론 40, 50대의 의원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다른 파벌과 비교하면 평균 나이가 적어도 10살 이상은 어리다.
‘수장인 내가 어설프게 굴어서 이들까지 부끄럽게 만들었구나.’
페드로는 부끄러운 감정을 느끼며 이제부터는 다르리라고 결심했다.
“세속 대학은 우리 공화파로서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일이네. 그렇다면 마음을 더 굳게 먹어야 할 것이네. 교회와 싸우지 않고는 절대로 실행할 수 없어.”
페드로는 동료들에게 그렇게 말했다. 동료들도 동의했다.
“우리 지지자들에게도 전달해야겠군. 이제부터가 본격적인 시작이라고 말이야.”
공화파의 힘은 의석수에만 있지 않았다.
지방의 많은 군 지휘관, 특히 독립 유공자인 고위급 지휘관들은 공화주의 신념을 가진 자들이 많았다.
멕시코를 수백 년간 착취했던 에스파냐라는 압제자에 대한 반발심은 군주제에 대한 반감과 공화주의에 대한 지지로 이어진 경우가 많았기 때문이다.
“맞네. 이제부턴 전쟁이 시작될 것이니, 내부 단속도 중요하겠지.”
가톨릭교회.
그 거대한 적에 맞서는 일이 두렵지 않은 사람은 없을 터. 하지만 공화주의에 대한 신념, 민중에 대한 신념을 상기한다면 버텨낼 수 있을 것이다.
페드로 의원은 그렇게 믿었다.
동료들은 지지자들에게 보낼 편지를 쓰기 시작했고, 페드로 의원은 대중 연설을 할 연설문을 쓰기 시작했다.
몇 달 사이 교회 세력의 뛰어난 정치력에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으며 침체되었던 공화파 의원들의 분위기가 다시 뜨거워지고 있었다.
페드로 의원은 연설문을 다 작성하자마자 광장으로 달려나갔다.
공화파 수장이 연설을 할 것이라는 홍보도, 거창한 연설대도 없었다.
그는 나무 박스를 구해 올라섰다.
“멕시코 제국의 국민 여러분.
저는 페드로 곤잘레스 의원입니다.
오늘 저는 세속 대학 설립이라는 중대한 문제에 대해서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페드로 의원은 거리에서 연설을 시작했다.
그의 말에 흥미를 가지고 멈춘 것은 겨우 스무명의 시민 뿐이었지만, 그는 기죽지 않고 연설을 이어 나갔다.
“세속 대학 설립에 관한 법률은 의회에서 그 필요성을 인정받아 과반수의 동의를 얻어 통과되었습니다. 그러나 최근 어떤 세력의 방해로 인해 구체적인 편성이 지체되고 있는데, 저는 이 자리에서 세속 대학 설립의 이점에 관해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첫째, 교육은 국가의 현대화와 진보의 핵심입니다. 세계적인 발전의 흐름을 따라잡기 위해, 우리도 과학과 기술에 기반한 교육 시스템을 구축해야 합니다. 이는 우리 경제의 발전과 국가 경쟁력 강화에 있어 필수적입니다.
미국, 영국, 프랑스 등 세계의 열강들은 이미 종교와 분리된 세속 대학들이 많이 설립된 상태이며 지금, 이 순간에도 설립되고 있습니다. 아직 단 하나의 세속 대학도 없는 이 시점에서 이를 방해하는 것은 국가 경쟁력에 치명적인 악영향을 줄 수 있는 일입니다.”
그는 강대국의 예시를 활용했다.
미국과 유럽도 아직 종교의 영향력이 강한 것은 사실인지라 많은 대학교들이 종교의 영향력 아래에 있었지만 18세기 말부터는 다른 바람이 불기 시작했다. 대학들이 점차 세속화되기 시작한 것이다.
19세기에 들어서는 아예 세속 대학을 표방하고 설립된 대학교들도 있었는데, 그 예가 1819년 토머스 제퍼슨에 의해 설립된 버지니아 대학교 (University of Virginia), 1810년 프로이센에서 설립된 베를린 대학교 (Humboldt University of Berlin) 등이었다.
“국가 경쟁력이라···. 확실히 대학 교육을 받은 사람들이 많아지면 저 ‘철도’ 같은 것을 발명할 확률도 높아지긴 하겠지.”
길가를 지나가던 한 크리오요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시민들의 반응이 나쁘지 않은 것을 확인한 페드로 의원은 연설을 이어 나갔다.
“둘째, 경제 발전에 대한 기여입니다. 세속 대학은 과학과 기술의 발전에 이바지할 것이고, 그것은 곧 우리 산업의 발전에 기여할 것입니다. 이는 더 많은 일자리 창출과 국가 경제 성장의 기반이 될 것입니다.”
이는 멕시코시티의 시민 중 대다수가 직접적으로 체감하고 있는 일이었다. 최근 멕시코시티에 많은 사람이 몰려들며 발전하고 있는 이유가 무엇인가. 바로 일자리 때문이었다.
그저 농업과 기초적인 상업만 존재하던 시절과는 차원이 다른 세상이 되어가고 있었다.
“셋째, 우리는 국가의 단합과 정체성을 강화해야 합니다. 세속 교육은 종교적, 지역적 차이를 넘어서는 공동체 의식을 형성하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마지막으로, 교육 접근성 향상입니다. 세속 대학은 현재 존재하는 종교 대학보다 훨씬 크게, 훨씬 많이 건설될 것이며 학부의 종류와 규모 면에서도 이전과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입니다.
이는 소수의 성직자가 아닌, 지식이 있는 자라면 교수가 될 수 있는 세속 대학에서만 가능한 일입니다. 성직자들과 지주 계급이 독점하고 있는 교육을 일반 시민분들에게도 제공할 수 있게 될 것입니다.”
페드로 의원은 비판적 사고력 함양, 인권과 사상의 자유 같은 키워드는 일부러 말하지 않았다. 그 대신 시민들이 관심 있어 할 만한 핵심만 골라서 말했다.
그의 의도대로 시민들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세속 대학이라는 거 있으면 나쁘지 않을 것 같은데?”
“그러게. 잘만 하면 우리 자식들은 대학에 보낼 수도 있는 것 아니야.”
페드로 의원은 멕시코시티의 여러 곳에서 하루에도 여러 번, 목이 쉴 때까지 연설하고 다녔다.
그러는 사이 공화파가 발의하고 황제파가 동의한 노예제 폐지 안건은 통과되었고, 가톨릭교회의 본격적인 움직임이 시작되었다.
***
텍사스의 흑인 노예 사무엘도 듣는 것이 있었다.
“농장주 놈이 죽어버렸다고?”
“그렇다니까. 나라의 높은 사람한테 덤비다가 총 맞고 죽었대!”
“흐흐, 왕 행세하더니 결국 더 높은 놈에게 죽어버린 건가. 그럼 우리는 어떻게 되는 거야?”
“몰라. 그래봐야 주인이 바뀔 뿐이겠지.”
신난 기분이 든 것도 잠시, 친구의 말에 다시 시궁창 같은 현실이 훅 다가왔다.
“···뭐, 그렇겠지.”
스티븐이 많은 돈을 들여 꾸려 놓은 거대 농장과 목장은 국가의 재산으로 환수되었다.
정부는 이제는 익숙하다는 듯 공무원을 파견해 농장을 관리했고 그들의 노예 신세는 변하지 않을 것 같았다.
그러던 어느 날이었다.
“전부 집합!”
백인 감독관(overseers)의 목소리가 들렸다.
그 목소리에 흑인들은 아침부터 혼비백산하며 일사불란하게 집합했다.
꾸물거렸다가는 가혹한 매질을 당한다는 것을 몸으로 기억하고 있었다.
엄한 표정으로 그들을 내려다보고 있는 감독관 옆에는 농장주, 아니 공무원이 서 있었다.
공무원은 잘 먹지 못해 빼빼 마르고 옷도 제대로 입지 못한 노예들을 보며 입을 열었다.
“황제 폐하의 위대한 자비와 황태자 전하의 무한한 은총 아래, 멕시코 제국에서 노예 제도는 공식적으로 폐지되었다. 너희들은 이제부터는 더 이상 노예의 억압과 굴레에 얽매이지 않게 될 것이고 이 순간부터 자유로운 삶을 시작하게 될 것이다.”
그는 에스파냐어로 말했으므로 노예들은 알아듣지 못했지만, 감독관은 달랐다.
“뭐 하나, 빨리 번역하게.”
“방금 그 말씀이 사실입니까?”
“그래.”
“아니 그러면 농장 일은 누가 합니까?”
“저들에게 임금을 주고 고용할 예정이라네.”
감독관은 그러면 수익이 떨어지지 않겠느냐고 반문하려 했지만, 생각해보니 눈앞의 사람은 농장주가 아니라 정부 공무원일 뿐이었다.
“예 알겠습니다.”
그는 둘이 무슨 말을 하는지 몰라 긴장된 표정으로 서 있는 노예들에게 공무원이 한 말을 통역해 주었다.
“황제 폐하와 황태자 전하의 은혜로 지금, 이 순간부터 너희들은 노예의 굴레에서 해방되었다.”
상당히 간소화된 버전이었다.
노예들은 방금 자기가 한 말을 이해하지 못했다.
갑자기 노예의 굴레에서 해방되었다니? 그 충격적인 선언에 사무엘은 해서는 안 되는 일을 해버렸다.
“그···그게 정말입니까? 해방이라는 게?”
“사무엘!”
노예가 감독관에게 되묻는 것은 엄격하게 금지된 일이다. 노예의 입에서는 순종의 단어만 나와야 한다. 그렇기에 친구는 위험을 무릎서고 사무엘을 부르며 주의를 줬다.
다행히 감독관은 눈썹을 살짝 찌푸렸을 뿐 화를 내지는 않았다.
“흥, 멕시코 제국 황가의 자비로움에 감사해라. 너희같이 천한 것들도 국민이라고 자유를 주신 분들이니.”
감독관은 그렇게 덧붙였다.
말도 안 되는 일이 일어났다.
노예 중 한명은 다리에 힘이 풀려 주저앉았다.
공무원은 그 모습을 보고 통역이 잘 전달되었다고 생각하고 말을 이어갔다.
“너희들은 땅을 받고 농사를 짓거나, 정당한 임금을 받고 일을 하는 중 하나를 선택할 수 있다.”
전자는 개척 이민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고 후자는 도시 이민의 혜택을 받을 수 있었다.
노예들은 의외로 전자와 후자를 절반씩 선택했는데, 후자는 주로 가정이 없는 노예들이었다.
농장주들은 흑인 노예들의 가족 따윈 신경 쓰지 않고 데려왔기 때문에 가족과 생이별한 케이스가 많았고, 땅을 준다고 해도 농사를 지으려면 혼자서는 힘들다는 것을 경험으로 알았기 때문이었다.
이런 일은 스티븐 오스틴의 농장에서뿐만 아니라 텍사스와 쿠바 전역에서 일어났다.
“어이 거기. 흑인은 놓고 가시오.”
“토지만 회수한다고 하지 않았소. 그 안의 물건들은 가져가게 해준다면서?”
“이제 우리 멕시코에선 노예제가 금지되었네. 따라서 저 사람은 이제 자네 소유물이 아니니 놓고 가게. 그들은 이민자로 취급될 것이네.”
“···흑인들을 우리와 똑같은 사람으로 취급하겠다고? 멕시코 정부가 미쳤군.”
“자네 지금 우리 멕시코를 모욕한 건가?”
무표정하게 지시하던 이민청 공무원의 얼굴이 험악하게 일그러졌다.
그는 수첩을 꺼내 120이라고 쓰인 숫자에 줄을 찍찍 긋고 그 옆에 100이라고 다시 썼다.
“자···잠깐, 방금 뭘 한 것이오. 내가 잘못했으니 한 번만 봐주시오. 멕시코 제국의 신민으로서 살아가겠다고 맹세도 하지 않았소. 다신 안 그럴 테니 한 번만 봐주시오.”
공무원은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쯧, 한번만 봐주도록 하지. 자네들이 갈 개척촌의 토지 분배는 전부 내가 결정한다는 것을 절대 잊지 말게. ”
“감사합니다!”
***
페드로 의원과 만난 지도 몇 주가 지났다.
그 사이 노예제 폐지 법안은 무사히 통과되어 노예 해방을 진행할 공무원들이 군대와 함께 텍사스와 쿠바로 떠났다.
“전하, 미국 대사 앤서니 버틀러가 찾아왔습니다.”
“들어오라고 하게.”
기다리던 사람에게 연락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