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63)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63화(63/180)
대학과 노예제 (4)
앤서니 버틀러는 한달 만에 나를 찾아왔다.
“찾아오신 것을 보니, 결정은 내려진 것 같군요. 허가되었습니까?”
“예, 전하. 우리 미국은 전하께서 제시하신 거래 조건들을 받아들이기로 결정했습니다.”
“좋습니다. 그럼, 시간 끌 것 없이 바로 조약을 체결하시죠.”
나는 미리 작성해 놓은 문서를 꺼냈다.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
1. 멕시코 제국 정부는 미합중국 내에서 자발적으로 이주하기로 동의한 원주민 개인 및 가족들을 멕시코 제국 내로 수용하는 데 동의한다.
2. 미합중국 정부는 인도주의적 관점에서, 원주민들을 멕시코 제국 국경의 도시까지 안전하게 이송할 책임을 진다.
3. 이와 같은 조치들에 대한 상호 협력과 양국 간의 우호적 관계를 강화하기 위해, 미합중국 정부는 멕시코 제국 정부에 대한 부채 400만 페소를 면제한다.
———
앤서니 버틀러는 내가 내민 문서를 읽으며 눈살을 찌푸렸다.
“···전하, 2번 조항이 꼭 필요한 것입니까? 1, 3번 조항만으로도 충분하지 않습니까.”
앤서니 버틀러는 그렇게 물었다.
“꼭 필요합니다.”
나는 단호하게 대답했다.
내가 마음을 바꿀 생각이 없어 보이자, 앤서니 버틀러는 한숨을 쉬며 말했다.
“이 조약을 체결하면 텍사스에서 체포한 무기 상인과 회수한 무기들은 반환해주시는 것 확실합니까?”
“그건 좀 힘들 것 같습니다. 무기들은 반환하지요.”
“···그를 멕시코 제국에서 억류하시겠다는 겁니까? 그는 미국인입니다.”
“어차피 무기들을 반환하면 물증이 없으니 굳이 그를 데려갈 필요는 없지 않습니까. 그는 이미 우리 멕시코 제국인으로 사는 것에 대해 동의했습니다. 원한다면 직접 대면으로 확신시켜 드리지요. 미국으로 돌아가고 싶어한다면 바로 보내겠습니다.”
자백한 이상 미국으로 가게 되면 어떻게 될지는 뻔한 일이다. 거기다 그는 미국 군사 정보 부대의 일원으로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는 자다. 가능하다면 미국으로 보내서 죽게 만들기보단 살려서 쓰는 것이 낫겠지.
내가 그렇게 말하자, 앤서니 버틀러는 의외로 크게 대수롭지 않다는 듯 말했다.
“뭐, 좋습니다. 어차피 우리 미국 정부와는 관련 없는 정신이상자에 불과하니 상관없겠죠.”
그는 빨리 끝내고 치워버리고 싶다는 듯 서명을 휘갈겼다.
‘원주민 이주에 관한 조약(El Tratado Sobre la Reubicación Indígena)’은 공식적으로 발효되었다.
미국놈들이 얼마나 인도적으로 원주민들을 이동시킬지는 모르겠지만, 공식 조약인 만큼 2번 조항을 완전히 무시할 수는 없을 것이다.
원 역사보다는 사망자 수가 적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지만, 극단적으로 줄어들지는 않을 것이다.
눈물의 길의 주요 사망 원인은 질병, 과로, 굶주림인데, 질병은 이 시대 기술로 어떻게 할 수가 없기 때문이다.
상태가 좋지 않은 원주민들은 국경 도시에서 충분히 회복시키고 정착지로 보낼 예정이다.
***
미국과 맺은 원주민 이주에 관한 조약은 미국에서는 큰 이슈가 되었지만 멕시코 사회에서는 바로 묻혔다.
더 뜨거운 이슈가 있었기 때문이다.
공화파가 본격적으로 반격을 시작한 지도 벌써 한달, 가톨릭교회 측에서도 비판 수위를 높여나갔다.
파우스토 바스콘셀로스 신부(Padre Fausto Vasconcelos)는 아예 대중 연설에 나섰다. 교회에서만 이야기하는 것은 한계가 있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전통적인 가톨릭 신부의 의상을 차려입고 연설대에 올라선 그는 누가 봐도 신실한 신부처럼 보였다.
“사랑하는 신자 여러분.
오늘, 저는 여러분과 함께 우리의 신앙과 전통에 대해 이야기 하고자 합니다.
우리는 현재 세속 대학 설립이라는 중대한 문제에 직면해 있으며, 이는 공화주의자들의 주장에 의해 촉발되었습니다.”
‘국민 여러분’이 아닌 ‘신자 여러분’으로 시작한 그의 연설은 시작부터 세속 대학 문제와 공화주의자들을 거론했다.
“우리 모두 교육의 가치를 인정합니다. 그러나 교육은 단순히 지식의 전달을 넘어서, 영혼을 성장시키는 도덕적 가치를 심어주어야 합니다. 세속 대학이 이러한 교육의 본질을 어떻게 반영할 수 있을지, 우리는 신중히 고려해야 합니다.
공화주의자들의 제안은 우리 사회의 기초를 흔들 수 있습니다. 그들은 전통적인 가치와 가족의 안정성에 도전하며, 세속적이고 물질주의적인 교육을 추구합니다. 이는 우리 젊은이들에게 영적 빈곤을 가져다줄 수 있으며, 우리의 신앙과 도덕적 기반을 약화시킬 위험이 있습니다.”
그럴듯해 보이는 말일 뿐 정확한 근거는 없는 비판이었지만, 듣고 있던 많은 시민들은 고개를 끄덕였다. 바스콘셀로스 신부는 연설을 이어 나갔다.
“우리는 우리의 신앙을 바탕으로 한 교육을 통해 영적으로 성장하고, 도덕적으로 성숙해야 합니다. 우리의 문화와 정체성은 세대를 거쳐 내려온 신앙과 전통에서 비롯됩니다. 세속 대학이 우리의 가치와 정체성을 존중하고 보존하는 방향으로 나아갈 것인지 심사숙고가 필요합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에게 우리의 신앙과 전통을 지키기 위해 노력할 것을 촉구합니다. 우리는 세속 대학 설립에 대해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며, 공화주의자들의 제안이 우리 사회에 미칠 잠재적 영향을 면밀히 평가해야 합니다.
하느님의 지혜와 가르침을 따라, 우리는 우리의 신앙과 가치를 지키고, 우리 사회의 통합을 위해 노력해야 합니다. 우리는 함께 단합하여 이 도전에 맞서 싸워야 합니다.
하느님의 축복이 여러분 모두에게 있기를 기원합니다. 아멘.”
분명 대중 연설이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신부가 ‘아멘’으로 마무리하자 반사적으로 ‘아멘’을 따라 말했다.
청중에게 연설의 진정성을 강조하고, 청중으로 하여금 그 메시지에 동의하도록 유도하는 영리한 방법이었다.
세속 대학 설립 문제는 멕시코시티에서뿐만 아니라 멕시코 사회에서 가장 뜨거운 감자가 되어가고 있었다.
***
레지날드 그린필드는 회사 오너인 멕시코 제국 황태자의 편지를 받고 한숨을 내쉬었다.
“좀 잠잠하다 했더니, 또 일거리를 가득 안겨주시는군. 어디 보자.”
편지엔 여러 이름들이 적혀있었다.
“프랜시스 로날즈(Francis Ronalds)라. 이런 사람들은 대체 어떻게 알아낸 건지.”
반드시 스카우트 해야 한다면 별표까지 달아놓은 그 이름 밑에는 대략적인 설명이 쓰여있었다.
“과학자이자 발명가이며 최초의 전기 기술자(electrical engineer)? 뭔지는 잘 모르겠지만 중요해 보이는군.”
그게 끝이 아니었다.
유럽의 유명 대학에 근무하는 교수들의 이름을 조사해달라는 요청 사항도 있었고 그 밑에는 구해서 보내달라는 책의 이름들이 줄줄이 쓰여있었다.
“리암! 이쪽은 네가 구해줄 수 있지?”
레지날드는 동료인 리암 머피에게 서적의 이름들이 적힌 리스트를 내밀었다.
“···이건 내가 하기로 한 일이 아닌데.”
“너도 우리 회사 직원이면서 무슨 소리야? 어차피 일은 네 아래 애들이 다 하고 넌 요즘 놀잖아.”
그 말대로였다.
이민회사에서 아일랜드계를 담당하는 책임자인 리암 머피는 이미 수십명의 대리인을 고용했다.
처음에야 시행착오가 있었으니 관리하느라 할일이 많았지만, 요즘은 그런 것도 잘 없어서 매일 출근해서 편지를 종합하여 결과 보고서를 쓰는 것밖에 할 일이 없었다.
“뭐, 어려운 것은 아니니. 구해보도록 하지.”
리암은 코트를 챙겨서 나갔고, 레지날드도 제일 위에 쓰인 프랜시스 로날즈라는 사람의 행방을 찾아 나섰다.
***
프랜시스 로날즈는 40세 중반의 나이에도 과학과 발명에 대한 열정이 전혀 식지 않았다.
비록 그가 생각하는 가장 중요한 발명품인 ‘전기 전신(electric telegraph)’이 영국 해군성 장관 존 배로 경에 의하여 ‘전적으로 불필요한 것(wholly unnecessary)’이라는 평가를 받았을지라도.
그는 전기 전신의 도입이 좌절된 후 기계, 토목 공학, 천문학 등의 다른 분야로 관심을 돌렸다.
연구에 매진하고 있던 어느 날, 한 사내가 찾아왔다.
“음···. 그러니까 멕시코 제국의 황태자라는 분이 내가 만든 전기 전신에 관심을 가지고 있다는 겁니까?”
프랜시스는 눈을 가늘게 뜨고 자신을 레지날드라고 소개한 남자를 쳐다봤다.
“하하하, 못 믿으실 만합니다. 저라도 못 믿었을 테니까요. 여기, 황태자 전하께서 직접 쓰신 편지입니다. 한번 보시죠.”
프랜시스는 이 사기꾼 같아 보이는 남자에게 당장 꺼지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인내심을 발휘해 편지를 받아들었다.
[Francis Ronalds 귀하에게···]
프랜시스는 크게 의미 없는 부분을 생략하고 바로 핵심 부분을 읽어 내려갔다.
[귀하의 전기 전신이라는 혁신적인 발명품은 영국에서 충분히 평가받지 못했지만, 저는 전기 전신이 엄청난 가능성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확신합니다. 멕시코 제국은 이러한 혁신의 변혁적인 힘을 믿으며, 귀하와 같은 비전 있는 마음을 지닌 분들을 지원하는 데 전념하고 있습니다.···]
그 뒤로는 전기 전신을 어떻게 실용화할 것인지에 대한 자세한 계획이 적혀있었다. 전기와 전신에 대한 이해와 고민이 느껴지는 내용이었다.
“···이게 정녕 멕시코 제국 황태자 전하께서 쓴 내용이 맞습니까? 그렇다기엔 너무 전문적인 내용입니다만.”
“편지 내용은 잘 모르겠지만 멕시코 제국 내에서는 천재라고 불리고 계십니다.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우대하는 것으로 정평이 나 있으시죠. 그 편지에도 그런 내용이 쓰여 있을 겁니다.”
레지날드 그린필드는 그렇게 말했다.
과학자와 기술자들을 우대한다? 프랜시스는 편지의 마지막 부분을 읽어 내려갔다.
[귀하의 선구적인 노력을 인정하여, 저희는 귀하와 협력할 것을 제안하고자 합니다. 저희는 제국 내에 전기, 전신 회사를 설립하고자 하며, 귀하를 그 중심에 두고자 합니다.이 사업은 귀하에게 연구를 더욱 발전시킬 자원과 자유를 제공할 뿐만 아니라 회사 지분도 제공할 것입니다. 귀하의 전문 지식이 우리나라에 새로운 연결성과 진보의 시대를 가져올 것이라고 확신합니다.
이 제안에 관심이 있으시다면, 저희는 귀하의 이주를 위한 모든 필요한 편의를 제공하고, 귀하의 작업이 받아야 할 존경과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수많은 발명품을 발명한 프랜시스 로날즈에게도 20대 후반에 발명했던 전기 전신은 아픈 손가락이었다.
엄청난 통신 수단이 될 수 있을 거라며 1816년에 제안한 발명품이 ‘전적으로 불필요한 것’이라는 평가를 받았을 때는 크게 상심하여 30살이라는 약간 늦은 나이에 2년간 유럽과 근동을 여행하는 그랜드 투어를 다녀왔을 정도였다.
‘전기 전신을 위한 회사를 설립하고 지분까지 준다?’
분명 매력적인 제안이지만, 프랜시스에겐 편지의 마지막에 쓰인 내용이 더 매력적이었다.
[귀하의 작업이 받아야 할 존경과 주목을 받을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그는 아직도 전신의 가능성을 믿고 있었다. 하지만 이대로 가면 다른 자가 상용화에 성공하여 그 명성을 가져갈 터.
며칠 동안 고심하던 프랜시스는 가족과의 대화 끝에 결정을 내렸다.
***
전신(telegraph)은 19세기 초중반에 여러 명의 발명가에 의해 개발되었다. 이 중 원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로는 모스 부호를 개발한 사무엘 모스가 있다.
‘그에겐 좀 미안하지만 모스 부호는 내가 먼저 만들어 사용해야겠군.’
대학이 개교할 때까지는 3, 4년은 남았지만 당장 쓸 수 있는 기술을 가진 자들은 미리미리 데려오지 않을 이유도 없다.
지금부터 만들어지는 회사들은 초기 자금으로 최소 수십만 페소를 투입할 예정이라 회사의 지분은 5%만 지급할 생각이지만, 회사명에 대한 특권은 동일하게 주려고 한다.
눈앞의 프랜시스 로날즈가 그 시작이었다.
“회사 이름은 ‘프랜시스 전자(Electrónicos Francis)’ 어떻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