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64)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64화(64/180)
대학과 노예제 (5)
1834년 여름.
텍사스에 놔두고 온 보좌관, 디에고 루이스가 돌아왔다.
“고생했네, 디에고. 자네가 없으니 불편한 점이 많더군.”
텍사스에서 많이도 돌아다녔는지 피부색이 꽤 짙어졌다.
“감사합니다, 전하. 저도 전하를 모시는 게 제일 좋습니다.”
캘리포니아에 이어 텍사스에서도 뒤처리를 지시하자 울상이 되었던 디에고의 얼굴이 생각나 웃음이 나왔다.
“하하, 내 대리를 맡길 사람으로 자네만큼 믿음직스러운 자가 없으니 어쩌겠나.”
나는 고생했다는 표시로 디에고의 어깨를 두드려주며 물었다.
“그래서, 텍사스 원주민들의 상황은 어떻게 되고 있나?”
“처음에는 텍사스의 원주민들이 좀 더 적대적이라 걱정스러웠는데, 확실히 선교지에 잡혀있던 원주민들을 해방해서 데려간 것이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캘리포니아 때보다 채찍을 휘두를 일이 적었습니다. 이게 다 전하의 현명하신 전략 덕분입니다.”
“하하하, 잘 되었군.”
디에고는 어제 멕시코시티로 복귀 후 오늘 아침에 바로 출근했음에도 빈손으로 오지 않았다.
“음, 보고서로군.”
“예, 경영자들이 보낸 편지의 사항들과 각종 정부 부처에게서 알아낸 현황을 종합한 보고서입니다.”
“내가 보좌관 하나는 잘 뒀단 말이야. 그럼 어디 한번 볼까.”
현 멕시코 제국은 전국이 공사판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상황이었다.
전국에서 동시다발적으로 건설되고 있는 철도와 댐, 그리고 관개시설들이 엄청난 인력을 빨아들이고 있었다.
“···확실히 인력난이 끊이지 않을 만하군. 너무 대규모 토목 프로젝트를 동시다발적으로 진행했나.”
“건설 현장에서 인력을 많이 빨아들이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국민들이 전보다 풍족해져서 그런지, 전하께서 예측하신 대로 인구증가율이 큰 폭으로 상승하고 있습니다.”
국토개발이 착실히 이루어지고 있고, 거기서 지급되는 임금으로 노동자들이 풍족해지는 것은 좋다.
자금 문제도 당분간은 괜찮다.
철도 건설비를 지원한 지주들, 멕시코 최고의 대농장주인 정부 예산에서 자금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내 회사들은 끊임없이 재투자하며 덩치를 키우고 있고 금 채굴을 담당하는 모라 광산은 엄청난 덩치의 캐시 카우가 되어주고 있다.
여기까지만 보면 아주 좋은 상황이지만, 경제 문제는 항상 양면이 있는 법이다.
‘산업화에 필요한 인력까지 건설 현장에서 다 빨아들이고 있어. 내 회사들끼리도 경쟁할 정도니, 임금 상승 압력이 너무 강하다.’
원 역사의 미국 전역의 임금이 영국 런던보다도 훨씬 높아졌던 것처럼, 멕시코 제국에서도 비슷한 일이 일어나고 있다.
1822년 당시 일당 1페소였던 임금은 1.1, 1.2를 거쳐 1.3페소까지 오른 상황.
그것도 최근 유카탄반도와 멕시코 남부의 농장들에 소개비를 주고 추가로 수십만명의 인력을 빼내서 잠시 잠잠해진 상태일 뿐이다.
“이민회사에 투자하는 금액을 늘려야겠어. 이민 대상 국가도 늘리고.”
내 말에 서류를 뒤적거리던 디에고는 한 서류를 집어 들곤 읽더니 내게 말했다.
“전하, 이민 회사는 지금도 거의 수익이 없는 수준으로 운영 중입니다.···설마 전하의 사재를 투자하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그래. 돈이 있어도 사람이 없어서 투자를 못 하는데, 재산만 쌓아놓으면 뭘 하겠나.”
멕시코 제국의 인구를 늘리기 위해 사재를 쓰는 것까지 각오한다는 말이다. 그렇게 말을 해놓고 보니 하나의 아이디어가 더 떠올랐다.
“거기다 남미 쪽에서도 이민을 받아야겠어. 남미는 에스파냐어를 할 수 있는 자들이 대부분이고 브라질 쪽도 포르투갈어라서 에스파냐어와 어느 정도 대화가 통하는 데다, 에스파냐어를 배우기도 엄청 쉽지 않은가. 이걸 이제야 떠올린 게 황당하군.”
포르투갈어와 에스파냐어는 언어적으로 상당히 가깝다. 같은 로망스어군에 속하며 그중에서도 아주 밀접한 관계다.
디에고도 감탄하며 맞장구를 쳤다.
“예, 맞는 말씀입니다. 유럽보다는 수는 적겠지만 최근 정치 상황을 생각하면 이민 수요가 꽤 있을 것 같습니다.”
어찌 보면 당연하지만, 현 남미 대륙은 정치가 비교적 안정화된 국가보다 그렇지 않은 국가가 더 많았다.
“그래. 남미 쪽 이민회사를 맡을 사람을 수배해주게.”
해당 국가에서는 별로 좋아하지 않겠지만, 떠나겠다는데 어쩌겠는가? 진지한 외교적 마찰이 발생할 때까지는 이민을 받아야겠다.
‘슬슬 아시아 쪽에도 신경을 써야겠군.’
***
지난 3개월간 가열되어온 세속 대학을 둘러싼 갈등은 절정기를 향해 가고 있었다.
“패싸움까지 났다고?”
“예, 전하. 각 세력에서 직접 움직인 것은 아닌 것으로 보이지만 슬슬 때가 된 것 같습니다.”
“그런 것 같군.”
각자의 주장이 담긴 연설을 하는 것을 넘어서서 상대에 대해 비판을 하고, 시간이 좀 더 지나자 공개된 장소에서 토론을 빙자한 언쟁이 벌어지는 상황까지 왔다.
‘이 정도면 많이 참았나.’
공화파야 내가 미리 경고했으니 그렇지 않겠지만, 교회 측은 슬슬 물리력을 행사하려고 준비 중일 터.
저 패싸움은 시작 신호나 다름없었다.
“군대를 풀어 치안을 강화하게. 지금 당장.”
“예, 전하.”
아구스틴 1세의 허가 아래 멕시코시티에 곳곳에 치안 유지 명목으로 중앙군이 배치되기 시작했다.
황가가 개입하겠다는 의사를 내비친 것이다.
다음 날 아침.
“멕시코 대주교와 페드로 곤잘레스 의원을 부르게. 시간은 오늘 저녁쯤이 좋겠군.”
그들은 저녁에 맞춰 도착했다.
페드로 미라베테 대주교가 먼저 도착하고 페드로 곤잘레스 의원이 거의 비슷한 시각에 도착했다.
공교롭게도 둘 다 이름이 페드로였다.
“전하, 결혼식 이후 처음이군요. 다시 만나 뵙게 되어 큰 영광입니다. 하느님의 은총이 항상 함께하시길 기도드립니다.”
“예, 대주교님. 반갑습니다. 곤잘레스 의원도 어서 오게.”
“예, 환영해주셔서 감사합니다, 전하.”
우리는 응접실에 앉았다.
잠시 침묵이 흐르는 가운데, 내가 먼저 입을 열었다.
“어떤 일 때문에 두 분을 초대한 건지는 말하지 않아도 아시겠지요. 세속 대학 문제를 정리할 때가 되었습니다.”
내 말에 곤잘레스 의원이 먼저 대답했다.
“예, 전하. 저희 공화파는 전하께서 중재해 주신다면 받아들일 용의가 있습니다.”
그가 그렇게 선수를 치자 대주교도 어쩔 수 없다는 듯 말했다.
“우리 가톨릭교회도 받아들일 용의는 있습니다. 다만···”
그가 말을 이으려고 하자. 내가 끊었다.
일부러 장황하게 말하며 은근슬쩍 대화를 자신들에게 조정하는 성직자 특유의 화법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중재를 받아들이기로 하셨으니, 서로 어느 정도 양보를 봐야겠지요. 동의하십니까?”
“동의합니다.”
사실상 짜고 치는 판이였다.
곤잘레스 의원은 이번에도 바로 동의했다.
미라베테 대주교는 잠시 고민했다.
서로 양보해야 한다는 말은 마음에 안 들겠지만 무턱대고 거절하는 것도 선택 가능한 옵션이 아닐 터.
‘아무리 이 멕시코에서 가톨릭교회의 영향력이 강하다고 해도 다른 거대 세력인 공화파와 척진 상태에서 황가까지 적으로 돌린다? 미친 짓이나 다름없지.’
“···동의합니다.”
“좋습니다. 자, 기본적으로 대학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 않습니까? 저도 지금 멕시코 제국에 있는 대학들이 규모나 교육의 다양성 면에서 아쉬운 점이 많다는 점에는 동의합니다. 이 점은 국가 경쟁력을 위해서라도 개선되어야 할 부분이지요.”
내가 그렇게 말하며 대학 설립을 옹호하려는 반응을 보이자 대주교가 반발했다.
“물론 대학 자체가 나쁜 것은 아니지요. 하지만 저 공화주의자들이 만들겠다는 대학은 도덕적 원칙 따위는 없는 곳입니다. 이는 물질주의나 비윤리적 행동을 조장할 수 있으니 없으니만 못하다고 생각합니다.”
“성직자가 운영하고 가르치지 않는다고 해서 도덕적 원칙이 없는 것이 아닙니다!”
전통적인 유럽식 사고방식에서 도덕이란 곧 종교적 가치였고 예수님이 가르친 삶을 따르는 것이었기에 대주교의 말이 틀린 것은 아니다. 하지만 인간의 이성, 공정, 정의에 기반한 도덕이 가능하다고 믿는 곤잘레스 의원에게는 낡아빠진 생각에 불과했다.
그는 세속 대학에선 종교와 관련된 것을 전부 배제해야 한다고 주장했는데, 나는 부분을 타협시킬 생각이었다.
“미라베테 대주교님도 대학 설립 자체에 반대하시는 것은 아니군요. 그렇다면 공화파에서 이 부분은 양보하는 것이 좋겠습니다.”
“아니 그게 무슨 소리십니까!”
내 말에 곤잘레스 의원은 당황했고 미라베테 대주교는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그리 웃기엔 아직 이른데 말이지.’
“제가 생각해도 종교를 전부 배제하자는 것은 너무 과격한 주장입니다. 대학 내 예배당 건설, 신학부 설립, 성직자들의 교수직 허가 정도는 해도 괜찮지 않겠습니까?”
정부 자금이 들어가는 만큼 운영 자체는 정부 인사가 할 것이고, 성직자가 아닌 교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굳이 말할 필요는 없겠지.
“···그 정도는 괜찮을 것 같습니다.”
곤잘레스 의원이 동의했다.
“대주교님은 어떻습니까? 이 정도면 공화파에서도 많이 양보한 것 같습니다. 어차피 학생들은 거의 다 가톨릭교회의 신도일 텐데, 예배당을 지어주고 예배를 드릴 수 있도록 하면 도덕성을 걱정할 필요는 없지 않겠습니까?”
“···”
양보를 받긴 했는데, 불만족스럽겠지. 하지만 다 뒤집어엎기도 애매할 것이다.
교회에 일방적으로 양보를 강요했으면 모를까, 그렇지도 않으니 명분이 너무 약하다.
고심하던 대주교는 결국 타협에 동의했다.
“···알겠습니다.”
어차피 이 멕시코에서 지식인 계층의 대부분은 성직자라고 할 정도로 학문 분야에서는 독보적인 위치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교수들은 대부분 성직자가 될 수밖에 없다.
그렇게 합리화하고 있을 것이다.
‘내가 외국에서 교수들을 잔뜩 수입해 올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하겠지. 교회에서 할 수 있는 건 신학과 교수와 예배당 운영밖에 없을 거다.’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말했다.
“어느 정도 타협안이 마련된 것 같군요. 진작 이렇게 서로 조금씩 양보했으면 유혈 사태도 안 일어나고 좋았잖습니까. 하하하. 이제 서로 악수하시죠.”
둘 다 약간 못마땅하다는 표정이었지만, 결국 악수했다.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말했다.
“구체적인 계획안은 제가 양측의 의견을 반영해서 작성하는 것으로 하죠. 대주교님도 그쪽이 좋으시죠?”
“자···잠깐, 전하께서 직접 계획안을 만드시겠다는 말씀이십니까?”
곤잘레스 의원이 당황하자 대주교는 기분이 좀 풀린 듯 말했다.
“예, 그편이 공정할 것 같습니다.”
“좋습니다.”
우리는 그렇게 합의했다.
곤살레스 의원은 약간 불만인 듯하지만 다음날 내가 불러 내 계획을 말해줬더니 언제 불만을 품었냐는 듯이 굴었다.
“유럽에서 교수 수십 명을 데려올 계획이라는 겁니까?”
“그렇네. 교수직을 죄다 성직자들에게 맡기면 세속 대학이 아니지 않은가. 이왕 만드는 것 최고의 대학으로 만들어야지.”
“···언제나 한 수 뒤를 계획하시는군요. 그런 거라면 저는 좋습니다.”
“하지만 자네가 양보해줘야 할 부분도 있네.”
“뭡니까?”
“대학의 위치는 모렐리아로 하려고 하네.”
“예? 수도인 멕시코시티에 짓는 것이 좋지 않겠습니까? 접근성도 그렇고.”
“멕시코시티엔 대학을 건설할 용지를 마련하기가 어렵지 않은가. 크고 웅장한 대학을 만들고 싶은 것 아니었나?”
멕시코시티는 여러모로 단점이 많은 도시다.
호수의 중앙에 지어진 도시, 테노치티틀란의 후신인 멕시코 시티는 도시가 팽창하며 텍스코코 호수를 간척하며 성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지진에 엄청나게 취약한 도시가 되지.’
멕시코시티는 전략적으로 성장시켜야 한다. 지금도 성장 속도를 조절하기 힘든 상황인데, 대학까지 여기다 지으면 감당하기 힘들 것이다.
“그건 그렇습니다만···. 상징성이 있지 않습니까.”
상징적인 첫 세속 대학을 수도가 아닌 다른 도시에 짓는다는 게 조금 이상할 수도 있지만 나는 실익을 우선으로 하려고 한다.
“어차피 모렐리아는 철도로 연결되어 4시간이면 가지 않는가. 황가의 토지 일부를 기증할 생각이네.”
한국에서 4시간이면 엄청난 시간이지만 이 시대, 그리고 멕시코에선 옆 동네라고 불러도 이상하지 않은 거리로 여겨진다.
모렐리아는 황가의 영지나 다름없는 곳이고 부담 없이 큰 토지를 기증할 수 있었다.
“음···. 토지 비용을 많이 아낄 수는 있겠군요. 하지만 전하께서 토지를 그냥 주실 것 같진 않은데, 어떤 조건이 더 있는 겁니까?”
“하하하, 이제 나를 좀 파악했구만.”
대학은 내 설계와 구상대로 지어져야 한다. 그 결과로 이 시대의 기준보다 훨씬 좋은 대학이 될 것이니 공화파로서도 나쁜 것은 없겠지.
나는 내 계획을 풀어놓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