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72)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72화(72/180)
코만치 정벌 (6)
뚫으려는 코만치 부족 기병대와 틀어막으려는 멕시코 제국군 기병대의 싸움은 멕시코 제국에게 너무 유리했다.
저지선은 뚫기 위해서는 물리적으로 접근해야 한다. 코만치 전사들이 원래 생각했던 권총에 대한 사거리 우위를 유지할 수 없다는 소리다.
탕!탕!
컥!
멕시코 제국 기병은 근접전에서도 리볼베르 권총을 쏴댔다.
총알은 넉넉하다.
6발을 쏜 기병은 잠시 뒤로 빠져 장전을 시작했다.
그에게 동료를 잃은 코만치 전사가 활을 쏘려고 했지만, 멕시코 기병이 접근해 칼을 휘둘렀다.
전사는 황급히 몸을 젖혀 칼을 피해냈지만, 활을 쏘는 것도 포기해야 했다.
이런 근접전은 코만치 전사들에게 가혹했다.
활은 쏠 수 없는데 상대는 권총을 쏠 수 있었고, 나무 창이나 돌도끼는 철제 무기에 부서지기 일쑤였다.
타타타타탕!
그 사이에도 드래군 부대의 AR-33은 불을 뿜고 있었다.
크흡-
또 하나의 목숨이 허무하게 스러졌다.
멕시코 제국군은 리볼베르 권총과, AR-33라는 압도적인 무기에 상대의 예상을 뛰어넘은 전술로 코만치 부족을 몰아붙이고 있었다.
이런 심각한 열세 상황에서도 뛰어난 기마술을 활용해 멕시코 제국 기병들을 따돌리고 수비선을 뚫어낸 전사들은 꾸준히 나왔지만, 드래군 부대에 유의미한 타격은 입히지 못했다.
무피츠쿠푸의 사례를 보며 무작정 돌진하면 기병 저지용 창의 제물이 될 뿐이라는 것을 다른 코만치 기병들도 학습했다. 하지만 저지선 안으로 들어온 자들에게 집중되는 화력을 감당할 방법은 없었고, 결국 화살 한두발을 쏘고 총알에 맞아 죽는 것이 최선이었다.
코만치 기병들은 멕시코 제국군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주지 못하고 있었지만, 멕시코 제국이라고 코만치 전사들을 손쉽게 도살하고 있는 것도 아니었다.
전열보병간의 전투처럼 대열을 유지하며 싸우는 것이 아니기에 적을 맞추기는 쉽지 않았고, 전투는 길어졌다.
“···슬슬 항복해 줬으면 하는데.”
황태자가 그렇게 중얼거릴 때, 코만치 부족의 전쟁 추장인 푸히위크와수우도 패배를 직감했다.
‘뚫어내도 할 수 있는 게 없어. 이대로 가면 우리의 피해만 누적된다.’
기병대만 있었다면, 혹은 드래군 부대만 있었다면 충분히 공략할 수 있었다. 하지만 이 둘의 조합은 도저히 공략할 방법이 보이지 않았다.
이기기 힘들면 그냥 안 싸워주면 그만이지만 지금은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었다.
푸히위크와수우는 답을 찾지 못했다.
‘오만했군. 나뿐만 아니라 우리 전부.’
어느새 승리를 향한 뜨거운 열망은 싸늘하게 식어버렸다. 공포와 절망, 사람이 죽으며 내뱉는 단말마만이 코만치 부족을 휩쓸었다.
“후퇴! 후퇴하라!”
푸히위크와수우는 후퇴 명령을 내렸다.
“후퇴 명령이 떨어졌다! 코만치 전사들은 후퇴하라!”
“후퇴!”
그 명령은 전장에 전달되었고, 코만치 전사들은 열심히 후퇴하기 시작했다.
“추격하되, 너무 멀리까지 가지 말고 피해가 생기기 시작하면 추격을 중단하게. 그리고 항복하는 자들은 죽이지 말게.”
황태자가 명했다.
해가 가장 강렬할 때 시작되었던 전투는 노을이 지기 시작할 때 결판이 났다.
멕시코 제국군은 그들을 쉽게 놔주지 않았다.
타타타타탕!
드래군 부대는 처음으로 그 이름에 맞게 기동력을 살려 사방으로 흩어지며 도망치는 코만치 기병들에게 최대한 총격을 가했고, 기병대도 이 악물고 권총을 계속 장전하며 쏴댔다.
“항복하라! 항복하는 자들만 살려준다!”
하지만 코만치 전사들도 만만치 않았다. 상황이 대규모 추격전으로 변하자, 곧바로 응징이 시작되었다.
약탈 실패 후 도망치던 때와는 상황이 달랐다. 무려 수천명 단위의 추격전이었다. 전사들은 전속력으로 도망치면서도 저 멀리 동료를 추격하는 멕시코 제국 기병을 활로 쏘았다.
핑!···컥!
분명 승리한 뒤 적을 사냥하는 추격전을 하고 있는데, 본격적으로 맞붙었을 때 이상으로 멕시코 제국 기병대에게 피해가 누적되기 시작했다.
상황을 파악한 기병대 장교들은 추격 종료 명령을 내렸다.
“여기까지! 더 이상 추격하지 마라!”
“예!”
추격 종료 명령이 내려지고, 기병대는 전장을 수습하기 시작했다.
“부상자부터 치료하고 전장을 수습하게. 사망자와 부상자 수도 확인해서 보고하도록 하고.”
“예, 전하.”
압도적인 승리를 거뒀지만, 이쪽의 피해도 만만치 않았다. 나무 창, 돌도끼 등에 죽은 사람은 많지 않았지만, 화살에 맞아 죽는 자들이 꽤 많았고, 의외로 단발 권총이나 철제 무기를 가진 전사들도 많았다.
‘무역이나 약탈해서 얻은 거겠지. 원 역사에서도 그랬으니.’
황태자는 그렇게 생각했다.
“전하, 이것 좀 보셔야 할 것 같습니다.”
장교 하나가 단발 권총을 들고 왔다.
“프랑스제인가.”
우리 멕시코 제국이나 미국, 영국도 아닌 프랑스라니?
뉴올리언스 같은 루이지애나의 여러 도시에 프랑스인들이 많이 살고 있긴 하지만, 프랑스제 무기가 여기까지 흘러들어온 것은 신기한 일이다.
“어떻게 구한 것인지 확인해봐야겠군. 포로 중 아는 이가 있는지 심문해보게.”
“예, 전하.”
부상을 입고 낙오한 코만치 전사들이 많았다.
대부분 총알을 머리, 가슴, 복부가 아닌 팔다리에 맞은 자들이었다.
***
전장에서 후퇴한 코만치 부족의 상황은 그야말로 절망적이었다.
“지금 3,500명이 죽었다, 이 말인가.”
“···죽진 않고 돌아오지 못한 자도 많이 있겠지만, 지금으로서는 그렇네.”
푸히위크와수우는 후회했다.
‘더 빨리 후퇴 명령을 내려야 했다.’
약탈이 막힌 상태에서 버팔로 사냥까지 못 하게 된다는 것은 부족이 파멸할 수밖에 없다는 소리다.
그 사실을 인정할 수 없었기에 후퇴 명령이 늦어버렸다.
“다 내 잘못이야.”
푸히위크와수우는 자책했다.
“···뭐, 누가 전쟁 추장이었어도 크게 바뀌지는 않았을 걸세. 자책보다는 지금부터 어떻게 해야 할지를 생각해야겠지.”
다른 추장이 그렇게 말했다.
“그래. 3,500명이나 되는 형제들을 잃은 것은 가슴 아픈 일이지만, 지금은 이 상황을 어떻게 극복할지부터 이야기해야 하네.”
다른 추장도 그렇게 말했다.
여기 있는 자들은 다 자기 밴드를 이끄는 추장들이었기에, 부족원의 안위를 생각해야 했다.
“극복하는 것이 가능하긴 한 건가? 다시 싸운다고 이길 확률이 있느냔 말이야.”
추장 중 한명이 말했다.
아직 전사들이 많이 남아있긴 하다. 하지만 다시 싸운다고 이길 수 있을까?
항상 승리했던 코만치 부족으로서는 처음 겪는 일이다.
“···분하지만 싸워서 이길 방법이 보이지 않는 것 같군. 더 싸워봐야 무의미한 희생만 늘릴 뿐이야.”
호전적인 성향의 코만치 부족, 그것도 추장들의 회의에서 나오리라고는 상상하기 힘든 발언이었지만, 놀랍게도 다들 고개를 끄덕였다.
푸히위크와수우도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이길 수 없다면 두 가지 선택밖에 없지. 떠나거나, 굴복하거나. 떠난다면 국경 너머로 쫒아오지는 않을 것일세, 놈들 마음대로 정한 것이기는 하지만 여기는 멕시코 제국의 영토라고 간주하고 있고, 북쪽은 미국이라는 다른 국가의 영토로 간주하고 있으니.”
오랫동안 이 지역에서 살아왔고, 지금도 지배하고 있는 코만치 부족 입장에서는 여기가 멕시코 제국의 땅이라는 사실이 납득되지 않았지만, 그동안은 신경 쓰지 않았다.
결국 모든 건 힘의 논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니까. 그렇기에 마음껏 약탈을 해 온 것이 아닌가.
“떠나는 게 낫지. 우리 형제들을 다 쳐 죽인 저 멕시코 놈들의 명령이나 듣고 살 생각인가?”
젊은 추장은 그렇게 주장했지만, 나이가 있는 추장들은 동의하지 않았다.
“그렇게 감정적으로 생각할 문제가 아니야. 떠나면 당장 뭘 먹고 살지부터 걱정해야 하네. 북쪽 평원에도 들소 무리는 있다고 들었네만, 거기도 경쟁이 있을 거고 약탈을 하려고 해도 미국과 싸워야겠지.”
“그래. 나도 멕시코 놈들이 좋은 것은 아니지만, 사실 우리가 먼저 약탈하지 않았나. 오히려 멕시코가 우릴 살려둘 마음이 있는지가 중요하지.”
틀린 말은 아니었다.
고향 땅을 빼앗기고 노예나 다름없는 신세로 부려진 추마시 부족 같은 경우와 다르게, 코만치 부족은 그런 피해를 본 적이 없다.
오히려 코만치 부족의 영역인 코만체리아의 크기는 점점 커졌으며 약탈의 강도와 빈도도 점점 늘어나고 있었기에, 그들도 피해자보단 가해자에 가깝다는 사실은 알고 있었다. 다만 이쪽이 더 강하니까 당연한 일이라고 생각했을 뿐이다.
그들의 말에 젊은 추장은 당황했다.
“···한번 패하더니 완전히 꼬랑지를 내렸군. 결국 저놈들은 우리 땅을 노리는 침략자에 불과해. 멕시코 제국 놈들에게 굴복해서 농사나 짓고 살 바엔 죽는 게 나아.”
분위기가 과열될 기미가 보이자, 푸히위크와수우가 중재했다.
“여기서 우리끼리 이러는 것 보단, 각 부족원의 의견도 들어보는 것이 좋겠네.”
멕시코 제국이 받아줄지 아닐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싸워봐야 현실이 바뀌는 것은 아니었기에, 푸히위크와수우는 부족원들의 의견을 수렴하자는 주장을 했다.
다른 추장들도 여기서 싸워봐야 의미 없다는 것을 알기에, 순순히 푸히위크와수우의 명령을 따랐다.
동부의 이로쿼이 연맹이나 남서부의 푸에블로 부족들 같은 예외도 있었지만, 대부분의 북미의 원주민들은 계급 고착화가 이루어지지 않은 비교적 평등한 사회였고 코만치 부족도 예외는 아니었다.
추장들은 부족원들 의견을 물었다.
“둘 다 싫지만, 어쩔 수 없이 골라야 한다면 북쪽으로 가야지. 내 동생이 멕시코 제국 놈들한테 죽었다고!”
처음에는 그런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전쟁 직후, 가까운 이들을 잃었다는 분노와 슬픔이 코만치 부족을 지배했기 떄문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나며 분위기가 바뀌기 시작했다.
“그런데 북부로 떠난다고 무슨 답이 있나? 미국도 멕시코만큼 큰 국가라며?”
“나도 그렇다고 듣긴 했는데.”
멕시코 제국이 자기 땅이라고 주장하는 영역에서 나간다고 끝이 아니다. 갑자기 없던 식량이 생길 리도 없고, 식량을 구하려면 결국 다시 약탈과 사냥을 해야 하는데, 그러려면 당연하지만 싸워야 한다.
이 시기의 미국은 약탈에 대한 경계심과 대응 능력이 멕시코 제국 수준은 아니었지만, 코만치 부족은 그걸 몰랐다.
그저 한때 우습게 봤던 멕시코 제국이라는 거대한 국가의 저력에 대한 두려움이 생겼고, 미국도 비슷할 것이라는 착각이었다.
“근데 멕시코 제국 놈들에게 항복한다고 우리를 그냥 놔둘 리가 없잖아.”
“그렇긴 하지.”
코만치 부족에서는 이 두 개의 암울한 선택지를 놓고 뜨거운 논쟁이 벌어졌다.
이 논쟁은 멕시코 제국의 항복 권유 사절이 도착할 때까지 이어졌다.
“···그러니까, 지금이라도 순순히 항복하면 목숨만은 살려주겠다. 이거로군.”
“그렇다. 이는 자비로우신 황태자 폐하의 결정이니, 즉시 항복해라.”
코만치 부족에도 에스파냐어를 할 줄 아는 자는 있었다.
에스파냐 시절부터 오랜 약탈의 대상이면서도 교역의 대상이기도 했고, 납치한 에스파냐인과의 사이에서 태어난 이들도 있었기 때문이었다.
심지어 에스파냐식 이름을 가진 자까지 있었는데, 이름이 무려 ‘산타 안나’였다. 그는 부족 내에서는 ’산타나’라는 이름으로 불렸다.
산타나가 말했다.
“너희들의 말을 어떻게 믿지?”
“쓸데없는 말은 필요 없다. 항복할 것인가, 죽을 것인가. 선택은 둘 뿐이다.”
“···우리가 북쪽으로 떠난다면? 그것도 막을 건가?”
“너희 전사들은 우리 제국에서 범죄를 저지른 범죄자다. 우리 입장에서는 막는 게 당연하지. 그리고 북쪽으로 떠나봐야 또 다른 국가가 있을 뿐이다. 순순히 항복하는 게 너희에게도 좋아.”
사실 코만치 부족이 북쪽으로 떠나는 것을 막을 방법 따위는 없었다.
특정 길목만 틀어막으면 되는 지형도 아니고, 평원 지역에서 말을 타고 달리는 수만 명을 무슨 수로 막겠는가.
이런 사실은 양쪽 다 알고 있었지만, 장교는 최대한 항복을 권유하라는 황태자의 명에 따랐다.
“일주일의 시간을 주지. 어느 쪽이 진정 부족원들에게 좋은 선택인지 잘 생각해라.”
그는 그렇게 통보하고는 떠났다.
멕시코 제국과 갈등을 지속한다는 선택지는 없다. 그들이 코만치 부족의 식량 공급원을 꽉 쥐고 있는 이상, 식량을 구할 방법이 없으니 싸울 거면 바로 곧바로 다시 싸워야 한다. 그리고 그건 자살행위다.
결국 항복하거나 떠나거나 둘 중 하나다.
푸히위크와수우는 자신만 죗값을 치르면 처자식은 안정적으로 살아갈 수 있는 전자로 마음이 기울었다.
노역형이라고 해도 죽을 정도로 일을 시키는 것도 아니고, 밥도 준다고 하지 않는가.
그는 이미 다른 원주민 부족들의 사례도 있으니 멕시코 제국의 말은 믿을 만 하다고 생각했지만, 사람들의 의견은 천차만별이었다.
여태까지 신나게 약탈해서 먹고살았던 것은 까맣게 잊은 채, 멕시코 제국을 그저 침략자라고 간주하는 자도 있었고, 농사나 지으면서는 비루하게는 절대 못 살겠다는 자, 멕시코 제국의 말을 어떻게 믿냐는 자, 그저 본인의 노역형이 싫은 자도 있었다.
미국이라는 또 다른 거대 국가가 있다는 것을 잘 알지만, 다양한 이유에 의해 떠나고 싶어 하는 자들이 많았다.
푸히위크와수우는 체면을 내려놓고 항복하자고 주장했지만, 떠나겠다는 자들을 말릴 수는 없었다.
“···대략 절반인가.”
“그러지 말고 자네도 같이 떠나지 그러나.”
“아니, 나는 여기 남기로 마음을 굳혔네.”
후우-
“그럼 이게 마지막이겠군.”
“그래.”
푸히위크와수우는 코만치 부족이 찢어지길 원하지 않았지만, 애초에 여러 개의 밴드로 나뉘어서 살아왔던 코만치 부족이다.
전쟁 추장이라고는 하나 임시직이었고, 이런 문제까지 강요할 힘은 없었다. 대략 절반에 해당하는 밴드가 북쪽으로 떠난다는 선택을 했다.
살아남은 6,500명의 전사 중 절반이 떠났다.
그들은 본인들의 밴드와 함께 북쪽 국경을 넘을 때까지 멈추지 않을 것이다.
푸히위크와수우는 복잡한 심경이었지만 감상에 빠져 있을 시간은 없었다.
그는 멕시코 제국에 항복 의사를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