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74)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74화(74/180)
중앙 은행과 해군 (1)
약 18,000명의 코만치 부족원들은 치와와주 북부의 마을, 하노스로 이동되었다. 이곳에서 각 가정이 어디로 배치될지 결정할 예정이었다.
이민청 공무원은 코만치 부족원들에게 개척 이민과 도시 이민의 혜택에 대해 자세히 설명해주었다.
“단, 도시 이민을 선택할 경우 노역형을 받은 가족이 있는 도시로 배치받을 수 있습니다. 노역형 형기 중에도 자유시간이나 외출이 가능하니, 가족과 만날 수 있는 겁니다.”
이는 멕시코 제국의 극심한 산업 인력 부족 현상을 조금이라도 완화하기 위해 황태자가 내린 명령이었다.
코만치 부족은 나이가 조금 있는 소년들부터 건강이 불편하지 않은 중년층까지 전부 노역형을 선고받은 상태다. 가장과 아들이 일하고 있는 지역으로 배치받을 수 있다는 것은 큰 혜택이었다.
“그럼 저는 도시로 가겠습니다.”
“예, 이름을 말해주세요.”
그렇게 약 18,000명의 코만치 부족 인원들은 멕시코 제국 전역의 공사 현장과 각종 산업 현장으로 흩어지게 되었다.
“노역형을 선고받은 자들에게도 말했지만, 여기 계신 분들도 에스파냐어를 최대한 빨리 익히시는 게 좋을 겁니다. 그편이 멕시코 제국에서 살아가는 데 있어서 중요할 뿐만 아니라, 노역형을 받은 가족들의 에스파냐어 능력도 모범수 등급 선정 기준에 포함됩니다.”
황태자는 동화 작업을 가속하기 위해 명시적으로 에스파냐어 능력에 따른 노역형 형기 감형까지 내걸었는데, 이는 코만치 부족뿐만 아니라 노역형을 선고받은 모든 죄수에게 적용되었다.
그렇게 멕시코 제국의 북부가 점점 정리되고 있을 때, 푸히위크와수우와 열댓명의 전령은 북쪽 국경을 넘은 동포들을 만났다.
“아니! 자네가 여기까지 어쩐 일인가? 이제라도 북쪽으로 오기로 한 것인가?”
북쪽으로 떠나기로 결정한 밴드의 추장인 포츠나크와히푸는 푸히위크와수우를 반겼다. 분명 이게 마지막이라고 생각하고 떠나지 않았던가. 그런데 이렇게 금방 다시 만나게 된다니?
“아쉽지만 그건 아닐세.”
“음, 부족원들이 자네 주위에 없었으니 예상은 했네. 그럼, 여기까지 어쩐 일인가?”
포츠나크와히푸는 궁금하다는 듯 물었다.
“멕시코 제국 황태자의 명령을 받고 왔다네.”
“···멕시코 제국 황태자의 명령이라고? 우리에게 전할 말이라도 있는 건가?”
포츠나크와히푸는 흥이 식어버린 듯, 차분한 목소리로 물었다.
“자네들에게 경고하라고 하더군. 다시는 멕시코 제국으로 넘어오지 말라고 말이야.”
“하! 원래 우리가 살던 땅인데 그거야 우리 마음이지.”
그는 실제로 세력이 강해진다면 다시 돌아갈 마음이 있었다.
“멕시코에 남은 코만치 부족원들의 목숨을 가지고 협박하더군. 자네들이 넘어온다면 우리가 다칠 수도 있어.”
“···하.”
“대신 자네들이 국경을 넘지 않으면 멕시코 제국 측에서 무역을 할 수 있도록 해준다고 하더군.”
“무역이라. 식량이라도 팔아주겠다는 말인가?”
“그래. 식량은 물론 각종 철제 무기도 팔아준다고 하네.”
“···그렇단 말이지.”
북부로 넘어온 이들은 아직 약탈에 나서지 않았다. 넘어온 지 일주일밖에 안 돼서 정찰하며 정보수집을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식량 사정이 안 좋은 상황이긴 하다.
포츠나크와히푸가 잠시 고민하고 있자, 이야기를 듣고 있던 추장 중 한명이 나서서 말했다.
“뭘 고민하나. 어차피 멕시코 제국은 못 이긴다고 생각해서 여기까지 온 것 아닌가. 안 돌아가겠다고 맹세하고 식량 문제를 해결하는 게 맞지.”
합리적으로 들리는 말이었지만, 멕시코 제국에 대한 반감이 커서 위험을 감수하고 북부로 온 자들이 아닌가.
무역을 해주겠다는 말 한마디에 넘어가는 것이 맞을까? 잠시 고민하던 포츠나크와히푸는 결정을 내렸다.
“뭐, 이길 확률도 거의 없는데 인질까지 있으니 선택지가 없군. 좋아, 우리가 멕시코 제국 국경을 넘는 일은 없을 거라고 맹세하지. 대신 무역을 최대한 빠르게 할 수 있었으면 좋겠군.”
식량은 적었지만, 그동안 모아 놓은 약탈품과 버팔로 가죽 등은 많이 가져왔다.
“결정해줘서 고맙네. 무역 건은 멕시코 제국 측에 건의해보도록 하지.”
“그래.”
푸히위크와수우는 동포들과 인사하고 멕시코 제국으로 떠났다.
***
1835년 10월.
황제파의 수장, 로베르트 의원은 논란의 여지가 있는 제안을 꺼내 들었다.
의회의 연설대에 직접 나선 그는 심호흡하고는 황태자가 주문한 법안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존경하는 동료 의원 여러분, 저는 여기, 이 자리에 서서 ‘멕시코 중앙은행 설립 법안’의 필요성과 중요성을 강조하고자 합니다.”
중앙은행이라는 기관은 이미 18세기부터 여러 나라가 도입했지만, 아직은 논쟁의 여지가 있는 기관이었다.
실제로 미국도 2차례나 중앙은행을 설립했다가 폐지하는 등의 우여곡절을 겪는 중이었다.
로베르트 의원이 무슨 말을 하려고 저러나 하는 심드렁한 눈빛으로 바라보던 지주파, 공화파 의원들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이 법안은 단순히 하나의 금융 기관을 만드는 것이 아닙니다. 이는 우리 제국의 경제적 기반을 강화하고, 번영의 길을 여는 역사적인 발걸음입니다.
우선, 중앙은행의 설립은 우리 제국의 화폐 가치를 안정화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입니다. 중앙은행은 화폐 발행의 독점적 권한을 갖게 되며, 이를 통해 화폐의 가치를 일정하게 유지할 수 있습니다. 위조 방지 기능을 포함하여, 우리 경제의 신뢰성을 전 세계에 과시할 수 있게 됩니다.”
현 멕시코 제국의 통화 체계는 중구난방이다. 아구스틴 1세의 얼굴이 찍힌 은화인 ‘페소’가 가장 많이 유통되고 있지만, 식민지 시절의 통화와 각종 외국의 금화와 은화도 통용되고 있었다.
이런 중구난방인 통화 체계는 행정과 경제 활동의 복잡성을 늘릴 뿐만 아니라, 위조 범죄에도 취약하다.
로베르트 의원의 연설은 그 뒤로도 이어졌다. 통화 정책을 통한 경제 성장 촉진과 인플레이션 조절, 은행 감독과 규제, 정부의 재정 대리인의 역할 등 중앙은행의 여러 기능들을 강조하는 내용이었다.
전부 필요한 내용인 것은 맞았다. 멕시코 제국은 누구나 체감할 만큼 급격한 경제 성장이 이루어지고 있었지만, 동시에 시중에 돈이 풀리며 인플레이션 일어나고 있었다. 이를 관리할 필요성은 분명히 있었다.
각종 민간 은행에 대한 감독과 규제도 필요하다. 전국 단위의 은행이나 다름없는 알폰소 익스프레스를 포함하여, 여러 은행이 우후죽순 생겨나고 있는데, 이를 감독할 기관은 없어 부작용이 발생하고 있었다.
정부의 재정 대리인으로서 채권 발행이나 유동성 제공 등의 역할도 중앙은행의 중요한 기능이었다.
“···존경하는 의원 여러분, 이 법안의 통과는 단순히 하나의 제도적 변화를 넘어서, 우리 제국의 미래를 위한 투자입니다. 중앙은행의 설립은 멕시코 제국을 더욱 강하고 안정적인 경제 체제로 이끌 것입니다.
저는 여러분 모두가 이 중요한 순간에 멕시코 제국의 밝은 미래를 위해 함께 서 주시기를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로베르트 의원의 열띤 연설에도 불구하고 지주파와 공화파 의원들의 반응은 시큰둥했다.
이 안건에 대한 쟁점은 그런 여러 가지 중앙은행의 기능에 대한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중앙은행의 설립이라는 것은 본질적으로 중앙 집권을 의미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강해지고 있는 강해진 황가의 권력은 연방제를 반대하던 지주파 의원들마저 위기의식을 느끼게 할 정도인 상황이다.
공화파는 말할 것도 없었다. 원래부터 연방제와 지방 분권에 친화적인 이들이 많았던 공화파는 점점 더 그런 성향이 강해졌다.
지주파의 한 의원이 질문했다.
“로베르트 의원, 그 중앙은행이라는 것이 여러 장점이 있긴 하지만, 그만큼 부작용도 있어서 최근 미국에선 중앙은행을 폐지하기로 결정한 사실을 아는지 모르겠군요? 안 그래도 정부가 너무 많은 경제적 힘을 가지고 있는 우리 멕시코 제국에 중앙은행까지 설립된다면 경제적 권력이 과도하게 집중될 우려가 있습니다.”
멕시코 제국이 전 세계에 유래를 찾아보기 힘들 정도로 많은 농지를 가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다.
에스파냐인들에게 몰수한 농장의 넓이는 북부 영토를 제외한 멕시코 본토 토지의 20%에 해당하며, 쿠바는 농장 중 90%를 정부가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행정부의 각 부처 수장들의 인선은 총리와 의회가 황제에게 상신하는 구조지만, 황제가 마음에 들지 않으면 거부할 수 있기에 정치적으로 중립에 가까운 자를 고르는 것이 최선이다.
심지어 황제는 모든 공무원을 해임할 수 있는 헌법상 권리까지 있으니, 행정부는 사실상 황제의 의중대로 돌아가는 상황이었다.
따라서 정부가 가진 막대한 경제적 힘을 사실상 황제가 휘두르는 상황이고, 이런 상황에서 더 강력한 경제적 권력을 가진 기관을 만들자는 것을 의원들이 반길 리가 없었다.
로베르트 의원은 그들을 설득하려 해봤지만, 애초에 입장 차이가 명백한 상황이라 헛수고였다.
라파엘 의장은 적당히 들어주는 척을 하다가 표결을 붙였다.
“지금부터 ‘중앙은행 설립에 관한 법률’을 표결하겠습니다.”
결과는 당연하게도 부결이었다.
***
‘이 법이 의회에서 한 번에 입법될 리는 없겠지.’
로베르트 의원에게 맡겨놓긴 했지만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건 그냥 명분을 쌓기 위한 작업 중 하나에 불과하다.
현대에는 너무나 당연하게 존재하는 것이 중앙은행이지만, 이 시기엔 아니다. 영국 등의 유럽 강대국이 중앙은행을 도입 하긴 했지만, 필수적이라고 여겨지진 않는 상황이다.
당장 지금 미국에서 가장 큰 정치 이슈 중 하나가 앤드류 잭슨 대통령이 미국의 중앙은행 역할을 했던 ‘제2 은행(The Second Bank of the United States)’의 헌장 갱신을 거부하면서 시작된 ‘은행 전쟁(The Bank War)’이다.
이처럼 갈등이 생길 수밖에 없는 민감한 사안이기에, 이를 통과 시키려면 다른 수를 쓸 수밖에 없다.
“중앙은행과 채권에 대한 기사를 내라는 말씀이시군요.”
내 설명을 들은 니세토 데 사마코이스(Niceto de Zamacois)가 대답했다.
“맞네. 채권의 혜택에 대해 강조해주게.”
멕시코의 대표적인 보수 언론지인 ‘심플리시오의 검(La Espada de D. Simplicio)’은 황제파 가문의 소유였고, 편집장인 사마코이스도 황제파 인사다.
“연이율 4%에 액면가 100페소라니. 이런 조건으로 괜찮으시겠습니까?”
현대에선 안전자산인 정부 채권도 다른 투자 상품들과 경쟁을 해야 하기에 이자율이 높아지는 일이 자주 일어나지만, 이 시기엔 그런 경쟁 상품이 없다.
실제로 전쟁 때문에 상승했던 영국 채권의 이자율이 3%에서 2.75%, 2.5%, 2% 등으로 점점 내려가고 있었다.
우리 정부의 재정은 상당히 건전하다고 평가받고 있어서, 영국과 비슷한 이자율로도 어느 정도 자금을 모을 수는 있겠지만, 지금은 더 큰 금액이 필요하다.
‘액면가가 100페소에 불과하니, 자영농이나 도시 노동자들도 적당히 살만하지. 그들에게는 꽤 짭짤한 재테크 수단이 될 거다.’
“충분히 감당할 수 있으니 걱정하지 말게. 자네는 중앙은행이 설립되면 발행될 이 채권에 대해 최대한 많은 사람이 알도록 해주면 되네.”
“예, 알겠습니다. 맡겨주십시오, 전하.”
안정된 정부라면 보통 이런 낮은 이자율로 자금을 융통하는 것이 정상이지만, 독립운동 시기의 멕시코 독립군은 감당할 수 없는 대상에게 감당할 수 없는 약속을 해버렸다.
그것뿐이라면 억울해도 어떻게든 갚으면 그만이지만, 그 악독한 약속 이상으로 뜯어내려 한다면 우리도 마냥 호구가 아니라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그걸 위한 대규모 채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