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76)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76화(76/180)
중앙 은행과 해군 (3)
“이러다가 세계에서 가장 여행을 많이 한 사람이 되겠습니다, 전하.”
“하하, 그것도 역사에 이름을 남기는 것이니 좋지 않은가.”
“예전처럼 말을 타고 다녀야 했으면 마냥 좋지는 않았을 겁니다. 철도를 탈 때마다 존경심이 무럭무럭 자라납니다.”
디에고가 농담 삼아 말했다.
‘그럴 만도 하지.’
디에고는 내 장거리 이동과 함께해왔다. 첫 캘리포니아 개척도 같이했으며, 같이 돌아왔고 영국에도 다녀왔으며, 2번째 캘리포니아, 텍사스, 뉴멕시코 등 다양한 여행을 했다.
이 시대 기준으로 이렇게 긴 거리를 자주 돌아다닌 사람은 거의 없을 것이다.
완공된 베라크루즈 항구에 들른 후, 철도를 타고 멕시코 제국을 횡단했다.
이곳은 ‘푸에르토 파시피코(Puerto Pacífico)’
전생의 멕시코에선 ’라사로 카르데나스’라고 불렸던 항구 도시다. 이 세계에서는 항구가 한창 건설 중이니 항구 도시가 될 예정이라고 해야겠다.
“착공한 지 겨우 6개월밖에 안 되지 않았나? 예전보다 훨씬 빠른 속도로군.”
나는 건설 중인 항구의 모습을 보며 마중 나온 수석 건축가, 알베르토에게 물었다.
“역시 바로 알아주시는군요. 바로 직전에 베라크루즈에서 시공했던 것과 비슷한지라 속도가 빠른 것 같습니다. 베라크루즈 항구와 다르게 작은 어촌 마을이었던지라, 동선에 장애물이 거의 없는 것도 큽니다.”
“그렇군. 좀 둘러보도록 하지.”
이 시대 멕시코 태평양 방면 최대 항구는 ‘아카풀코(Acapulco)’다. 아카풀코는 식민지 시절 멕시코와 필리핀 간의 주요 해상 무역 경로였다.
아카풀코는 매년 필리핀의 마닐라에서 출발한 배가 도착하는 장소였으며, 유럽, 아시아, 아메리카 대륙 간의 상품이 교환되는 중요한 국제 무역의 허브이기도 했다.
그런 항구를 두고 내가 전생의 ’라사로 카르데나스’, 이 세계에선 ‘푸에르토 파시피코(Puerto Pacífico)’라고 이름 붙인 이곳을 선택한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가장 큰 이유는 멕시코 최대의 철광석 산지이자, 에스트라다 철강과 로크 정밀 기계의 본사와 공장이 있는 공업 도시인 ‘라스 트루차스’의 바로 밑에 붙어 있는 해안 지역이라는 점이다.
아카풀코까지 철도를 연결해서 무역해도 되지만, 원래 있는 인프라가 내 기준으로 엄청나게 좋은 것도 아니기에 이 거리를 감수할 이유가 없었다.
“6개월 만에 이 정도라면, 2년 정도 예상하면 되겠나?”
나는 현장을 둘러보며 알베르토에게 질문했다.
“예, 사전에 주문해주신 대로 항구의 일부는 6개월 안에 사용할 수 있도록 준비될 예정입니다.”
“그렇군.”
나는 현장 곳곳을 둘러봤지만, 지적하거나 개선할 부분이 보이지 않았다.
“말할 것이 없군. 아주 잘해주고 있어, 이대로만 해주게.”
“감사합니다, 전하.”
내게 현장을 안내하던 알베르토는 내 말에 긴장이 조금 풀린 듯했다.
얼마 안 되는 거리지만 라스 트루차스에서 푸에르토 파시피코까지의 철도도 한참 건설 중이기에, 이 구간은 말을 타고 가야 했다.
멀지 않은 구간이기에 말을 타고 천천히 가는데, 디에고가 말했다.
“전하, 항구와 조선소에 투자하신 것은 좋습니다만, 저 조선소까지 전부 채울 수 있을까요?”
“해군 채권이 얼마나 팔리느냐에 따라 다르겠지만, 안 팔리면 내가 전부 사버릴 생각이니 채울 수는 있을 거야. 내 투자 이익률은 낮겠지만.”
각종 프로젝트와 부채로 인해 정부 예산에 여유가 없는 상황이다. 내 계획에 맞추라고 정부 지출을 강요할 수는 없는 법.
태평양 방면 항구와 조선소를 건설할 예산을 마련하기 위해 내가 선택한 방법은 공기업인 멕시코 조선공사의 회사채를 발행해서 내가 전부 사는 것이었다.
크진 않지만, 이자도 받고, 나중에 수입이 나면 내 지분에 따라 배당받거나 재투자 될 테니 괜찮은 선택이었다.
공기업이긴 하지만 엄연히 수입이 있는 회사기에 가능한 일이다. 항구는 수수료를 받을 수 있고, 부동산으로 이득을 챙길 수도 있다.
조선소도 중소형 도크는 민간 판매용 선박을 건조할 수 있는데, 문제는 대형 도크다. 이 도크는 사실상 군함을 위해 건설하는 것인데, 정부에서 발주를 내줘야 한다.
“금을 사용할 생각이시군요.”
“정 안되면 그렇게라도 해야겠지.”
“그럴 일은 없을 것 같습니다. 결국 중앙은행은 설립될 것이고, 채권은 잘 팔릴 것이니까요. 저도 살 수 있는 만큼 살 생각입니다.”
“하하하, 그거 고맙군.”
마음만 먹으면 정말 내가 해군 건조에 필요한 돈을 댈 수도 있다.
내 회사들이 버는 돈은 배당 없이 전부 재투자 중이라 현금이 많지는 않지만, 그 외에도 엄청난 수입을 올리고 있는 것이 있었는데, 바로 금광이다.
금광은 내 기업 중 하나인 ‘모라 광산’에서 관리하고 있지만, 금광 자체는 내 개인 소유다.
이제 캘리포니아 골드 러쉬는 완전히 끝물이었는데, 그동안 내가 일찌감치 선점한 주요 금광들에서 나온 금들은 금괴로 만들어서 황궁 금고에 보관하는 중이다.
‘원 역사의 캘리포니아 골드러시 기간 동안 채굴된 금의 양이 약 34만 킬로그램이라고 했었지.’
전생에 캘리포니아 골드러시에 대해서는 자세히 조사했었으니, 얼추 맞을 거다. 원 역사의 골드러시는 1848년부터 1855년까지 단 7년간의 화끈한 사건이었다. 이 세계에서는 내가 채산성 좋은 주요 광맥들을 독점했고, 미국보다는 덜 뜨거웠기에 10년이라는 시간이 걸렸다.
골드 러쉬 초기에는 채산성이 낮아서 캐는 금의 절반을 일당으로 줘야 할 정도였지만, 각종 기계를 도입하며 채산성이 점점 높아져서 최종적으로 수수료와 임금을 포함해 3할을 지급하게 되었다고 보고 받았다.
‘지금 황궁 금고에 보관된 금이 14.3만 킬로그램이니까, 이를 토대로 역산해보면 내가 골드 러쉬의 6할을 독점한 셈이군.’
나머지 4할은 금을 찾아 캘리포니아까지 온 수만 명의 사람들에게 돌아갔을 것이다.
주요 금광 지대를 독점한 것 치고는 생각보다 적다고 생각할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개인이 소유하기엔 너무 거대한 금 보유량이다.
내가 전생에서부터 생각한, 이 세계에 와서 처음 뿌린 씨앗의 결과물이었다.
“금을 해군 채권에 투자하는 것은 조금 아깝긴 합니다. 4%의 수익률은 전하가 벌이시는 사업들에 비하면 턱없이 적으니까요.”
디에고의 말대로다.
내게 돈이 있는 것은 사실이고 황태자인 입장이니 국가를 위해 쓰는 것이 그리 아깝지는 않지만, 이 돈은 산업화와 국토 개발에 쓰여야 한다.
각종 산업이나 국토 개발 사업에 투자하고, 이익을 내고, 다시 투자하는 순환을 끝없이 돌려야 한다. 언젠간 내가 주도하는 산업화와 국토 개발이 끝나겠지만 지금은 아니다.
정 방법이 없으면 금을 쓰겠지만, 나 말고도 채권을 사줄 사람들이 있는데 내 종잣돈을 거기다 써버릴 이유는 없지 않겠는가.
“나도 어느 정도는 사야지. 그래야 국민들이 믿고 살 수 있지 않겠나.”
“그렇군요.”
그렇게 디에고와 이야기를 나누며 멕시코시티로 복귀했다.
멕시코시티에는 오랜만에 보는 얼굴이 나를 기다리고 있었다.
‘모라 광산’의 에르난도 모라였다.
“에르난도, 여기서 자네를 볼 줄은 몰랐는데, 정말 오랜만이네. 그새 얼굴색이 짙어졌군그래.”
그에겐 남미 쪽 자원 수출입에 관한 업무를 맡겼었는데, 배를 타서 그런지 얼굴이 까맣게 탔다.
“하하, 남미는 확실히 햇볕이 강하더군요. 그래도 전하께서 맡겨주신 임무는 확실히 처리했습니다.”
“전부 말인가? 그중 몇 개는 안 될 수도 있다고 생각했는데.”
“얘, 전하. 콜롬비아에서 석탄, 페루에서 구아노, 칠레에서 초석 광산 개발에 대한 협약을 체결했습니다. 그냥 구입하기엔 생산량이 우리가 쓰기엔 터무니없이 적더군요. 처음엔 공동으로 자원을 개발하는 데에 거부감을 보였지만, 넉넉한 페소와 더불어 구식 무기도 팔아주겠다고 하니 다들 승낙했습니다.”
정치적으로 혼란스러운 남미 국가들의 정권엔 무기를 팔아주는 것이 꽤 메리트 있는 제안이었을 거다.
“역시 그렇군. 수고 많았네. 이민 쪽은 어떻게 되었는가?”
그를 남미로 보내며 한가지 업무를 더 부탁했는데, 남미에서 유럽의 레지날드같이 이민 회사를 맡아줄 사람을 구해달라는 부탁이었다.
이 시기 남미 국가들의 인구는 유럽과 비교할 수 없을 정도로 적지만, 같은 에스파냐어를 쓰거나 에스파냐어와 매우 가까운 포르투갈어를 쓰거나 둘 중 하나라는 것이다. 거기에 미국인들처럼 이미 한 번 이민 결심을 한 자들이라는 점도 있다. 한 번이 어렵지 두 번은 쉬운 법, 그래서 나는 남미 이민에 기대를 걸고 있었다.
“예, 전하. 그 부분도 처리했습니다. 유럽의 레지날드라는 사람을 만나보진 못했지만, 제가 찾은 사람도 인맥과 친화력이라면 뒤지지 않을 것 같습니다.”
에르난도 모라는 남미의 여러 국가를 오가며 겪은 일들을 이야기하기 시작했고, 나는 오랜 친구를 만난 듯이 편안한 기분을 느끼며 그와 대화했다.
***
중앙은행 설립과 해군 채권에 관한 기사가 전국적으로 퍼지고 있을 때, 지주파와 공화파의 영향력 아래에 있는 언론사들도 반격에 나섰다.
중앙은행 설립에 대한 반대 의견을 담은 기사를 낸 것이다.
그 내용을 요약하자면 다음과 같았다.
——
1. 중앙은행의 설립은 정부의 권력을 강화하고, 이에 따라 지방의 자치와 권한이 약화할 것이다.
2. 중앙은행이 국가의 금융 시스템을 통제하게 되면, 개별 은행이나 금융 기관의 독립성이 줄어들 것이다.
3. 중앙은행이 화폐 공급을 늘릴 수 있는 권한을 가짐으로써, 인플레이션을 유발할 것이다.
4. 중앙은행은 정치적으로 편향될 수 있다.
5. 이런 부작용들로 인해 미국에서는 앤드류 잭슨 대통령이 ‘제2 은행(The Second Bank of the United States)’의 헌장 갱신을 거부한 상황이다.
——
5번을 빼고는 추측에 불과한 말들이었지만, 지방 분권을 지지하는 지방 사람들과 연방주의자들을 자극하기엔 충분한 기사였다. 하지만 대다수 시민에겐 큰 효과가 없었는데, 애초에 대부분의 시민은 중앙은행의 기능보다는 중앙은행이 설립되면 해군 채권을 발행할 예정이라는 것에 주목했기 때문이다.
거기에 황제파 언론들은 기다렸다는 듯이 반박 기사를 냈는데, 중앙은행 설립에 반대하는 자들의 주장은 전부 추정일 뿐이고 미국이 중앙은행을 폐지하는 것도 앤드류 잭슨 대통령 개인의 지방 분권을 옹호하는 성향이 반영된 결과일 뿐이라는 것이었다.
“이건 결국 정치 싸움일 뿐이라는 거 아니야?”
“나도 미국에선 폐지 수순이라고 해서 조금 불안하긴 했는데, 반박 기사를 보니까 영국에도 왕실에서 설립한 중앙은행이 있다고 하는군.”
사실 영국의 중앙은행은 민간 자본으로 운영되는 주식회사에 가까웠지만, 국왕인 윌리엄 3세가 설립한 것은 사실이었다.
반대 여론은 삽시간에 진압당했고, 여전히 여론은 중앙은행 설립 찬성이 압도적이었다.
선거까지는 이제 2달, 여론전에서 판정패를 당한 지주파와 공화파는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상황에 빠졌다.
영국처럼 민간 지분이 있는 중앙은행도 아니고, 정부 기관의 일종이라면 재무부의 통제를 받을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황가의 손에 무기를 하나 더 쥐여주는 것과 같다.
지주파와 공화파로서는 어떻게든 막아야 하는 상황이지만, 이대로 중앙은행 설립에 계속 반대하면 해군 채권에 찬성하는 시민들의 여론에 의해 선거에서 철퇴를 맞고 참패한다.
이런 상황에서 저들은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로베르트 의원이 그렇게 생각하고 있을 때였다.
“의원님, 라파엘 만히노 의장님께서 방문하셨습니다.”
“음? 지주파 쪽이 빠르다니, 이건 의외로군. 들어오시라고 하게.”
황제파의 수장, 로베르트 의원은 여유로운 표정으로 그의 정치적 적수를 맞이할 준비를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