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77)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77화(77/180)
중앙 은행과 해군 (4)
로베르트 의원은 연락도 없이 찾아온 라파엘 의장이 무슨 말을 꺼낼지 알고 있었다. 상황이 황태자 전하께서 말씀하신 대로 진행되고 있었기 때문이다.
-로베르트 의원, 놈들이 채권으로부터 시민들의 주의를 돌릴 다른 방법을 찾지 못한다면 결국 여론전은 우리 승리가 될 것이네. 그러면 그들이 할 수 있는 것은 하나밖에 없네. 중앙은행, 정확히는 해군 채권을 원하는 대중 여론은 돌리지 못할 테니, 설립에 찬성하는 대신 조건을 조정하려 들 거라네.
-예, 그럴 것 같습니다. 하지만 받아주지 않아도 저들이 할 수 있는 것은 없겠군요.
-그렇긴 하지만, 거래를 받아들이게.
로베르트 의원은 거래를 받아들이라는 주군의 지시를 바로 이해하지 못했다.
-이대로 선거를 치르면 황제파의 의석이 절반을 넘길 수도 있습니다, 전하. 놈들은 그 위험성을 절대로 용납할 수 없을 테니, 이 법은 선거 전까지 통과될 수밖에 없지 않습니까?
-좀 더 길게 보게. 그렇게 밀어붙인다면 이번 일을 계기로 지주파와 공화파가 단합해서 우리에게 대항하는 구도가 성립될 것이네. 그러면 기껏 만들어놓은 교회와 공화파의 갈등도 식어버리고 말겠지.
로베르트 의원은 그제야 이해했다. 세속 대학 설립을 둘러싼 교회와 공화파의 갈등은 본격적인 무력 충돌이 일어나기 직전까지 갈 정도로 격렬했다.
결국 황가의 중재로 서로 양보하게 되었지만, 그 여파로 교회 세력도 의회에 더 많은 공을 들이게 되었다.
위기감을 느낀 것이다.
어떻게 손을 쓴 건지, 황제파와 공화파 의원 중에서도 신앙심이 투철하거나, 교회와 연관이 깊은 가문의 의원들이 지주파로 전향하는 일이 일어났다.
그런 의원의 수는 겨우 몇 명에 불과했지만, 파장은 상당했다. 엄청난 영향력을 가졌지만, 여러 정치 세력에 걸치고 있던 가톨릭교회가 대놓고 지주파에 붙었다는 신호기 때문이다.
공화파와 가톨릭교회의 대립은 결과적으로 가톨릭교회의 정치적 움직임을 가속하여 공화파와 지주파의 대립이 되었다.
-어차피 법을 통과시키는 데는, 지주파와 공화파 중 한 곳만 있어도 되니, 둘 중 한 곳을 선택해서 일방적으로 법률을 통과시켜 버리려고 한다면 다른 한쪽은 먼저 배신한 쪽을 믿을 수 없게 된다는 소리군요.
-그래. 지금도 서로 사이가 안 좋지만, 앞으로도 계속 그런 구도를 지속시키려면 우리도 계속 한 쪽 편만 들어줘서는 안 되겠지. 그랬다간 무시당한 쪽이 점점 극단화될 가능성이 높아. 저번엔 공화파 쪽의 손을 들어준 셈이니, 이번에는 지주파와 거래를 하는 게 좋겠네. 다만 거래를 청하지 않는다면 굳이 먼저 찾아갈 필요는 없네. 먼저 찾아온 쪽과 거래하게.
-예, 알겠습니다, 전하.
찾아온다고 해도 선거 한 달쯤 남았을 때 찾아올 줄 알았는데, 예상보다도 훨씬 빨리 찾아왔다.
‘역시 정치 감각은 살아있다는 건가.’
로베르트 의원은 라파엘 의장을 반겼다.
“의장님께서 이렇게 저의 집까지 찾아와 주시다니, 이거 영광이군요.”
뜻밖의 환대에 라파엘 의장도 가볍게 웃으며 답례했다.
“하하, 역시 그 유명한 멘도사 가문의 저택답게 굉장히 멋있군요.”
이 저택에는 황제의 오른팔인 페르난도 멘도사 중장과 로베르트 멘도사 의원이 같이 살고 있었다.
시종들이 차와 다과를 내오기 시작하자, 로베르트 의원이 물었다.
“중앙은행 설립에 관한 법률에 관해서 이야기하러 오셨겠지요?”
그가 예상했다는 듯이 말하자, 라파엘 의장은 순순히 대답했다.
“예, 맞습니다. 우리 지주파는 그 법률에 대해 찬성하고 싶습니다.”
“조건이 있겠죠?”
“예, 우선 그 중앙은행이라는 기관은 행정부의 산하가 아닌, 독립적인 기관이었으면 합니다. 수장도 행정부에서 정하는 것이 아닌, 대신들처럼 총리와 의회에서 인선을 정해서 황제 폐하께 상신하는 것을 방식으로 하는 겁니다.···여기에 우리 지주파에서 해군 채권을 충분히 구매할 수 있게 배려해주시면 좋겠습니다.”
거래 조건이 황태자 전하께서 예측한 그대로였다. 어차피 설립될 거라면 최대한 중립적인 후보들을 상신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대놓고 황제가 임명하는 주지사들과 대법관들은 완전히 황제파로 분류되지만, 행정부 각 부처의 대신들은 황제의 명령을 거부하기 힘들지언정 인물들은 중립에 가깝다고 평가받고 있었다.
이왕 설립될 거라면 지주들에게도 꽤 좋은 돈벌이 수단이 될 수 있는 해군 채권을 챙기는 것은 덤이다.
“좋습니다.”
“예?···그렇게 바로 결정해도 되는 겁니까?”
로베르트 의원은 시원하게 승낙하자, 오히려 라파엘 의장이 당황했다.
“네, 그 정도 조건들은 수용할 수 있습니다.”
“음···. 알겠습니다. 좋은 거래 감사합니다.”
“저도 감사합니다.”
라파엘 의장은 목표를 쉽게 달성했지만, 찝찝한 기분을 느끼며 저택을 떠났다.
다음 날, 로베르트 의원은 중앙은행 설립에 대한 법안을 다시 한번 발의했다.
공화파 의원들은 이전과 동일하게 반대했지만, 곧 뭔가 이상함을 느낄 수밖에 없었다.
“지주파 놈들, 왜 반대를 안 하지?”
“그것도 그렇고, 이쯤 되면 표결을 실행해서 끝내버리지 않았었나?”
뭔가 달라졌다. 그것을 느끼고 있던 페드로 곤잘레스 의원의 머릿속에 어떤 생각이 스쳐 지나갔다.
“저놈들, 황제파와 거래한 거군.”
해 봐서 안다. 미터법 도입, 세속 대학 설립 건으로 황태자와 거래하지 않았던가.
그 말을 듣고 동료 의원들은 분통을 터뜨렸다.
“원래 못 믿을 놈들인 것은 알고 있었지만···.”
“제길. 이런 법안을 거래해서 통과시켜주면 결국 자기 목을 조르는 격이라는 걸 모르는 건가?”
지주파도 공화파에 대해서 똑같이 생각하고 있었지만, 원래 사람은 내로남불인 법이었다.
공화파 의원들은 이 법을 제안한 황제파보다, 단결해서 반대해야 할 사안에 갑자기 입장을 뒤집은 지주파를 더 적대적으로 노려보고 있었다.
그사이에 수장인 페드로 의원은 생각을 정리하고 있었다.
‘황제파와 지주파가 거래했다면, 이 법은 통과된다. 끝까지 반대한다면 선거에서 타격이 있을 거야.’
페드로 의원은 선거에 나름의 기대를 걸고 있었다. 황태자가 여러 업적을 쌓으며 국민의 지지가 높아지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최근 급속도로 늘어나고 있는 이민 인구, 그리고 유산계급이 아닌 자영농이나 도시 노동자들은 황제파와 공화파로 나뉘고 있었기 때문이다.
공화파가 뭘 잘했다기보다는 지주 계층에 대한 반감이 그 반대쪽에 대한 지지로 이어졌는데, 황제파보다는 공화파가 지주파의 반대쪽에 가깝기 때문이다.
즉, 이번 선거에서는 지주파의 의석을 황제파 쪽이 좀 더 많이 가져오긴 하겠지만, 공화파도 의석을 지키는 것을 넘어서 의석을 조금이나마 확대할 가능성에 기대를 걸고 있던 것이다.
‘지주파 놈들도 생각이 있으면 거래 조건으로 중앙은행을 행정부로부터 독립시키는 것으로 합의를 봤을 거야.’
“우리도 찬성할 수밖에 없겠어.”
“선거 때문이군.”
“그래, 어차피 통과될 거라면 선거에서 약점이 될 수 있는 짓을 할 필요는 없지.”
페드로 의원의 말에 동료들도 이해했다.
그렇게 중앙은행 설립에 관한 법은 통과되었다.
***
미리 합의한 대로, 중앙은행의 행장을 맡을 자를 의회에서 상신했고, 중립에 가까운 전문가가 선정되었다.
중앙은행의 직원들은 유럽에서 금융을 공부한 사람들, 시중 은행 직원들, 재무부 직원들을 스카우트하여 채워 넣었다.
멕시코시티에 미리 수배해놓은 중앙은행 건물에 직원들이 입주하고, 첫 임무는 역시 해군 채권을 발행하는 것이었다.
“오오, 이걸 미리 준비해놓으신 겁니까?”
내가 준비한 것을 내밀자, 중앙은행의 행장이 감탄하며 물었다.
내가 금융 전문가는 아니지만, 채권이 뭐고 어떤 식으로 돌아가는지 정도는 안다. 이 당시의 채권은 주식 증서처럼 실물 문서로 발행되었는데, 그 디자인을 미리 준비해 놨다.
“어떤가, 사고 싶어지지 않나?”
“원래 사려고 했지만, 더더욱 사고 싶습니다.”
명색이 국가에서 발행하는 해군 채권이지 않은가. 사람들은 이자율을 보고 사려고 하겠지만, 우리 제국의 첫 채권인 만큼 디자인에 신경을 썼다.
앞면에는 멕시코 제국 특유의 문양을 테두리에 그리고 정갈한 글씨체로 각종 정보를 적어놓았고, 뒷면에는 이 시대 사람들이 ‘군함’ 하면 떠올리는 전열함의 그림을 멋들어지게 그려 넣었다.
이 정도면 후대에는 수집품으로서도 가치가 있을 거다.
“채권에 관한 상세 내용과 디자인까지 완성해서 줬으니, 나머지 실무는 최대한 빠르게 부탁하네.”
“예, 알겠습니다.”
***
1836년 1월.
추운 겨울 날씨가 세상을 뒤덮었지만, 멕시코 대부분 지역은 그리 춥지 않았다.
시민들은 이제는 대부분 마을에 당연하게 존재하는 리오스 익스프레스의 지점으로 향했다.
“오늘 맞아? 어제도 왔다가 허탕 쳤잖아.”
“아 어제는 날짜를 착각했다니까, 지금 사람들 모인 거 보면 몰라?”
각종 신문에서 줄기차게 홍보한 해군 채권이 판매되는 날짜가 오늘이다. 특히 ‘심플리시오의 검’이라는 신문에서는 채권의 디자인까지 공개하며, 이 채권은 해군 양성 비용을 위한 것이라며 애국심을 자극하는 전략을 사용하기도 했다.
이웃 친구 사이인 두 사내가 당도한 리오스 익스프레스의 지점에는 이미 많은 사람이 줄을 서고 있었다.
“황태자 전하께서 채권을 100만 페소어치나 사셨대!”
“허, 100만 페소! 아니 근데 오늘부터 판매인데 자네가 그걸 어떻게 아나?”
“여기 오늘 신문에 쓰여있는데?”
“아, 그렇군. 미리 구매 결정을 내리신 건가.”
다른 사람들이 말하는 것을 들으며 점점 더 채권 구매에 대한 확신이 들었는데, 몇 시간이나 기다려서 드디어 200페소를 내고 구매한 2장의 채권은 신문에서 본 것과 똑같이 생겼다.
“이걸 가지고 있으면 10년간 4페소씩 총 40페소를 이자로 준다는 거지? 만기 때는 원금도 돌려주고?”
“그래. 10년 만기에 연 4%의 이자율을 가진, 액면가 100페소짜리 채권이니까.”
어디서 주워들은 것이 있는 친구는 있어 보이는 용어로 대답했지만, 친구는 이미 채권 뒷면의 그림을 감상하느라 듣지 않았다.
“이야, 우리가 낸 돈으로 이걸 건조하는 건가. 뭔가 뿌듯하군.”
“···멋있긴 하군.”
사람들은 이자를 받기 위해 채권을 샀지만, 막상 채권에 그려진 전열함의 그림을 보자, 국가에 도움이 되었다는 뿌듯함을 느꼈다.
***
채권을 발매한 지 겨우, 2주 만에 500만 페소가 모였다. 일반 시민들뿐만 아니라, 지주들도 여유 자금으로 채권을 사들인 결과였다.
이 시대면 2달 안에 최종 목표인 1천만 페소를 채울 것이다.
멕시코 고원과 캘리포니아, 텍사스, 유카탄반도, 중미까지 뻗어나간 철도를 통해 엄청난 양의 페소가 쏟아져 들어오고 있었다.
“정말 대단하군.”
기차의 화물칸에 꽉 찬 페소가 반짝거리는 광경은 황제인 아구스틴 1세가 봐도 장관이었다.
중앙은행에서 고용한 인부들이 페소가 한가득 담긴 자루를 낑낑대며 수레로 옮기고 있었다.
금액이 금액인 만큼, 군대까지 동원해 삼엄하게 지키는 가운데, 중앙은행에서 급하게 마련한 창고들이 차곡차곡 채워지고 있었다.
“정말 1천만 페소를 모으다니, 이 금액이면 군함 건조에 충분한 예산을 할당하고, 심지어 제3 항구와 조선소까지도 건설할 수 있겠어.”
아구스틴 1세가 황태자에게 말했다.
“아버지, 아직입니다. 이 돈을 한 번 더 불릴 계획이 있습니다.”
“···또 계획이 있다고?”
아구스틴은 살짝 당황하면서도 기대하는 얼굴로 물었다.
“예, 중앙은행을 만들었으니 써먹어야겠지요.”
애초에 채권만 발행할 거라면 중앙은행까지 만들 필요는 없었다.
황제가 산더미같이 쌓인 은화를 보며 감탄할 때, 황태자는 금속 화폐의 비효율성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