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83)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83화(83/180)
석유 산업과 인구 조사 (2)
1838년 2월.
여느 때와 같이 황궁의 집무실에서 일하고 있으니, 디에고가 여러 일들에 대한 진행 상황을 알려왔는데, 씨앗을 뿌려 놓았던 많은 것들이 결실을 보았다는 소식이었다.
“좋은 소식이 한 번에 3개나 들려오다니, 드문 일이지 않나.”
바로 이번 달에 황립 대학의 개교식과 입학식, 모니터함 진수식, 쿠바의 제 3 조선소와 유카탄반도의 제 4 조선소가 완공식이 모두 열린다는 것이다. 하나같이 몇 년을 써야 할 프로젝트들이었다.
“예, 전하. 아무래도 시간상 한 곳에만 참여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장소가 모렐리아, 베라크루즈, 쿠바, 유카탄반도로 다들 멀리 떨어져 있으니까요. 참고로 폐하께서는 황립 대학의 개교식과 입학식에 참석하신다고 합니다.”
“그런가? 이런, 나도 대학에 가려고 했는데···.”
조선소들은 이미 많이 봐서 크게 흥미가 없고, 세계 최초의 모니터함도 보고 싶기는 하지만, 대학만큼은 아니었다. 전에 완공 직후 한번 방문하기는 했지만, 황제까지 참석하는 개교식 겸 입학식이니만큼 캠퍼스도 나름 꾸며놨을 것 아닌가.
나는 잠시 고민하다 말했다.
“모니터함과 조선소 쪽에는 동생들을 보내는 것으로 하지.”
이런 의미 있는 행사에 황가의 인물이 아무도 안 가는 것도 좀 그렇다. 동생들도 일을 해야 할 나이가 되었으니, 이럴 때는 좀 시켜 먹어도 되겠지.
“예, 그럼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
아직 전체 공사는 한참 남긴 했지만, 그래도 완공된 건물들과 그 사이를 이동하는 거리만큼은 아름답게 꾸며놨다.
대학의 모습을 처음 본 학생들의 표정은 하나같이 좋았는데, 그럴 만했다. 엄청난 규모의, 웅장한 건물들이 들어찬 아름다운 캠퍼스를 보면 내가 학생들이라도 설렐 것 같다. 거기다 앞으로 멕시코 제국 최고 명문대가 될 대학이 아닌가.
“입학생들은 전부 모인 것 같군.”
“예, 곧 시작할 것 같습니다.”
조금 일찍 와서 구경하고 있었는데, 어느새 시간이 다 되어 개교식 겸 첫 입학식이 시작하고 있었다.
학생들은 멕시코 제국 지주 계층의 자제들 말고도 여러 부류가 있었는데, 이는 내 입김이 작용한 결과다.
내 회사의 경영자, 간부들의 자제들과 외국에서 모셔 온 기술자와 교수들의 자제들이 절반을 차지했다. 첫 기수인 올해는 공학부만 있고, 지주 계층에선 공학부의 인기가 크진 않았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개강 전까지 교수들을 다 채워서 다행입니다, 전하.”
“그래, 쉽지 않았지. 결국 눈물을 머금고 내 회사의 기술자들을 교수로 보내야 하지 않았는가.”
“예, 아쉽긴 하지만 대학에서도 연구는 계속할 수 있으니, 그 정도는 미래를 위한 선택이라고 생각해야 할 것 같습니다.”
공학부의 세부 전공은 기계공학, 토목공학, 광산공학, 화학공학, 전기공학, 해양공학, 군사공학, 금속공학의 8개로 시작한다. 적어 보일 수도 있겠지만, 이것도 내가 밀어붙여서 최대한 욕심껏 많이 만든 것이다.
현대의 공학 대학에 있는 전공 중 많은 것들이 아직 학문이 태동하지도 않았고, 전기같이 태동한 지 얼마 안 된 학문은 교수를 구하기가 정말 힘들었기 때문이다.
기계, 토목, 광산, 해양, 군사 공학을 가르칠 사람은 국내에도 있었고, 미국과 유럽에도 많아서 교수를 찾기가 비교적 쉬웠지만, 전기, 금속 공학을 가르칠 교수들은 유럽에서 정말 어렵게 모셨다.
‘해당 국가에서 어느 정도 자리를 잡은 자들은 돈을 많이 줘도 멕시코 제국까지 오는 것은 싫다고 하니, 아직 자리 잡지 못한 박사과정의 학생들까지 데려올 수밖에 없었지.’
토목공학과는 일반 건축도 포함했는데, 이는 전생의 유럽과 미국에서는 현대까지도 일반적인 일이었고, 한국에서도 서서히 통합하려는 움직임이 있었기에 크게 이례적인 일은 아니었다. 이 분야만큼은 오르테가 건설의 건축가들이 세계에서 가장 진보된 공법과 기술들을 알고 있었기에 외부 인사보다는 내 회사에서 스카우트했다.
“아, 전하, 전에 말씀하신 대로 화학과 교수들에겐 석유 정제 기술에 대한 ‘연구 과제’에 대한 이야기를 했는데, 예상외로 긍정적인 반응이었습니다.”
“아, 그런가? 그거 다행이군. 그렇다면 빠르게 계약서를 작성하도록 추진하게.”
“예, 알겠습니다.”
현대의 대학 교수들이 그렇듯, 이 시기의 대학 교수들도 학생을 가르치는 것 외에도 개인 연구를 진행한다. 하지만 정부나 기업의 의뢰를 받고 특정 연구 과제를 수행하기보단 개인적인 관심과 학문적 호기심을 추구하는 데 더 중점을 두는 게 일반적이다.
그렇기에 디에고를 시켜 화학과 교수들에게 연구 과제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반응을 보라고 했는데, 돈을 많이 줘서인지 예상보다 긍정적인 반응이라는 것이다.
‘뭐, 완전 초기의 석유 산업엔 그리 대단한 정제 기술이 필요한 건 아니지만 말이야.’
가장 초기의 석유 산업이 만든 제품은 단 하나, 바로 등유였는데, 이건 정말 기초적인 정제 방법으로도 추출할 수 있다.
“일단 지금 설계해놓은 증류기에 대한 자료를 보여주고, 더 다양한 제품을 더 효율적으로 추출할 수 있도록 개선하는 연구를 계약을 제안하면 될 것이네.”
“그럼 비밀 유지에 대한 내용도 계약에 포함되어야 하겠군요.”
“그렇지, 연구 자금을 전부 지원하는 만큼, 연구 결과물도 회사에 귀속되어야 하네. 인센티브 정도는 줄 수 있겠지만 말이야.”
“예, 알겠습니다.”
초기 석유 산업에서 정제란 그저 특정 온도로 가열해 증발한 것을 다시 모아서 응축시키는 과정에 불과했는데, 이 정도의 기술로도 온도에 따라 등유, 가솔린, 파라핀 왁스 등의 제품을 생산할 수 있었다.
이 중 가솔린은 내연 기관의 발명 전까지 사용처를 찾지 못해 폐기하는 경우가 많았고, 파라핀 왁스는 촛불이나 기초적인 방수 코팅 등으로 사용처가 한정되었다.
그런데도 석유 산업은 시작부터 큰 수익성을 기록했는데, 진짜 돈이 되는 제품인 등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이 시기엔 ‘기름’이라는 것 자체만으로 큰 메리트가 있었는데, 어두울 때 불을 켜서 밝게 있고 싶은 욕구는 예나 지금이나 있었지만, 전통적으로 사용되던 조명 연료인 동물 기름, 고래기름, 밀랍, 각종 식물성 기름 등은 생산량이 적었기에 엄청나게 비쌌다.
이런 상황에서 ‘대량 생산이 가능한 첫 기름’인 등유는 엄청난 히트를 기록했고, 부유층의 전유물이었던 밤에 불을 밝히는 행위를 보편화시키기에 이르렀다.
석유 채굴과 정제 과정이 그리 효율적이지 않아서 생산비용이 적진 않았지만, 동식물에서 추출한 기름과는 비교할 수 없을 만큼 저렴했기에 엄청난 수익성을 기록할 수 있었다.
‘역체감이란 무서운 것이지.’
여태까지는 살면서 밤에 불을 밝히지 않고도 멀쩡히 잘 살아왔음에도 한번 등유를 구입해서 써보는 순간, 없으면 불편한 물건이 될 것이다.
서민들도 일상적으로 쓰기엔 무리가 있겠지만, 긴급 상황용이라는 핑계로 장만해 놓고 쓰는 것이 흔한 일이 될 거다.
***
1838년 6월.
프랑스의 외무부는 공식적으로 멕시코 제국에게 그동안 쌓인 부채 2,000만 페소를 갚으라고 요구했다.
“겨우 2년 만에 부채가 천만 페소에서 이천만 페소로 늘어났다는 게 말이나 되는 소리입니까? 정확한 계산 장부를 공개하십시오.”
멕시코 대사는 황당한 얼굴로 질문했지만, 프랑스 외무장관 프랑수아 기조는 뻔뻔한 얼굴로 묵살했다.
“지금 우리 프랑스가 사기라도 쳤다는 겁니까?”
이건 대화가 아니라 대놓고 싸우자는 태도였다. 외교적 수사는커녕 최소한의 예의마저 팔아먹은 그 태도에 멕시코 대사는 본국에서 전달받은 대로 대응했다.
“우리 멕시코 제국은 이미 프랑스에서 빌린 돈과 계약서에 적시된 이자율에 해당하는 이자까지 납부했으며, 해당 부채의 존재를 인정할 수 없습니다.”
“미친 소리!”
예상과 전혀 다른 멕시코 대사의 황당한 반응에 프랑수아 장관은 무심코 욕을 내뱉고 말았다. 그는 심호흡하더니, 다시 차분한 목소리로 멕시코 대사를 압박했다.
“영국을 믿고 그렇게 나오는 것 같은데, 영국이라고 빚을 안 갚는 것을 봐줄 것 같소? 오히려 우리 편을 들 것 같은데?”
“이런, 정보가 느리시군요. 우리 멕시코 제국은 이미 대영제국에 빚을 다 갚고 채무 관계를 해소한 지가 일 년이 넘었습니다.”
“뭣? 그딴 게 사실일 리가.”
거짓말이다. 영국이 그렇게 순순히 부채를 갚게 놔둘 리가 없지 않은가. 하지만 멕시코 대사는 태연했다.
“영국 측에 직접 확인해 보시지요.”
무려 프랑스라는 대국이 압박을 가하는 상황에서도 태연한 얼굴인 멕시코 대사. 프랑수아 기조는 그 얼굴을 노려보더니, 대충 인사하고 방을 떠났다.
그는 집무실에도 들르지 않고 곧장 영국 대사관을 찾아갔는데, 영국 놈들은 또다시 그의 기대를 배신했다.
‘고작 700만 페소를 받고 부채를 다 갚게 해줬다고? 아니 왜? 그리고 영국에는 2배가 넘는 돈으로 부채 관계를 청산했으면서 우리 프랑스엔 왜 안 갚겠다는 거지?’
영국에게 사실관계를 들은 프랑수아 기조는 처음에는 허탈함과 의문이 들었지만, 점차 분노가 차올랐다.
‘우리 프랑스를 무시하는 건가?’
“혹시 멕시코에 군사력을 사용할 생각이라면 접으시오. 우리 대영제국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니.”
갑자기 찾아와서 멕시코와의 채무 관계를 묻더니, 혼자 얼굴을 붉히며 분노하는 것을 본 영국 대사는 프랑스의 의도를 깨닫고, 즉시 경고했다.
경거망동하지 말라는 말이었다.
“···그건 영국이 멕시코를 위해 전쟁이라도 감수하겠다는 소리요?”
“그럴 수도 있고, 아닐 수도 있소. 그러나 우리 대영제국이 반대했다는 사실을 잊지 마시오.”
영국은 멕시코를 위해 프랑스와 전쟁을 감수할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지만, 중요한 것은 위신이었다.
멕시코가 영국에게 대단한 존재는 아니지만, 먼저 숙이고 들어오기도 했고, 북미에서 미국을 견제할만한 국가라는 나름의 쓸모도 있는 국가다.
그런 멕시코를 프랑스가 멕시코를 공격해 이익을 보내 놔두는 것은 대영제국의 위신에 흠집이 간다.
겨우 그 정도 사실만으로 대영제국은 프랑스에 경고를 할 수 있었다.
“···그건 우리 프랑스가 결정할 문제요.”
프랑수아 기조는 그렇게 말하고 대사관을 떠났지만, 영국을 무시할 수는 없었다. 그는 곧장 루이 필리프에게 가서 보고했다.
“···멕시코 놈들이 배짱을 부리는 이유가 있었군.”
멕시코에 돈을 뜯을 생각으로 기다리고 있던 루이 필리프로서는 청천벽력 같은 소식이었다.
“예, 폐하. 죄송합니다.”
“아니, 그럴 것 없네. 언젠가 영국이 멕시코를 지킬 여력이 없을 때, 멕시코는 대가를 치르게 될 것이니.”
“예, 저 해적 놈들이라면 곧 전쟁을 벌일 테니, 그때를 노려봐야겠습니다.”
기다리면 기회는 올 것이니, 그동안 쌓인 이자까지 받아내면 될 것이다. 루이 필리프는 그렇게 생각했다.
***
프랑스가 엄청난 액수의 부채를 갚을 것을 공식적으로 요구했다는 사실이 언론을 통해 퍼져나가면서, 멕시코 제국이 시끄러워졌다.
“그건 이미 예상한 일 아닌가. 그보다 그다음 뭐라고?”
“텍사스에서 드디어 석유 시추에 성공했답니다.”
디에고가 말했다.
“아니! 그것부터 말했어야지! 바로 가세나!”
20달 동안 엄청난 돈을 땅바닥에 버린 끝에 얻은 결과다.
작업 기간이 일 년 반이 넘으며 작업자들의 사기가 바닥을 향해 가는 것이 눈에 보일 정도였다. 생전 본 적도 없는 검은 물을 찾으라고 지시받아서 땅바닥을 파는데, 아무것도 안 나오니 얼마나 막막했을 것인가.
나는 곧장 텍사스행 기차를 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