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85)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85화(85/180)
석유 산업과 인구 조사 (4)
1838년 10월, 멕시코 제국의 첫 인구 조사가 완료되었다.
4천명의 조사원과 호위병, 수백명의 공무원을 동원했음에도 만 1년을 꽉 채웠다.
1822년의 멕시코, 그러니까 독립 직후의 인구는 650만명으로 추정된다.
‘원 역사에서 지금쯤 멕시코의 인구는 720만명쯤 되었겠지.’
1846년 미멕전쟁 당시의 인구가 760만명으로 기록되어 있으니, 1838년의 인구는 그쯤으로 추정할 수 있을 것이다.
나는 수능 성적표를 확인하는 듯한 긴장감을 느끼며 봉투에서 보고서를 꺼내 들었다.
여러 쪽으로 구성된 보고서엔 지역별로 자세히 집계된 인구 통계의 세부 사항이 적혀있었다.
‘이건 나중에 보도록 하고.’
세부 사항을 건너뛰고 보고서의 마지막 장으로 넘겼다. 최종 합산 결과인 총인구가 적힌 장이었다.
“···1082만명.”
후-
저절로 안도의 한숨이 나왔다. 기대했던 수치는 넘겼다.
“전하께서 생각하셨던 최소 기대치는 넘었나 보군요. 다행입니다.”
“맞네. 실망스럽지도, 만족스럽지도 않은 수치로군.”
나는 디에고에게 수치를 보여줬다. 1822년보다 무려 66%나 증가한 수치다.
“···이 정도면 엄청난 인구 증가율 아닙니까?”
디에고는 그 수치를 보고 놀라며 내게 그렇게 말했다.
“엄청나긴 하지. 하지만 옆 나라인 미국을 따라잡으려면 한참 멀었어.”
“그렇긴 합니다만···. 전하는 미국과의 전쟁도 멀지 않았다고 생각하시는 거군요.”
이미 나와 수년간 많은 대화를 나눈 디에고는 내가 미국과의 전쟁은 필연이라고 생각한다는 것을 알고 있고, 그도 일정 부분 공감하고 있었다.
“그래. 늦어도 10년 이내엔 일어날 거야.”
미멕 전쟁 시기의 미국의 인구가 2,100만명이니, 지금쯤 1,700만명은 되었을 것이다. 그렇게 계산한다면 1822년보다 70% 이상 늘어난 셈.
이 세계에선 미국으로 떠났을 이민자들을 많이 가로챘으니 그보단 인구가 좀 적겠지만, 큰 차이는 없을 것이다.
‘어쨌든 우리 멕시코 제국의 인구 증가율이 원 역사 미국의 인구 증가율보다 낮다는 소리군.’
유럽, 미국, 남미 이민에 수십만명의 원주민을 복속시키고, 에스파냐로부터 가져온 쿠바의 인구 30만명까지 포함된 수치다. 그런데도 이렇다고?
모수도 낮은데 증가율도 낮다는 것은 미국과의 인구 차이가 점점 더 벌어진다는 소리다. 하지만 내가 이 세계에 오고 변한 것이 많은 만큼, 미국의 상황도 바뀌었을 터.
나는 차분하게 그 영향을 계산해봤다. 나비효과를 전부 계산하는 것은 신이 아닌 한 불가능한 작업이지만, 대략적인 영향 정도는 미리 정리해 놓는 게 미래를 위해 편할 것이다.
‘내가 한 일 중에 미국에 유의미하게 악영향을 준 것들은 뭐가 있지?’
이민 관련된 것들이 많다. 유럽에서 미국으로 갔을 이민자들을 빼 왔고, 미국에서 이민도 원 역사보다 더 많이 받고 있다. 미국으로 갔을 기술자들도 많이 빼 왔다. 미멕전쟁 전에 미국으로 합병되었을 텍사스도 지켰다.
‘거기다 코만치 부족의 절반을 미국 쪽으로 보낸 것도 꽤 영향이 있겠지. 이렇게 보면 꽤 악영향이 있긴 하겠군. 그럼 반대로 미국이 원 역사보다 좋아진 게 뭐가 있지?’
우리 멕시코 제국이 안정되고, 재정이 튼튼해지면서 미국에 진 부채를 전부 갚아버렸다. 고이율의 이자까지 더해서. 이게 정확히 어떤 나비 효과를 일으키게 될지는 모르겠으나, 액수가 엄청난 만큼 미국에 상당한 이득이 되었을 거다.
‘이거 하나가 여러 악영향을 상당히 상쇄시켜버리겠군. 그렇다면 원 역사의 미국과 크게 차이 나지 않는다고 가정하는 것이 타당해.’
“이 보고서보다 더 자세한 내용을 확인해야겠어. 행정부로 갈 준비를 하게.”
“예, 전하.”
보고서는 내가 요청한 대로 표로 잘 정리되어 있었지만, 표엔 엄청나게 많은 지역의 인구수와 성비만 표기되어 있을 뿐이었다.
‘현대처럼 각종 차트를 넣어주는 것까진 바라지 않지만, 이건 너무하군.’
조사 항목과 방법만 정해준 내가 잘못이다. 이참에 보고서 쓰는 법도 가르치리라. 그렇게 다짐하며 직접 행정부로 행차했다.
내가 갑자기 등장하자 공무원들은 기겁했지만, 나는 신경 쓰지 않고 자료들을 읽어나갔다.
“역시.”
“전하, 원하던 것을 찾으신 겁니까?”
내가 중얼거리자, 옆에서 내가 읽기 좋게 자료들을 정리하던 디에고가 물었다.
“그래. 이 지역 인구의 연령대를 종합해놓은 것을 보게. 다른 지역도 전부 이런 식이야.”
“음···. 6세 이하의 인구가 엄청 많군요.”
“그래. 인구가 폭발적으로 증가하기 시작한 것은 생각보다 얼마 안 되었다는 이야기지.”
6년 전이라면 1832년이다.
“본격적으로 지주들의 농장에서 소작농들을 빼내서 북부 영토 개척을 실시한 게 1830년쯤이었고, 유럽 이민회사를 시작한 것이 1829년이니, 그로부터 2, 3년 뒤부터 본격적으로 인구 증가율이 오르기 시작했다고 가정하면 얼추 맞는군요.”
약간은 실망스러웠던 감정이 사라지고, 기대감이 그 자리를 채웠다.
내가 직접 자료들을 종합해본 결과, 인구뿐만 아니라 인구 증가율 자체가 우상향하고 있었다.
‘이러면 이야기가 다르지.’
곧 미국의 인구 증가율을 제칠 수 있다는 것 아닌가.
긍정적인 신호는 또 있었는데, 이민으로 인한 인구 성장과 북부 자영농 계층의 높은 출산율뿐만 아니라, 도시 지역의 노동자들도 상당히 높은 출산율을 보이고 있었다.
대출이긴 하지만 집이 주어진 상태에서 식량 가격이 전체적으로 하락한 결과였다.
이는 내가 조장한 결과기도 했는데, 멕시코는 농업 국가지만, 농업이 전부 상품 작물에 초점이 맞춰져 있어 식량 가격이 높았다. 나는 이를 개선하기 위해 개척 이민 혜택 중 하나인 종자 지급을 식량 작물 위주로 지급하도록 지시했다.
‘이 정도면 만족할만한 성적표로군.’
그날 밤, 나는 걱정을 조금은 내려놓고 편안하게 잠들 수 있었다.
***
1838년 11월.
인구 조사의 결과가 나온 지도 한 달이 지났다.
나와 극소수 사람들에게만 엄청난 영향을 미쳤던 인구 조사와 다르게, 멕시코 제국 전역, 그리고 앞으로는 미국과 유럽의 사람들에게까지 큰 영향을 미칠 사건이 일어났다.
“이게 등유라는 거군요.”
“그래. 앞으로 많은 이들이 이 등유를 사용하게 될 거야.”
“원래 쓰던 고래기름이랑 용도는 똑같은 거죠?”
“그렇지.”
“으음···. 냄새는 좀 다르네요.”
원래도 기름을 당연하게 쓰며 살았던 세실리아는 크게 감흥이 없는 것 같았지만, 등유는 상류층보다는 서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칠 거다.
세실리아에게 인사하고 출근한 집무실, 나는 디에고에게 말했다.
“레알 인베르시온에 전달하게, 당분간 출판업을 하고 싶다는 자들에게 투자를 늘리겠다고.”
“출판 산업을 키우시려는 거군요.”
디에고는 편지를 쓰며 말했다.
“그래, 밤에 불을 밝히는 행위는 점점 보편화될 거야. 대다수 사람들에게는 처음으로 ‘저녁 시간’을 활용할 수 있게 된 셈이지.”
“등유의 발명으로 인해 변화할 생활상까지 대비하려고 하시는군요. 대단하십니다.”
디에고는 감탄했다.
“이왕이면 새로 생긴 시간을 건강한 방향으로 쓰면 좋지 않겠나.”
“예, 정말 좋은 생각인 것 같습니다.”
저녁까지 열게 될 술집에 가서 술을 마시는 것도 말릴 수는 없겠지만, 내가 나서서 독서라는 선택지를 밀어주면 문맹률 감소와 교육 수준 향상에 조금이나마 도움이 되지 않겠느냐는 계산이었다.
디에고는 사람을 시켜 내 지시 사항을 바로 전달했고, 이후 3달간 출판 산업에 많은 투자를 했다. 그런데, 문제가 생겼다.
“아무래도 소문이 퍼진 것 같군.”
“예, 3달간 30개가 넘는 출판사에 투자했으니, 레알 인베르시온에서 출판업에 좀 더 관대하다는 소문이 퍼지는 것도 무리는 아닐 것 같습니다.”
레알 인베르시온이 가져온 이번 주의 최종 심사 대상자는 무려 40개였다. 이 중 35개가 출판업이었다.
“···비밀 유지 서약을 시킬 수도 없고.”
“레알 인베르시온의 투자는 일종의 인증 역할도 하고 있으니, 투자 사실을 비밀로 하게 되면 그런 장점이 사라지긴 할 겁니다.”
내 투자 회사인 레알 인베르시온의 투자를 받은 회사들은 투자금 말고도 여러 혜택을 보고 있었는데,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황태자의 선택을 받았다는 세간의 인식이었다.
“출판 산업에 대한 심사 기준을 올려야겠어.”
“예, 그게 좋겠습니다. 그래도 하겠다는 사람은 많을 겁니다. 슬슬 멕시코시티에서는 전하께서 왜 출판업에 투자하는지 알아챈 자들이 나오고 있으니까요.”
등유가 판매되기 시작한 지 3달, 아직 전국적인 현상까지는 아니었지만, 이 멕시코시티에서만큼은 밤에 불을 밝히는 행위가 점점 보편화되고 있었다.
‘사실 필연적인 현상이라 역사를 몰라도 예측할만한 일이지.’
아주 긴 시간 동안 그 비싼 가격에도 여유가 있는 사람들은 어떻게든 기름을 써왔다. 그만큼 당연한 욕망이다. 그게 대중화된 것뿐이다.
“그럼 투자 건은 그렇게 하도록 하고, ‘모라 광산’의 이름을 바꾸는 일만 남았나.”
“예, 전하.”
“이제는 석유를 뽑아서 정제까지 하는데, 광산이라는 이름은 조금 어색하긴 하지.”
에르난도 모라는 사명을 제안했을 뿐, 정작 원하는 이름은 전달하지 않았다. 나보고 정해달라는 것이었는데, 나도 딱히 좋은 이름이 생각나지 않았다.
“으음···. 금 광산을 포함해 여러 자원을 다루게 되었으니, 모라 자원(Mora Recursos)이라고 하겠네.”
“예, 적절한 이름 같습니다. 그렇게 전달하겠습니다.”
모라 자원은 미래에 내 기업 중 가장 커질 수도 있다. 석유 산업은 그 정도 잠재력이 있고, 나는 텍사스에 만족할 생각이 없기 때문이다.
***
1838년 12월, 영국은 아프가니스탄에 전쟁을 선포했다.
‘제1차 영국-아프가니스탄 전쟁(First Anglo-Afghan War)이로군. 근데 원 역사에서도 이 시기가 맞았나?’
‘제국의 무덤’이라고 불린 아프가니스탄이다. 수많은 초강대국이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했지만, 목표를 이루지 못하고 철수했거나, 잠시 점령했더라도 오래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이 전쟁 소식은 멕시코에선 일부 신문의 구석 페이지에 나왔을 뿐, 크게 주목받을 만한 사건은 아니었지만, 곧 상황이 달라졌다.
1839년 3월, 영국 의회가 청나라와 전쟁하기로 결정했다는 소식이 멕시코를 강타했다.
나도 아프간 전쟁은 그 시기까지는 정확히 몰랐지만, 아편전쟁은 안다.
‘본격적인 전쟁은 1840년에 벌어졌던 것으로 아는데···. 상당히 빨라졌군.’
역사가 본격적으로 변하고 있었다.
“쯧, 아편을 팔겠다고 전쟁까지 일으키다니.”
“예, 영국이 힘이 남아도는 모양입니다. 3개월 만에 연달아서 두 국가와 전쟁을 시작한 것 아닙니까.”
내 말에 디에고가 걱정스럽다는 듯이 대답했다.
디에고뿐만이 아니라 멕시코의 많은 사람이 우려하고 있었는데, 영국이 이미 다른 전쟁을 벌이고 있는 상황에서, 작은 국가도 아니고 저 거대한 청나라와 전쟁을 벌인다면 프랑스가 어떻게 나올지를 우려했기 때문이었다.
“예상보다는 좀 빠르지만, 언젠간 일어날 일이 아니었나.”
나는 태연하게 대답했다.
프랑스가 그동안 움직이지 않은 것은 이제와서 양심이 생겨서가 아니다. 영국이 버티고 있었기에 경거망동할 수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지금, 그 영국이 하나도 아니고 두 나라와 전쟁을 하게 되었다. 프랑스에겐 이만한 기회가 없을 터.
영국의 전쟁이 멕시코를 뒤흔들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