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88)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88화(88/180)
멕시코-프랑스 전쟁 (3)
1839년 8월.
멕시코시티의 헌법 광장에서 엄청난 호응을 받은 황제의 연설은 곧 언론을 통해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친황제파 언론뿐만 아니라 지주파와 공화파의 입김이 닿는 언론들도 이 연설만큼은 긍정적으로 묘사했는데, 프랑스의 침공이라는 이 사건은 정치 성향과 계층을 가리지 않고 엄청난 위기감을 느끼게 했기 때문이다.
“해군에 입대하면 되나? 멕시코시티에 가면 뽑는다고 했지?”
“그래. 기차표 다 팔리기 전에 빨리 가야 해.”
신문에 실린 황제 폐하의 연설을 보고 피가 끓어오른 두 청년은 하던 농사도 때려치우고 각자의 가족에게 해군에 입대하겠다고 선언했다.
가족들은 말렸으나 한번 불이 붙은 청년들의 의지를 꺾지 못했고, 결국 두 청년은 멕시코시티까지 도착했다.
“미친, 이게 다 입대 지원자라고?”
청년은 친구에게 물었지만, 대답은 다른 곳에서 나왔다.
“다들 돌아가세요! 이미 모집이 끝났습니다! 줄 서지 말고 돌아가세요!”
징집관이 외쳤다.
지방군이 존재하지 않는 해군의 특성상 수도인 멕시코시티와 제 1 항구인 베라크루즈 등 소수의 도시에서만 수병을 모집하고 있었다.
그런데도 전국에서 엄청난 수의 입대 지원자들이 몰려들었는데, 철도가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어···. 아무래도 글렀나 본데.”
“이런.”
사실 당연한 일이었다. 해군에는 육군만큼 대량의 병력이 필요한 것은 아니고, 훈련 기간도 길기에 지난 몇 년간 전쟁에 대비해 천천히 병력을 늘려온 상황이다. 선전 포고를 당했다고 해서 갑자기 대량의 병력을 징집해야 하는 상황이 아니다.
이번 전쟁은 지상전보다 함대전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 상황이라 육군도 병력을 징집할 필요가 없었다.
연설문을 읽고 가슴이 뜨거워진 많은 청년이 계속 몰려들고, 당황하는 상황이 반복되었지만, 황태자는 이를 낭비가 아닌 기회로 보았다.
“기사를 쓰게, 전국에서 입대 지원자가 구름처럼 몰려왔다고. 크리오요나 메스티소뿐만이 아니라 이민자와 인디오, 그리고 흑인들도 많이 지원했으며, 해군으로 선발도 되었다는 내용도 넣어서.”
크리오요와 메스티소가 대부분인 것이 사실이지만, 실제로 유럽에서 태어났지만 멕시코에 이민을 와서 청년이 된 이들도 있었고, 대농장에서 해방되어 도시 노동자가 된 원주민들, 반강제로 멕시코 신민이 되었으나 이전보다 풍족한 삶을 살게 된 북부의 원주민들, 노예 신세였다가 하루아침에 자유인이 된 흑인들까지 다양한 이들이 자원입대를 신청했다.
“예, 전하. 국가를 위해 모인 애국자들에 대한 기사를 쓰겠습니다.”
원래도 유명했지만, 이제는 전국구 언론사가 된 ‘심플리시오의 검’의 편집장인 니세토 사마코이스가 대답했다.
이질감이 존재할 수밖에 없는 멕시코 제국의 계층 간에 조금이라도 더 동질감을 느끼게 하고, 국가의 단결과 통합을 강조하기 위한 계책이었다.
자원입대를 신청한 청년들을 칭송하는 기사가 퍼져나가자, 사람들은 다양한 반응을 보였다.
“아니, 인디오들도 좀 그런데, 흑인까지 배에 태우겠다고? 이게 말이 되나?”
“쯧쯧, 그 흑인은 나라를 지키겠다고 자원입대를 하는데, 자네는 그런 생각조차도 안 해봤으면서 말만 많군.”
한때 흑인 노예를 거느렸던 미국 출신 이민자인 존이 기사를 보고 불평하자, 메스티소인 호세가 타박했다.
존은 그제야 마을 사람들의 눈초리가 좋지 않은 것을 깨달았다.
“크흠. 내가 실언했군.”
“그래. 적어도 애국자들을 욕하진 말게.”
존과 같이 부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자들도 있었지만, 대부분은 마을 사람들처럼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최근 함대를 증강했다고는 하지만, 상대는 프랑스다. 승리를 확신할 수 없었고, 병사 개개인의 목숨은 더더욱 위태로워 보였다. 그런데도 자원입대를 한 것이 아닌가.
이 기사는 많은 이들의 기억에 남았다.
***
“폐하, 프랑스에서 연락선이 도착했다고 합니다.”
정보부대의 지휘관인 리카르도 중령이 아버지의 집무실에 방문했다.
“어디 보도록 하지.”
프랑스에서 활동하고 있는 요원이 보낸 정보였다. 리카르도 중령은 해독된 편지를 공손히 내밀었다.
“음···. 그렇군. 너도 보도록 해라.”
아버지는 내게도 편지를 넘겼다.
“이 정보가 사실이라면···. 한숨 돌렸군요.”
편지에는 프랑스 원정 함대의 규모와 출발 시기가 적혀있었다.
“그래. 전열함 8척에 프리깃 10척, 그리고 다수의 브리그로 이루어진 함대라···. 약한 전력은 아니지만, 프랑스가 가진 전체 함대 규모의 일부에 불과하군.”
“예, 대략 전체 함대의 삼 분의 일에 해당하는 전력입니다.”
“이 정도면 충분하리라 여길 만한 전력이긴 하군.”
영국이나 프랑스의 해군력에 비하면 터무니없이 작아 보이지만, 이 정도면 유럽의 주요국을 제외하고는 대적하기 힘든 수준의 함대다. 실제로 미국이 가진 전열함이 딱 10대다.
이는 미 해군이 전열함보다는 초중 프리깃을 선호하는 성향을 가진 것 때문도 있었지만, 그 이유도 전열함이 그만큼 큰 비용이 들기 때문이었으니 이 정도의 함대도 어지간한 국가는 엄두도 못 내는 자금이 들어간 함대라는 것이다.
“이렇게 상세한 정보를 빼돌리다니, 대단한 성과로군. 수고했네, 리카르도 대령.”
“아닙니다, 전부 폐하께서 풍부한 지원을 해주셔서 가능했던 덕분입니다.”
“그럼 결국 이것도 네 공이 크구나, 헤로니모. 나는 그 정도의 예산을 편성하는 것을 반대했었으니.”
“저도 확신을 가지고 한 것은 아닙니다. 정보 부대가 잘 해줘서 된 거지요.”
“그렇지. 돈을 쓴다고 다 이 정도 기밀 정보를 빼 올 수 있는 것은 아니니까. 이 정보가 사실로 밝혀진다면 기대해도 좋네, 리카르도 중령.”
“예, 감사합니다, 폐하.”
당장의 적국인 프랑스와 미래의 적국인 미국, 내가 공을 들이고 있는 두 국가의 정보망에 각각 수만 페소나 되는 예산을 배정하자고 주장했으니, 100명도 안 되는 정보 부대의 규모를 생각해보면 솔직히 낭비라고 생각할 만하다.
‘초기엔 돈 먹는 하마나 다름없었지.’
요원을 훈련하고 위장 신분을 만들고 타국으로 보내는 것은 사소한 비용이었다. 진짜는 그다음부터다.
아무것도 없는 상황에서 현지에서 어느 정도 통할 만큼의 기반을 만들기 위한 돈, 그리고 인맥을 만들고 유지하기 위한 돈이 필요했다.
“우리 요원이 잘해서 된 것이겠지만, 이렇게 구체적인 군사 비밀까지 팔아먹는 자들이 있다니, 참 황당하군. 우리도 조심해야겠어.”
아버지는 혀를 찼다.
“예, 보유한 해군 함대의 규모를 유출한 것은 그러려니 했는데, 지금 실행하려는 군사 작전의 계획까지 유출한 것은 충격적이긴 합니다.”
각 나라들이 서로 어떤 군함을 보유했는지 잘 아는 현대와는 사정이 다르다. 현대는 각종 국제 협약과 국방 예산 편성 등으로 투명하게 정보가 공개되기도 하고, 싫더라도 위성 때문에 전력을 숨기기가 쉽지 않다. 하지만 이 시대엔 보유 중인 함대의 규모 자체도 주요 군사 기밀 중 하나고 고위급 인사만 알고 있는 정보다.
“방첩에도 각별히 신경 쓰겠습니다.”
리카르도 중령이 말했다.
“그래. 지원이 더 필요하면 말하게.”
“예, 폐하.”
“그건 그렇고, 여기 쓰여있는 대로면 프랑스의 함대는 10월에나 도착한다는 것인데 우리를 어지간히도 무시하는 모양이구나.”
프랑스 정부가 멕시코 제국 정부에게 선전포고 의사를 통지한 것이 7월이다. 그러면 전쟁의 결정 자체는 5월쯤 했다는 것인데, 함대는 9월에 출발시킬 계획이라는 것이다. 선전 포고를 하는 측은 전쟁 준비를 다 해놓는 것이 정상인데 프랑스는 그렇지 않은 것이다.
“프랑스 놈들이 오만한 거야 하루 이틀 일도 아니지 않습니까. 방심해주면 우리야 좋으니, 이 시간을 잘 이용해야 합니다.”
“마침 10월이면 철갑선이 진수되는 달 아니냐. 바로 투입하는 것은 조금 힘들겠느냐?”
“예, 아버지. 비슷한 구석이 있는 장갑 프리깃과 모니터함에서 훈련한 인원들도 있지만, 그래도 새 배에 적응하려면 시간이 필요할 겁니다. 그렇지 않은가, 리카르도 중령?”
나는 전직 해군 장교였던 리카르도 중령이 이 자리에 있는 김에 물어봤다.
“예, 맞습니다. 아무리 못해도 새 함선에서 3달은 훈련해야 작전에 투입할 수 있을 겁니다.”
“그렇구나. 아쉽지만 어쩔 수 없지. 섣불리 투입했다가 한 척에 65만 페소나 하는 철갑선을 허무하게 날려 먹을 수도 있으니.”
“이번 공격만 잘 막아내면, 그다음 전투부터는 써먹을 수 있을 겁니다. 놈들은 이번 공격으로 끝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하고 이다음은 준비도 안 하고 있을 테니까요.”
“그래.”
***
“이번 일도 쉽겠군.”
앙드레 아르망 제독은 승리를 자신했다.
프랑스에서는 마카우 남작이라고 불리는 그는 14년 전, 14척의 군함을 이끌고 아이티로 가서 아이티 국민들에게 그들의 옛 주인에게 1억 5천만 프랑을 지불하도록 강요했다.
이 터무니없는 금액은 아이티가 프랑스인들의 재산이었던 농장과 흑인 노예 등을 ‘도둑질’했으니 그 대가로 배상금을 내놓으라는 명분이었는데, 사실상 아이티 국민에게 아이티의 전 국토와 본인들의 몸값에 대한 대가를 내놓으라는 요구다. 말도 안 되는 요구였지만, 힘이 없으니 받아들일 수밖에 없었다. 오랜 독립 전쟁을 거쳐 독립한 것이 무색해지는 순간이었다.
멕시코는 아이티보다 훨씬 큰 국가였지만, 그래봐야 독립한 지 겨우 17년 된 국가다. 아르망 제독은 그런 나라들의 현실을 잘 알았다. 멕시코 놈들은 비교적 나라 살림을 잘 꾸려나가고 있다고는 들었지만 패배할 가능성은 없었다.
“이 당당한 자태를 보게.”
전열함 8척, 프리깃 10척, 그리고 각종 중소형 군함들까지 합쳐 총 42척에 달하는 함대다. 거기엔 프랑스 최강의 전열함들도 포함되어 있었다.
바로 프랑스의 118문급 전열함 수베랭, 트로카데로, 프리드랜드다.
“···아름답습니다.”
부관의 말에 아르망 제독은 고개를 끄덕이고는 물었다.
“쿠바의 아바나 항까지 얼마나 남았지?”
“앞으로 9시간 정도 남은 것으로 확인됩니다.”
“그래. 도착하면 바로 공격···은 안 되겠군. 우리 것이 될 수도 있으니.”
쿠바의 최대 항구이자 수도인 아바나는 전쟁 목표 중 하나지만 멕시코 제국 본토와는 다르게, 프랑스가 가져올 수도 있는 영토다.
“어차피 베라크루즈만 불태우면 멕시코는 굴복할 수밖에 없으니, 쿠바는 적당히 항구만 제압하는 것으로 하지.”
“예!”
군기가 가득 든 부관이 대답하는 순간이었다.
콰광!
어디선가 대포 소리가 들리더니, 프랑스 함대의 바로 앞 바다에 포탄이 떨어졌다.
멕시코 제국의 함대가 나타난 것이었다.
“···정찰선들은 아무 말이 없었을 텐데?”
실질적인 전투력으로는 전열함에 시간조차 끌기 힘든 함선들인 브리그를 함대에 십수 대나 포함한 이유는 정찰과 메시지 전달, 적 소형 함선과의 교전을 위해서였는데, 앙드레 제독도 지속해서 정찰을 하며 이동하고 있었다.
“아무래도 증기선인 것 같습니다.”
증기선이라는 것은 이미 여러 나라에 퍼져있는 상태로, 그 속도가 범선보다 훨씬 빠른 경우가 많다는 것도 잘 알려져 있었다.
적 함선이 정찰선을 따라온 것이다.
“증기선인 것은 알겠는데···. 괴상한 함선이로군.”
낮은 건현에 철갑을 둘렀고, 그 크기에 안 어울리도록 커다란, 단 2개뿐인 대포에 증기를 뿜어내는 함선이다.
“생긴 것은 특이하지만, 대포의 사거리는 우리 쪽보다 훨씬 긴 듯합니다.”
“대포만 무식하게 키워놨으니 사거리는 길 수도 있지. 전투 준비 명령을 내리게.”
“예, 전투 준비!”
특이하게 생긴 함선들의 뒤에서 멕시코 제국의 함대가 천천히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1839년 10월 15일.
쿠바 앞바다에서 멕시코와 프랑스의 첫 해전이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