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90)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90화(90/180)
멕시코-프랑스 전쟁 (5)
탕!
프랑스 장교는 적 함선의 갑판에 뛰어내려 승리를 자신한 지 겨우 30초 만에 미간에 탄환이 박혔다.
“지금이다! 재장전하기 전에 돌격해!”
계속 당황하고 있을 수는 없었다. 살아남은 프랑스 장교는 돌격을 지시했다. 군함이 크다고는 하지만 갑판이 커봤자 얼마나 크겠는가. 전속력으로 달리면 1분도 걸리지 않는 크기다.
타타탕!
재장전 중에 돌격하면 난전을 유도할 수 있을 것이라는 프랑스 장교의 기대는 무참하게 박살 났다. 멕시코 제국군은 재장전 없이 다시 한번 사격했다.
“커흑!”
“이게 무슨! 재장전 없이 쏘잖아!”
“이판사판이야! 멈추면 죽는다!”
타타탕!
3미터에서 15미터의 거리.
가깝지만 완전히 밀착한 것도 아닌 그 거리에서 6연발 리볼베르 권총은 파멸적인 위력을 발휘했다.
“이런 개 같은! 완전히 당했군.”
아르망 제독은 처참한 백병전 전황을 내려다보며 욕지거리가 나올 것 같은 기분이었지만, 빠르게 상황을 파악했다.
‘어쩐지 반대쪽 갑판에 밀집해 있더라니, 이렇게 되리라고 생각하고 있었던 거군.’
수월한 백병전을 위해 적 군함의 측면에 우리 군함의 측면이 맞닿도록 선회해서 붙였다.
일반적인 백병전 상황에서는 초반에는 전열을 유지하더라도 곧 난전에 돌입하게 된다. 거리가 워낙 짧기에 달려드는 적을 저지할 방법이 없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멕시코 제국군은 그걸 해냈다.
반대쪽 갑판에 밀집해서 연발 권총을 발사하는데, 프랑스 병사들은 겨우 10미터의 거리를 지나는 동안 괴멸적인 피해를 보고 있었다. 이쪽도 밀집한 적들을 향해 사격 하고 있었지만, 교환비는 절망적이었다.
‘바로 넘어가지 말았어야 한다. 배만 대놓고 총격전을 지속했어야 해.’
라이플의 성능은 저쪽이 더 좋았지만 높은 곳에서 아래를 향해 쏜다는 유리함도 있었기에 교환비가 반반 수준은 되었다. 그걸 포기하고 성급하게 백병전을 진행해버린 것이다.
아르망 제독은 후회했지만, 이미 벌어진 일이었다. 빠르게 다음 수를 찾아야 했다.
‘이길 수 없다면 함대라도 보존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전투에서 이길 수 있어.’
아르망 제독은 결단을 내렸다.
“후퇴해야 해. 후퇴 신호를 보내게!”
“예? 지금 말입니까?”
이미 대부분의 병사가 적 함선으로 넘어간 상황이다. 프랑스 병사들이 엄청난 피해를 보아가며 이제 겨우 적에게 붙어서 싸우고 있었다. 이제 와서 후퇴한다고 적들이 그냥 놔줄 리도 없으니 돌아오는 길도 지옥이나 다름없을 터.
“지금 이 소리가 안 들리나? 적 회전포탑함이 프리깃과 브리그들을 노리고 있어.”
“그 말은···.”
전열함들이 싸우는 주 전선이 아닌, 프리깃과 브리그들의 가장자리 싸움도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었다.
전열함에도 큰 타격을 입힐 수 있는 회전포탑함들이 프리깃과 브리그들을 공격하기 시작하면 파괴되는 것은 순식간일 것이다.
“그래, 중, 소형 함선들이 괴멸당하면 포위될 수도 있는 상황이니 지금 후퇴시켜야 하네.”
아르망 제독은 부관의 말을 끊고 빠르게 말을 이었다. 부관은 그제야 전장의 전체적인 상황을 파악했다.
“예! 즉시 후퇴 명령을 내리겠습니다!”
땡땡땡땡-
다급하게 종을 울리며 후퇴 신호와 연락선을 보냈다.
“무슨?”
갑판에서 치열하게 싸우던 프랑스 장교는 그 신호 소리를 듣고 등골이 오싹한 기분을 느꼈다. 저건 후퇴하라는 신호 소리가 아닌가.
“이런 씨발! 인제야 제대로 싸우기 시작했는데!”
연발 권총의 총알이 다 떨어지고, 드디어 기다리던 난전이 펼쳐졌다. 멕시코군으로서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는데, 밀집한 상태로 적의 칼을 피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여기서부터는 어쩔 수 없이 개개인의 역량에 맡겨야 했다. 곧바로 칼을 꺼내서 휘두르는 자도 있었고, 라이플에 대검을 달고 찌르는 자도 있었고, 요리조리 도망을 다니며 기어코 리볼베르 권총에 6발을 장전한 자도 있었다.
무장 상태가 아무리 좋더라도 이런 난전에서는 실수 한 번에 치명상을 입고, 목숨이 날아간다. 드디어 프랑스군도 적에게 유의미한 피해를 주기 시작한 것이다.
“후, 후퇴하라!”
장교 자신도 납득이 되지 않는 명령이지만, 배가 언제까지 기다려주지는 않을 것이다.
“후퇴라니, 그게 무슨 개소리야!”
“미친 소리 하지 마!”
프랑스 해군 병사들은 그 명령을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 얼마나 많은 희생을 뚫고 이제 좀 싸워보려는데 후퇴라니? 그리고 후퇴한다고 적들이 순순히 보내준다던가? 말이 안 되는 명령이었다.
전장 상황도 충분히 승산이 있었다. 프랑스군이 압도적으로 많이 죽었지만, 총병력 자체는 이쪽이 훨씬 많았기에 충분히 해볼 만한 병력이 남아있었다.
병사들은 납득할 수 없었지만, 장교는 절박했다.
“배가 떠날 거야! 지금 바로 후퇴해야 해! 후퇴하라고!”
“이런 씨발!”
그 절박한 외침에 후퇴하고 싶어진 병사들도 있었지만, 상황이 그리 만만치는 않았다.
프랑스 군함의 갑판에서도 열심히 아래쪽으로 지원사격을 해주면서 사다리도 내려주고 있었지만, 등을 돌리는 순간 내 앞의 놈이 찌를 것이 뻔한데 어떻게 도망치겠는가.
퍽!
“윽!”
적에게 무기를 휘두르는 척하다가 발로 차서 거리를 벌리고 빠르게 사다리에 올라탄 자도 있었지만, 프랑스군 전부가 그런 역량을 가진 것도 아니었다.
아르망 함장도 그 장면을 초조하게 바라보고 있었지만, 이제는 한계였다.
적의 회전포탑함은 아군 프리깃과 브리그들을 너무 손쉽게 사냥하고 있었다.
“안타깝지만, 더 이상 기다려줄 시간이 없네.”
“···예, 출발시키겠습니다.”
부관은 명령을 전달했다.
배에 남아서 지원사격을 하던 병사들이 분주하게 움직이며 출발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어? 어어? 배가 떠난다!”
“뭐? 뭐야, 씨발!”
아직 백명이 넘는 프랑스 군인들이 적 갑판 한가운데에 남아서 싸우고 있는데, 떠나다니?
차마 먼저 떠나지 못한 장교가 소리쳤다.
“잠깐! 항복! 항복한다! 프랑스 군은 전부 항복해!”
이런 일이 전열의 곳곳에서 일어났지만, 모두가 그렇게 항복을 할 수 있었던 것은 아니었다.
전열의 양 끝에 있는 함선들은 먼 거리와 치열한 전투의 소리 때문에 신호를 듣지 못했고, 연락선도 늦게 당도했다.
“어딜 가려고! 멕시코 제국의 아들들이여! 적 함선으로 올라타라! 우리가 역으로 배를 장악하는 거다!”
“와아아아!”
그 크기와 중요성에 걸맞게 엄청난 수의 병사들이 배정된 118문급 전열함과는 다르게, 90문급과 100문급 전열함에는 상대적으로 적은 병사가 타 있었다.
리볼베르 공격에 괴멸적인 피해를 당한 뒤로는 전투의 균형이 완전히 깨져버렸고, 후퇴하기 전에 백병전이 끝나버렸다.
“갈고리 걸어! 사다리도 있는 대로 다 걸어!”
턱! 턱!
높이 차이가 있다고 해도 적이 백병전하겠다며 함선을 완전히 붙여준 상태다. 멕시코 제국 병사들은 갈고리와 사다리를 통해 손쉽게 프랑스 함선에 올라탔다.
“한 줌밖에 안 남았군!”
“이제 이 함선은 우리 것이다!”
“항복해라! 항복하면 목숨은 살려준다!”
멕시코 장교가 미리 외워 온 프랑스어로 소리치자, 프랑스 장교가 외쳤다.
“항복하지 마라! 항복하는 자는 즉결 처형이다!”
프랑스군은 배를 내주지 않기 위해 격렬하게 저항했지만, 소용없는 일이었다. 백병전 역량은 이미 전부 소진된 상태다.
전투는 금방 정리되었다.
아르망 제독이 탄 기함과 양옆의 118문급 전열함들이 먼저 움직이자, 그 옆의 함선들도 후퇴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움직이지 않는 함선들이 있다. 좌측의 2척과 우측의 2척이 움직이지 않는다.
“후퇴 명령을 보낸 지가 언제인데, 아직도 안 따라오는 함선들은 뭐지? 다시 연락선을 보내보게.”
“예!”
중간까지 가던 연락선은 뭘 발견했는지 다시 돌아왔다.
“뭔가?”
“제독님, 아무래도 함선들이 적에게 장악당한 듯합니다.”
“···뭐라?”
아르망 제독은 그제야 자신의 판단에 오류가 있었음을 깨달았다. 그는 상황을 잘 파악했다고 생각했지만, 기함의 상황을 기준으로 판단해버린 것이다.
“제길. 후퇴 명령이 늦은 거군.”
화를 낼 힘도 없어진 제독이 그렇게 중얼거리자, 부관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어떻게 할까요?”
“뭘 어떻게 하나? 이대로 후퇴해야지.”
후퇴 중인 함선들도 안심할만한 상황은 아니었다. 적 군함들이 추격 중이었기 때문이다.
사실 전열함 간에 이런 추격은 무의미한 경우가 많았는데, 같은 범선인지라 같은 바람을 타면 비슷한 속도가 나오기 때문이다. 하지만 증기선은 달랐다.
콰쾅!
멕시코 제국의 장갑 프리깃과 회전포탑함은 끈질기게 따라오며 대포를 쏴댔다.
“남은 전열함은 무슨 수를 써서라도 지켜야 하네.”
“예.”
118문급 전열함은 프랑스의 자존심이다. 이미 많은 손해를 입은 상황에서 이것마저 잃으면 무사히 후퇴한다고 해도 목숨이 위험할 수도 있다.
10척의 전열함 중 1척은 반파되고 4척은 나포당해서 5척만이 남았다. 이 이상 잃을 수는 없다.
“회전포탑함은 더 이상 안 따라오는 것 같습니다.”
“역시, 그 배로 원양항해를 하기엔 위험하겠지. 장갑 프리깃은 무시하고 전속력으로 항해하도록.”
“예.”
대구경도 아닌 44문의 대포로는 전열함에는 큰 타격을 줄 수 없었다. 희생당하는 것은 남아있는 프리깃과 브리그들이었다.
하지만 장갑 프리깃도 끝까지 쫒아오지는 못하고 중간에 돌아갔다.
한숨 돌린 프랑스 함대에 남은 것은 전열함 5척, 프리깃 5척, 브리그 9척이었다.
함대의 절반 이상을 잃은 것이다.
***
프랑스와의 대규모 해전에서 당당하게 승리한 멕시코 제국 함대는 바로 앞에 있는 쿠바의 아바나 항구에 입항했다.
아바나에 있는 제 3 조선소에서는 상태가 안 좋은 함선들부터 수리하기 시작했다.
“74문급 전열함들은 수리를 안 하는 게 나을 것 같습니다.”
“음, 내가 봐도 상태가 안 좋긴 한데, 수리를 못 할 정도인가?”
제독은 제 3 조선소의 조선 기술자에게 물었다.
“하려면 할 수는 있겠지만 손상이 생각보다 심한데다, 목재도 멕시코의 것과는 좀 달라서요.”
“음···. 그럼 일단 다른 함선들부터 수리하도록 하게. 74문급 전열함들에 대한 판단은 보류하도록 하지.”
“예, 알겠습니다.”
포격전이 길지 않았다는 것은 100문급 전열함과 장갑 프리깃의 기준이었다. 74문급 전열함엔 그 시간조차 상당히 가혹했나 보다.
“그런 상황에서도 백병전에서 승리해 적 배를 나포해주다니, 저 배에 탔던 인원들은 추가적인 포상을 건의해야겠군.”
제독이 그렇게 마음먹고 있을 때, 멕시코 제국의 베라크루즈 항구에도 전투 결과가 전해졌다.
“승리했다고?”
“예, 대승입니다!”
“대승이라니! 자세히 좀 말해보게.”
황태자도 당연히 승리하리라 믿고 있었지만, 대승이라는 소리까지 듣자 신나는 감정을 숨길 수가 없었다.
“적 90문급 전열함 1척은 반파시켰고, 90문급 전열함 2척과 100문급 전열함 2척을 나포했습니다! 우리 쪽 피해는 74문급 전열함 2척이 반파된 것뿐입니다.”
프리깃과 브리그의 피해도 있었지만, 그런 것은 생략했다. 그것들을 다 합쳐도 대승이었다.
“전투했는데, 전열함이 오히려 늘어난다? 하하하하! 이런 기쁜 일이 있나!”
“아, 포로도 천오백명 정도 됩니다.”
황태자는 당장 축제라도 열고 싶은 기분이었지만, 사망자도 많았다. 치하하더라도 장례식부터 하고 하는 것이 순서였다.
“전사자들의 가족들에겐 넉넉한 보상금을 지급하도록 하게.”
“예.”
장례식이 끝나고, 멕시코 제국 해군이 프랑스의 카리브해 식민지인 과들루프(Guadeloupe)와 마르티니크(Martinique)에 상륙하는 동안, 패전 소식이 프랑스에도 알려졌다.
출발할 때보다 절반이 줄어든 함대가 프랑스의 브레스트 항구에 도착한 것이었다.
이 사건은 프랑스에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