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96)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96화(96/180)
전쟁의 여파 (1)
“호외요! 호외! 멕시코-프랑스 전쟁의 결과가 나왔습니다.”
뉴올리언스의 한 소년이 신문을 팔았다.
“결과가 나왔다고? 바로 하나 줘보게.”
지나가던 사내는 궁금했던 전쟁의 결과가 나왔다는 말에 기대를 하고 신문을 펼쳤는데, 내용은 그가 기대했던 것과는 완전히 달랐다.
-프랑스! 멕시코에 무너지다!
-패배한 프랑스, 시민 혁명이 터지다!
“···프랑스가 패배했다고? 이봐, 이 기사, 확실한 건가?”
길거리에서 신문을 하는 소년에게 진실 여부를 물어봐야 맞다고 대답할 뿐이겠지만, 그만큼 충격적인 결과였다.
“영국의 중재 하에 평화협상까지 끝났다고 하니까, 맞지 않을까요?”
“하, 이런.”
사내뿐만이 아니었다. 소년이 신문을 팔면, 다들 비슷한 반응이 터져 나왔다.
“프랑스의 카리브해와 남미 식민지에, 함대에, 전쟁 배상금까지?”
“그나마 북미 쪽 식민지는 놔뒀다고 하는군.”
“혁명이 터져서 국왕이 목이 잘리다니⋯.”
멕시코의 승전은 세계의 여러 나라들에 영향을 미쳤지만, 당사국을 제외하곤 가장 충격받은 국가는 바로 미국이라고 할 수 있었다.
미국인들은 멕시코를 경쟁자라고 생각하지 않았다. 멕시코 제국도 덩치가 크긴 하지만, 인구도 적은데다, 그 인구의 대부분은 농장에서 일하는 원주민 아니었나.
대부분의 미국인에게 멕시코는 낙후된 농업 국가였으며, 유럽이나 미국 같은 ‘백인 국가’가 아니었다. 심지어 몇 년 전에는 저 짐승에 불과한 원주민들을 넘기면 이민자로 받아주겠다는 협정까지 맺었다.
그런 국가가 프랑스를 이겼다고? 나폴레옹이 몰락한 후 패권은 잃었지만, 그래도 한때 전 유럽을 떨게 했던 나라를?
이 사건은 멕시코의 발전 상황을 잘 모르는 일반적인 미국인뿐만 아니라, 미국 대통령과 정·재계 인사들에게도 충격적인 일이었다.
“대책을 마련해야 합니다!”
“멕시코가 프랑스를 이긴 것에 우리 미국이 무슨 대책을 세웁니까?”
“멕시코는 우리의 바로 옆에 붙어있다는 사실을 잊은 겁니까? 우리도 국방 예산을 늘려야 한단 말입니다!”
휘그당의 헨리 클레이 시니어(Henry Clay Sr.)가 열변을 토했지만, 민주당 의원들은 들은 척도 하지 않았다.
강력한 연방군은 곧 연방 정부의 힘을 늘리자는 것과 같다. 주의 권리를 옹호하고 제한된 연방 정부를 주장하는 민주당으로서는 반대할 수밖에 없는 주장이었다.
“당장 멕시코와 전쟁을 할 것도 아닌데 대체 왜 국방 예산을 늘려야 하는지 모르겠군요. 멕시코가 이번 전쟁에서 승리한 것은 신형 함선 덕분이지, 많은 병사를 동원해서가 아닙니다.”
한때 부통령까지 지냈던 존 콜드웰 캘훈(John Caldwell Calhoun)의 반박에 민주당 인사들이 동조했다.
“옳소!”
“우리도 신형 함선을 개발하면 되는 것 아닙니까! 국방 예산을 많이 늘릴 필요는 없습니다!”
헨리 클레이는 이 국가적 위기 상황에서도 정치 논리만 생각하는 민주당 인사들에게 역겨움을 느꼈지만, 주장을 포기하지는 않았다.
“해군도 중요하지만, 우리 미국과 멕시코 제국이 싸우게 된다면 주전장은 바다가 아닌 육지가 될 겁니다. 이 사실을 모르실 리는 없으실 텐데요?”
“지금 당장 전쟁 위기가 있는 것도 아니지 않습니까. 우리 미국과 멕시코가 특별히 갈등이 있는 것도 아닌데, 벌써 전쟁을 대비하자는 주장은 과하다고 생각하지 않으십니까?”
캘훈이 그렇게 말하자, 이번에도 민주당 인사들이 동의했다.
“맞습니다! 전쟁이 나면 징집하면 됩니다. 어차피 전쟁이 나면 서로 징집을 해야 할 텐데, 우리 미국이 멕시코보다 인구가 적은 것도 아니고, 굳이 연방군을 비대하게 늘려 놓을 필요가 없습니다!”
멕시코 정부는 1838년에 인구 조사를 실시한 후 세부 사항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총인구는 언론을 통해서 공개했었는데, 그 수가 1,082만명이었다.
반면 올해, 1840년에 조사한 미국의 인구는 1,700만명에 달했다. 2년간 멕시코의 인구가 늘었다고 하더라도 최소 550만명의 차이가 있을 것이다.
550만명이면 멕시코 인구의 절반에 해당하는 엄청난 인구수다. 이 정도로 거대한 체급 차이가 있는데, 해전은 몰라도 육군이 질 리가 있는가? 미국이 보급도 못 해줄 만큼 가난한 나라도 아닌데?
그러니 우리가 벌써 겁먹어서 육군을 확장해놓을 필요는 없다. 그런 주장이었다.
나름 타당해 보이는 주장이었지만, 헨리 클레이는 곧바로 반박했다.
“전쟁 위기가 없다? 멕시코가 영국과 가깝다는 것은 모두가 인정하실 겁니다. 이전에도 알고 있던 사실이었지만 이번 종전 조약에서 다시 한번 명백하게 증명되었죠.”
멕시코가 프랑스의 식민지를 영국에게 중재료 명목으로 건낸 것을 말한 것이었다. 이 건은 너무 명백한 사실이기에 반박이 없었다. 헨리 클레이는 주장을 이어 나갔다.
“바로 그 영국과 우리 미국은 아주 큰 문제가 있죠. 예, 바로 오리건주 경계 분쟁(Oregon boundary dispute)을 말하는 겁니다. 설마 민주당 분들이 이 건을 몰랐다고 하시진 않으시겠지요?”
“크흠···.”
오리건 문제는 현 미국 사회에서 아주 민감한 문제였다. 태평양으로의 길을 확보할 수 있는 유일한 통로가 오리건이었기 때문이다.
거의 모든 문제에 대해 사사건건 부딪치는 민주당과 휘그당이 유일하게 동의하는 것이 바로 이런 영토 문제였는데, 강력한 연방 정부를 경계하는 민주당이 오히려 더 팽창주의적인 목소리를 내고 있었다.
이는 필연적인 일이었는데, 미국에서 팽창주의적인 분위기가 감도는 것은 한사람의 정치인이나 하나의 정당이 그렇게 주장해서가 아니라, 미국 국민들이 그것을 원하기 때문이었다.
민주당 측에서 반박이 나오지 않자, 헨리 클레이는 쐐기를 박기 위해 회심의 카드를 꺼냈다.
“그리고 한 가지가 더 있습니다. 이 문제를 이야기하기 위해 증인을 세우겠습니다. 괜찮겠습니까?”
“예, 허가합니다.”
상원 의장 리처드 M. 존슨이 대답했다.
“스미스 씨, 올라와 주세요.”
젋은 백인 청년이 미국 상원 의회의 증인석에 올라섰다.
“여러분. 여기 계신 카터 스미스 씨는 10대 시절, 아버지의 결정으로 가족과 함께 멕시코 제국으로 이민을 했다가, 여러 일을 겪고 최근에 다시 미국으로 돌아오신 분입니다. 최근까지 멕시코에 계셨던 만큼, 멕시코의 사정에 대해 아주 잘 아시는 분이죠.”
클레이가 카터 스미스를 알게 된 것은 우연이 아니었다.
이제 20대 중반이 된 청년은 멕시코 제국을 증오했다. 7년 전 텍사스에서 자경단이 멕시코 제국군에게 일망타진당했을 때, 그의 아버지도 전사했다.
대부분의 미국 출신 이민자들은 멕시코 제국의 통제에 순응하며 살고 있었지만, 스미스는 그럴 생각 따위는 추호도 없었다.
미국이라는 나라에 애국심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프랑스가 전쟁에서 패배한 이상, 멕시코와 싸울만한, 그리고 승리할만한 국가는 미국밖에 없다.
멕시코 제국군에게 아버지를 잃었다는 그 뜨거운 복수심을 원동력 삼아 멕시코 곳곳을 떠돌던 스미스의 계획 첫걸음이 드디어 시작된 것이다.
‘일단 이 위기감 없는 놈들에게 멕시코의 위험성을 알려야 해.’
“스미스 씨, 멕시코 군이 코만치와 전투를 벌일 때 사용했던 무기에 대해 이야기해 주시겠습니까?”
헨리 클레이의 질문을 받은 카터 스미스는 멕시코 군이 가진 무기의 성능에 대해 자세히 말했다.
“6연발 권총이라? 그건 우리 미국에도 있지 않소. 36년엔가 발명했다고 들었는데?”
“예, 맞습니다. 사무엘 콜트 씨가 발명했지요. 하지만 부족한 점이 많아 계속 개량 중입니다. 문제는 그 무기를 멕시코는 1833년에 이미 완성해서 사용 중이었다는 겁니다.”
“···7년 전이라? 그게 사실이오?”
카터 스미스는 7년 전의 전투에서 살아남은 자경단의 삼촌들이, 멕시코 군은 6발을 연속으로 발사할 수 있는 권총을 썼다고 했던 것을 기억하고 있었다.
“예, 맞습니다. 제가 똑똑히 기억합니다. 멕시코 제국군은 텍사스에서 6연발 권총을 쐈다는 증언을 다수에게 들었습니다.”
그제야 민주당 의원들의 태도가 조금씩 달라지기 시작했다.
“스미스 씨, 코만치 부족을 토벌할 때 멕시코 제국이 동원한 기병의 수를 말해주세요.”
“1만명입니다. 전부 전문적인 훈련을 받은 기병이었습니다.”
‘사실 조사한 바로는 7천명이지만.’
중요한 것은 이 거만한 미국놈들이 위기감을 느끼는 것이 아니겠는가.
“기병만 1만!”
아직 기병은 충분히 강력한 병종이었다. 미국도 기병을 운용하고 있고, 기병이 얼마나 돈이 많이 드는지 알고 있다.
멕시코 제국이 1만명의 기병대를 운용하고 있다니. 미국보다 훨씬 많은 수였다. 기병대는 육성하는데 오래 걸리기에 징집을 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동요하는 기색을 보이는 민주당 의원들을 보며 헨리 클레이는 쐐기를 박았다.
“멕시코 제국은 손쉽게 코만치 부족을 물리쳤지만, 우리 군대는 아직도 코만치 부족을 처리하지 못했지요. 심지어 멕시코에서 떠나면서 반토막 난 코만치 부족을요. 이래도 국방 예산을 증가시킬 필요가 없다고 생각하십니까?”
미국의 인디언 전쟁은 현재 진행형이었다. 그중 가장 골치 아픈 적은 단연 코만치 부족이었는데, 클레이는 반토막 났다고 표현했지만, 사실 놈들은 주변 부족들을 닥치는 대로 흡수하며 예전보다도 훨씬 덩치를 키운 상태였다.
민주당이 반박하지 못하며 흐름은 클레이에게 넘어왔고, 결국 그가 제안한 국방 예산 증액은 통과되었다.
“크흠···. 멕시코는 둘째치고 일단 그 코만치 부족이라는 것들도 치워야 하니, 이 건은 통과시키는 것으로 하지.”
***
“확실히 전쟁의 영향이 크긴 하네요. 외국 왕가에서 혼담도 다 들어오고.”
브라질 제국의 공주와 내 남동생을 결혼시키면 어떻겠냐는 혼담이 들어왔다.
나도 그렇고 동생들이 전부 국내외의 귀족(지주) 가문과 결혼했으니, 왕족은 처음인 셈이다.
브라질 제국이라고는 하나, 그 핏줄은 2세기가 넘게 포르투갈을 지배하고 있는 브라간사 왕조(Braganza Dynasty)의 것이다.
여태까지는 아무 말 없다가 프랑스를 이겼다는 소식이 퍼지자마자 말을 꺼낸 것은 좀 황당하지만, 급을 맞춰서 결혼하는 것이 귀족과 왕족의 숙명이니 어쩔 수 없겠지.
“그런데, 그건 어머니와 아버지가 상의해서 결정하시면 되는 것 아닌가요?”
여태까지 동생들의 결혼은 다 그렇게 해왔다. 주로 어머니가 알아보고 아버지가 최종 승인을 하는 방식이었다. 거기에 나와 상의할 여지는 없을 터.
“사실은 브라질에서만 혼담이 온 것이 아니란다. 프로이센의 호엔촐레른 왕가에서도 혼담이 왔단다.”
호엔촐레른이라면 전생의 나도 알았을 정도로 유서 깊은 가문이 아닌가. 가문을 중시하는 아버지로서는 매우 구미가 당기는 제안일 것이다.
“두 가문 중에 어디를 선택해야 할지, 제 의견을 듣고 싶으신 건가요?”
둘 중 하나라면 당연히 호엔촐레른이다. 역사로 보나, 인지도로 보나 명성이 높은 쪽은 브라간사 가문보다 호엔촐레른이니까.
“아니, 브라질 공주와 동생의 결혼은 진행하는 것으로 확정했다. 프로이센이 혼담을 넣은 것은 네 동생이 아니라 네 아들, 카를로스란다.”
“⋯카를로스는 아직 5살인데요?”
“그래. 프로이센 공주도 이제 2살이더구나.”
이제야 어머니가 내게 상의하러 온 이유를 알겠다. 카를로스는 내 아들이기도 하지만 황태손이기도 하다.
계승권이 없거나, 있더라도 순위가 매우 떨어지는 왕가의 결혼식은 단순 우호의 표시에 지나지 않지만, 나와 빌헬름 1세는 멕시코 제국과 프로이센의 계승 1순위에 해당한다.
이런 국혼은 각국의 외교적 중대사에 해당하는데, 결혼이 곧 국가 간의 동맹으로 이어지기 때문이다.
“그렇군요. 프로이센이라⋯.”
나는 잠시 고민에 빠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