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crown prince of the Mexican Empire RAW novel - Chapter (97)
멕시코 제국 황태자가 되었다 97화(97/180)
전쟁의 여파 (2)
“하, 국혼이라고? 멕시코와 프로이센이?”
영국 총리, 멜버른 경은 헛웃음을 내뱉었다.
“이투르비데 가문의 위상이 많이 올라가긴 했나 보군. 그 호엔촐레른과 결혼이라니.”
“예, 어찌 되었든 프랑스를 이겼으니까요.”
“우리 영국에겐 딱히 좋은 일은 아니야.”
이번 국혼은 곧 동맹을 의미하는 것인 만큼, 양국이 강력한 동맹을 가지게 된 셈이다.
보좌관이 고개를 끄덕이고는 말했다.
“프로이센의 독일 통일 움직임이 가속화될 것을 우려하시는군요.”
“그렇지. 프로이센이 독일을 통일해서 유럽대륙에 또 하나의 강력한 국가가 등장하는 것은 영국에게 득 될 것이 없으니.”
“지금이라도 프로이센을 견제할 수는 있지 않겠습니까?”
영국은 프로이센의 독일 통일 움직임을 경계하면서도 실질적인 개입은 거의 하지 않고 있었는데, 유럽 대륙에 직접 개입하는 것보다는 해외 식민지 확장과 해양 무역에 더 큰 관심을 두고 있었기 때문이다.
보좌관의 의견대로 총리인 그가 프로이센을 견제하자는 여론을 만들면 직접적인 견제가 가능할 수도 있다. 하지만 그게 영국의 국력을 쓸 옳은 방향인가?
“흠···. 그럴 필요까지는 없을 것 같군. 유럽 내륙의 문제보다는 그 이외의 세계를 경영하는 것이 우리 대영제국의 방침이니.”
멕시코 제국과 프로이센 왕국의 국혼에 어떻게 대응할지 잠시 고민하던 멜버른 경은 이 시대 대다수 영국인의 생각처럼, 유럽 대륙의 일보다는 아프리카와 아시아가 우선이라고 결론 내렸다.
유럽 대륙에서는 어떤 국가 하나가 패권국이 되지만 않으면 된다. 그렇다는 말은 가장 기세가 좋은 국가만 견제하면 된다는 소리고, 나폴레옹의 몰락 후 견제 대상은 러시아였다.
“예, 멕시코 제국은 우리에게 아주 협조적이니 너무 걱정할 필요는 없을 것 같습니다. 중재료 명목으로 무려 프랑스의 아프리카 식민지 전체를 챙겨주지 않았습니까.”
그냥 넘어가기로 결정한 상관의 심경을 눈치챈 보좌관의 대답에 멜버른 경은 런던에서 만났던 멕시코 황태자의 얼굴을 떠올렸다.
“흐음. 협조적이라? 협조적인 것은 맞지만, 우리 영국이 일방적인 이득을 챙긴 것은 아니네. 우리도 벨리즈와 카리브해의 섬들을 넘겨야 했으니, 식민지 교환에 가깝지. 대부분의 의원은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 게 문제지만.”
영국 국민들은 물론이고 의회의 의원들마저 영국에 일방적인 이익이 된 거래라고 생각하는 것과는 다르게, 멕시코 황태자의 제안은 아주 치밀했다.
제안을 곱씹으면 곱씹을수록 그냥 받아들이기엔 거슬리고, 받아들이지 않기엔 아쉽도록 섬세하게 조율한 제안이었다.
“하지만 벨리즈와 카리브해의 섬들을 다 합쳐도 알제리 절반만큼의 가치도 안 되지 않습니까?”
“그래. 다들 지도에 칠해진 영토의 크기만 보고 그렇게 생각하지. 하지만 자세히 따져보면 그렇지 않다네.”
프랑스의 아프리카 식민지 전체를 영국에 넘긴다. 말은 거창하지만, 프랑스는 식민지를 만들기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았다. 아프리카에 쓸만한 식민지라고는 알제리밖에 없었다. 세네갈에 작은 거점이 있었지만, 수익이 나올만한 곳은 아니다.
반면 정식으로 영국의 식민지는 아니지만, 스페인 시절부터 협약을 통해 실질적으로는 영국이 통제하고 있던 벨리즈는 오랫동안 좋은 품질의 목재를 공급해줬으며, 자메이카와 카리브해 식민지들은 설탕, 면화, 커피, 카카오 등의 상품 작물 재배 농장이 완성되어 있었다. 실질적인 수익이 나는 식민지라는 소리다.
“거기다 카리브해의 제해권을 완전히 멕시코에 넘겨주는 격이니, 결코 우리의 일방적인 이득이라곤 할 수 없다네.”
“그렇군요.”
보좌관은 그제야 이해한 듯 고개를 끄덕였다.
“물론, 영국에게 손해인 거래는 아니네, 그렇다면 받아들이지 않았겠지. 카리브해의 영향력을 멕시코에 내준 대신 더 중요한 지중해의 영향력을 가지게 되었으니.”
상당히 고민스럽긴 했지만, 결국은 영국이 조금 더 이득이라고 생각해서 받아들인 거래였다.
가장 강력한 경쟁자인 프랑스가 없어진 이상 아프리카는 영국의 독무대가 될 것이 아닌가. 멜버른 경은 미래 가치까지 따져본 것이었다.
“예, 거기에 신형 함선에 대한 정보도 덤으로 넘겨주지 않았습니까.”
“아, 그렇지. 건조는 얼마나 걸린다던가?”
황태자는 그가 거래를 받지 않고 고민하고 있자, 프랑스와의 함대전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결정적인 이유였던 신형 함선에 대한 대략적인 정보를 얹어주었다.
기술을 전수해 준 것은 아니고, 배를 만들며 의도한 설계 사상을 알려준 것에 불과했지만 영국에게는 그 정도만 해도 충분했다.
세계에서 가장 배를 잘 만드는 국가는 바로 영국 아니던가.
“기술자들에게 듣기로는 2년이면 그 신형함선을 만들어 낼 수 있다고 합니다. 그런데, 비용이···14만 파운드 정도 들 것 같다고 합니다.”
“···14만 파운드? 1급 전열함을 2척 건조하고도 남는 돈이군.”
당황스러울 만큼 비싼 가격이지만, 그래도 만들어야 한다.
바다는 계속 대영제국이 지배해야 한다.
***
“외국의 공주님과 결혼하게 될 거란다.”
세실리아가 카를로스의 머리를 쓰다듬으며 말했다.
“우와! 공주님이요? 좋아요!”
공주님이라는 말에 그저 좋다는 카를로스. 세실리아가 동화책을 많이 읽어줘서 그런지, 뭔가 환상을 가지고 있는 듯했다.
‘거부반응은 없으니 다행이군. 뭐, 아직 뭘 알 나이도 아니지만.’
내 대전략과 아버지, 어머니, 세실리아의 의사를 반영하여 국혼을 성사하기로 결정했다.
영국과의 관계는 최대한 유지할 생각이지만, 언제까지 영국에만 매달릴 수는 없다. 우리도 독자적인 외교 관계를 만들어 나가야 할 시점.
프랑스와는 돌이킬 수 없는 사이가 되었으니 프로이센, 오스트리아, 러시아 등의 강국과 교류를 할 수 있지만, 영국과 패권 경쟁 중인 러시아를 선택하는 것은 영국과 대놓고 척지겠다고 선언하는 행위나 다름없다.
영국 입장에선 우리가 프로이센이나 오스트리아와 동맹을 맺는 것도 별로 좋아하진 않겠지만, 격렬하게 반발할 이유도 없다.
‘영원히 갈 동맹도 아니고.’
국가 간에 영원한 동맹이 어디 있겠는가.
그렇게 생각을 정리한 나는 세실리아와 함께 평화로운 시간을 만끽했다.
첫째 카를로스는 혼자 알아서 잘 놀고 있고, 두 살배기인 둘째 아들, 레오는 침대에서 자고 있었다.
“어머! 아이가 배를 찼어요. 공주라는 소리에 반응한 걸까요?”
세실리아가 말했다.
“으음···. 그런가?”
나는 세실리아의 배를 쓰다듬으며 그렇게 말했지만, 속으로는 이번엔 제발 공주기를 간절하게 염원했다.
점심시간에 잠시 가족과 시간을 보내다가, 집무실로 복귀했다.
“최근 가족분들과 보내는 시간이 늘어나셨군요.”
“하하, 이 시기를 놓치기엔 너무 아깝단 말이지. 자네도 알 것 아닌가.”
나와 동갑인 디에고도 결혼해서 아이가 있었다.
“예, 덕분에 저도 가족들을 볼 시간이 많아져서 좋습니다.”
33세, 아직 한참 일할 젊은 나이지만, 디에고의 말처럼 나는 가족과 보내는 시간을 점점 늘리고 있다.
“아이들을 잘 키우는 것도 아주 중요하니, 시간을 충분히 투자해야지. 더구나 일을 줄였다곤 해도 남들보다 많이 일하고 있지 않은가. 자네도 그동안 고생이 많았네.”
미친 듯이 일하는 나 때문에 디에고도 고생이 많았다. 결혼 전에는 일어나 있는 시간이 곧 일하는 시간이었고, 결혼 후에도 아침과 저녁에 잠깐 가족과 시간을 보낼 때 빼고는 일만 했다.
시대를 생각해도 명백히 과한 노동이었지만 갈 길이 먼 멕시코 제국의 현실을 생각하면 편히 쉴 수도 없었다. 그러던 것이 프랑스와의 전쟁에서 승리한 후 조금씩 바뀌고 있었다.
“전하께서 왕궁 근처에 저택까지 사주셨는데 고생이랄 것이 있겠습니까. 출근 거리가 10분밖에 안 됩니다.”
“하하하, 그러게, 준다고 할 때 진작 받지 그랬나. 출퇴근 거리가 삶의 질에 엄청난 영향을 준다고 내 누누이 말했는데.”
“하하, 그러게 말입니다.”
내가 긴 시간 일하면서도 가족과 시간을 보낼 수 있는 것도 다 집무실이 궁전 안에 있어서 가능했다.
출장이 잦기는 하지만, 평소에는 출퇴근 시간이 5분밖에 걸리지 않으니 시간이 충분한 것이다.
나는 이 장점을 디에고도 누리게 하려고 국립 궁전에서 가까운 주택을 사주려고 했으나, 그는 계속 거절해오다가 최근에야 받았다.
“자, 담소는 여기까지 하도록 하지.”
“예, 마침 중요한 소식이 있습니다.”
디에고는 내게 문서를 건넸다.
“정보부대의 보고서로군.”
“예, 읽어보지는 않았지만 아마 아이티 건에 관한 내용일 듯합니다.”
“그렇겠지···. 같이 보도록 하지.”
“예.”
아이티에는 여러 명의 요원이 들어가 있는 상태였는데, 이번이 첫 번째 보고였다.
“아직 뭔가 진행한 것은 아니고, 그냥 아이티의 현 상황에 대한 내용이로군.”
“예, 예상대로 상황이 좋지는 않군요.”
역사상 유일하게 성공한 노예 혁명으로 세워진 국가라는 희망찬 타이틀과는 반대로, 아이티의 상황은 처참했다.
혁명에 성공해서 흑인 주도의 국가가 탄생했지만, 경제는 여전히 파탄 난 상태고 어떻게 해결해야 할지도 모른다. 그런 와중에 소수의 엘리트와 군사 지도자들이 권력과 땅을 독점하고 있었다.
프랑스에서 채권을 양도받은 우리 멕시코도 빚을 탕감해줄 생각 따위는 없었으며, 결국 98%의 주민들은 노예이던 시절과 별로 다를 것이 없는 삶을 이어 나가고 있었다.
“‘노예이던 시절과 별로 다를 것이 없다.’ 인상적인 문구로군. 이 말을 뒤집으면 ‘아직도 노예나 다름없다’고 느낀다는 것 아닌가. 이게 아이티 국민들의 인식이라면 이용할 수 있겠어.”
“그렇다면 계획대로 진행할 수 있겠군요.”
“그래. 노예 신세에서 해방된 텍사스와 쿠바의 흑인들에 대한 이야기가 잘 먹히겠어.”
텍사스와 쿠바의 많은 흑인은 개척 이민의 혜택으로 땅을 받아 농사를 짓거나, 도시 이민의 혜택을 받아 노동자가 되었다.
농장주들은 내 기업과 비슷한 수준의 임금을 줘야 농장 노동자들을 구할 수 있었지만, 점점 가격이 내려가는 각종 농기계로 인한 노동 수요 감소, 댐과 관개시설 등의 효과로 인해 증가한 생산량 덕분에 충분히 농장 경영이 가능한 수준이었다.
급하게 일을 진행할 필요가 없다. 이런 이야기들이 아이티 사회에 광범위하게 퍼지게 만드는 거다. 그게 첫 단계다.
“정보부대에는 이대로 진행하라고 전달해주게.”
“예, 명령을 암호화해서 전달하도록 하겠습니다.”
“그래. 개헌 쪽은 여론이 어떤가?”
“로베르트 의원이 말을 꺼내놓고 여론을 살피는 중인데, 의원 임기가 늘어난다는 점 때문에 의원 중에서는 반대하는 자가 없습니다.”
의석수도 늘리고, 임기를 최대 12년에서 20년으로 늘려준다는 것을 반대할 의원은 없을 것이다. 그 외에도 세세하게 조정되는 것들이 있지만 그 두 가지가 가장 핵심이다.
“역시 그렇겠지. 그럼 다른 것은?”
“북부 영토의 행정 구역을 재편해야 한다는 것은 다들 동의하지만, 상세한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모이지 않고 있습니다.”
국민들의 지지가 가장 강력한 이 시점, 나는 개헌 말고도 하나의 프로젝트를 더 추진하고 있는데, 바로 준주 취급을 받는 북부 영토의 행정 구역을 재편하고 정식 주로 합류시키는 것이다.
멕시코 제국의 40%가 넘는 영토가 겨우 3개의 준주로 나뉘어 있다.
그동안은 인구가 적어도 너무 적었기에 그냥 놔뒀지만, 인구가 급속도로 증가하고 있는 지금은 재편할 때가 온 것이다.
나는 이 거대한 영토를 어떻게 나눠야 할지 고심하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