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0)
10화: 임시 감독
카라바오컵, 본래 리그컵이라고 불리는 대회는 세계에서 가장 오래된 잉글랜드의 FA컵보다는 격이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는 토너먼트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잉글랜드의 1부 리그인 프리미어 리그부터 4부 리그인 리그2에 속한 92개의 클럽들이 참여하는 큰 대회였다.
토너먼트의 특성상 약팀이 강팀을 상대로 짜릿한 승리를 거두는 이변이 속출하는 경우가 많았고, 강팀들도 일반적으로 로테이션을 돌리면서 후보 선수들을 출전시키는 경우가 많았다.
때문에 프리미어 리그 중위권 팀들이 실질적으로 우승을 노려볼 수 있는 유일한 대회이기도 했다.
물론, 종이보다 얇은 선수층으로 간신히 한 경기 한 경기를 버티고 있는 강등 후보 1순위인 번리에게는 아무런 해당사항이 없는 얘기이기도 했다.
“이번 카라바오컵 2라운드는 에버튼인데요. 뭐, 이거 기대하고 계시지는 않겠지요?”
브렌트포드와의 원정경기에서 승리한 다음주 화요일 오전.
아직도 신임 감독이 선임되지 않은 가운데 임시 감독인 형민은 이사진 정기 회의에 참석을 요청받아서 출석해 있었다.
형민의 말에 마이크 갈릭과 존 바나스키위츠가 쓴웃음을 지으면서 고개를 저었다.
“그렇게까지 자네에게 부담을 주고 싶은 생각은 없네.”
“네, 그럼 이번 경기는 그동안 경기에 많이 출전하지 못한 선수들에게 기회를 줄 계획입니다. 아니, 사실 그렇게 말해도 막상 나올 수 있는 선수진이 너무 얇아서 큰 의미는 없습니다만···.”
한숨을 푹 쉰 형민이 고개를 저으면서 말을 계속했다.
“그래도 휴식을 줄 수 있을 때에 휴식을 줘야 정규 시즌을 어떻게든 끝낼 수 있을테니까요.”
임시 감독의 뼈아픈 지적에 이사진들이 모두 어두운 표정을 지었다.
“그래도 에버튼은 우리가 1라운드에서 이겼고, 이번에 새로 감독이 부임했으니까 좀 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헬레나가 애써 긍정적인 면을 부각시키려고 하자, 형민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그녀를 바라봤다.
“에버튼은 프리미어 리그 시대로 접어든 후 한번도 2부 리그로 강등되지 않은 전통의 강호라고요! 지난 시즌만 해도 카를로 안첼로티 감독이 이끌면서 10위를 기록했는데, 간신히 17위를 기록하면서 잔류권에 턱걸이한 저희랑 비교할게 아니라고요. 심지어 이번 경기는 구디슨 파크 원정 경기에요.”
한치도 밀리지 않는 형민의 지적에 마이크 갈릭과 존 바나스키위츠가 움찔하는 가운데, 헬레나도 헤헤 웃으면서 살그머니 꼬리를 말았다.
그런 이사들을 바라보면서, 형민은 마음 속으로 그가 자리를 비운 가운데 아서가 퍼스트팀 선수들을 너무 갈구고 있지만은 않기를 기도했다.
***
최대한 많은 선수들을 로테이션하겠다는 그의 선언대로 형민은 이전 2경기에 출전했던 선수들 중 대체자원이 없는 오른쪽 수비수 맷 로튼, 미드필더들인 잭 코크, 애슐리 웨스트우드와 조시 브라운힐 등 4명을 제외하면 전면 교체했다.
특히 수비진의 경우, 왼쪽 수비수인 에릭 피터스는 점점 체력적인 조건이 떨어져가는 노장, 중앙 수비수 중 한명인 케빈 롱은 만년 후보였고 다른 한 명인 네이선 콜린스는 20세의 유망주에 불과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번리는 프랭크 램파드 감독이 지휘봉을 잡은 에버튼을 상대로 밀리지 않고 전면 압박과 탈취, 그리고 빠른 역습을 반복했다.
물론 번리와 같은 구단에서는 주전급 선수들과 후보급 간의 기량 차이가 확연했다.
따라서 최종 공격에서 주전인 드와이트 맥닐, 크리스 우드와 제이 로드리게즈가 만들어내는 기회에 비해 후보진인 요한 베르그 구드문슨, 애슐리 반즈와 막스 코넷이 만들어내는 기회의 질이나 양이 상대적으로 부족한건 어쩔 수 없었다.
“구드문슨이랑 코넷의 자리를 바꿔볼까요?”
번리의 선발진이 또다시 허무한 크로스로 공격 기회를 상실하는 모습을 지켜보던 형민이 옆으로 다가온 아서에게 물었다.
“그런다고 별로 바뀔 것 같지는 않은데? 둘 다 허우적대는거 봐라.”
“휴우···.”
한숨을 내쉬던 형민은 벤치를 둘러보았다.
카라바오컵에서 허용되는 7명의 후보가 벤치에 앉아있었는데, 그 전원이 지난 2번의 경기를 통해서 거의 180분을 소화했고, 앞으로도 주전으로서 경기에 출전해야 했다.
프리미어 리그는 정규 38경기. 거기에 컵 경기까지 포함하면 40경기에서 45경기까지는 치룰 각오를 하고 있어야 했다.
단순히 체력적인 부분 뿐만 아니라 선수들이 당할 수 있는 부상까지 감안하면 번리의 얇디얇은 선수층으로는 과감하게 포기할건 포기하는게 맞다.
그리고 임시 감독으로서 선수층에 부하를 가한 상태로 신임 감독에게 선수단을 넘겨줄 수는 없다.
“일단···일단 전반은 이대로 가지요.”
“일단은?”
“확실하게 지고 있다면 후반도 계속 이렇게 가고요. 아니면···. 그래도 너무 노력하지 않는 것도 좀 별로잖아요?”
“흐흐흐. 난 찬성이야. 암, 모든 경기에 최선을 다해야지!”
선수단의 체력 관리 측면에서는 별로 도움이 되지 않는 얘기였지만, 아직 풋풋한 감독(임시)과 은퇴할 시기가 지나버린 늙은 수석코치(임시)는 서로 의미심장한 눈빛을 교환했다.
팽팽하다 못해서 이제 슬슬 루즈해지기 시작한 후반 60분, 형민은 승부수를 던졌다.
지친 기색이 역력한 노장 공격수 요한 구드문슨을 빼고, 오른쪽 공격수로 투입했던 막스 코넷을 자신의 왼발을 활용하기 좋게 왼쪽으로 이동.
그리고 오른쪽의 빈 자리에 베테랑 공격수 제이 로드리게즈를 투입한 것이었다.
지난 2경기에서 1골 1어시스트를 기록해서 번리에서 가장 좋은 폼을 보이는 베테랑에게 팽팽한 경기의 균형을 우위로 가져오기를 기대한 교체였다.
번리의 선제적인 움직임에 비해서 에버튼의 프랭크 램파드 감독은 아직 선수단의 파악이 완전히 끝나지 않은듯, 별다른 반응을 보이지 않았다.
하지만 진인사대천명이라고, 일은 사람이 하지만 결과는 하늘에서 결정하는걸까?
평범한 공격 과정에서 에버튼의 터치로 공이 오른쪽 사이드라인으로 빠져나갔다.
에버튼 선수들이 수비에 자리잡는 가운데, 번리의 오른쪽 수비수인 맷 로튼이 드로잉으로 공을 중앙 수비수 네이선 콜린스에게 연결했다.
다시 콜린스는 그 공을 하프라인까지 몰고 간 다음, 미끼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에버튼의 수비수를 끌고 미드필드까지 내려온 중앙 공격수 애슐리 반즈에게 패스.
적극적으로 압박하지 않는 에버튼 선수들 덕분에 애슐리 반즈는 별다른 방해를 받지 않고 공을 받을 수 있었다.
여유롭게 주변을 둘러본 애슐리 반즈는 자신과의 거리를 좁혀오는 조시 브라운힐을 발견하고, 번리의 공격 전개를 담당하는 미드필더에게 숏패스로 공을 보냈다.
공을 받은 브라운힐은 약속된 플레이에 의해서 왼쪽 측면에서 빠른 속도로 에버튼 골문을 향해서 쇄도하는 막스 코넷에게 롱패스.
막스 코넷의 힘없는 슈팅이 에버튼의 골키퍼 조던 픽포드에게 가로막혀서 코너킥을 주어진 것을 제외하면, 이번 경기에서 수도 없이 나온 번리의 역습과 에버튼의 차단과 똑같은 장면이었다.
그런데 양 팀을 통틀어서 13번째, 번리의 7번째 코너킥에서 번리가 사고를 쳐버렸다.
이번 시즌에 처음으로 선발 출전한 중앙 공격수 애슐리 반즈가 자신에게 따라붙는 에버튼 수비수들을 뿌리치고 조시 브라운힐이 올린 코너킥을 헤딩슛으로 연결한 것이었다.
“으아아아아!”
애슐리 반즈가 코너플래그로 달려가서 승리의 함성을 지르고, 번리 선수들이 그에게 달려가서 서로 얼싸안는 가운데 형민은 뒷머리를 긁적였다.
“어라?”
이기고 있는데도 민망한건 뭘까.
형민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번리 선수들의 골세레모니를 바라보면서 속으로 자문했다.
옆을 슬쩍 보니, 굳이 팀에서 가장 폼이 좋은 공격수를 불필요하게 컵대회에 30분이나 출전시키는데에 동의한 수석코치가 스스로가 한심하다는 듯이 얼굴을 쓸어내리고 있었다.
“좀 일찍 넣어줬으면 안 됐나?”
“뭐···좋은게 좋은거겠지요?”
아서의 한숨 섞인 말에 형민이 애써 긍정적인 측면을 부각시켰다.
“사실 큰 틀에서는 이기는게 나중에 더 부담되는 경기인데···에휴. 어쨌든, 드와이트랑 다른 애들한테 다시 들어오라고 할께.”
“네, 아무래도 그게 좋을 것 같아요. 누가 부상이라도 당하지 않는 이상.”
형민의 말에 운명을 시험하지 말라는듯 얼굴을 찡그린 아서는 사이드라인에서 몸을 풀고 있는 번리 후보선수들에게 다시 벤치에 앉으라는 지시를 하기 위해서 터덜터덜 걸어갔다.
뭐가 됐든, 번리의 감독(임시)와 수석코치(임시)가 또 한 경기를 어떻게든 넘긴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