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00)
100화: 지금 여기 이곳
스파르타 프라하 전의 승기를 몰아서 프리미어 리그 6라운드에서 승격팀 본머스를 터프 무어로 불러들여서 1대 0으로 승리.
그리고 스웨덴의 IFK 노르코핑에서는 대망의 첫 유럽 원정경기를 치루면서 다시 1대 0으로 승리.
1골 차이의 박진감 넘치는 승부였지만, 번리는 꾸역꾸역 승리를 쌓아올리고 있었다.
문제는 8월과 9월을 거치면서 번리를 상대하는 팀들이 지난 시즌보다도 더 수비적으로 내려앉기 시작했다는 것이다.
적어도 맨체스터 시티와 같이 압도적인 전력의 차이를 가지고 있거나 아니면 아스톤 빌라처럼 승리하기 위해 저돌적으로 덤벼드는게 아니라면 일단 페널티 박스를 걸어잠그고 경기를 시작한다.
덕분에 이들을 상대로 수비를 다 때려부수고 골을 넣는데까지 생각보다 시간이 오래 걸리고 있다는 것.
그리고 그 와중에 번리 선수들의 피로도는 더 올라가고 있다는 것.
겉으로 보기에는 연승을 쌓아가고 있지만, 본머스를 상대로는 후반 72분에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중거리슛을 넣었고, IFK 노르코핑을 상대로는 무려 후반 연장시간에 와우트 웨그호스트가 얻어낸 페널티킥을 직접 성공시키면서 유일한 골을 넣었다.
후반기가 되면 승점이 다급해지는 팀들이 점점 더 경기 초반부터 공격적으로 나서겠지만, 지금은 승점 1점이라도 만족하는듯 페널티 박스를 단단히 지키는걸 우선으로 했다.
형민과 카롤리나의 머릿 속에는 다양한 전술적인 선택지들이 떠오르고 있었지만, 가뜩이나 취약한 조직력을 약화시키는 것에 대한 두려움 때문에 4-3-3 포메이션을 벗어난 형태에 대해서는 훈련을 통해서 체화하는 작업을 아예 진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이 망할 9월부터 11월까지의 스케줄 덕분에 솔직히 전술 훈련을 제대로 할 시간도 없었지만.
“비디오 분석이라도 늘릴까···.”
형민의 푸념에 회의실 반대편에 앉아서 다음 상대인 사우스햄튼의 경기 자료를 분석하고 있던 카롤리나가 고개를 들었다.
“뭐라고?”
“아니···. 훈련을 할 시간이 너무 부족하니까, 비디오 훈련이라도 더 늘릴까 해서.”
지금도 매 경기가 끝난 다음에 문제가 생겼거나 좋았던 장면들을 분석해서 보여주고, 다음 경기 이전에 진행되는 전술 분석에서도 상대팀에 대한 장면들을 보여준다.
형민이 얘기하는 것은 그런 것들을 떠나서 비디오 훈련을 통해서 선수들에게 새로운 포메이션이나 전술에 대한 친숙도를 높이는 것.
“너는 비디오 만으로 훈련시키는거 별로 안 좋아하잖아?”
“안 좋아하지. 경기는 몸으로 뛰는데 계속 눈이랑 머리로만 훈련을 할 수는 없으니까.”
“그런데?”
“그런데 시간이 너무 없어···.”
형민의 한숨에 카롤리나는 어깨를 으쓱했다.
“다시 말하지만, 이번 시즌에 조직력이 바닥을 칠거라는건 번리 읍내에 돌아다니는 팬들도 다 예상하고 있었다고.”
“알아. 아는데 감독이 그러려니 하고 손을 놓을 수는 없잖아.”
피말리는 1골 차이 승부가 끝나면 가뜩이나 마른 감독의 체형이 더 홀쭉해진다는걸 잘 아는 카롤리나가 눈썹을 찌푸렸다.
“형민, 네가 모든걸 다 할 수는 없어. 넌 마법사가 아니라고. 특수처리된 나무 막대기 하나를 들고 ‘W가르디움 레비오X’라고 마법 주문을 외쳐서 번리를 하늘에 띄울 수는 없는거야.”
“음···.”
그랬으면 좋겠다는 표정을 짓는 형민을 어처구니 없다는 듯이 바라보던 카롤리나는 회의실 문이 닫혀있는걸 힐끗 확인하고 나서 형민에게 조심스럽게 물었다.
“솔직히 일반적인 중소 구단 이상으로 번리는 제약사항들이 많잖아. 이 정도면 정말 성적을 잘 내고 있는거라고. 차라리 번리를 떠나서 좀 더 큰 구단으로 가는건 어때? 이제 너 정도면 슬슬 입질이 올 법도 한데?”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카롤리나를 바라보는 형민에게 그녀가 어깨를 으쓱했다.
“영원히 번리에만 있어야 하는건 아니잖아. 언젠가는 떠날 수도 있는거지.”
“뭐 그렇기는 한데···. 번리는 내가 선택한게 아니야.”
“…?”
“우리가 서로 선택한거지.”
황당하다는 표정을 짓는 카롤리나에게 형민이 최근에 드물어진 미소를 지었다.
“너, 그런 표정 짓는거 정말 오랜만이다.”
“뭐라는거냐.”
급격하게 표정을 관리하면서 코웃음을 치고 설명을 요구하는 친구에게 형민이 가벼운 한숨을 지었다.
“작년 이맘 때에 난 RB 잘츠부르크의 유소년 코치였다고. 감독도 아니라 코치.”
“음··· 굳이 따지자면 지금은 9월이니까, 작년 9월이면 번리에서 정식 감독으로 임명된 다음일텐데? 하지만 무슨 말을 하고 싶은건지는 이해했어.”
굳이 토를 다는 친구의 말에 확 짜증이 어리는 형민의 표정에 카롤리나가 피식 웃으면서 계속 말하라는듯 손짓했다.
“너도 알잖아. 유소년 감독도 아니고 유소년 코치라고. 물론 레드불에서 정말 많은걸 배우고, 좋은 대우를 받았지만 사실 아무런 권한도 없었지.”
“그런데 번리에서는 너를 유소년 감독으로 임명하고, 퍼스트팀으로 불러올리고, 퍼스트팀 감독까지 시켜줬으니까 로열티를 지켜야 한다?”
카롤리나의 질문에 형민은 고개를 저었다.
“로열티가 아예 없냐고 물어보면 그렇지는 않다고 대답하겠지만, 우리는 프로잖아. 프로는 언제든지 결과로 얘기하는거니까···. 물론 기회를 준건 고맙지만, 나도 주어진 기회에 걸맞는 결과를 조금은 보여줬다고 생각한다고.”
“조금이 강등 1순위 팀을 이끌고 유로파 리그에 진출한거야? 너한테 많이 받아내면 뭐가 생길지 기대된다.”
형민도 카롤리나와 함께 피식 웃었다.
“그러니까 지금 번리와 나는 동행하는 관계인거지. 번리는 어려운 재정상황에도 불구하고 어떻게든 성적을 내는 감독과 코치진이 있는거고. 반대로 나는 경력이나 나이에 비해서 훨씬 더 많은 권한과 지휘권을 받은 동시에 성적에 대한 압박에서 상대적으로 자유로운거지.”
전술도 마음대로, 선수 출전도 마음대로, 훈련도 마음대로.
경기 결과는 감독이 더 민감하게 생각하지, 이사진이나 팬들은 솔직히 굉장히 만족스러워 하고 있다.
솔직히 번리가 강등당하지 않는 이상 나는 해고당하지 않을거야. 알잖아? 라고 형민이 마무리 지었다.
카롤리나가 형민을 다시 보았다는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야, 방금 너···. 방금 그거, 너 같이 소심하고 자존감이 낮은 사람치고는 꽤나 정확한 상황 판단인데?”
“소심하고 자존감이 낮다고?”
“아, 쓸데없는데 신경쓰는거 보니까 확실히 소심하고 자존감이 낮기는 하네.”
“아오!”
애써 마음 속 깊이 담겨있던 진심을 털어놓았더니 살살 놀리기나 한다.
짜증내는 형민을 가볍게 무시하고 카롤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솔직히 번리에서 네 위상이면 해고에 대한 걱정은 없겠지. 조너선도 굉장히 유능한 풋볼 디렉터이고, 선수 영입이나 방출에 대해서도 전적으로 네 의견이 반영되기도 하고. 사실 대형 구단에 가면 그렇게 되기가 쉽지는 않아.”
레드불 풋볼 그룹처럼 전문가들이 운영하는 집단에서도 내부의 정치적인 알력 다툼이나 이해관계가 충돌할 때가 있다.
그리고 거의 대부분의 구단들이 개인이 소유하는 형태를 띄는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오너의 입김이 없을 수가 없고, 성적에 대한 압박도 언제나 상존한다.
거기에 대형 구단일수록 구단 수뇌진이나 팬들의 인내심이 짧고 모든 경기에 승리를 요구한다.
심지어 최상위권의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의 경우에는 단순한 승리 만으로 만족하지 못하고, 아름다운 축구를 통한 압도적인 승리를 선보이지 못하면 리그를 우승한 시즌에 해고당할 수 있다.
“그러면 언제까지 이어지는거야? 이 아름다운 동행은?”
카롤리나의 질문에 형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둘 중에 하나가 더 이상 동행하지 않기를 선택하는 순간이 되지 않을까? 내가 더 이상 성적을 내지 못하거나···.”
“…아니면?”
“…내가 원하는걸 번리에서 더 이상 줄 수 없거나? 내가 번리에 더 이상 만족하지 못하거나?”
스스로도 정확하게는 모르겠다는듯, 형민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설명했다.
“지금은 아니라는거네.”
“지금은 아니지.”
형민은 자신의 집무실을 둘러보았다.
원래 션 다이쉬 전임 감독의 집무실이었던 이 방은 어느새 형민 자신에게도 익숙하고 편안한 공간으로 바뀌어져 있었다.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의 창고를 개조한 유소년 감독실의 좁은 책상에서 접이식 의자를 펼치고 아서와 마주 앉아서 유소년들에 대해서 논의를 하던게 겨우 1년 전이다.
아서가 바득바득 우겨서 형민에게 돌아와 집무실 창가를 장식하고 있는 두 개의 감독상을 바라보면서 형민이 중얼거렸다.
“근데 나도 궁금하기는 해.”
“뭐가?”
“내가 번리를 이끌고 어디까지 가볼 수 있을지.”
***
번리 임대생 숙소 (임시).
정확하게 말하자면 이제는 임시도 아니고 임대생을 대상으로 하는 숙소도 아니다.
번리에 완전 영입되면서 정식 계약을 체결했지만 방을 빼고 새로 살 집을 구하는게 귀찮다는 이유로 눌러앉은 카림 아데예미.
훈련장 바로 옆에 있는게 좋다고 나란히 옆에 눌러앉은 니콜라스 세이왈드.
원래부터 숙소에 방이 그대로 남아 있던데다가 실제로 임대생이니까 거주할 공식적인 자격이 있는 니코 곤잘레스.
RB 잘츠부르크에서 완전 이적으로 합류했지만 정작 미리 와 있던 카림 아데예미와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모두 숙소에 머무르는 것을 보고 아무 생각 없이 입주한 벤야민 셰슈코와 루카 수키치.
머나먼 아르헨티나에서 건너오면서, 영국에 적응할 때까지 다른 팀원들과 숙소를 함께 쓰는게 좋다고 생각한 코치진의 권유로 숙소에 입주한 크리스티안 메디나.
임대생인 니코 곤잘레스가 자연스럽게 끌고 들어온 바르셀로나 출신의 완전 이적생인 미카 마르몰.
거기에 진짜 임대생인 토마소 포베가와 임대 기간 동안 1시간 거리인 리즈에서 출퇴근하기 귀찮다고 숙소에 입주한 조 겔하트까지.
다행히 숙소의 꼬락서니를 딱 한번 보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저으면서 좀 더 오랫동안 수행했던 프로 생활의 노하우를 발휘해서 각자의 집을 구한 세바스챤 셰만스키, 아넬 아메드호지치, 자말 루이스와 구가까지의 소위 ‘중간급’ 선수들이 아니었다면 끝없이 이어지던 통로의 방들이 마침내 다 채워질 위기였다.
거기에 툭하면 심심하다고 놀러오는 드와이트 맥닐과 네이선 콜린스까지 합치면 평상시에 임대생 숙소는 선수들이 무려 11명이나 북적거리는 상시 단합대회나 다름이 없었다.
“아, 좀 비켜봐봐!”
티비 앞의 소파가 좁은듯, 거구의 벤야민 셰슈코가 옆에 앉아 있던 미카 마르몰을 팔꿈치로 밀어내면서 은근슬쩍 그가 손에 쥐고 있는 컨트롤러를 건드렸다.
“심판! 반칙이야! 선수 방해라고!”
긴박한 순간에 옆에서 치고 들어온 팔꿈치 덕분에 조작을 실수하면서 결정적인 슈팅을 놓친 미카 마르몰이 짙은 스페인 발음으로 외쳤지만, 번리의 바른생활 사나이 니콜라스 세이왈드는 그냥 어깨를 으쓱했다.
“그 정도 접촉이면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그냥 어드밴티지야, 미카.”
“이건 FXFA 인데?!”
“음··· 그럼 번리 하우스룰?”
“그런게 어딨어?!”
여름 휴식 기간 동안에 형민과 퍼스트팀 코치진, 특히 피트니스 코치 파울루 모라오와 팀닥터 사이먼 모리스의 강력한 주장으로 구단에서는 임대생 숙소 (임시)에 보완공사를 몇가지 진행했다.
잡초가 무분별하게 영역을 넓혀가던 정원까지 벽을 터서 확장하고, 제대로 된 E케아 가구를 잔뜩 넣어서 조금 더 사람이 사는 공간답게 탈바꿈한 거실.
물론 가구 조립은 새로운 장난감을 발견한 것처럼 신난 젊은 선수들이 자청해서 진행했다.
제 2의 한니발 메이브리 사태를 방지하기 위해서 역시 벽을 터서 확장하고 최신식 설비를 잔뜩 구비한 다음에 기존의 관리인을 지원할 전문 영양사를 고용한 부엌.
참고로, 팀닥터 사이먼 모리스는 니코 곤잘레스와 오스카 밍게자의 증언을 듣고 독살 예방 차원에서 ‘그 요리’를 딱 한번 맛 본 다음에 한니발 메이브리의 부엌 출입을 영구히 금지했다.
그리고 기후가 따뜻한 남유럽이나 남미에서 넘어오는 선수들을 위해서 훨씬 더 밝아진 LED 조명과 외벽에 설치된 방열재.
그렇게 훨씬 더 사람사는 맛이 훈훈하게 풍기는 숙소의 거실에서는 제 N회차 번리컵 FXFA 대회가 벌어지고 있다.
“음··· 도대체 왜 미카는 수비수인데 FXFA에서는 공격을 잘 하는거지?”
이해가 안 간다는 루카 수키치의 중얼거림에 옆에 앉아 있던 니코 곤잘레스가 설명을 했다.
“공격수들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고 싶다고 바르셀로나에 있을 때에 FXFA로 맨날 공격수만 연습했거든? 그랬더니 저렇게 되더라고.”
“그게 진짜 도움이 되나?”
옆에서 듣고 있던 네이선 콜린스의 질문에 식탁 맞은편에 앉아 있던 조 겔하트가 코웃음을 쳤다.
“그게 말이 되냐? 난 아무리 수비수 조작을 해봐도 딱히 수비수 생각이 이해되지는 않던데?”
“하긴, 네 크로스는 영···.”
“어헛!”
몇 번의 훈련 만에 카림 아데예미와 나란히 번리 풋볼 클럽의 세트피스 키커 명단에서 영구 제명된 조 겔하트가 네이선 콜린스의 빈정거림에 발끈했다.
“아, 됐고. 오늘 오후에 번리 읍내에 나갈 사람?”
카림 아데예미가 끼어들었다.
“번리는 갑자기 왜?”
“오늘 헨리가 시간이 된다고 해서. 그리고 아직 해가 좀 길 때 번리에 좀 나갔다오지 않으면···. 겨울에는 못 가잖아.”
“음···.”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잠시 침묵했다가, 11명의 젊은 선수들이 가지각색의 다양한 자세로 거실에 놓여진 소파와 쿠션들 위에 널부러진 거실을 둘러보았다.
“이 인원으로 나갔다가 주민들한테 걸리면···.”
“헉···.”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지적에 카림 아데예미도 움찔했다.
또다시 전 주민 대상으로 즉석 사인회를 하는 것도, 구단 사무실에 끌려와서 대표이사랑 감독한테 혼나는 것도 싫지만.
가장 무서운건 가뜩이나 훈련시간이 부족하다고 한탄하는 파울루 모라오 코치가 이런 좋은 기회를 놓치지 않고 벌칙으로 젊은 선수들의 휴식일을 없애고 추가 훈련(이라고 쓰고 고문이라고 읽는다)을 시키는거다.
“에잉··· 그럼 그건 어렵겠군.”
“그래. 그냥 조용히 여기에 틀어박혀 있는게 답이라고.”
“하아··· 그러기는 답답한데···.”
“너무 설치지 말아. 괜히 또 외출금지 당하지 말고.”
자신도 지난 시즌이 기억에 떠오른듯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카림 아데예미를 제지했다.
“다음 경기를 위해서 푹 쉬어둬.”
“다음 경기? 그거 사우스햄튼이잖아. 그 정도야 뭐, 쉽지 않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