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02)
102화: 9월의 마무리
“레드스타는 명문팀입니다. 정식 명칭은 FC 레드스타 베오그라드. 세르비아의 수도인 베오그라드에 소재한 FK 파르티잔 베오그라드와 더불어서 세르비아를 대표하는 양대 명문팀이고, 유럽 대항전 진출도, 거기서 거둔 성적도 훨씬 훌륭합니다.”
자신의 말을 경청하고 있는 사람들을 한번 둘러본 형민이 쇄기를 박았다.
“랭카셔 주에 위치한 번리 같은 시골팀과는 차원이 다르죠.”
형민의 설명을 듣던 번리 출신의 전 구단주 마이크 갈릭이 불편한 듯이 기침을 했다.
“크흠··· 김, 설명은 잘 알겠지만 자네가 이끄는 번리를 시골이라고 부르는건 좀···.”
“번리는 시골 맞잖아요.”
“아니, 그래도···.”
“솔직히 마이크, 영국 사람 중에서도 번리가 어디에 있는지 정확하게 설명할 수 있는 사람이 몇 명이나 있을까요?”
형민의 자신만만한 도전에 마이크 갈릭이 식은땀을 흘리는게 회의실에 둘러앉은 모두의 눈에 보이는 것 같았다.
“음··· 지도를 주면···.”
“그냥 맨체스터랑 리즈 옆 어딘가에 있지 않나, 라고 하겠지요?”
“크흠···.”
불편하지만 피할 수 없는 진실에 정면으로 강타당한 마이크 갈릭은 고개를 돌려서 다시 헛기침을 했다.
형민은 그런 마이크 갈릭에 아랑곳하지 않고 설명을 계속했다.
“불행 중 다행인건 다음 경기는 터프 무어에서 열리니까, 이동하는 데에 시간을 소요할 필요가 없다는거죠.”
“그럼 불행한건요?”
헬레나의 질문에 형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바로 2일 후에 첼시전이에요. 그러니까 회복 훈련 하루. 경기 준비 하루. 그리고 바로 경기가 또 있는거지요.”
격전이 이어지고 있는 9월의 일정을 다시 한번 체감하게 된 번리의 이사들이 서로 시선을 교환했다.
“헬레나, 마이크, 존. 뭔가는 포기해야 되요. 이전에 션이 번리를 이끌고 유럽 대항전에 참여했던 시즌에, 번리의 프리미어 리그 성적이 어땠는지 기억하세요?”
“…15위였지요.”
기억을 떠올린 존 바나스키위츠가 신음하듯이 대답했다.
“네. 이전 시즌에 7위를 했던 팀이 바로 15위로 주저앉았어요. 저희 같은 소형 구단이 유럽 무대에 진출하는건 엄청난 성과이자 큰 영광이지만, 그 다음 해에 두 마리의 토끼를 쫓다가 리그 결과가 박살이 나는 것으로도 이어질 가능성도 높아요.”
현실을 직시하자는 감독의 말에 이사진들은 아쉬운 표정을 지었지만 동의한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저희 뿐만 아니라, 레스터도 동화 같은 1위를 차지해서 챔피언스 리그에 진출한 바로 다음 시즌에 12위까지 추락했어요. 그나마 그것도 17위까지 추락해서 강등위기를 직면하고, 우승을 이끌었던 클라우디오 라니에리 감독을 해임하는 충격요법까지 동원한 다음에 간신히 회복해서 나온 결과라고요.”
“뭘 말하고 싶은건가요?”
헬레나의 질문에 형민이 이사진을 둘러보았다.
“유로파 리그에서는 조별 예선 통과에 대해서 큰 기대를 하지 않아주셨으면 좋겠어요. 물론 저도 최선을 다할거고, 선수들도 최선을 다하겠지만, 이번에 유로파 리그에서 더 좋은 성과를 내는 것보다 내년에 유로파 리그에 다시 나갈 수 있는 기반을 쌓는게 더 중요하다는 판단입니다.”
이사들이 일제히 침음을 흘렸다.
“젊은 선수들도 우리 구단에 올 때에, ‘지난 시즌에 유로파 리그에 나가서 좋은 성적을 거뒀다’보다 ‘매년 유럽 대항전에 나간다’는게 더 매력적이라고 느낄거에요. 일회성으로 끝난게 아니니까요.”
***
···이라고 분명히 주장했고, 그 주장은 받아들여졌다.
그런데 왜 이렇게 화가 나는걸까, 라고 형민은 고민했다.
주장인 제임스 타코우스키와 왼쪽 공격수 막스 코넷, 중앙 공격수 와우트 웨그호스트를 제외하고는 컵대회와 유럽 대항전은 평소와 같이 새파랗게 젊은 번리의 후보급 선수들 중심으로 선발진이 구성됐다.
점점 팀에 적응도가 눈에 띄게 좋아지고 있는 왼쪽 수비수 미카 마르몰이나 중앙 미드필드의 루카 수키치와 크리스티안 메디나.
아직은 경기마다 기복이 좀 심하고, 오른쪽 측면 공격수가 과연 최적의 자리인지 코치진에게 고민을 안겨주고 있지만 주기적으로 공격 포인트를 올리면서 톡톡히 기여를 하고 있는 리즈의 유망주 조 겔하트.
지난번 스파르타 프라하 전은 예외였다는듯, 평소처럼 줄기차게 패스를 뿌리면서 공격과 수비를 동시에 전개하는 니코 곤잘레스를 중심으로 세르비아의 명문 레드스타를 적절히 잘 상대하고 있다.
문제는 유럽 대항전의 상대를 홈구장에서 ‘적절히’ 상대하면 원정경기에서 제대로 발목이 잡히면서 전체 승점 관리를 실패할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리그의 수준에서 격차가 있다고는 하지만, 유로파 리그에 참여한 팀들은 대부분 자국 리그에서 1위나 2위를 차지하는 정도의 실력자들.
현재 번리의 전력으로는 충분히 발목을 잡히고도 남을 수 있을만큼 전력 차이가 작다.
그런 번리를 상대하는 원정경기에서 4-2-3-1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레드스타는 페널티 박스 안팎으로 촘촘하게 수비 진영을 구축한채 느긋하게 경기에 임했다.
무승부를 통해서 승점 1점을 거두겠다는 의지가 선명한 상대팀의 전술에 번리의 젊은 선수들은 공격할 때에는 특유의 에너지와 활기로 상대를 몰아붙였지만, 웅크려 앉은 상대의 수비에서 틈을 찾거나 만들어내기에는 경험이 여실히 부족했다.
상대편 페널티 박스 중앙을 장악하고 있는 번리의 중앙 공격수 와우트 웨그호스트에게 패스가 잘 연결되지 않는 것도 눈에 두드러진다.
오히려 어설픈 공격 시도 후 공에 대한 소유권이 넘어갈 때마다 레드스타에서 빠르게 역습으로 치고 올라오면서 형민의 간담을 서늘게 한 순간들이 더 많을 정도.
결국 전반전이 끝나가는 시점에 사고가 터졌다.
“아차!”
레드스타의 페널티 박스 앞에서 공을 돌리면서 공격 작업을 전개하던 번리의 젊은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메디나가 당혹스러운 외침을 내뱉었다.
공이 발을 떠나는 순간 잘못 맞은 것을 알았다.
오른쪽 측면으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가져가던 번리의 오른쪽 공격수 막스 코넷에게 연결되어야 하는 패스였다.
그런데 공이 살짝 빗맞으면서 갑자기 수비 진영에서 튀어나온 레드스타의 중앙 수비수 알렉산다르 드라고비치의 정면으로 향하면서 완벽하게 차단 당했다.
“오히!”
오스트리아 대표팀 소속으로 곧 A매치 100경기 출전을 눈 앞에 두고 있는 베테랑 수비수는 패스를 끊어내자마자 최전방을 향해서 공을 깊숙히 찔러주었다.
공이 향한 곳은 레드스타의 최전방에서 악전고투를 벌이면서 어떻게든 번리의 공격 작업을 방해하려고 덤벼들던 중앙 공격수 오히 오모이주안포.
노르웨이 국가대표팀 소속의 공격수는 번리 골문을 등진채 고개를 살짝 돌려서 정확하게 그의 머리를 향해서 날아오는 패스를 부드럽게 옆에 떨궈주었다.
공을 받는 대상은 레드스타의 왼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던 알렉산다르 카타이.
세르비아와 스페인, 그리고 미국까지 다양한 리그를 거쳐서 다시 모국으로 복귀한 베테랑 공격수는 주어진 기회를 놓치지 않고 앞으로 공을 길게 밀어내면서 번리의 페널티 박스에 파고들었다.
“네이선! 제임스!”
번리의 골문을 지키던 골키퍼 베일리 피콕-파렐이 다급하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제임스 타코우스키는 공격 작업에 가담하기 위해서 하프라인까지 전진했다가 이제야 몸을 돌려서 복귀하고 있다.
나머지 수비수들이나 수비형 미드필더인 니코 곤잘레스도 필사적으로 달려오고 있지만 시간 내에 도착하기 어렵다.
“내가 막을께!”
1대 1 상황을 마주하게 된 번리의 수비 유망주 네이선 콜린스는 긴장으로 떨리는 심장을 가라앉히면서 레드스타의 공격수를 상대했다.
골문을 오른쪽 어깨 너머로 두고, 상체를 낮춘 몸을 살짝 옆으로 틀어서 다시 외곽으로 상대 선수를 몰아내려는 움직임.
돌파만 막아내면서 시간을 끌면 끌수록 지원이 달려오고 있는 번리에게 다시 우위가 넘어간다.
시간 싸움과 수 싸움, 그리고 인내력 싸움.
레드스타의 공격수 알렉산다르 카타이도 이를 잘 인지하고 있었지만, 베테랑 답게 서두르지 않고 틈을 노렸다.
한 명은 수비에 집중하면서 시간을 끌려고 하고, 다른 한 명은 빨리 공격을 전개해서 슈팅까지 이어가야 하는 상황.
순간, 알렉산다르 카타이의 등 뒤에서 레드스타의 붉고 흰 줄무늬 유니폼이 움직이는게 그와 수싸움을 벌이고 네이선 콜린스의 시야에 들어왔다.
혹시나 레드스타의 중앙 공격수 오히 오모이주안포가 페널티 박스에 침투하고 있는지 확인하려고 잠깐 눈이 돌아가는건 피할 수 없는 수비수의 본능.
그리고 상대에게서 눈을 뗀 그 반호흡도 안 되는 순간에 알렉산다르 카타이는 오른발을 이용해서 네이선 콜린스의 다리 사이로 공을 밀어넣었다.
“으앗!”
실수했다는 것을 깨달은 네이선 콜린스는 짧은 비명과 함께 페널티킥을 내어줄 것을 감수하고 그대로 태클을 날렸다.
그러나 알렉산다르 카타이는 제자리에서 속도가 붙지 않은 태클을 손쉽게 피하면서 번리의 젊은 수비수를 제껴버렸다.
오른발로 밀어넣은 공을 다시 왼발로 이어받으면서 상대편 수비수를 돌파.
공의 소유권을 유지한 레드스타의 베테랑 공격수는 번리의 골문까지 이어지는 길이 열리자 그대로 골문 오른쪽으로 슈팅을 날렸다.
네이선 콜린스가 정면 돌파는 어느 정도 시간을 끌어줄 수 있을거라고 기대하고, 중앙이나 왼쪽에서 상대편 선수가 침투하는 것을 막기 위해서 조금 왼쪽으로 치우친 위치를 잡고 있었던 베일리 피콕-파렐이 다급하게 오른쪽으로 몸을 날렸지만 이미 늦었다.
“으아아아!!!”
번리까지 응원을 온 소수의 원정팬들이 레드스타의 붉은 깃발을 휘두르면서 미친듯이 환호하는 가운데, 번리의 골네트가 공으로 출렁였다.
“안 돼.”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환호하던 레드스타 선수들을 지켜보던 형민이 뒤를 돌아보자, 그의 옆에 서 있던 카롤리나가 즉시 말했다.
“…난 아무 말도 안 했어.”
“닥치고 경기나 봐. 안 된다고 했다.”
“아니, 난 아무 말도 안 했다고.”
“지금 후반전에 드와이티랑 벤야민이랑 세바스챤을 투입해서 공격에 박차를 가할 생각했잖아. 안 된다고.”
드와이트 맥닐, 벤야민 셰슈코, 세바스챤 셰만스키까지 투입해서 공격진을 대폭 강화하겠다는 계획.
형민은 자신의 친구이자 수석코치를 어이없는 표정으로 바라봤다.
“넌 독심술도 하냐?”
“아니. 내가 지금 그렇게 하고 싶거든. 그러니까 너도 그렇게 하고 싶을거라고 생각했지.”
“그러면 왜 말리는건데?”
“여기서는 말리는게 수석코치의 본분을 다하는거니까. 나도 참기 힘드니까 그냥 닥치고 있어. 첼시한테 잔뜩 털리고 집에 가서 또 울지 말고.”
“우씨···.”
수석코치의 뼈때리는 고언에 형민은 온갖 인상을 다 지으면서 다시 경기장으로 눈을 돌렸다.
“누가 알아? 애들이 터프 무어에서 레드스타를 잡을지?”
“음··· 지금 꼬락서니를 보면 왠지 그런 가능성이 희박해보이는데?”
“….”
***
결국 번리는 9월에 치른 7경기에서 4승 2패를 거두면서 성공적인 한 달을···.
···보내지는 못했다.
4승 가운데 1승은 카라바오 컵에서 3부 리그인 포레스트 그린을 상대로, 그리고 2승은 유로파 리그 조별 예선에서 승리를 거뒀다.
덕분에 카라바오 컵 4라운드에 진출했고 유로파 리그에서는 조 1위를 차지하고 있지만, 가장 중요한 리그에서는 본머스를 상대로 1승을 거둔 것 외에는 아스톤 빌라와 사우스햄튼을 상대로 각각 1대 2로 패배.
프리미어 리그 7라운드까지 끝난 지금, 번리는 리그에서 유럽 대항전 진출권 바깥 순위인 7위를 기록하고 있다.
더 신나는건 10월에는 무려 9경기를 치뤄야 한다는 것.
휴식일은 커녕 회복 훈련도 제대로 할 수 있을지 고민되는 상황에서, 형민은 헬레나의 연락을 받고 그녀의 집무실로 향했다.
그러나 정작 그를 부른 대표이사는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헬레나는 자신의 사무실을 정처없이 배회하면서 핸드폰을 귀에 댄채 대화를 이어갔다.
[…아니에요, 엄마. 아니, 12월에는 갈 수 있는데, 크리스마스 이전에는 다시 돌아와야 할 것 같아요.] […네? 아니, 영국도 크리스마스는 쉬어요. 아, 근데 축구는 안 쉬어요. 축구 경기는 계속 열려요.] […제가 경기를 뛰는건 아니지만, 1월에 이적시장이 열리거든요.] […이적시장이요? 아니 그 왜··· 선수를 사고 파는거에요.] […선수가 노예냐고요? 아니, 당연히 아니지요. 선수를 출전시킬 수 있는 계약을 주고 받는거에요. 아니 엄마, 대체 왜 이러시는거에요? 엄마는 스포츠는 이것저것 다 챙겨보시니까 이런건 다 알고 계실거 아니에요?!] […아. 아, 네. 네, 죄송해요.] […그럼요. 그럼요. 절대로 그렇게 생각하지 않아요. 네.] […아니요.] […그럼요. 그럼그럼. 아 근데 엄마, 저 이제 가봐야 해요. 미팅이 있거든요.] […네, 엄마. 저도 사랑해요.]길었던 통화를 끝내자 헬레나는 바닥에 휴대폰을 떨어뜨리고는 힘없이 소파 위에 너부러졌다.
그녀와의 미팅을 위해서 반대편 소파에 앉아서 기다리고 있던 형민은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죄송해요. 제가 나가서 기다렸어요 하는데.”
“아니에요. 제가 오히려 죄송해요. 전화가 너무 길어져서. 근데 미팅이 있다는 핑계라도 대지 않으면 엄마는 몇 시간이고 전화를 붙잡고 온갖 얘기를 다 할게 분명했을테니까요.”
헬레나는 긴 한숨을 토해냈다.
“거기 날씨는 어떠냐, 밥은 잘 챙겨먹고 다니냐, 괜찮은 남자는 없냐, 결혼은 언제 할거냐 등등. 그러다가 조카 얘기나 오빠 얘기나 동생 얘기나 아빠 얘기로 흘러가고, 그러면 또 한 세월이에요.”
“아, 조카가 있나요?”
형민의 질문에 헬레나의 얼굴에 미소가 떠올랐다.
“써드의 아이가 둘 있어요. 첫째는 안나. 둘째는 마크. 둘 다 아직 5살도 안 됐어요. 천사 같이 귀여운데 아일린, 그러니까 오빠의 아내의 말로는 그렇게 사고뭉치가 없다고···. 보니 앤 클라이드 같다고 하더라고요.”
“보니 앤 클라이드가 뭐죠?”
“보니 앤 클라이드 몰라요? 20세기 초반에 미국에서 악명이 높았던 커플 강도단이에요. 막 영화도 만들어지고 그랬는데, 여튼···.”
조카들에 대해서 얘기하면서 밝아졌던 헬레나의 표정이 다시 어두워졌다.
“암울한게 뭔지 알아요?”
“뭐가요?”
“조너선 랜드리스가 와서 그러는데, 우리 남유럽 스카우트인 루이스 곤잘레스가 아스널한테 제안을 받았다는거에요. 우리가 이번에 스페인에서 계속 좋은 선수들을 임대해오니까 실력을 좋게 봤나봐요. 알아요?”
좁디좁은 축구계에서 누군가 실력 발휘를 제대로 하기 시작하면 다른 사람들의 눈에 띄는건 금방이다.
특히 번리와 같은 소형 구단에서 지난 시즌에 영입하거나 임대한 유망주들이 일제히 대박을 터뜨리자 대형 구단들이 더더욱 관심을 가지는 것은 당연하다.
선수 자체에 대한 관심도 있겠지만, 좋은 선수를 골라낼 수 있는 선구안을 가진 스카우트는 그야말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
번리의 풋볼 디렉터인 조너선 랜드리스를 데려오기에는 기존에 있던 누군가의 자리를 비워야 하니까, 스카우트들에게 일단 손을 뻗치기 시작한 모양이다.
“얼핏 듣기는 했습니다.”
알기는 아는데 크게 관여는 하고 있지 않다는 투로 형민이 대답하자, 헬레나가 다시 한숨을 지었다.
“조너선은 그가 빠지면 스페인쪽 스카우팅은 누가 할지, 바르셀로나와의 좋은 관계는 누가 유지해줄지 온갖 걱정을 다 하고 있는데, 저는 무슨 생각을 했는지 아세요?”
“뭔데요?”
“아, 루이스 곤잘레스가 아스널에 가면 55만 파운드의 위약금을 받겠구나. 이 동네는 사람이 움직이면 무조건 돈을 받으니까 참 좋구나, 라고 생각하고 있었어요.”
“…아.”
의외의 발언에 형민이 당혹스러워하는 것처럼 헬레나도 자신이 싫다는 표정을 지었다.
“내가 너무한거 아닐까요? 분명히 같이 일하던 동료인데, 빈자리를 보면서 자연스럽게 그걸 비용과 수익으로만 계산하고 있다는게?”
“뭐···.”
형민은 필사적으로 머리를 굴려서 밝은 면을 찾아보려고 노력했다.
“…기왕 가는 김에 아스널한테 선수 임대나 해달라고 할까요?”
“푸하핫! 그거 좋은 생각이에요!”
킬킬 대면서 웃던 헬레나는 자신의 책상 위에 놓여져 있던 노트북을 가지고 형민의 맞은편에 앉았다.
“뭐, 루이스가 떠나면 어떻게 할지는 이제부터 조너선이 걱정해야 할 문제니까 그건 알아서 하라고 하고요. 오늘 형민을 부른건 의견을 묻고 싶어서에요.”
“어떤 의견인가요?”
무릎 위에 펼쳐놓은 노트북에서 파일을 찾아서 열은 헬레나는 형민이 스크린에 띄워진 자료를 볼 수 있도록 노트북을 무릎 위에서 돌렸다.
“터프 무어를 개축하는 계획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