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03)
103화: 쉬지 않고 달려간다
“터프 무어를··· 개축한다고요?”
형민은 당혹스러운 표정으로 중얼거렸다.
“맞아요. 지금 이사진들과 함께 논의하고 있는데, 단기적으로 광고나 마케팅 수입을 올리는 것 말고 장기적으로 번리의 재정을 개선할 수 있는 핵심은 경기장이라는 데에 모두 동의를 했어요.”
“어···. 근데 그걸 왜 저랑 의논하시나요?”
재정적인 관점에서의 구단 경영이나, 하다못해 경기장의 구조나 건축 같은거에 대해서도 전혀 모른다는 감독에게 헬레나가 고개를 저었다.
“그래도 큰 영향이 있을테니까, 감독인 형민의 의견을 듣고 싶었어요.”
“음··· 제 의견이요?”
“네. 예를 들자면, 감독의 입장에서 지금 경기장의 상태는 어떤지. 만약에 개축이 된다면 선수단에게는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지. 그런거요.”
“아···.”
헬레나가 제시한 관점들을 잠시 고민하던 형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 일단 터프 무어의 시설이 낙후된건 사실입니다. 맨체스터나 런던에 위치한 최상위권 구단들보다 시설이 뒤쳐지는건 당여한지만, 감독 입장에서 경기장 설비가 노후화된건 다른 경기장을 방문해보면 느낄 수 있어요.”
머릿속에 떠오른 생각을 정리하면서 형민은 말을 이어갔다.
“그런데 순수하게 선수단의 관점만 본다면 경기장의 상태보다는 잔디의 상태가 더 중요하거든요? 라커룸을 이용하는 것을 제외하면 사실상 잔디 위에서 대부분의 시간을 보내니까. 그리고 터프 무어의 잔디나 경기 환경 자체는 꽤 훌륭해요.”
“그렇군요. 그럼 잔디와 같은 경기 시설은 그대로 유지할 수 있고, 팬들을 향한 것들을 손보면 되겠네요. 스탠드를 확장해서 좌석을 늘리거나, 편의시설 같은걸 확충하는거요.”
“어···. 그게 좋기는 합니다만, 저희가 그럴 자금이 있나요?”
형민의 질문에 헬레나가 잠시 그의 눈을 피했다.
“…사실 그래서 물어보고 싶은게 있었는데··· 여기서 조금 더 재정적으로 긴축이 되도 괜찮을까요?”
“뭐라고요?!”
***
러시아의 올리가르히 로만 아브라모비치에서 미국의 재벌 토드 보엘리가 이끄는 컨소시움에 인수된 첼시 풋볼 클럽.
첼시를 유럽 챔피언스 리그 우승으로 이끌었던 토마스 투헬 감독을 지난 시즌에 성적 부진으로 경질하고 프랑스의 레전드 지네딘 지단을 감독으로 임명했지만, 이번 시즌에도 확실한 성적 반등을 확인하지 못하고 있다.
런던의 지역 라이벌인 아스널 원정경기에서 1대 0으로 패배한건 그럴 수 있다고 해도, 이번 시즌에 새로운 승격팀인 웨스트브롬 원정경기에서 충격적인 2대 0 패배를 거둔건 첼시 관계자들이든 제3자이든 심각한 위기로 받아들였다.
다행히 다음 경기인 아스톤 빌라에서 1대 0으로 승리를 거뒀지만, 8라운드에서 맞붙는 번리는 지난 시즌에 1승 1패로 비등한 성적을 거두고 결국 리그에서 6위를 차지해서 첼시를 7위로 밀어낸 상대.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첼시 팬들의 간담을 서늘하게 하는 장면들이 연속으로 벌어지고 있었다.
경기가 시작한지 이제 2분.
세바스챤 셰만스키, 토마소 포베가, 그리고 니콜라스 세이왈드까지 선발 출전한 번리의 미드필더 3명이 중앙에서 패스를 주고 받으면서 첼시의 선수들을 끌어들였다.
오늘 첼시의 미드필드를 구성하고 있는건 은골로 캉테, 메이슨 마운트, 그리고 조르지뉴.
은골로 캉테는 탁월한 활동량과 빼어난 수비력으로 세계 최고의 수비형 미드필더라고 호평을 받았지만, 올해 31살이 되면서 부상을 입는 빈도가 늘어나면서 동시에 경기장에 미치는 영향력이 조금씩 쇠퇴하고 있었다.
메이슨 마운트는 첼시의 유소년 출신으로 23살의 젊은 나이에 이제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서 주전급으로 올라서면서 뛰어난 공격력과 활동량을 선보였지만 수비력에서는 큰 기대를 걸기 어렵다.
그리고 조르지뉴는 엄청난 패스 능력을 자랑하지만 활동량이나 수비력에서는 확연히 약점이 존재한다.
첼시의 지네딘 지단 감독은 3명의 미드필더들이 각자 다른 장점을 가지고 서로의 단점을 보완하기를 기대했는데, 번리의 젊은 미드필더들은 프랑스 출신의 명장의 기대를 배신했다.
“카림!”
“앗!”
그동안 탁월한 수비력으로 번리의 미드필드 장악에 기여했지만 공격 전개에는 특출난 부분이 없었던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첼시의 왼쪽 측면으로 꿰뚫는 기습적인 롱패스를 날려보냈다.
저 괴물 같은 니콜라스 세이왈드에게서 공을 뺐느니 차라리 패스를 차단하는게 낫겠다고 생각한 첼시의 미드필더들이 번리의 다른 미드필더들을 향하는 패스 길목을 가로막고 그를 비워둔 순간에 발생한 일.
그동안 형민의 지시 하에 수석코치인 카롤리나에게서 패스 실력을 늘리기 위한 지옥훈련을 받아왔던 니콜라스 세이왈드.
본인도 같은 숙소에 있는 니코 곤잘레스를 붙잡고 패스에 대해서 특훈을 받을 정도로 열정적으로 훈련에 임했는데, 오늘 경기에서 드디어 감독과 수석코치로부터 봉인 해제를 허락받았다.
아직은 투박하고 둔탁한 패스였지만, 중요한건 상대편이 전혀 예상하지 못한 기습적인 패스라는 것.
그리고 공을 이어받은게 번리에서 가장 발이 빠른 카림 아데예미라는 것.
“좋았어!”
전속력으로 달려가서 오랜 친구의 패스를 받아낸 번리의 오른쪽 공격수 카림 아데예미는 속도를 그대로 살려서 첼시의 페널티 박스를 순식간에 돌파했다.
번리의 공격 전개를 막기 위해서 수비 라인을 올리고 있던 첼시의 수비수들이 모두 페널티 박스를 비운 상황.
역습에 당황한 첼시의 수비수들이 허겁지겁 달려오고 있지만 턱도 없이 늦게 도착할게 분명하다.
그렇게 카림 아데예미는 기습적인 공격에도 당황하지 않고 골문에서 뛰쳐나와서 슈팅 각도를 좁히는 첼시의 콜키퍼 에두아르 멘디와 1대 1 상황을 마주했다.
서로가 서로에게 전속력으로 달려가는 가운데, 에두아르 멘디가 양 팔과 양 다리를 활짝 벌리면서 슈팅 각도를 최대한 차단한채 카림 아데예미에게 몸을 날려왔다.
털끝만큼이라도 공이 자신의 발 끝에서 멀어지면 바로 에두아르 멘디의 몸에 걸리면서 공격이 차단되는 순간.
카림 아데예미는 상대팀 골키퍼의 다리 밑으로 공을 밀어넣는 동시에 몸을 위로 띄워서 허들 선수처럼 에두아르 멘디를 뛰어넘었다.
“아아!!!”
홈팬들과 골키퍼의 탄식이 동시에 울려퍼지는 가운데, 텅 빈 골문을 마주한 카림 아데예미는 살짝 비틀거리면서도 오른발로 골문을 향해 공을 밀어넣었고···.
···정확하게 골 포스트를 맞추고 공이 골라인 밖으로 튀어나가는 기예를 선보였다.
“으아아악!”
카림 아데예미와 번리 선수들, 그리고 형민을 비롯한 벤치에 앉아 있는 코치진과 후보 선수들까지 모두 머리를 감싸안았다.
“정신 차려! 단단히 지키면서 기회를 노리란 말이야! 서두르지 말라고! 집중하라고!”
전반 20분.
자신들의 홈구장에서 슈팅은 0개.
그러니까 당연히 유효슈팅도 0개, 기대득점도 0점.
그런데 상대팀은 슈팅 8개에 유효슈팅 4개.
기대득점이 1.62점인데,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골 포스트를 맞춘 카림 아데예미의 기예만 아니었다면 이미 2골 정도는 내줬을 거다.
완벽하게 밀리고 있는 자신의 팀을 지켜보던 첼시의 감독 지네딘 지단은 대머리까지 시뻘게질 정도로 고함을 지르면서 어이없는 경기를 펼치고 있는 자신의 선수들에게 분노를 표출했다.
선수로서는 프랑스 국가대표팀에서 월드컵과 유로를 우승했고, 프랑스와 이탈리아와 스페인 리그 우승 및 챔피언스 리그 우승과 함께 발롱도르까지 수상하면서 축구 역사상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하나로 손꼽혔다.
그리고 감독으로서는 스페인 리그 우승과 전무후무한 유럽 챔피언스 리그 3연패를 달성했다.
경기 초반에 뭔가 나사가 하나 풀린 것처럼 흐느적거리던 첼시의 선수단도 홈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버티고 선 감독의 분노에 가득찬 외침에 바짝 긴장감을 올라가기 시작했다.
반대로 선수로서는 보여준게 하나도 없고, 감독으로서는 이제 조금씩 명성을 알려기기 시작한 원정팀 감독은 자신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초조하게 중얼거렸다.
“얘들아··· 왜 이러니. 빨리 하나 넣어줘···.”
번리의 4번째 유효슈팅이 첼시의 골키퍼 에두아르 멘디에게 잡히는 것을 본 형민은 등 뒤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유로파 리그에서 주전들에게 대거 휴식을 주면서 애써 체력을 비축했건만.
첫 20분 동안 분명히 들어갔어야 하는 골들이 안 들어가는 것을 보면서 선수들이 불안해하기 시작했다.
방금 전에도 절호의 찬스에서 슈팅을 날렸지만,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각도에서 방어에 성공한 상대팀 골키퍼에게 슈팅이 가로막힌 번리의 중앙 공격수 벤야민 셰슈코도 주변을 돌아보면서 황당한 표정을 짓고 있다.
이렇게 되면 각본상 꼭···.
“골! 골입니다! 첼시의 9번, 로멜루 루카~쿠~!!!”
장내에서 아나운서의 음성과 홈팬들의 희열에 찬 함성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형민은 머리를 감싸쥐었다.
골키퍼 에두아르 멘디가 길게 던진 공이 미드필드에서 수비쪽으로 깊게 내려앉은 조르지뉴에게 연결.
번리의 선수들이 그를 압박하기 전에 조르지뉴가 최전방으로 보낸 패스가 첼시의 중앙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로멜루 루카쿠에게 연결됐다.
에버튼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거쳐서 2020/21 시즌에 인터밀란 소속으로 이탈리아 세리아A를 평정한 후 친정팀인 첼시로 복귀한 29살의 베테랑 공격수.
지난 2021/22 시즌에는 토마스 투헬 감독의 전술에 대한 적응 문제와 인터밀란에 대한 애정을 드러내면서 자신이 기록한 첼시의 클럽 신기록인 9,750만 파운드에 비해서 형편없는 활약을 펼쳤다는 매서운 비판을 받았다.
결국 첼시에서 실패한 것을 인정하고 인터밀란으로 돌아간다는 소문이 많았지만, 지난 시즌 후반기에 부임한 지네단 지단 감독의 지휘 하에 새로운 전술에 대한 적응도를 높여가더니, 이번 2022/23 시즌부터 제대로 실력을 발휘하고 있다.
로멜루 루카쿠는 뒤에서 그를 압박하는 번리의 중앙 수비수 제임스 타코우스키를 등진채 가슴으로 공을 옆으로 떨궈내는 동시에 몸을 돌리는 턴까지 한번의 동작으로 완성했다.
그의 왼쪽 어깨에 튕겨진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한쪽으로 밀려난 가운데, 일시적으로 공간을 확보한 로멜루 루카쿠가 회전하는 관성을 그대로 이용한 오른발을 가볍게 휘둘러서 슈팅을 완성.
번리의 골키퍼 닉 포프가 몸을 날리지도 못할만큼 빠른 순간에 로멜루 루카쿠의 발을 떠난 공이 번리의 골네트를 뒤흔들었다.
팀 성적의 부진에도 불구하고 이번 2022/23 시즌에 7경기에서 7골.
명불허전의 실력을 선보이는 월드클래스 공격수의 몸놀림에 형민이 혀를 찼다.
“확실히 상대하기 어렵기는 하네.”
지난주의 비디오 분석에서 단독으로 상대팀 수비진을 부수면서 페널티 박스를 장악할 수 있던 월드클래스 공격수 중 한 명으로 로멜루 루카쿠를 꼽았던 카롤리나가 혀를 차면서 말했다.
형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번리가 첼시를 상대팀 진영에 가둔채 두들겨 패고 있고, 오히려 첼시가 빠른 역습으로 골을 넣고 있다.
일반적으로 두 팀을 생각했을 때에 상상할 만한 상황이 정반대로 벌어지면서 골치가 아파왔다.
“그래도 애들이 기분 나빠하는건 좋네.”
첼시 선수들의 열광적인 자축 장면을 지켜보는 번리의 젊은 선수들이 모두 얼굴이 딱딱하게 굳어 있다.
특히 지난 20분 동안 결정적인 기회를 몇 번 놓쳤던 벤야민 셰슈코와 카림 아데예미의 표정이 장난 아니다.
“하아··· 그나마 불행 중 다행인건가···.”
첼시나 지네딘 지단이나 선수단의 이름값에 두려워하기 보다는 지고 있는 지금 상황을 불만족스러워 하는 선수단을 보면서 형민이 중얼거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