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04)
104화: 쉬지 않고 달려간다
“빨리 자리에 앉아주세요!”
하프타임 휘슬이 울리자마자 라커룸으로 달려서 들어온 형민이 선수들을 맞이하면서 외쳤다.
음료수들이 나눠지고, 상황에 따라서는 선수들이 피트니스 코치인 파울루 모라오나 팀닥터 사이먼 모리스와 자신들의 몸 상태에서 대해서 낮고 다급하게 의견을 교환하는 가운데, 형민이 라커룸 중앙으로 작전판을 끌어냈다.
“자, 잘 봐요.”
전반전의 남은 25분 동안 첼시를 계속 몰아쳤지만, 여전히 점수는 1대 0.
그러나 치명적인 한 번의 역습 외에는 별다른 위협을 허용하지 않았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형민은 재빨리 첼시의 4-3-3 포메이션을 작전판 위에 나열한 다음에, 중앙 미드필드를 가르켰다.
“우선, 중요한건 지금 우리가 한 골을 뒤지고 있다는게 아니에요.”
자신을 바라보는 선수들을 둘러보면서 형민이 한마디 한마디 힘주어 말했다.
“지금 상황을 불만족스러워 하는건 우리 뿐만 아니라 첼시도 똑같다는거에요. 겨우 번리를 상대로 홈에서 난타를 당하고 있으니까, 그쪽도 열이 뻗칠대로 뻗쳤을 거에요.”
웃어야 하는지 화를 내야 하는지 선수들 사이에서 온갖 표정이 교차하는 가운데, 형민이 역삼각형으로 배치되어 있던 첼시의 미드필드를 정삼각형으로 변형시켰다.
“전반전에는 조르지뉴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섰지만, 실질적으로는 공 배급만 하고 중앙 미드필드로 나온 은골로 캉테가 수비와 중앙을 지키는걸 모두 담당하고, 메이슨 마운트는 공격적으로 움직였어요.”
형민은 메이슨 마운트를 상징했던 미드필드의 표식 하나를 밑으로 끌어내렸다.
“하지만 메이슨 마운트가 침투하는 움직임을 계속 가져가기에는 미드필드의 주도권 싸움에서 계속 밀리고 있으니까, 방식을 바꿀거에요. 지금 첼시의 벤치 상황을 고려하면 메이슨 마운트가 빠지고, 마테오 코바치치가 들어오면서 캉테랑 같이 중원 싸움에 가담할 겁니다.”
인터 밀란과 레알 마드리드를 거쳐서 마침내 첼시에 정착한 28살의 크로아티아 국가대표팀 미드필더는 수비와 공격, 그리고 활동량과 패스 능력까지 두루 겸비한 만능형 미드필더.
“은골로 캉테한테 쏠려있던 수비 부담을 분산하고, 또 조르지뉴한테 의존했던 롱패스에서 벗어나려고 할거에요.”
선수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이번에는 첼시의 측면 공격수들의 차례였다.
“솔직히 로멜루 루카쿠 정도가 아니라면 우리 페널티 박스에 마음대로 침투하기는 쉽지 않아요. 적어도 오늘처럼 미드필드에서 밀리고 있을 때에는.”
미드필드 싸움에서 우위를 점해서 미리 번리의 수비진을 흐트려뜨리지 않는다면, 첼시가 보유한 기술적인 선수들이 아직도 션 다이쉬 시절의 과격한 수비에 대한 전통을 잃지 않은 번리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 마음껏 움직이기가 쉽지 않다.
“그러니까 측면 공격은 더 직선적으로 가져가고, 침투보다는 로멜루 루카쿠에게 크로스를 이어서 뭔가 만들어보려고 할 가능성이 더 높아보여요.”
형민은 오른쪽 측면 공격수를 나타내는 표식을 두들겼다.
“오늘 카이 하베르츠가 오른쪽 측면에서 자말이랑 압두한테 완전히 틀어막혔으니까, 교체를 해볼거에요. 첼시의 벤치 중에서 나올 수 있는건 크리스티안 풀리시치랑 칼럼 허드슨-오도이 중 하나인데, 크리스티안 풀리시치는 속도보다 기술이 장점인 선수니까 아마도 칼럼 허드슨-오도이가 나올거에요.”
미드필드를 장악해서 번리의 공격 전개를 차단하고, 첼시의 왼쪽 측면에 선발 출전한 페드로와 함께 좌우 측면에서 빠르게 사이드라인을 타고 들어가서 크로스를 올리면 로멜루 루카쿠가 직접 해결하거나 그 다음 기회로 연결한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가 절실한 지네딘 지단 감독 입장에서 어떤 상황에서도 믿을 수 있는 월드클래스 공격수와 다양한 전술적인 역할을 수행할 수 있는 두터운 벤치를 최대한 활용하는 전술이다.
상대팀 감독의 전술적인 변화를 예상한 형민이 자신만 바라보고 있는 선수들을 둘러보았다.
“자, 그럼 우리는 이걸 역이용할거에요.”
“이런 X발.”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첼시의 지네딘 지단 감독은 나직하게 욕설을 내뱉었다.
전반전 내내 첼시를 괴롭게 만들던 번리의 미드필드 주도권을 빼앗고 로멜루 루카쿠를 최대한 활용하는 방식으로 작전을 변경했더니···.
···번리의 젊은 감독은 아예 미드필드를 통째로 포기하고 극단적인 측면의 속도전으로 올인해버렸다.
내가 원래 이렇게 읽기 쉬운 사람이었어?
지네딘 지단 감독은 암담한 표정으로 그와 함께 전술을 세웠던 다비드 베토니 수석코치를 돌아보았지만, 감독 생활 내내 그의 옆에서 함께 팀을 지휘했던 베테랑 코치도 참담한 표정을 숨기지 못한채 고개를 저을 뿐이었다.
‘런 앤 건 (Run and Gun)’.
일반적으로 농구에서 많이 사용되는 표현으로, 많이 뛰고 자주 슈팅을 날리는 전술 방식을 의미한다.
형민이 하프타임 때에 선수단에게 주문한게 바로 이 ‘런 앤 건’이었다.
슈팅과 유효슈팅이 높은데 골이 안 들어간다고?
그럼 그냥 슈팅을 더 많이 때려.
상대편이 미드필드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서 올인했다고?
그럼 미드필드는 그냥 내줘.
상대편이 우리보다 더 기술적으로 훌륭하다고?
그럼 우리가 훨씬 더 훌륭한 활동량과 체력으로 경쟁해.
세바스챤 셰만스키와 교체된 니코 곤잘레스가 토마소 포베가와 나란히 깊게 내려앉으면서 중앙 수비수인 제임스 타코우스키와 압두 디알로와 함께 단단하게 정사각형의 수비 진영을 구축했다.
그리고 그 위에서는 후방이 든든하게 지켜지면서 역습에 대한 부담감이 사라진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고삐 풀린 호랑이처럼 날뛰면서 첼시의 은골로 캉테, 마테오 코바치지, 그리고 조르지뉴까지 무려 3명을 혼자서 압박했다.
일단 조르지뉴에게 공이 넘어가는 순간 저 미친듯한 활동량을 보유한 괴물이 바로 태클이든 몸싸움이든 격렬한 압박이든 걸어서 공을 빼앗으니까, 무서워서라도 조르지뉴 쪽으로 공이 안 넘어간다.
그렇게 미드필드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핵심 고리를 봉쇄해버린 가운데, 어떤 상황에서든 공을 뺏으면 번리는 그 즉시 왼쪽의 드와이트 맥닐, 오른쪽의 카림 아데예미, 아니면 중앙의 벤야민 셰슈코에게 롱패스를 날렸다.
번리의 수비 사각형을 구축하는 4명의 선수 모두 평균 이상의 패스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니콜라스 세이왈드조차 점점 패스에 눈을 뜨고 있으니까 가능한 방식.
공이 연결되서 슛까지 이어지면 좋고.
아니면 다시 공을 뺏어서 슈팅을 날리면 된다.
후반전에 모든 체력을 불태우겠다는듯, 무한정 뛰고 뛰고 또 뛰면서 압박과 역습을 전개하는 방식이다.
반면에 공을 확보한 첼시의 측면 공격수 페드로와 칼럼 허드슨-오도이가 크로스를 보내면?
안타깝게도 첼시의 중앙 공격수 로멜루 루카쿠는 무려 4명의 번리 선수들이 때로는 번갈아가면서, 때로는 협력하면서 사방에서 동시다발적으로 치이자 무력화 됐다.
그보다 번리의 측면 수비수들과 측면 공격수들의 협력 수비로 2대 1 상황에서 첼시 선수들이 크로스조차 올려보내지도 못하고 공격이 차단되는게 더 빈번하게 일어나고 있지만.
번리의 측면 공격수들은 지치지도 않는지, 수비에 가담해서 공을 빼앗자 즉시 최전방까지 단숨에 뛰어올라가면서 공격에 가담했다.
그리고 번리의 파상공세에 첼시는 무릎을 꿇었다.
“골! 골입니다. 후반 56분, 번리의 3번째 골은 10번 벤야민 셰슈코. 점수는 이제 1대 3. 1대 3입니다.”
“으아아아!!!”
경기장 아나운서의 메마른 목소리 너머로 열광하는 번리 선수단과 원정팬들의 환호가 울려퍼졌다.
첫번째 골은 후반 49분에 번리의 페널티 박스 오른쪽에서 협력수비로 첼시의 왼쪽 공격수 페드로에게서 공을 빼앗은 구가가 경기장을 대각선으로 가로지르는 패스를 보내면서 시작됐다.
패스를 이어받은 번리의 왼쪽 공격수 드와이트 맥닐은 바로 페널티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보냈고.
경험은 많지만 이제 속도나 순발력이 점차 하락하고 있는 첼시의 중앙 수비수 티아고 실바를 따돌린 번리의 중앙 공격수 벤야민 셰슈코가 그대로 헤딩으로 골네트를 뒤흔들었다.
후반전이 시작하자마자 동점골을 내준 첼시 선수들이 어수선한 가운데, 번리 선수들은 기회를 놓치지 않겠다는듯 공세를 이어갔다.
두번째 골은 후반 53분에 아까와 똑같은 장면이지만 거울처럼 좌우가 뒤바뀐 상황 속에서 번리의 왼쪽 수비수 자말 루이스의 롱패스를 받은 번리의 오른쪽 공격수 카림 아데예미가 혼자서 돌파 후 슈팅으로 마무리.
그리고 3번째 골은 후반 56분에 첫번째 골과 판박이처럼 똑같은 상황.
다만 이번에는 드와이트 맥닐이 위로 띄운 크로스가 아니라 잔디에 깔리듯이 낮고 매섭게 보낸 크로스를 다시 한번 티아고 실바를 따돌리는 데에 성공한 벤야민 셰슈코가 가볍게 오른발을 가져다 대면서 골.
지네딘 지단 감독의 전술 변화를 제대로 파고들은 번리 선수들의 움직임에 불과 6분 만에 3골을 실점한 첼시의 선수들과 홈팬들의 얼굴에는 좌절이 가득했다.
“계속 할거야?”
자축하는 선수들을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바라보던 형민에게 카롤리나가 다가와서 물었다.
“뭘?”
친구이자 감독의 질문에 수석코치는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만 경기할건 아니잖아. 이렇게 체력을 소진시켜버리면 다음 경기에서는 선발 명단을 통으로 갈아엎어야 한다고. 문제를 인식하고 있기는 하는거야?”
벤치에 앉아서 태블릿으로 선수들의 활동량을 추적하고 있는 파울루 모라오의 표정은 이미 울상이다.
그 옆에서 팀닥터인 사이먼 모리스도 딱딱하게 굳은 얼굴로 태블릿 화면을 같이 보고 있고.
“그건 그렇지.”
시즌이 시작한 다음에도 장기 레이스를 대비해서 아끼고 아껴오던 체력을 단숨에 방출하는 작전을 지시한 감독은 순순히 상황을 인정했다.
“그런데 너무 통쾌하잖아.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첼시를 3대 1로 짓누르고 있다니.”
“하아···.”
카롤리나가 한숨을 내쉬었지만, 그녀도 명성을 떨친 선수 출신.
감독의 전술과 선수들의 기량이 이렇게 절묘하게 맞물리면서 순식간에 경기를 압도하는 순간이 자주 찾아오지 않는다는걸 잘 알고 있다.
홈팬들의 야유를 마치 환호로 받아들이는듯, 얼굴이 빛나는 번리의 선수들에게 팽배한 흥분감에서 그녀도 완전히 자유롭지는 못한듯 눈이 살짝 빛나고 있었다.
“너도 동의하니까 전술을 같이 세운거 아니야?”
형민의 질문에 카롤리나는 고개를 저었다.
“난 감독이 요청하는 대로 전술적인 고민을 같이 해준 것 뿐이라고. 여기서 누가 하나 퍼져도 내가 책임을 져줄 수가 없잖아.”
결국 모든 책임은 감독이 질 수 밖에 없다.
카롤리나의 지적에 형민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그건 괜찮아. 책임은 내가 질테니까, 오늘은 첼시한테서 승점 3점을 받아갈 고민만 하자고.”
“오늘 스탬포드 브릿지에서 이기고 다음 경기에서 노리치한테 지면 또 네 집무실 문 걸어잠그고 펑펑 울 거지?”
“그건 그때 가서 생각하자고.”
홈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괴로운듯이 머리를 감싸쥐고 있던 지네딘 지단 감독이 고개를 들고 벤치에게 빠르게 지시를 내리는 것을 지켜보던 형민이 중얼거렸다.
“나는 저쪽에서 무슨 수를 낼 지가 더 궁금하니까.”
결국 첼시의 지네딘 지단 감독은 후반전에 세웠던 전술을 포기하고 번리와 똑같은 전술을 들고 나오는 것으로 대응했다.
조르지뉴와 마테오 코바치치가 중앙 수비수 2명과 결합해서 정사각형의 수비진을 구축하고, 그 위에 은골로 캉테가 날뛰는 가운데 측면 공격에 올인.
똑같은 경기 시간을 소화했어도 체력적으로는 번리가 우세했지만, 기술적으로는 첼시의 측면 수비수들인 리스 제임스나 벤 칠웰의 기량이 번리의 측면 수비수들보다 훨씬 뛰어나다.
그리고 첼시의 측면 공격수들인 페드로와 칼럼 허드슨-오도이와 번리의 측면 공격수들인 드와이트 맥닐과 카림 아데예미 간의 기량 차이는 거의 무의미한 수준.
자존심 따위는 내팽게친 채 승리를 위해서 전력투구한 첼시의 감독과 선수들을 상대로 번리는 결국 3대 3까지 끌려가면서 후반 88분에 동점골을 내주었다.
무려 6분이나 주어진 추가 시간 속에서, 양 팀이 마지막 한 골을 넣기 위해서 난타전을 벌인 끝에 벤야민 셰슈코의 극적인 골로 번리는 가까스로 승리를 거두는 데에 성공했다.
그리고 그 상은 달콤한 승점 3점과, 월드클래스 선수 출신인 상대팀 감독의 찬사였다.
[…번리가 마지막 골을 넣을만한 자격이 있다는건 인정합니다. 스탬포드 브릿지에 원정팀으로 와서 그 정도의 경기력을 펼쳤다는 것은 번리가 프리미어 리그에서 상위권 구단으로서 그들의 자격을 입증한거라고 생각합니다.] […특히 번리의 공격수, 벤야민 셰슈코가 해트트릭에 성공한 것은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합니다. 19세 공격수를 발굴해서 키워낸 번리의 김 감독과 번리 스카우트팀도 대단하고요.]경기 후 진행된 기자회견에서 첼시의 감독 지네딘 지단은 경기장에서 보여줬던 격렬한 모습과는 다르게 점잖고 천천히 기자의 질문에 답했다.
[…아니요. 후반기에는 당연히 저희가 터프 무어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줄 것을 기대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오늘 경기에서는 제가 부족했다는 것을 인정할 수 밖에 없네요.] […지난 시즌에도 느꼈지만, 형민 김 감독이 경기를 읽고 대응하는 눈은 탁월합니다. 솔직히 번리에서도 잘 하고 있지만, 번리보다 더 큰 구단에서 더 많고 다양한 선수단을 거느리고 있을 때에 어떤 모습일지 두렵기도 하고 궁금하기도 합니다.]“좋냐?”
지쳤지만 흡족한 표정을 지은채 집무실 소파에 절반쯤 드러누워서 티비에서 재방송되고 있는 첼시 감독의 기자회견을 지켜보는 형민에게 반대편 소파에 걸터앉아서 같이 기자회견을 지켜보던 카롤리나가 물었다.
“그럼. 아주 좋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