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05)
105화: 새로운 옛 고민
“…어떻게 생각해요?”
구단 오너 대리인이자 대표이사인 헬레나의 설명을 경청하던 번리 풋볼 클럽의 조너선 랜드리스는 떨떠름한 표정을 지었다.
“음··· 장기적으로 생각하면 나쁜건 아닙니다만···.”
자신의 전문 영역은 아니지만 풋볼 디렉터 정도가 되면 구단 경영 전반에 대해서 인식 정도는 하고 있어야 된다.
헬레나가 가지고 온 다양한 자료를 다시 한번 훑어본 조너선은 고개를 들어서 우려스러운 눈빛으로 젊은 대표이사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금 우리 재정으로 감당이 될까요?”
“그렇지 않아도 형민에게 얘기를 했는데···. 그렇게 길길이 날 뛰는 모습은 처음 봤어요.”
지난 시즌에 번리 선수단의 기강이 일순간에 확립된 소위 ‘물병킥’ 사건에 대해 일부 선수들로부터 들어서 알고 있던 조너선은 어깨를 으쓱했다.
“뭐, 김 입장에서는 지금 가뜩이나 부담을 많이 느끼고 있는데 여기서 재정적인 지원이 줄어들거라는 얘기를 들으면 그렇게 밖에 반응할 수 없겠지요. 그 부분에 있어서는 저도 동의합니다. 지금 번리가 선수단에 사용하는 비용은 정말 최소한의 최소에요.”
이번 시즌에도 번리의 총급여는 주당 100만 파운드.
갓 프리미어 리그에 승격한 웨스트브롬, 본머스 및 QPR과 비슷한 수준으로 프리미어 리그 최하위권에 속했다.
거기에 챔피언쉽에서 승격에 성공하면서 어떻게든 잔류를 하겠다는 의지를 가지고 4,600만 파운드의 순지출을 기록한 웨스트브롬이나 3,800만 파운드의 순지출을 기록한 본머스보다 못하고, QPR이 기록한 2,700만 파운드의 순지출에 유사한 수준의 금액을 여름 이적시장에 투입했다.
그런데 번리는 지금도 유럽 대항전을 놓고 4위에서 7위를 오가면서 치열한 순위 다툼을 벌이고 있다.
“여기서 선수단의 질이 더 떨어진다면 김이 아니라 알렉스 퍼거슨 경이 지휘를 한다고 해도 팀 성적이 곤두박질 치는걸 막을 수는 없을거에요. 김은 마법사가 아닙니다.”
조너선의 경고 아닌 경고에 헬레나는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였다.
“알고 있어요. 지금 선수단의 상황이 칼날 위에 서 있다는 것도 잘 인지하고 있고요. 형민이나 조너선한테 더 부담을 주려고 한 얘기는 아니에요. 그렇게 들렸다면 미안해요.”
조너선이 고개를 끄덕여서 헬레나의 사과를 받아들였다.
“하지만 장기적으로 번리의 재정을 정상화하고 다른 팀들과 경쟁을 하기 위해서는 수입을 늘려야 하고, 그러기 위해서는 경기장 개축은 피할 수 없는 문제에요.”
“하아···.”
조너선이 동의의 한숨을 내쉬었다.
“저도 무작정 반대하는건 아닙니다. 다만 선수단을 유지하는데에 필요한 자금을 확보한 상태에서 경기장 개축을 진행해야 한다는걸 말씀드리고 싶었던 것 뿐입니다.”
“음···.”
풋볼 디렉터와 감독 모두 강한 우려를 표현했다.
형민처럼 격렬하게 날뛰지 않아서 그렇지, 이 정도면 그의 성향상 조너선 랜드리스도 명확한 반대 입장을 표명한거나 다름이 없었다.
사실 헬레나 입장에서 형민처럼 평소에 온화하고 얌전한 사람이 얼굴에 핏대를 세우고 격하게 감정을 표출하는 것도 처음 보기는 했다.
역시 자금은 자체적으로 조달하는게 불가능한 것인가···.
***
“하아···.”
퍼스트팀 회의실 의자에 지친 몸을 기댄 형민이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카롤리나와 코치진의 걱정과 다르게, 거의 100% 교체된 번리의 선수단은 프리미어 리그 9라운드에서 노리치를 3대 0으로 격파하면서 주전들의 체력을 회복할 기회를 제공했다.
하지만 주전들이 대거 출격한 프리미어 리그 10라운드에서 승격팀 웨스트브롬을 상대로 충격적인 2대 1 패배를 당했다.
웨스트브롬은 이번 시즌에 도깨비 같은 성적을 거두면서 프리미어 리그 순위에 톡톡히 고춧가루를 뿌리는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웨스트햄을 상대로 2대 1로 승리.
첼시를 상대로 2대 0으로 승리.
번리를 상대로 2대 1로 승리.
반대로 같은 승격팀인 QPR한테는 1대 2로 패배.
강팀을 잡아내고 약팀한테 지는 소위 의적 행위를 잘 하고 있었는데, PIF 컨소시엄의 인수 후 뉴캐슬에서 경질됐던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부임한 다음에 안착시킨 단단한 수비에 빠른 역습을 기반으로 하는 안정적인 경기력이 그 밑바탕에 깔려있었다.
물론 약팀을 상대로는 승점을 획득하고자 하는 욕심에 공격을 보다 더 적극적으로 전개하다가 문제가 생기고 있었지만.
여튼, 웨스트브롬은 션 다이쉬 시절의 번리보다 더 빽빽하게 5명의 수비수가 밀집한 5백에 미드필드에는 수비형 미드필더가 3명이나 출전한다.
거기에 심지어 공격수 중 한 명까지 수비 가담을 위해 내려오면서 페널티 박스 안에서만 골키퍼를 포함해서 무려 10명의 상대 선수가 바글거리는 모습에 카롤리나도 두 손 두 발을 다 들었다.
“아니, X발 축구를 하자는거야, 아니면 고슴도치 놀이를 하고 싶다는거야?!”
지난 몇 시간 동안 형민과 함께 웨스트브롬 전의 비디오 분석 자료를 돌려보면서 복기를 하던 카롤리나가 결국 분노를 토해냈다.
사실 복기를 해봐도 딱히 뾰족한 수가 없다.
경기 내내 번리에서는 어떻게든 저 철통같은 수비진에 틈을 만들어서 골을 넣으려고 하고, 그걸 웨스트브롬이 튕겨내는 장면이 반복되었으니까.
덕분에 평소에 강렬한 전방 압박과 공격진의 움직임으로 틈을 만들어냈던 번리의 스타일이 전혀 먹히지 않는 것만 확인할 수 있었다.
번리가 상대의 철통같은 수비에 당황한 첫 20분 동안 빠른 역습으로 2골이나 넣은 다음에 문을 제대로 걸어잠근 웨스트브롬을 상대로 카림 아데예미가 개인 기량을 발휘한 돌파 후 슈팅으로 만회골을 하나 넣었다는게 유일한 위안이다.
“하아··· 어쩔 수 없잖아. 스티브 브루스 감독은 원래부터 저런 단단한 수비를 중심으로 팀을 재건하는 데에 전문가니까.”
뉴캐슬에서 워낙 팬들의 분노를 많이 사서 그렇지, 번리보다도 더 지원이 없는 오너를 보유했던 뉴캐슬을 어떻게든 프리미어 리그에 잔존시켰던 경험은 무시할 만한 게 아니다.
형민의 반론에 카롤리나가 혀를 찼다.
“이거, 지난 시즌부터 우리 약점인거 잘 알고 있지? 이렇게 내려앉아서 역습 중심으로 반응하는 팀들은 우리한테 상성이 정말 안 좋다고.”
“알아. 아는데···.”
형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우리가 그렇다고 당장 정교한 패스 중심으로 팀을 재편할 수도 없잖아. 아니, 정교한 패스를 한다고 이렇게 버스를 주차시켜 버린걸 뚫을 수는 있나?”
10백, 아니면 버스를 주차하는 것.
축구계에서 공격을 포기하고 수비에 올인하는 전술에 대해서 비아냥거릴 때에 쓰는 표현이다.
골문 앞에 수비수들이 집결하는 모습이 마치 버스를 주차한 것 같다는 의미에서 사용되는데, 문제는 이게 생각보다 잘 먹힌다는 것이다.
적어도 버스를 힘을 때려부수고 골을 넣을 수 있거나, 아니면 정교한 패스 작업으로 버스를 끌어내고 골을 넣을 수 있거나.
여하튼 운 이상의 결과물을 기대하려면 버스를 넘어설 능력을 갖춰야 하는데, 지금 번리는 그런 운 밖에 기댈 곳이 없었다.
물론 지난 시즌에 비해서 미드필드나 수비진의 개인 기량과 패스 능력이 많이 향상되었다.
압두 디알로나 아넬 아메드호지치는 제임스 타코우스키와 함께 수준급 패스 능력을 보유하고 있고, 올해 미드필드진에 충원된 세바스챤 셰만스키나 크리스티안 메디나, 루카 수키치나 토마소 포베가 모두 패스 능력은 평균 또는 그 이상이다.
거기에 니코 곤잘레스가 임대를 연장했고, 니콜라스 세이왈드도 특훈을 통해서 조금씩 패스에 눈을 띄고 있다.
물론 그게 페널티 박스에 눌러앉은 10명의 선수를 뚫어낼 수 있냐고 물으면 아니라고 밖에 대답할 수 없지만.
“뭐, 어쨌든 와우트랑 벤야민을 같이 투톱으로 세우는건 확실히 아닌걸로 확인이 됐으니까···.”
“그걸 위안으로 삼아야 하다니··· 참담하다.”
형민의 말에 카롤리나가 손으로 얼굴을 덮으면서 중얼거렸다.
급한대로 3-3-4 포메이션으로 변형하면서 거구의 중앙 공격수 두 명을 모두 다 투입해서 상대팀의 수비진을 힘으로 부수려는 시도까지 해봤지만, 이상하게 거구의 공격수 두 명이 같이 페널티 박스에 들어서자 팀 전체에 혼선만 일으켰다.
“이거··· 지금부터 고민을 좀 해봐야 할 것 같아.”
카롤리나의 말에 형민이 한숨을 다시 내쉬었다.
“하아··· 정말 지난 경기는···.”
***
[…형편 없었어요.] [안타깝지만, 저도 이번에는 동의를 할 수 밖에 없네요.]늦은 밤.
심야 뉴스까지 다 끝난 티비에서는 전문가들과 전직 감독들 및 선수들이 패널로 참여해서 축구에 대한 토의를 하는 스포츠 프로그램이 나오고 있다.
다른 불은 모두 꺼진 어두운 곳에서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빛과 소리 만이 방을 채우고 있었다.
[사실 예상을 못할 일이 아닌데, 김 감독이 안이했다고 볼 수 밖에 없는 것 같습니다.]나란히 반원으로 앉아 있는 패널들의 등 뒤의 대형 스크린에서는 경기 장면이 재생되고 있다.
철통 같은 수비와 강렬한 역습.
쓸데없는 자존심 같은건 부리지 않는 웨스트햄의 데이비드 모예스 감독의 지휘 하에 번리가 4대 1로 대패를 당하는 모습들이 차례차례 화면에 나타났다.
[약팀이 번리를 잡아내는 방법은 이미 웨스트브롬의 스티브 브루스 감독이 잘 보여준 적이 있지요.]지적한 진행자의 말과 함께 화면에 나타난 것은 이전 웨스트브롬 전에서의 실점 장면들이었다.
똑같이 10명이 수비에 임하고, 1명의 공격수가 빠른 역습을 전개해서 골을 넣는 모습이 나타났다.
다만 웨스트브롬의 줄무늬 유니폼을 입고 역습을 전개하고 있는 것은 칼럼 로빈슨이고, 웨스트햄의 암적색 유니폼을 입고 역습을 전개하는 것은 미카엘 안토니오나 재러드 보웬이라는 차이점 뿐.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서 선수단이 크게 개편되면서 수비 조직력이 많이 떨어졌는데, 그동안에는 공격력이 강화되면서 어찌어찌 버텨왔지만 이제는 그것도 한계가 드러나 보입니다. 강화된 공격은 수비로 막고, 약화된 수비는 역습으로 찌르면 확실히 허점이 드러나네요.]패널 중 한 명의 지적에 나머지 패널들이 고개를 끄덕이는 가운데, 다른 패널도 그에 동참했다.
[번리의 김 감독은 다른 부분에서 훌륭한 면도 많지만, 전술적으로는 너무 경직되어 있어요. 좀 더 유연하게 전술적인 접근을 해야 하는데 그런 부분이 많이 부족해요.] [이번에 새로 부임한 카롤리나 슈테판도 뛰어난 선수였지만, 그런 최상위 레벨에서 코치 경험이 전무합니다. 번리 이사진이나 풋볼 디렉터인 조너선 랜드리스가 김 감독의 부족한 점을 보완해줄 더 노련한 코치진을 채용하지 않은건 실수에요.] [실수라기보다는 직무 유기에 더 가깝겠지요.]잠자코 대화를 듣고 있던 패널의 날카로운 지적.
지난 시즌에 올해의 감독상을 수상하고 아직 상위권에 팀이 안착되어 있기 때문에 감독 경질에 대한 얘기가 나오지만 않고 있을 뿐.
감독에 대한 비판이 코치진에게로, 그리고 코치진에 대한 비판이 이사진과 풋볼 디렉터에게까지 넘어갔다.
[사실 이 모든건 여름 이적시장에서 선수단 확충을 제대로 하지 못한 구단과 감독의 책임이 크다고 보여집니다. 너무 어린 선수들만 영입했어요. 프리미어 리그 경험이 있고 바로 전력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베테랑들을 너무 손쉽게 방출했고, 그 자리를 메운 선수들은 아직 실력이 부족합니다.] [김 감독이 여름 휴가를 한국에서 보내면서 구단이랑 더 긴밀하게 협력을 하지 못한게 큰 것 같아요. 팀 개편에 가장 중요한 시간인데 개인적인 일로 모국에 돌아간건 경솔했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그게 아니면 너무 동쪽에 오래 가 있어서 서쪽에 대한 내성이 약해졌을 수도 있지요. 이번에 프리미어 리그에서 2연패를 안긴 팀들이 모두 서쪽에 관련되어 있잖아요. 웨스트(서쪽)브롬, 웨스트(서쪽)햄. 감독이 동양 출신이니까 서쪽에 약한···.]다시 감독에게 향하는 비판이 슬슬 위험순위에 넘어가려는 순간.
픽!
어두웠던 방의 불이 켜지는 동시에 티비가 꺼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