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08)
108화: 그대로 간다
번리는 레드스타 전에서 후반전 막판에 1골을 실점하면서 1대 1로 무승부를 거뒀다.
하지만 형민과 코치진은 유로파 리그 원정경기에서 무승부를 거둔 것을 나쁘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더 고무적인건 형민이 제시하고 카롤리나가 보완한 ‘무작정 후려패기’ 전략이 텐백이나 버스 주차를 시도하는 수비적인 팀들을 대상으로 먹힌다는 것을 확인했다는 것.
“이제 패턴 플레이는 몇 개까지 추가된거지?”
이제는 훈련장 위에서 천천히 움직이면서 공격 패턴을 연습하고 있는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형민이 물었다.
한 번에 단 한 걸음씩만.
공은 없이.
코치의 휘슬이 울릴 때마다 천천히 걸음을 옮기면서 자신과 다른 동료들의 위치를 숙지하기 위한 그림자 훈련이다.
여기서 점점 속도를 올려가고 공을 추가하다가 마지막에는 실전과 같은 속도로 전개를 하고, 유스팀 선수들을 불러다가 수비를 대역하도록 하는게 최근에 번리에서 집중적으로 훈련하고 있는 공격 패턴 플레이.
“일단 레드스타 전에서 사용한건 3개. 뭐, 아직 많이 어설프기는 하지만.”
시간이 별로 없기 때문에, 강의실에서 선수들 머릿속으로 강제로 때려넣고, 한두번의 훈련을 하고 나면 바로 다음 경기가 진행된다.
당연히 레드스타 전에서는 3개의 패턴을 모두 다 완벽하게 외우지 못했기 때문에 공격을 전개할 때에 끊어지는 경우가 많이 발생했었다.
“앞으로 매주 1개씩 추가를 하면, 겨울 휴식기가 시작되기 전에 대략 7~8개 정도의 패턴을 사용할 수 있을 것 같아.”
“그 정도면 차고 넘치지.”
번리는 그동안 정교한 공격 패턴를 많이 시도하는 팀은 아니었다.
형민의 스타일 자체가 큰 틀에서 선수들의 역할을 정한 다음에 그 안에서 자유롭게 창의성을 발휘하도록 장려하는 방식.
카롤리나가 수석코치로 부임하면서 공격할 때에 좀 더 섬세하고 정교한 움직임들이 추가되었지만, 아예 패턴을 정해놓고 약속된 움직임을 가져간건 아니었다.
그러나 번리를 상대로 맞춤형 전술을 들고 나오는 팀들을 대상으로는 이런 정교한 패턴 플레이가 큰 도움이 된다.
“하아, 그래도 다들 잘 쫓아오고 있어서 다행이기는 하네.”
“뭐, 아직 젊기도 하고··· 3개 정도는 외우는게 그렇게 힘들지 않겠지.”
나이가 들수록 머리가 굳어간다고 푸념을 늘어놓던 한국의 친구를 생각하면서 형민이 대답했다.
반대로 카롤리나는 머리를 갸웃거렸다.
“음··· 쉬운 것부터 시작해서 그런건가. 좀 더 빨리 안착시키고 싶은데···.”
“천천히 해도 괜찮아. 모든 팀들이 우리를 상대로 수비적으로 나오는건 아니니까.”
“그렇지. 근데 우리를 상대로 수비적으로 나오지 않는 팀들은 대부분 자신의 스타일에 확신이 가득한 강팀들이라는건 잘 알고 있는거지?”
“….”
자신의 질문에 대답하지 않고 시선을 회피하는 감독의 모습에 카롤리나는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다음 시즌에는 세트 피스 전문가를 코치로 합류시켜도 괜찮을 것 같아. 코너킥이나 프리킥 상황에서 더 많은 패턴들을 만들어낼 수 있다면 도움이 될테니까.”
아직 많은 구단들이 시도하고 있지는 않지만, 맨체스터 시티나 리버풀 같은 최상위권 구단들이나 브렌트포드 같이 최신 흐름에 민감한 구단들이 점점 정규직으로 채용하기 시작한 세트피스 전문 코치.
카롤리나의 제안에 형민이 고개를 끄덕였다.
“조너선한테 예산에 대해서 논의를 해볼께. 나도 그런 사람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혹시 생각해둔 대상이 있어?”
“구체적으로는 없는데···. 우리 코치진도 너무 적은거 알고 있지? 대부분의 프리미어 리그 구단들은 퍼스트팀 코치진이 6-7명 정도는 된다고. 대형 구단은 10명도 넘어.”
“알고 있는데···. 예산이 없기도 했고···.”
“…그리고?”
“음···. 나랑 같이 팀을 꾸려가야 하는데, 그걸 잘 받아줄 사람들이 많지는 않다고 생각하거든.”
카롤리나는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으로 형민을 바라보았다.
“야, 지난 시즌에야 널 운 좋게 퍼스트팀 감독을 움켜잡은 애송이라고 생각했을 수 있겠지만, 이번 시즌에 그렇게 생각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어. 그걸 말이라고···.”
“그런가?”
“그래.”
카롤리나가 단호하게 형민의 소심함을 끊어냈다.
“자, 이제 나 훈련에 집중해야 되니까 꺼져.”
“알겠습니다, 코치님!”
형민이 멀어져가는 모습을 지켜보던 카롤리나는 손에 들고 있던 붉은 모자를 머리 위에 썼다.
이게 뭔가 멋대리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막상 쓰고 나면 어깨가 넓어지는 것 같은 뭔가 위력이 있다는 말이지···.
스스로 생각하면서 카롤리나는 휘슬을 입가로 가져갔다.
“자, 삐약이들아! 이제부터 제대로 훈련이다!”
“으으···.”
어디선가 소심한 신음소리가 들려왔지만, 카롤리나는 이를 상큼하게 무시했다.
“자, 1번 포지션으로!”
“1번!”
자신들이 각자 있어야 하는 위치로 흩어지는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카롤리나는 씩 미소를 지었다.
***
지난 시즌에 대망의 프리미어 리그 승격을 이루어냈던 브렌트포드는 14위를 기록하면서 프리미어 리그에 안착하는 데에 성공했다.
지난 시즌 후반기에 합류하면서 팀 전력을 대폭 상향시켜 주었던 덴마크 국적의 베테랑 미드필더 크리스티안 에릭센은 떠났지만,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서 적절한 전력 보강을 진행했다.
솔직히 지난 시즌까지 재정적으로는 파산 직전까지 몰려있던 번리보다 가난한 프리미어 리그 구단이 없기는 하다.
물론 형민이 번리를 이끌면서, 그리고 그동안 동화 같은 이야기들을 써내려간 중소 구단들이 보여줬듯이 돈이 순위와 직결되지는 않지만.
그리고 혁신적인 구단 운영과 차근차근 하부 리그부터 한 계단씩 걸어올라가면서 평론가들의 찬사를 받았던 브렌트포드는 오늘 터프 무어에 방문해서 제대로 두들겨 맞고 있었다.
자신의 진영에 갖힌채 슈팅을 난사하는 번리를 상대로 60여분간 끈질긴 수비를 이어가던 브렌트포드.
전반전에 이어서 후반전의 첫 15분도 무실점으로 막아내고 있었지만, 골이 안 들어가서 번리가 다급하기 보다는 전원 방어에 돌입한 브렌트포드 선수들의 불안감과 피로도가 더 빨리 오르고 있었다.
레드스타를 상대하면서 패턴 플레이에 대한 신뢰와 이번 경기에 열리지 않는 골문 사이에서 고민하는 번리 선수들에게 카롤리나가 하프타임 때에 말해준건 단 한가지.
“오늘처럼 실전에서 패턴 플레이 연습하기 좋은 경우는 거의 없다?”
덕분에 번리 선수들은 그동안 강제로 학습했던 것에 대한 분풀이라도 하듯이 신나게 배워온 패턴 플레이를 마구 쏟아내고 있었다.
“2번의 B!”
공을 잡은 니코 곤잘레스의 외침에 번리의 공격진을 형성하는 7명의 선수들이 브렌트포드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 각자의 위치로 흩어졌다.
카롤리나가 기획하고 선수들의 머리 속에 강제로 우겨넣은 패턴 플레이의 핵심은 단순히 특정한 위치를 지키는 것 뿐이 아니다.
그 위치로 움직이면서 상대팀의 수비 라인을 끌어당기거나 밀면서 흐트려뜨리는 것이다.
그리고 상대팀의 수비라인이 어떻게 반응하는지에 따라서 경우의 수가 확장된다.
그 모든 변수 사이에서 1차적으로 선택지를 고르고 집행하는 것은 공격 상황에서 공 배급을 담당하는 선수.
이번 플레이에서 그 역할을 부여받은 바르셀로나 출신의 젊은 임대생은 공을 발 밑에 둔 채 느긋하게 전개되는 상황을 지켜보았다.
퍽!
“윽!”
바로 옆에서 자신에게 접근하려는 브렌트포드의 미드필더를 어느새 공격 라인까지 올라온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가벼운 어깨싸움으로 밀쳐내고 있었지만, 니코 곤잘레스는 그런 사소한 문제에 집중력을 잃지 않았다.
2번 패턴은 좌우 측면 공격수가 중앙 공격수와 함께 페널티 박스 안으로 대각선으로 침투하는 가운데, 좌우 측면 수비수가 직선적인 움직임을 가져가면서 각자의 사이드라인 끝에 위치한 코너 플래그까지 좌우로 진영을 넓게 벌리는 것.
중앙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벤야민 셰슈코를 가운데 두고 X자로 엇갈리는 카림 아데예미와 드와이트 맥닐 덕분에 각자를 쫓아가던 브렌트포드의 측면 수비수 2명과 벤야민 셰슈코를 지키던 중앙 수비수 2명까지 총 4명의 수비수와 3명의 공격수가 페널티 박스 한 가운데에 밀집했다.
그 덕분에 좌우 측면에는 광활한 공간이 드러났고, 니코 곤잘레스에게 오른쪽과 왼쪽 중에 마음에 드는 선택지를 고를 수 있는 편안한 기회가 부여되었다.
“간다!”
니코 곤잘레스는 페널티 박스의 상황을 확인한 그 즉시 오른발을 휘둘러서 오른쪽 코너 플래그를 향해서 공을 날려보냈다.
후반전에 들어서서 일부로 왼쪽 측면의 자말 루이스를 통해서만 공격을 집중했다.
알게 모르게 브렌트포드 수비진의 신경이 왼쪽으로 쏠려 있는 가운데, 허를 찌르듯 오른쪽으로 향한 패스.
허공을 가르는 공를 받을 당사자는 오른쪽 사이드라인을 타고 질주하고 있는 브라질 국적의 측면 수비수 구가이다.
“좋구낭!”
지난 시즌의 한니발 메이브리와 유사한 사자머리를 휘날리는 젊은 수비수는 짙은 억양의 영어로 화답하면서 오랜만에 주어진 기회에 신나게 달려가서 매끄럽게 발 앞으로 깔려들어오는 패스를 날카로운 크로스로 연결했다.
“으앗!”
크로스가 올라오는 동시에 중앙에 밀집되어 있던 번리 선수들이 폭탄 맞은 개미떼처럼 급격하게 사방으로 흩어지자, 브렌트포드의 수비수들과 골키퍼 다비드 라야가 비명을 질렀다.
장신의 벤야민 셰슈코는 헤딩으로 크로스를 짧게 끊어내면서 슈팅으로 연결하기 위해 구가와 가까운 쪽으로 골포스트로 달려가고.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 대각선으로 침투했던 드와이트 맥닐은 그대로 전진하면서 골키퍼 앞에서 크로스를 헤딩으로 연결하려는듯 뛰어올랐다.
“안 보여!”
자신의 바로 앞에서 뛰어오르는 드와이트 맥닐 덕분에 시야가 가려진 브렌트포드의 골키퍼 다비드 라야가 수비 라인을 조율하는 브렌트포드의 중앙 수비수 폰투스 얀센에게 공의 위치를 알려달라는 다급한 외침을 보냈다.
“더 뒤야!”
스웨덴 국가대표팀 소속의 베테랑 수비수의 다급한 답변이 돌아왔지만, 이미 늦었다.
가까운 골포스트로 몸을 날린 벤야민 셰슈코도, 골키퍼와 함께 골문 정중앙에서 몸을 띄운 드와이트 맥닐도 넘어선 크로스는 벌써 먼쪽 골포스트에 도착했다.
거기서 기다리고 있는건 드와이트 맥닐과 반대쪽에서 대각선 침투를 가져갔던 번리의 오른쪽 공격수 카림 아데예미.
잔뜩 뒤엉킨 브렌트포드 수비진과 시야가 가려진채 무력화된 브렌트포드의 골키퍼 다비드 라야의 사각에서 숨어 있던 카림 아데예미는 씩 웃으면서 날아오는 공 앞에 가볍게 이마를 가져다댔다.
통!
골네트를 뚫어버리거나, 골키퍼가 막을 수 없는 속도나 각도 같은건 다 필요 없다.
“으아아아!!!”
텅 빈 골문 속으로 가볍게 공을 밀어넣는 젊은 공격수의 배경으로 홈팬들의 환희에 가득찬 환성이 울려퍼졌다.
“하하하!!”
관중석을 향해서 자랑스럽게 양 팔을 들어올린채 웃음을 터뜨리는 카림 아데예미에게 달려든 번리 선수들이 그 위에 뛰어올랐다.
“좋응 패스였엉.”
“고마워. 좋은 크로스였어.”
“흐흐흐.”
그런 선수들 뒤에서는 단 두 번의 패스로 브렌트포드의 단단했던 수비를 뚫어낸 구가와 니코 곤잘레스가 주먹과 주먹을 맞대면서 서로를 칭찬했다.
“그래, 솔직히 여기서 카림이 한건 없지. 푸하하!”
그들 뒤에 다가온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웃음을 터뜨리면서 말했다.
“뭐라고? 야, 임마!”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말이 자신 위에 뛰어올라서 축하하는 번리 선수들 밑에 깔린 카림 아데예미의 귀에 들린듯 항변이 들려왔지만, 3명의 젊은 선수들은 친구를 무시한채 천천히 번리 진영으로 걸어가기 시작했다.
“생각을 해봤는데, 앞으로 공을 주는 척하다가 뒤로 빼서 중거리슛을 날리는 패턴을 추가해봐도 괜찮을 것 같아.”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말에 구가가 옆에서 화들짝 놀라는 시늉을 했다.
“그랬다강 코치님한텡 혼나징 않을깡?”
“괜찮아, 괜찮아.”
니코 곤잘레스가 구가를 다독거렸다.
“이기고 있는 상황에서 골을 넣기 위한 창의적인 시도는 모두 용서된다. 감독님이 말씀하신거야.”
“그럼, 기회가 될 때에 한번 해보는거다?”
“기회가 된다면.”
사이드라인에서 흡족한 표정을 짓고 있는 감독과 수석코치를 보면서 니코 곤잘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