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09)
109화: 유로파, 유로파
브렌트포드와의 일전이 끝난 후, 프리미어 리그에서 번리의 순위는 7위.
아슬아슬하게 유럽 대항전 진출권에 걸쳐 있는 가운데, 2022/23 시즌의 유로파 리그 조별 예선도 막바지에 돌입했다.
일반적인 시즌과는 달리 겨울에 열리는 카타르 월드컵 덕분에 11월 초에 대부분의 리그 일정이 끝나면서 덕분에 유로파 리그 조별 예선도 빨리 결판이 나오고 있고, 번리가 속해 있는 유로파 리그 E조도 예외는 아니었다.
IFK노르코핑과 레드스타가 모두 탈락이 확정된 가운데 본선에 진출하는 두 팀은 번리와 스파르타 프라하.
유로파 리그 본선 진출에 대한 기대감을 접어달라고 이사회에 요구했던 형민에게 약간 민망하게도 번리는 조별 예선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문제는 스파르타 프라하도 유로파 리그에서 승점을 잘 쌓아가면서 아직 번리의 1위 자리가 확정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번리도 유로파 리그 E조 예산 5차전에서 스웨덴의 IFK노르코핑을 터프 무어로 불러들여서 2대 1로 승리를 거뒀지만, 스파르타 프라하도 이미 탈락이 확정됐던 레드스타를 상대로 가볍게 승리를 거두면서 승점를 유지했다.
4승 1무를 기록한 번리가 승점 13점으로 E조 1위, 그리고 4승 1패를 기록한 스파르타 프라하가 승점 12점으로 E조 2위.
거기에 대진표를 주관하는 신의 장난처럼 E조 6차전은 조 1위인 번리가 조 2위인 스파르타 프라하에 원정을 나서는 것으로 결정되어 있었고, 따라서 6차전의 결과에 따라서 1위가 확정된다.
1위와 2위 모두 유로파 리그 본선에 진출하지만, 유로파 리그의 조별 예선 1위가 중요한 것은 유로파 리그의 독특한 구성 방식 때문이다.
8개의 조별 예선 1위팀들은 바로 16강에 진출하지만, 2위를 차지한 8팀들은 유럽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에서 3위를 기록한 8팀들을 상대로 예비 16강을 치루게 된다.
덕분에 유럽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유로파 리그로 넘어온 팀이 유로파 리그 우승을 차지하는 웃지 못하는 경우도 종종 발생한다.
대표적으로 2015/16 시즌에 챔피언스 리그 예선에서 탈락하면서 떨어진 유로파 리그에서 우승컵을 들어올리면서 2013/14 시즌 이후 유로파 리그 3연패를 완성했던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의 세비야가 있다.
아니면 2017/18 시즌에 역시 챔피언스 리그 예선 탈락 이후 유로파 리그 우승컵을 들었던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의 아틀레티코 마드리드도 있고.
뭐가 됐던, 기본적으로 전력이 한 수 위라고 평가받는 유럽 챔피언스 리그 소속 팀을 상대로 예비 16강을 치루는 것보다 가능하다면 조별 예선에서 1위를 차지하는게 더 유리하다.
번리와 스파르타 프라하 모두 유로파 리그 E조 5차전 이후 각자 자국 리그로 복귀해서 다시 승리를 거두면서 기세가 등등한 가운데, 유로파 리그 E조의 1위 팀을 가려내기 위한 최종전이 스파르타 프라하의 홈구장 레트나 스타디움에서 열렸다.
***
체코의 축구팬에게 수도 프라하에 위치한 수많은 프로 축구팀 가운데 가장 성공적인 2개의 팀을 꼽으라고 한다면 망설이지 않고 스파르타 프라하와 슬라비아 프라하를 꼽는다.
1892년에 창단된 슬라비아 프라하는 체코 1부 리그를 21번 우승했으며, 지난 2021/22 시즌에는 숙적인 스파르타 프라하를 상대로 아쉬운 2위를 차지했다.
반면에 스파르타 프라하는 슬라비아 프라하보다 1년 늦은 1893년에 창단되었지만 1부 리그 우승은 36회를 차지했으며, 무엇보다 1972/73 시즌에는 유로파 리그의 전신인 ‘유럽 컵대회 우승팀의 컵’에서 우승하면서 맹위를 떨쳤다.
유럽 축구계가 발전하고 선수들의 이동이 자유로워지면서 탁월한 기량을 선보이는 체코 국가대표팀 소속의 선수들은 타국의 빅리그에서 뛰는게 일반화되었지만, 아직도 평론가들과 스카우트들이 새로운 유망주를 발굴하기 위해서 양 팀을 유심히 관찰하고는 했다.
현재 스파르타 프라하를 가장 빛내는 보석은 번리를 포함한 유럽 다수의 팀들이 군침을 흘리고 있는 20살의 공격수 아담 흘로첵.
유스팀 출신의 젊은 에이스가 이끄는 노련한 스파르타 프라하가 혜성 같이 등장한 젊은 동양인 명장이 지휘하는 번리 유치원과 유로파 리그 E조 1위의 자리를 두고 격돌했다.
***
“으악!”
후반 63분.
체코의 명문 축구팀 스파르타 프라하의 주전 골키퍼 밀란 에카와 베테랑 중앙 수비수 온드레이 첼루츠카는 동시에 비명을 질렀다.
가끔씩 그런 공이 날아올 때가 있다.
수비수가 앞으로 나가서 받기에는 분명히 너무 느린데, 그렇다고 그냥 기다려서 받기에는 상대편 공격수가 더 빨리 낚아챌게 확실한 그런 공.
마치 지뢰밭에 떨어진 것처럼, 스파르타 프라하의 수비진의 어떤 선수도 앞으로 나가서 떨어지는 공을 받아내지 못하는 그 애매하면서도 절묘한 페널티 박스 바로 앞 공간.
오늘 선발 출전한 번리의 젊은 오른쪽 공격수 조 겔하트는 바로 그곳으로 절묘하게 크로스를 날려보냈다.
“오늘 왠일이양?!”
그의 뒤에서 지원하기 위해 전방을 치고 올라오던 번리의 오른쪽 수비수 구가가 감탄과 놀라움이 절반씩 섞인 목소리로 외쳤다.
하지만 카림 아데예미와 함께 ‘번리의 오른쪽 공격수는 크로스를 못 올린다’고 싸잡아서 묶여지는 딱지를 떼어내기 위해서 불철주야 훈련했던 조 겔하트는 동료의 외침에 대답하는 대신 그냥 씩 웃고는 페널티 박스로 파고드는 움직임을 이어갔다.
그리고 애매한 위치로 날아간 크로스는 경기 전에 몸을 풀다가 갑자기 근육이 뭉친 막스웰 코넷 대신에 생소한 왼쪽 공격수의 자리에 오늘 선발 출전한 찰리 테일러가 몸을 날리면서 왼발로 받아냈다.
“X발! 줄거면 제대로 주던가!”
운이 좋게 공을 이어받았지만, 솔직히 높이도 애매하고 크로스 자체가 짧았다.
물론 그러니까 상대편 수비진도 비명을 지르면서도 대응을 하지 못한거지만.
욕설을 내뱉은 찰리 테일러는 공이 뒤로 흘러나가는 것은 막았지만, 균형을 잃은 몸은 오른쪽으로 심하게 기울어지고 있었다.
경기장 위에 떨어졌던 공은 이미 다시 튕겨오르고 있고, 자세를 다시 회복해서 쫓아간다고 해도 정신을 차린 스파르타 프라하의 수비진이 달려오고 있다.
“아씨! 몰라!”
전문 수비수가 평생 이런걸 해봤을리가 없잖아!
억지로 오른발에 힘을 주면서 몸을 허공에 띄운 번리의 베테랑 수비수이자 선발 출전한 왼쪽 공격수(임시)는 허공에 옆으로 누운채 그대로 왼발을 휘둘렀다.
오버헤드킥은 아니지만, 양발 모두 허공에 띄워져 있는 가운데 몸의 반등과 다리의 움직임 만으로 내보내는 슈팅.
운이 좋았는지, 아니면 통산 280경기를 출전하면서 도합 5골 밖에 넣지 못한 수비수를 슈팅의 신이 가엽게 여겼는지.
그보다 조금 먼저 허공에 떠올랐던 공이 왼발 발등에 제대로 맞았다.
“우아아아!!!”
번리의 원정팬들의 광음과 함께 미사일처럼 날아간 공은 스파르타 프라하의 골문 윗쪽 그물에 골네트를 찢어낼 것처럼 틀어박혔다.
완전히 얼어붙은 스파르타 프라하의 골키퍼 밀란 에카의 얼굴 옆을 지나서 골문을 통과하는 것까지 마지막으로 확인한 찰리 테일러가 그대로 땅 위에 떨어졌고, 그 위로 원정팬들 못지 않은 환성과 비명을 지르는 번리 선수들이 일제히 뛰어올랐다.
“으아아아!!”
“진짜 멋있었어!”
“이건 푸스카스 감이야! 이번 시즌 푸스카스는 찰리꺼라고!”
“우아아아!!”
한 덩어리로 뒤엉킨 번리 선수들을 지켜보던 스파르타 프라하의 선수들을 이를 빠드득 갈았다.
전반전에 넣은 선제골의 승기를 잘 유지하고 있었는데, 홈경기에서 동점골을 얻어맞았다.
그것도 수비진이 꼼짝도 못하는 가운데 들어간 멋진 슈팅으로.
같은 선수로서는 슈팅에 감탄할 수는 있지만, 홈팀으로서는 원정팀에게 그런 슈팅 기회를 내줬다는 것 자체가 수치스럽다.
1만 5천여명의 스파르타 프라하 홈팬들이 대형 깃발을 휘두르고 고함을 지르면서 선수들을 격려하는 가운데, 스파르타 프라하의 젊은 에이스가 한 선수에게 다가갔다.
[미칼! 미칼!] [뭐냐, 꼬마야.]오늘 수비형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하면서 주장 완장을 차고 나온 부주장 미칼 샤셱.
역시 스파르타 프라하의 유스팀 출신의 26살 미드필더는 자신에게 다가오는 젊은 에이스를 기대감과 우려가 뒤섞인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무승부면 번리가 조별 1위를 차지한다고요!] [그게 중요한게 아니야, 꼬마야. 홈에서 지는게 기분이 더 더럽다고.] [그건 당연한거고요!]주변을 두리번거리던 스파르타 프라하의 젊은 에이스는 손으로 입을 가리면서 부주장과 대화를 이어갔다.
번리 선수 중에 체코어를 알아듣는 사람은 없겠지만, 혹시 모르니까.
[만회골을 넣어서 콧대를 납작하게 해줘야죠!] [뭔가 계획이 있어?] [있기는 있어요. 잘 들어봐요···.]후반 73분.
동점골을 넣은 번리 선수들은 실점 이후 잔뜩 움츠려든 스파르타 프라하를 상대로 파상공세를 이어가고 있었다.
3백을 형성한 미카 마르몰, 아넬 아메드호지치, 그리고 네이선 콜린스 위에 니코 곤잘레스가 수비형 미드필더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나머지 6명의 선수들이 최전방까지 올라가서 전방 압박과 함께 연이은 공격을 이어가고 있는 상황.
특히 추가골을 넣기 위해서 중앙 공격수인 와우트 웨그호스트와 멋진 어시스트를 올린 조 겔하트가 스파르타 프라하의 페널티 박스 안에서 자리를 지키고 있는 가운데, 오른쪽에서는 최전방까지 올라온 구가, 왼쪽에서는 옆으로 자리를 벌린 찰리 테일러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크로스를 배급하고 있다.
거기에 중앙 미드필더로 선발 출전한 크리스티안 메디나와 루카 수키치까지 페널티 박스의 경계선까지 올라와서 스파르타 프라하 선수들을 가두고 있는 상황.
“자, 한 골 더 넣자고! 확실하게 이번에 정리하고 가자!”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나와서 선수들에게 격려와 지시를 내리는 카롤리나 옆에 서서 조용히 경기를 지켜보던 형민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래?”
친구이자 상사의 표정이 안 좋은걸 발견한 수석코치의 질문에 형민이 눈썹을 찌푸렸다.
“아, 뭔가 기분이 불안한데?”
“뭐가? 파벨 브르바 감독은 경기가 제대로 안 풀린다는 표정인데?”
스파르타 프라하의 홈팬들과 홈팀 테크니컬 에어리에 나와서 목청에 핏대를 올린채 선수들을 독려하는 파벨 브르바 감독의 외침에도 불구하고 스파르타 프라하 선수들은 이상하게 의기소침한 모습이었다.
옆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잔뜩 분노한 표정의 상대팀 감독을 힐끗 바라본 형민이 고개를 살짝 저었다.
“그건 그런데···. 뭔가 이상해.”
“아, 그러니까 뭐가 이상하냐고.”
“스파르타 프라하 선수들의 표정이 이상해.”
고개를 갸웃거린 카롤리나는 천천히 상대팀 선수들의 얼굴을 확인해보았다.
그녀도 월드컵과 챔피언스 리그 우승까지 차지했던 스타 미드필더 출신.
집중해서 살펴보니, 감독이 불안감을 느낀 포인트를 금방 확인해낼 수 있었다.
“…저건 포기한 얼굴이 아니야.”
카롤리나의 중얼거림에 형민이 확신을 얻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한 템포 더 늦춰가야 할 것 같아. 크리스를 토마소랑 교체하고, 구가랑 제임스를 교체한 다음에 네이선이 오른쪽 수비수로 바꿔서 단단하게···.”
형민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경기장의 상황이 급격하게 요동쳤다.
번리의 중앙 공격수 와우트 웨그호스트가 시도한 헤딩이 잘못 맞으면서 스파르타 프라하의 밀란 에카 골키퍼의 품에 안겼다.
동점골을 내준 이후 처음으로 스파르타 프라하의 골키퍼 손에 공이 잡힌 상황.
번리 선수들이 다시 자리를 잡을 수 있는 골킥과는 다르게 즉시 역습을 전개할 수 있고, 스파르타 프라하의 베테랑 골키퍼는 선수들끼리 비밀스럽게 협의했던 기회가 왔다는 것을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아담!!”
밀란 에카 골키퍼는 경기장을 쩌렁쩌렁하게 울리는 외침과 함께 몸을 옆으로 기울여서 있는 힘껏 공을 최전방으로 차보냈다.
“아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