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10)
110화: 유로파, 유로파
형민의 탄식을 배경으로 경기장을 가로지른 공은 스파르타 프라하의 오른쪽 측면 공격수로 선발 출전했던 불가리아 국가대표팀 소속의 마르틴 민체브에게 도달했다.
골키퍼의 외침에 아담 흘로첵이 있을 왼쪽 측면을 먼저 확인했던 번리의 수비진에게서 반 템포를 빼앗는 사소하면서도 치명적인 속임수.
자신의 실수를 확인한 번리의 수비형 미드필더 니코 곤잘레스가 마르틴 민체브를 향해서 재빨리 몸을 돌리려는 순간, 골키퍼의 외침과 함께 최전방으로 전력질주했던 스파르타 프라하의 수비형 미드필더 미칼 샤셱이 그에게 와서 부딪쳤다.
“으앗!”
차라리 바닥에 쓰러졌다면 파울이라고 주심에게 어필이라도 해볼텐데, 쓰러지지는 않지만 딱 적절하게 몸의 균형을 빼앗는 교묘한 몸싸움.
번리의 파괴자라고 애칭지어진 니콜라스 세이왈드라면 반대로 상대편 선수를 마주 들이받으면서 튕겨냈겠지만, 바르셀로나 유스팀 출신의 젊은 미드필더는 그렇게까지 몸싸움에 능숙하지 않다.
그렇게 두세 걸음이 더 밀려나고 나서야 다시 자세를 잡은 니코 곤잘레스.
그러나 이미 늦었다.
“측면을 조심해!”
니코 곤잘레스가 봉쇄된 것을 확인한 아넬 아메드호지치는 그 짧은 시간 동안 페널티 아크까지 전속력으로 공을 몰고 들어온 스파르타 프라하의 측면 공격수 마르틴 민체브를 견제하기 위해서 앞으로 뛰쳐나가면서 그와 함께 수비 라인의 좌우를 지키고 있던 번리의 중앙 공격수 미카 마르몰과 네이선 콜린스에게 지시를 남겼다.
그렇게 일자로 단단하게 골문 앞을 방어하던 번리의 수비 라인이 갑자기 정삼각형으로 변형되는 순간.
불가리아 국가대표팀 소속의 젊은 측면 공격수는 기다렸다는듯 뒤에 남겨진 번리의 두 중앙 수비수 사이로 낮고 빠르게 패스를 대각선으로 찔러넣었다.
“네이선!!”
앞에서 펼쳐지는 상황을 지켜보던 번리의 골키퍼 베일리 피콕-파렐이 다급하게 외쳤지만, 마르틴 민체브와는 반대쪽에서 페널티 박스로 전력질주했던 스파르타 프라하의 젊은 에이스 아담 흘로첵은 달려오던 속도를 그대로 살린채 자신보다 1살 많은 번리의 젊은 수비수와 골키퍼 사이를 파고들고 있었다.
골키퍼에서 마르틴 민체브까지, 그리고 마르틴 민체브의 짧은 드리블 이후 패스까지 불과 수초도 안 되는 시간.
네이선 콜린스와 미카 마르몰이 그의 다급한 외침을 듣고 몸을 돌리고 있지만, 이미 늦었다.
지원을 받는걸 포기한 베일리 피콕-파렐은 갑자기 마주하게 된 1대 1 상황에서 본능과 훈련에 따라서 양팔과 양다리를 활짝 벌린채 아담 흘로첵의 슈팅 각도를 좁히기 위해서 몸을 앞으로 날렸다.
장신의 골키퍼가 최대한 골문을 가로막으려고 몸을 활짝 펼친 가운데, 아담 흘로첵은 발 앞에서 매끄럽게 흐르는 공을 슬쩍 확인한 다음에 고개를 들어서 골문의 위치를 확인했다.
번리의 골키퍼에 의해서 정면과 좌우의 슈팅 각도가 이미 차단당했다.
상대의 빠른 대처를 속으로 칭찬하면서도, 젊지만 이미 많은 경험을 쌓은 스파르타 프라하의 젊은 에이스는 가볍게 오른발 안쪽으로 공을 밀어넣으면서 허공에 떠오른 골키퍼의 몸 밑으로 부드러운 슈팅을 날렸다.
“아앗!”
자신의 다리 밑을 통과하는 공을 애처롭게 바라보는 상대팀 골키퍼의 표정을 확인한 아담 흘로첵은 공이 골라인까지 통과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으아아아아!!!”
그리고 승리를 직감한 스파르타 프라하의 홈팬들이 격렬한 함성을 올리는 가운데, 코너 플래그로 질주한 체코 국가대표팀 소속의 젊은 에이스는 가슴에 선명하게 새겨진 배지를 주먹으로 두드리면서 팬들과 함께 포효했다.
***
결국 유로파 리그 E조 예선 6차전에서 번리는 2대 1로 패배했다.
그렇게 막판에 순위가 뒤집히면서 4승 1무 1패를 기록한 번리가 승점 13점으로 E조 2위, 그리고 5승 1패를 기록한 스파르타 프라하가 승점 15점으로 E조 1위.
덕분에 카타르 월드컵이 종료된 후 1월에 재개될 유로파 리그 본선에서 유럽 챔피언스 리그 조별 예선 탈락팀을 상대로 예비 16강전을 치루게 되었다.
근데 나쁜 소식은 그걸로 끝이 아니었다.
“검사 결과가 나왔는데··· 막스는 피로 누적에 따른 햄스트링 부상이야. 3주 정도 아웃이니까··· 실질적으로 월드컵 이후에나 복귀하게 될 것 같아.”
팀닥터 사이먼 모리스의 침통한 보고.
연이어지는 격전 속에서 부상자들이 나오기 시작했는데, 문제는 부상자들이 공격진에 집중되고 있다는 것이다.
형민의 전술상 양쪽 측면에 과부하가 많이 걸릴 수 밖에 없는데, 결국 9월부터 연이어지는 경기 속에서 탈이 난 것이다.
“아오! 이 망할 월드컵! 도대체 어떤 멍청이가 겨울에 월드컵을 개최하기로 결정했냐고요!”
부상자 명단을 확인한 형민이 분노의 외침을 토해냈다.
최근에 들어서 그런 감독의 폭발이 익숙해진 그의 코치진은 그를 무시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음···그러면 막스랑 드와이티는 모두 실질적으로 월드컵 이전에 복귀하기는 어렵다고 봐야겠네요.”
카롤리나의 지적에 팀닥터 사이먼 모리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번리의 젊은 에이스 드와이트 맥닐은 스파르타 프라하 전에서 확실하게 휴식을 부여하기 위해서 원정 명단에 넣지도 않았는데, 프라하로 출전하기 전에 번리의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에서 마지막으로 진행한 팀 훈련에서 부상을 당했다.
드와이트 맥닐 쪽은 피로 누적에 따른 발목 부상.
이쪽은 무려 4주짜리 부상이다.
“그럼 왼쪽 공격수 자리에 부하가 많이 걸릴 것 같은데요···. 사실상 전문 공격수는 오른쪽에서 끌어서 써야 되는데, 카림을 움직일 수는 없으니까 대안으로는 조 밖에 없어요.”
카림 아데예미와 조 겔하트 모두 왼발잡이이지만, 왼쪽 측면에서 뛰는 것도 익숙한 조 겔하트와는 달리 카림 아데예미는 유소년 시절부터 오른쪽에서 붙박이였다.
더욱이 오른쪽에서 카림 아데예미가 구가와 함께 만들어내는 폭발적인 공격력을 포기한다는건 더더욱 말이 안 되고.
파울루 모라오의 지적에 카롤리나는 옆에서 머리를 싸맨채 중얼거리는 감독을 힐끗 바라본 다음에 그를 무시하고 대화를 이어갔다.
“아무래도 월드컵 이전까지는 찰리나 자말을 왼쪽 공격수로 끌어올려야 할 것 같아요.”
“음···그렇다면 양쪽 측면 수비가 모두 부하가 걸리겠는데요.”
“하아···.”
주전 왼쪽 수비수로 영입되었던 자말 루이스.
지난 시즌에 주전 왼쪽 수비수였지만, 이번 시즌에는 오른쪽과 왼쪽 측면 수비를 오가면서 쏠쏠한 활약을 하고, 지난 경기에서는 멋진 골을 넣으면서 공격적인 실력을 보여준 찰리 테일러.
이렇게 대안도 있기는 하고,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예고되었던 전반기의 강행군도 막바지를 앞두고 있기는 한데, 슬슬 선수단이 삐걱거리고 있다.
물론 이건 번리 뿐만 아니라 거의 모든 유럽의 구단들에서 공통적으로 발생하는 문제이기도 하고, 월드컵 본선에 출전하는 각국 대표팀 감독들의 마음을 조마조마하게 만드는 요인이기도 했다.
“대신 우리가 중앙 수비수 자원은 풍부하니까, 급하면 네이선이나 압두를 오른쪽이나 왼쪽으로 돌려서 수비를 보강할 수 있을거에요.”
오른발잡이로 오른쪽 수비에서도 뛰어본 경험이 있는 네이선 콜린스와, 왼발잡이로 역시 왼쪽 수비에서도 뛰어본 경험이 있는 압두 디알로.
어떻게든 가용할 수 있는 선수들을 돌려서 빈 자리를 메꿔야 한다.
그런 카롤리나의 생각에 파울루 모라오가 우려를 표했다.
“원래부터 왼쪽측은 수비에 중점을 두고 있었으니까 괜찮은데, 우측 수비수로 네이선을 투입하면 구가나 찰리처럼 치고 올라가서 넓이를 벌릴 수가 없을텐데요?”
번리처럼 선수층이 얇은 경우에는, 한 포지션에서 장기적인 공백이 발생하면 다른 포지션까지 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뭐··· 이제 딱 2경기 남았으니까요. 어떻게든 되겠지요.”
“…그 2경기가 로즈 더비 대리전인데요?”
“….”
***
한 시즌의 대진표를 보면 가끔씩 운명의 여신인지 배치표의 컴퓨터인지 모르는 존재가 장난을 칠 때가 있다.
컵대회 같은 일정이 꼬이면서 원래는 전반기와 후반기에 한번씩 만나야 하는 지역 라이벌과 2연전이 편성된다던가.
아니면 아예 그렇게 변경된 리그 경기 사이에 컵대회 경기까지 포함이 되면서 지역 라이벌과 1주일 동안 3연전이 펼쳐질 수도 있다.
유럽 대항전에 주기적으로 진출하는 상위권 팀들의 경우, 토너먼트 단계에서 같은 리그에 속한 팀끼리 마주치게 되면 한 시즌 동안 같은 상대를 대상으로 무려 4번이나 경기를 만날 수도 있다.
그러나 2022년 카타르 월드컵의 시작을 앞두고 번리에게 배정된 2022년의 마지막 두 경기는 정말 기묘하다고 할 수 밖에 없는 일정이었다.
2021/22 시즌의 12월에 로즈 더비의 당사자들인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즈 유나이티드를 연달아 상대하면서 언론의 부추김에 의해서 졸지에 로즈 더비 대리전을 치뤘던 번리.
그 두 경기에서 2연패를 당하면서 2021/22 시즌 전반기의 끝마무리를 제대로 망친 경험이 있었다.
그런데 2022/23 시즌에도 로즈 더비 대리전이 다시 부활했다.
11월 6일에는 프리미어 리그 14라운드로 리즈의 홈구장인 엘란드 로드에서 원정경기를 벌친다.
그리고 불과 3일 후인 11월 9일에는 프리미어 리그 15라운드로 번리의 홈구장인 터프 무어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상대한다.
둘 다 만만치 않은 상대인데, 가뜩이나 평소와는 다른 겨울 휴식기를 앞두고 양 팀 모두 좋은 결과를 거둬서 후반기의 촘촘한 일정에 대비하고자 하는 의지가 강력했다.
먼저 상대하는 리즈는 새로운 시즌과 함께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을 대신해서 지휘봉을 잡은 제시 마치 감독이 적응기를 거쳐서 지난 4경기에서 2승 2패로 프리미어 리그 12위를 굳히고 있다.
기묘하게도 4경기 모두 2대 1로 승리하거나 2대 1로 패배하면서 누적 득점과 누적 실점이 모두 6골을 기록.
팬들에게 경기마다 무조건 3번의 골 장면을 보여주고 있는 박진감 넘치는 경기를 선보였다.
반대로 에릭 텐 하그 감독이 부임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최근 스티븐 제라드 감독의 지휘 하에 엄청난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아스톤 빌라에게 일격을 당한 것을 제외하면 지난 6경기에서 무려 5승을 거두면서 드디어 신임 감독의 전술이 조금씩 안착하는 모습이었다.
지난 6경기에서 16골을 넣는 동안 5골 밖에 실점하지 않았는데, 특히 지난 시즌의 부진을 딛고 제대로 기량을 만개한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소속의 젊은 공격수 마커스 래시포드의 공격력과 그에 호흡을 맞춰주고 있는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소속의 창의적인 미드필더 브루노 페르난데스의 조합이 그 강력함을 선보이고 있었다.
그렇게 같은 지역에 있다는 것을 제외하면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도, 리즈 유나이티드와도 아무런 라이벌 관계가 아니었던 번리는 다시 두 팀들 간의 역사 깊은 라이벌 관계에 강제로 끌어들여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