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11)
111화: 로즈 더비는 우리랑 상관 없다고!
“하아··· 짜증나네요.”
회의실의 의자에 깊숙히 몸을 파묻은 형민이 한탄했다.
정작 경기를 치루는 상대는 번리인데, 언론과 평론가들은 월드컵을 앞둔 지금 프리미어 리그에서 마지막으로 화제가 될 수 있는 소재를 놓치지 않겠다는듯 2시즌 연속으로 치루는 로즈 더비 대리전이라고 떠들어대기 바쁘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리즈 유나이티드는 시즌 초반에 경기를 치뤄서 후반기로 넘어가기 전까지는 화제가 되기 어렵고, 상위팀들이 맞붙는 큰 경기나 라이벌 전도 전무하면서 발생한 현상.
“우리가 무슨 실력 측정을 해주는 컨설팅 업체도 아니고···.”
“차라리 언론사에서 상금을 주는 시범 경기라도 된다면 좋겠어요.”
형민 옆에서 쓰러지듯이 의자에 몸을 묻은 파울루 모라오가 한탄했다.
8월 6일에 개막전을 치룬 후 3개월이 살짝 넘어가는 11월 9일까지 23경기를 치루는 강행군이 끝을 보이고 있다.
그러나 막상 전반기가 마무리 지어져도 월드컵에 소집되는 선수들의 몸상태에 가장 마음을 졸이는건 그들을 돌려받았을 때에 가장 먼저 상태를 다시 끌어올려야 하는 피트니스 코치와 팀닥터이다.
현재 월드컵에 소집될 것으로 발표됐거나 예상되는 선수는 총 5명이다.
3번째 골키퍼로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 합류하는 골키퍼 닉 포프.
세네갈 국가대표팀의 주전 중앙 수비수 압두 디알로.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의 백업 중앙 공격수 와우트 웨그호스트.
폴란드 국가대표팀의 주전 중앙 미드필더 세바스챤 셰만스키.
그리고 약간은 의외의 선택이었지만 독일 국가대표팀에 소집된 공격수 카림 아데예미.
이중에 닉 포프나 와우트 웨그호스트, 그리고 카림 아데예미는 경기를 많이 소화하지 못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었지만, 휴식을 취하는 대신 계속 훈련을 진행하면서 경기감각을 유지해야 한다는 측면에서 다른 선수들에 비해서 피로가 쌓일 수 밖에 없다.
거기에 각각 폴란드와 세네갈 국가대표팀에서 핵심 멤버인 세바스챤 셰만스키와 압두 디알로는 조별 예선에서 3경기를 모두 치룰 가능성이 높고, 토너먼트까지 진출하게 된다면 얼마나 더 많은 경기를 소화하게 될지 아무도 모른다.
보통 월드컵과 같은 초대형 대회를 여름 휴식기에 치루고 나면 그 다음 시즌에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었던 선수들을 중심으로 부상자가 속출하는게 일반적.
피트너스 코치인 파울루 모라오가 월드컵을 앞두고 스트레스를 받는 것도 무리는 아니었다.
“뭐··· 일단은 세바스챤이랑 압두를 중심적으로 케어하는게 좋을 것 같아요. 그런데 압두는 제임스나 아넬이 있으니까 월드컵 전후로 조금 더 휴식을 많이 부여할 수 있을 것 같은데 세바스챤은···.”
파울루 모라오와 협의를 하던 형민은 말을 흐렸다.
디나모 모스코바에서 영입된 후 짧은 적응기를 마치고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고 있는 폴란드 국가대표팀 소속의 젊은 미드필더가 프리미어 리그 14경기에서 3골 5어시스트로 8개의 공격포인트를 기록하면서 맹활약하고 있는건 좋다.
그런데 그 절정의 기량을 눈여겨 본 폴란드 국가대표팀의 체스라우 미니위츠 감독이 그를 폴란드가 보유한 월드클래스 중앙 공격수 로베르트 레반도프스키를 지원하는 핵심축으로 낙점하면서 최근에 모든 국가대표팀 경기를 거의 90분씩 소화하고 있는게 문제다.
“하아···. 어쩔 수 없어요. 세바스챤은 일단 카타르에서 3경기는 무조건 다 소화한다고 봐야 할 것 같아요. 폴란드가 속한 C조도 아르헨티나와 멕시코, 그리고 사우디 아라비아까지 있으니까 한 경기도 허투루 넘어갈 수 없겠지요.”
파울루 모라오가 한숨을 내쉬면서 우울하게 중얼거렸다.
“1월에 세바스챤의 경기를 제한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고 생각합니다.”
“하아···.”
이번에는 형민이 한숨을 내쉴 차례였다.
“왜 이렇게 다들 우울해?”
회의실에 들어온 카롤리나가 한숨을 푹푹 내쉬는 두 남자를 내려다보면서 물었다.
“그냥 월드컵 때문에···.”
“월드컵? 그거 별거 아니야.”
집에 월드컵 우승메달을 2개나 보관하고 있는 전직 독일 여성 국가대표팀 소속 스타 미드필더의 말에 형민과 파울루 모라우가 동시에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솔직히 국가대표팀이 아무리 조직력을 갖춰봤자거든? 결국 조별 예선만 통과한 다음부터는 체력이 절반이고, 준결승부터는 정신력이 절반 이상이야. 그냥 한발짝 더 뛰는 쪽이 이길 가능성이 훅훅 올라가거든.”
“우리는 그 체력이 탈탈 털리는게 걱정이 되는거여서 그렇거든?”
“아, 그거? 뭐··· 그냥 걔네들은 1월 동안 부상이라고 생각하고 준비를 해야지.”
남의 일처럼 느긋하게 말하는 카롤리나에게 형민이 발끈하려고 했지만, 카롤리나는 그에 개의치 않고 회의실 한쪽에 마련된 대형 스크린을 켰다.
“자, 남의 일은 나중에 고민하고. 지금 우리한테 중요한건 리즈라고.”
카롤리나가 화면에 띄운건 비디오 분석관을 통해서 편집된 리즈 유나이티드의 주요 경기 장면들이었다.
“제시는 이번 시즌에 4-4-2 포메이션을 주력으로 가져가고 있는거지?”
형민의 질문에 카롤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뭐, 여기도 우리한테 친숙한 얼굴들이 많이 있기는 하지.”
리즈 유나이티드의 주력 포메이션인 4-4-2에서 부동의 골키퍼는 프랑스의 젊은 유망주 일리얀 멜리에.
오른쪽 수비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영입된 후 부주장인 루크 아일링을 밀어내고 주전을 차지한 RB 잘츠부르크 출신의 라스무스 크리스텐센.
중앙 수비수는 디에고 요렌테와 파스칼 스트루윅.
왼쪽 수비수는 바르셀로나에서 영입된 후니오르 피르포였는데, 시즌이 지날수록 불안한 수비력이 점점 노출되면서 최근에 장기 부상에서 복귀한 스튜어트 댈러스를 점점 더 많이 기용하는 모습이었다.
미드필드는 오른쪽과 왼쪽 측면에 각각 잭 해리슨과 루이스 시니스테라가 서고, 최전방에는 패트릭 뱀포드와 웨일즈 국가대표팀의 다니엘 제임스가 주전의 자리를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역시 중앙이 아직 불안정한거지? 제시가 확실하게 정하지 못했나보네.”
기록지를 살펴보던 형민이 중얼거리자, 카롤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상대에 따라서 조합을 다르게 가져가고 있기는 한데···. 아직 제일 좋은 조합을 찾지 못했다고 보는게 맞을거야. 칼빈 필립스가 이탈한게 컸지.”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 밑에서 역량을 만개하면서 단숨에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의 주전 미드필더로 도약한 칼빈 필립스는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4,16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친정팀에게 안겨주고 맨체스터 시티로 향했다.
맨체스터 시티에서는 기존의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인 로드리와 치열하게 주전 다툼을 벌이고 있었는데, 어느 누가 선발로 출전해도 전력에 누수가 없다는 평가를 받을 정도로 실력이 확실했다.
활동량, 수비력, 그리고 탁월한 패스 능력까지 겸비한 유소년 출신의 미드필더가 이탈하고 나서 리즈 유나이티드는 중앙 미드필드의 2자리를 구성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었다.
거기에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 밑에서 리즈 유나이티드 공격의 주축을 담당했던 브라질 국적의 공격수 하피냐는 5,500만 파운드의 거금을 구단에 안겨주고 바르셀로나로 이적했다.
미드필드와 공격에서 핵심을 잃은 가운데, 지난 시즌부터 문제점으로 지적받았던 미드필드 보강을 위해서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 리즈 유나이티드가 영입한 미드필더는 총 3명.
RB 잘츠부르크에서 2,700만 파운드로 영입된 미국 국가대표팀 소속의 브렌단 아론슨.
RB 라이프치히에서 1,430만 파운드로 영입된 미국 국가대표팀 소속의 타일러 아담스.
바이에른 뮌헨에서 1,000만 파운드로 영입된 스페인 국적의 마크 로카.
미국 국적으로 뉴욕 레드불과 RB 잘츠부르크, 그리고 RB 라이프치히까지 미국과 레드불이라는 접점을 가진 제시 마치 감독의 입김이 많이 작용했다고 평가를 받는 영입이었지만, 동시에 장래가 유망한 젊은 선수들이라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었다.
문제는 여기에다가 기존에 잔류한 폴란드 국적의 미드필더 마테우스 클리히까지 조합하려니 영 애매하다는 것이었다.
총 4명의 미드필더를 보유하고 있으니, 여기서 2명을 짝지어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는 총 6가지.
그런데 수비형 미드필더인 타일러 아담스와 공격형 미드필더인 브렌단 아론슨은 활동량이 출중하지만 창의성이 돋보이는 미드필더는 아니었다.
반대로 마크 로카는 패스 능력이 출중하지만 활동량은 상대적으로 떨어진다.
그리고 마테우스 클리히가 활동량과 창의적인 패스 능력까지 겸비해서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에게 중용받았지만, 어느새 30살이 넘어가면서 많은 경기를 뛰기에는 조금씩 체력적으로 부담을 느끼고 있었다.
따라서 타일러 아담스와 브렌단 아론슨이라는 미국인 2인조를 미드필드에 기용하면 상대팀의 활동량은 막아내지만 공격을 전개할 때에 창의적인 패스가 나오지 않으면서 측면에서 공격을 전개하는 의존도가 높아진다.
반대로 타일러 아담스와 마크 로카를 같이 세우면 수비와 창의성은 보완이 되는데, 둘 다 수비적인 경향이 강하다 보니까 전방에서 압박을 하기보다는 내려앉아서 수비를 굳히려는 경향이 강해진다.
거기에 브렌단 아론슨이랑 마크 로카를 같이 세우면 브렌단 아론슨의 부족한 수비 지원 속에서 마크 로카의 낮은 활동량을 상대팀들이 공략한다.
브렌단 아론슨과 마테우스 클리히를 같이 출전시켜도 비슷한 문제가 발생하고.
결국 타일러 아담스와 마테우스 클리히를 같이 세우는게 가장 안정적인 조합이었는데, 그러면 체력적인 부담 때문에 꼭 후반전에 교체를 한번 가져가야 한다.
따라서 지난 4경기에서 리즈 유나이티드가 승리한 경기는 전반전에 앞선 다음에 후반전에 마크 로카가 마테우스 클리히와 교체되면서 잠그는데 성공한 경기였다.
반대로 패배한 경기는 전반전에 밀린 가운데 후반전에 마테우스 클리히 대신 브렌단 아론슨을 투입한 다음에 측면이 봉쇄되고 경기가 끝나거나, 마크 로카가 투입된 다음에 내려앉으면서 공격 전개가 애매해진 경우였다.
“제시한테는 미안하지만 아직까지는 단점이 너무 뚜렷한걸. 겨울 이적시장에서 미드필드에 선수를 좀 더 보강해야 하지 않을까?”
“리즈 재정으로 여름 이적시장에 이어서 겨울에도 돈을 많이 쓰기는 힘들 걸? 성적을 중위권 정도로 유지할 수 있다면, 이번 겨울은 넘기고 다음 여름에 추가로 영입을 하겠지. 기존에 있던 선수도 좀 정리를 해야 할 테고.”
번리와 마찬가지로 젊고 잠재력이 큰 유망주들을 중심으로 팀을 개편하는 리즈 유나이티드의 구조라면, 좋든 싫든 베테랑 미드필더인 마테우스 클리히가 방출될 가능성이 가장 높다.
물론, 지난 시즌에 30세 이상의 베테랑을 전원 방출하는 데에 일조한 형민이 걱정할 부분은 아니었지만.
그의 생각을 읽은듯, 카롤리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 우리가 걱정할 부분은 아니겠지? 그럼, 리즈 전은 이렇게 접근하면 되겠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