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12)
112화: 허를 찔리고
“아씨··· 이건 뭐야.”
경기가 시작하기 전.
상대팀의 최종 선발 라인업을 전달받은 형민은 썩어들어가는 표정을 지었다.
옆에서 같이 상대팀 라인업을 살피던 카롤리나도 혀를 찼다.
“이거,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은데···.”
“하긴, 제시가 그렇게 만만하게 상대팀한테 허점을 보여줄 사람은 아니지.”
리즈의 제시 마치 감독은 자신에 대해서 잘 알고 있는 레드불 출신들이 잔뜩 있는 번리를 상대로 허를 찌르는 전술적인 변화를 선보였다.
덕분에 형민과 카롤리나는 이번 경기를 위해서 준비했던 모든 예측이 어그러지는 사태를 맞이해서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제시가 5-2-3 포메이션을 사용한 적이 있나?”
카롤리나의 질문에 형민이 얼굴을 찡그리면서 기억을 더듬었다.
“잘츠부르크 시절에 몇번 사용하기는 했었는데··· 거의 없기는 했어.”
“적어도 네가 기억나는건 없다는거네···.”
형민의 대답을 확인한 카롤리나가 마찬가지로 얼굴을 찡그렸다.
“이번 시즌에도 처음 들고 나온건데···. 이거, 그냥 서로 기본기로 승부하는게 되겠는걸?”
“제시는 우리한테 맞춤형으로 작전을 들고 나올텐데?”
형민의 지적에 카롤리나가 혀를 찼다.
프리미어 리그 정규 경기에서 새로운 포메이션을 들고 나왔다는건 팀이 해당 포메이션과 그에 해당하는 전술을 최소한으로 수행할 수 있다는 자신감을 가지고 있다는 얘기다.
물론 현대 축구에서 숫자 자체로 포메이션이 결정되고, 경기 중에도 포메이션이 계속 변형하기는 하지만 큰 틀이라는게 존재하기는 한다.
중앙 수비수를 3명이나 출전시켰는데 여기서 나올 수 있는 경우의 수라는게 한정될 수 밖에 없기도 하고.
“일단 5-2-3에서 3-4-3 포메이션으로 전환은 당연히 진행이 될거고, 공격할 때에는 5-2-3 포메이션으로 최전방에서부터 짓누르겠네.”
기본적으로 3백을 가져가게 되면 후방은 단단해지는 가운데 양쪽 측면을 어떻게 활용하냐에 따라서 포메이션이 변형하게 된다.
양쪽 측면에 배치된 윙백이 동시에 수비적으로 내려 앉으면 5-2-3 포메이션이 되고, 중간 정도의 위치를 지키면 3-4-3 포메이션으로 변형하며, 최전방으로 올라가면 3-2-5 포메이션으로 탈바꿈한다.
그게 아니라 좀 더 보수적으로 접근한다면 한쪽 윙백은 올라갈 때에 다른쪽 윙백은 아래로 내려앉아서 5-2-3 포메이션이 4-3-3 포메이션이나 4-2-4 포메이션으로 변형할 수도 있다.
형민과 카롤리나는 번리 선수단이 경기장에서 파울로 모라오의 지시 하에 몸을 풀고 있는 가운데 식은땀을 뻘뻘 흘리면서 리즈의 선발 명단을 펼쳐놓고 경우의 수를 따져보기 시작했다.
“일단 중앙 수비수는 디에고 요렌테와 파스칼 스트루윅, 그리고 주장인 리암 쿠퍼니까···.”
“파스칼 스트루윅은 비엘사 감독님 밑에서 칼빈 필립스 대신 수비형 미드필더로도 꽤 많이 출전했어. 디에고 요렌테도 패스 능력은 훌륭하고. 하지만 3명 모두 최전방으로 치고 올라가는 스타일은 아니니까 중앙 수비수가 공격에 가담하는 걱정은 안 해도 될거야.”
지난 시즌에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 하의 리즈를 분석했던 기억을 더듬은 형민의 지적에 카롤리나가 고개를 끄덕였다.
“좌우 측면은 라스무스 크리스텐센이랑 후니오르 피르포. 후니오르 피르포는 라스무스보다 수비력이 많이 떨어지니까, 만약에 변형을 한다면 라스무스가 내려앉으면서 4백은 만들 수 있겠네.”
“굳이 그렇게까지 할까? 수비형 미드필더가 2명이나 있는데?”
카롤리나의 고민에 형민이 고개를 저었다.
“타일러 아담스랑 마크 로카가 둘 다 나왔으니까, 중앙 수비수 3명과 미드필더 2명은 실질적으로 완전히 후방을 단단하게 지키고, 양쪽 측면에서 공격을 퍼부을 생각인 것 같아.”
형민의 예측에 카롤리나가 혀를 찼다.
“중앙은 포기하고 구가랑 자말을 집중적으로 공략하겠다는 생각인 것 같네. 뭐, 나쁜 생각은 아니야. 우리 팀에서 가장 약한 고리가 측면 수비수 2명이니까.”
측면 수비수들의 적극적인 공격 가담과 많은 활동량을 요구하는 번리의 스타일 상 측면에서 뒷 공간이 많이 생길 위험이 높다.
그 뒷공간을 공략하기 위해서 양쪽 측면 윙백과 측면 공격수를 집중하겠다는게 제시 마치 감독의 계획.
좀 더 기술적으로 완성도가 높은 잭 해리슨이 아니라 프리미어 리그를 통틀어서도 발이 빠르기로 유명한 다니엘 제임스가 루이스 시니스테라가 선발로 나왔다는건 속도과 체력전에 승부를 걸었다는 것.
측면 윙백과 측면 공격수가 협력해서 번리의 측면을 뚫어내면, 중앙을 차지한 리즈의 중앙 공격수 패트릭 뱀포드와 연계해서 골문을 직접 공략하겠다는 작전이다.
“어떻게 할꺼야? 맞불을 놓을꺼야? 아니면 같이 뒤로 물러날꺼야?”
카롤리나의 질문에 형민은 잠시 생각에 잠겼다.
평소의 4-4-2 포메이션과 다른 5-2-3 포메이션을 들고 나온 제시 마치 감독에게 허를 찔렸지만, 그도 선발 명단을 확인한 즉시 형민과 카롤리나가 그가 생각한 전술을 간파할거라는 것 정도는 예상하고 있었을거다.
결국 형민과 카롤리나의 노련한 선배는 후배 2명에게 간단한 선택지를 강요했다.
뒤로 물러나서 서로 툭툭 잽만 날리는 경기를 펼칠거냐?
아니면 앞으로 나와서 서로 화끈한 역습이 난무하는 난타전을 벌일거냐?
현재 리그 4위인 번리와 리그 12위인 리즈 간의 격차를 인정하는 가운데, 홈에서는 패배하지 않겠다는 강력한 의지의 표현이다.
만약 번리도 뒤로 물러난다면, 번리도 똑같이 수비형 미드필더 니콜라스 세이왈드를 아래로 내려서 중앙 수비수인 제임스 타코우스키와 아넬 아메드호지치와 함께 후방을 지키고, 측면 수비수인 구가와 자말 루이스가 최전방으로 치고 들어가는 횟수를 줄이게 된다.
그렇게 되면 양 팀 모두 뒤로 물러앉은채 수비를 단단하게 굳히고 역습을 시도하는 길고 지루한 경기가 펼쳐질 가능성이 높다.
그게 아니라면···.
“…맞불을 놓을거구나?”
“음··· 생각해보니까, 조금 있으면 월드컵 휴식기여서 체력을 너무 아낄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고···.”
형민이 천천히 자신의 생각을 풀어내자, 카롤리나가 듣고 있다가 피식 웃었다.
“…그리고 밋밋한 무승부보다는 화려한 패배가 나으니까?”
“기왕이면 화려한 승리라고 해주지 않을래?”
형민의 반문에 카롤리나가 어깨를 으쓱했다.
“뭐, 나도 상대가 무서워서 뒤로 물러나는건 성격에 안 맞으니까.”
“그럼 한번 제대로 붙어 보자고. 제시도 그런걸 기대하고 있을거야.”
***
“그래! 거기서 슛!”
“슛을 날려!”
“그렇지!!”
더 라이플 볼런티어 인.
터프 무어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전통 있는 작은 펍은 오늘도 번리의 경기를 지켜보기 위해서 몰려든 주민들로 꽉 차 있었다.
리즈 원정경기 표를 구하지 못한 헨리 스마이스와 밋치 타일러 옆에 헨리 타일러까지 거구의 남자 3명이 간신히 차지한 테이블에서 앉지도 못한채 일어선 나머지 팬들과 함께 대형 스크린에 비춰지는 번리 선수를 향해서 고함을 질렀다.
암적색 유니폼을 입은 젊은 선수는 페널티 박스 안인데도 불구하고 맹렬하다 못해 과격한 태클을 간신히 회피하고, 자신의 몸에서 떠나려는 공을 향해서 넘어지면서도 필사적으로 왼발을 휘둘렀다.
“아아!!!”
발이 공에 정확하게 맞았지만, 슛이 너무 정직했다.
자신의 가슴으로 날아온 공을 품에 껴안고 안전하게 앞으로 쓰러지면서 방어한 상대팀 골키퍼의 모습에 펍 안은 아쉬운 탄성으로 가득 찼다.
아쉬운 듯이 한 손으로 테이블을 내리친 헨리 스마이스가 손 안에 쥐고 있던 맥주잔을 단숨에 비웠다.
“존! 여기 한잔 더!”
“네가 따라 마셔!”
잔을 채워달라는 오래된 친구의 외침에 술을 따르기는 커녕 얼굴을 가득 찡그린채 경기를 지켜보던 더 라이플 볼런티어 인의 주인 존 메이슨의 퉁명스러운 답변이 돌아왔다.
궁시렁대면서 맥주잔을 들은채 인파를 헤치면서 바로 향하는 헨리 스마이스의 거구 뒤로 타일러 부자 간의 대화가 더 라이플 볼런티어 인을 가득 채우는 소음 사이로 희미하게 들려왔다.
“…괜찮은거야?”
“뭐, 카림 말로는 이제 곧 월드컵이어서 감독님이 체력에 대해서 걱정을 좀 덜 한다고 하던데요? 체력 훈련이 줄어들었다고, 이제 좀 살 것 같데요.”
“음···.”
우리 팀일 때는 좋은데, 국가대표팀 소속이 되면 잉글랜드 국가대표팀과 상대하는 독일 국가대표팀의 소속이 된다.
얼굴을 살짝 찡그리면서 고민하던 밋치 타일러는 아직 월드컵이 시작되지 않았다는 것을 기억하고는 번리 팬으로서 본분을 지키기로 했다.
“뭐, 감독님이 괜찮다고 하면 괜찮은거겠지. 그나저나, 장난이 아닌데?”
“오오오!!! 또 온다!!!”
밋치 타일러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더 라이블 볼런티어 인은 다시 팬들의 우려 섞인 함성으로 가득 채워졌다.
이번에는 소유권을 돌려받은 리즈의 공격.
골키퍼를 통해서 오른쪽 측면으로 전개되는 맹렬한 공격에 경기장 위에 흰색과 암적색 유니폼이 뒤섞이면서 선수들이 충돌한다.
리즈의 오른쪽 윙백 라스무스 크리스텐센이 받은 공은 수비형 미드필더인 마크 로카를 거쳐서 최전방으로 돌격하는 리즈의 오른쪽 측면 공격수 다니엘 제임스의 발 앞으로 발사된다.
그런 다니엘 제임스 앞으로 다가온 것은 재빨리 수비 위치로 복귀했다가 다시 앞으로 달려나오면서 깊은 태클을 날리는 번리의 왼쪽 수비수 자말 루이스.
“아아!!!”
번리 팬들의 아쉬운 탄성을 배경으로 다니엘 제임스가 한 끗 차이로 살짝 공을 밀어내면서 자말 루이스의 태클을 피해냈다.
하지만 아직 그가 발을 다시 땅에 채 붙이기도 전에 달려온 번리의 수비형 미드필더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걸어온 어깨싸움에서 훅 밀리면서 공을 빼앗긴다.
“그래!!!”
“본 때를 보여줘, 니키!!”
“잘 했어!!”
그러나 경기장까지 들려오지 않을 더 라이플 볼런티어 인을 가득 채우고 있는 번리 팬들의 환호성 속에서 대형 스크린 속의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채 돌아서기도 전.
아까 패스를 보낸 이후 달려오는 것을 멈추지 않았던 리즈의 오른쪽 윙백 라스무스 크리스텐센이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다리 사이로 발을 집어넣어서 공을 다시 빼앗았다.
RB 잘츠부르크에서 함께 뛰었던 두 선수가 거칠게 몸싸움을 벌이면서 공을 뺏고 뺏으려는 가운데, 어느새 몸을 일으킨 자말 루이스와 나가떨어졌던 다니엘 제임스까지 달려와서 공을 향해 각자의 발을 내밀었다.
세계 최고의 프로 축구 리그가 아니라 초등학교 체육시간에 나왔다고 해도 믿을 수 있을 정도로 좁은 공간에 몰려든 선수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치열한 몸싸움.
축구가 아니라 격투기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로 팔꿈치와 무릎이 날아다니고 공이 아니라 서로를 향한 발차기가 난무하는 가운데 아직도 옐로우 카드가 한 장도 나오지 않았다는 사실이 기묘할 정도로 달아오른 분위기.
선수들 뿐만 아니라 양 팀 감독과 수석코치들까지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몰려나와서 선수들에게 쉴새 없이 지시를 내리면서 고함을 지르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