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14)
114화: 부주장
“카림!”
카림 아데예미에게 공이 전달될 것이 확실해지자, 동시다발적으로 리즈의 페널티 박스 주변에서 동료를 부르는 목소리들이 울려퍼졌다.
카림 아데예미의 이름을 길게 외치는 번리의 오른쪽 수비수 구가는 카림 아데예미의 바깥쪽으로 돌아서 오른쪽 코너 플래그를 향해서 더욱 깊숙히 침투했다.
평소라면 카림 아데예미를 견제했어야 하는 리즈의 왼쪽 수비수 후니오르 피르포를 끌어내는 움직임.
반면에 방금 전까지 리즈의 미드필더 마크 로카와 경합하던 니코 곤잘레스는 상대 선수를 내팽게친채 그대로 카림 아데예미를 지나쳐서 페널티 박스 안으로 달려들어갔다.
그리고 전방으로 들어오는 니코 곤잘레스에 맞춰서 페널티 박스 안에서 리즈의 수비수들과 신경전을 벌이고 있던 번리의 중앙 공격수 벤야민 셰슈코와 미드필더 토마소 포베가는 반대 방향으로 물러나왔다.
그렇게 번리 선수들 간의 약속된 움직임으로 리즈의 수비진은 위아래로, 그리고 좌우로 넓게 찢어졌다.
어쩔 수 없이 번리 선수들을 따라서 페널티 박스 밖으로 끌려나오는 리즈의 수비수들 때문에 페널티 박스 중앙에 큰 공간이 드러났고, 카림 아데예미는 전속력으로 그곳을 향한 돌진을 시작했다.
“파스칼!”
“알아! 이 자식 좀···!”
페널티 박스 중앙을 지키던 리즈의 중앙 수비수 리암 쿠퍼가 다급하게 동료에게 지원을 요청했지만, 리즈의 중앙 수비수 파스칼 스트루윅은 이미 쫓아가던 벤야민 셰슈코를 버리고 카림 아데예미를 막기 위해서 달려가고 있었다.
“디에고!”
“어쩌라고!”
급정지하면서 다시 페널티 박스로 침투할 움직임을 보이는 벤야민 셰슈코의 움직임에 리암 쿠퍼는 동료의 지원을 요청하면서 번리의 젊은 중앙 공격수를 향해서 한 걸음을 옮겼다.
하지만 차라리 아무 말도 하지 않는게 좋았을까.
리암 쿠퍼가 번리의 중앙 공격수 벤야민 셰슈코에게 달라붙기에는 거리를 좁히기 위한 시간이 더 필요하고, 번리의 미드필더 토마소 포베가를 견제하던 리즈의 중앙 수비수 디에고 요렌테가 동료의 지원 요청에 머뭇거리는 순간.
“3번의 A!”
“갈라져!”
사전에 약속된 작전을 동시에 외치면서 토마소 포베가와 벤야민 셰슈코가 디에고 요렌테를 사이에 두고 좌우로 갈라지면서 리즈의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아차!”
차라리 이쪽이던 저쪽이던 한 명을 확실하게 견제했다면 나머지 한 명은 주장 리암 쿠퍼가 알아서 방어를 했을텐데.
후회스러운 탄성을 내뱉은 디에고 요렌테가 다급하게 몸을 돌리는 가운데, 리즈의 중앙 수비수 3명이 번리의 선수 3명을 확실하게 견제하지도, 그렇다고 수비 라인을 굳건히 형성하지도 못한 애매한 상황으로 몰아넣는데에 성공한 번리의 공격이 갑자기 속도를 올렸다.
“간다!”
대상을 지정하지 않은채 외친 카림 아데예미가 자신에게 달려오는 리즈의 파스칼 스트루윅이 거리를 더 좁히기 전에 왼발을 휘둘러서 골문 앞으로 공을 띄웠다.
훗날 카림 아데예미는 리즈의 페널티 박스를 파고들면서 골문으로 향하는 2명의 번리 선수 중 누구에게 패스를 보냈는지 절대로 밝히지 않았다.
카림 아데예미의 저주스러운 크로스 실력 덕분에 애매모호하게 리즈의 골문을 향해서 떠오른 공을 바라보면서 토마소 포베가는 달려가는 와중에 욕설을 내뱉었다.
“야, 임마!”
공을 줄거면 제대로 줄 것이지! 왜 슈팅은 그렇게 정교하게 날리면서 크로스는 못 올리는거야?! 그게 말이 되냐고?!
속으로 짜증을 한바닥 쏟아내면서도 토마소 포베가는 낙하하기 시작한 공을 향해서 몸을 띄웠다.
이미 그와 갈라져서 침투했던 벤야민 셰슈코는 공을 받을 수 없는 위치에 도달했기 때문에 오프사이드를 피하면서 후속 공격을 진행하기 위해서 다시 돌아나오고 있는 상황.
반대로 다급하게 달려오던 리즈의 주장 리암 쿠퍼와 골키퍼 일리얀 멜리에는 일제히 공을 향해서 몸을 날렸다.
일반적으로 팔을 사용할 수 있는 골키퍼가 공중에서 위에서 아래로 떨어지는 공을 쳐내기에 절대적인 우위를 가진다.
그리고 페널티 박스 안에서 상대팀 선수가 골키퍼를 건드리거나 밀치는 행위를 하면 즉시 경고를 받으니까 더더욱 우위가 확고하다.
“리암, 안 됑!”
하지만 상황을 지켜보던 리즈의 디에고 요렌테는 주장을 향해서 안타까움이 가득 담긴 비명을 질렀다.
가만히 있었다면 골키퍼 일리얀 멜리에가 토마소 포베가를 제치고 공을 펀칭하거나 잡았을텐데.
급한 마음에 몸을 띄운 리암 쿠퍼까지 3명의 선수가 졸지에 공중에서 서로 뒤엉켰다.
“컥!”
공만 바라보면서 팔을 길게 뻗은채 허공에 뛰어오른 골키퍼 일리얀 멜리에는 갑자기 가슴에 부짖쳐 오는 누군가의 단단한 머리에 신음을 내뱉으면서 뒤로 밀려났다.
그 와중에도 필사적으로 손끝을 뻗었지만, 그가 착용하고 있던 새하얀 골키퍼 장갑이 공의 매끄러운 표면 위에 미끄러지면서 아슬아슬하게 빗겨났다.
퍽!
그리고 리암 쿠퍼에게 밀려난 일리얀 멜리에와 토마소 포베가가 허공에서 충돌했다.
앞뒤로 번갈아가면서 선수와 충돌한 리즈의 젊은 골키퍼가 장신을 길게 늘어뜨린채 바닥에 쳐박히고, 그런 골키퍼 위로 토마소 포베가가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아무런 방해를 받지 않고 유유히 날아오던 공은 골문 앞에 뒤엉킨채 쓰러진 일리얀 멜리에와 토마소 포베가의 위에 떨어졌다.
“어?!”
초근접거리에서 상황을 지켜본 벤야민 셰슈코의 어이없다는 탄성과 함께, 장신의 골키퍼 위에 떨어진 토마소 포베가의 뒤통수에 맞은 공은 슬로우 모션에 가까운 느릿한 움직임으로 통통 튕기면서 리즈의 골문 안으로 흘러들어갔다.
“어어···?!!!”
홈팬들과 원정팬들이 환호를 질러야 할지 야유를 보내야 할지 모른채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는 가운데 주심의 휘슬이 울렸다.
“골키퍼 차징이잖아요!”
“이건 명백히 저쪽 골키퍼가 와서 부딪친거라고!”
자신의 앞에 들이대면서 핏대를 세운채 목청껏 항의하는 양 팀 선수들에게 주심이 고함을 질렀다.
“닥치고 판정을 기다려!”
각자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서 경기를 지켜보던 형민과 제시 마치를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서로를 바라보았다.
“어떻게 된 것 같아?”
제시 마치 감독의 외침에 형민은 어깨를 으쓱했다.
“저도 모르겠어요!”
“골키퍼 차징 아닐까?!”
“아닐껄요?!”
“맞는 것 같은데!”
“아니라니까요!”
유치하게 한치도 지지 않는 양팀 감독 간의 설전을 무시한채 카롤리나는 VAR 영상을 확인하고 있는 주심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관중들마저 조용하고, 주심을 따라와서 같이 VAR 화면을 보려는 선수들을 어처구니 없는 표정을 지은 대기심이 쫓아내는 가운데 마침내 주심이 고개를 들었다.
삐익!
손 끝으로 센터 서클을 가르키면서 울려진 주심의 휘슬.
“으아아아!!!”
번리의 선수들과 팬들이 환호하는 가운데, 주심이 토마소 포베가의 뒤통수로 넣은 골을 인정했다.
***
“아, 진짜 그 뒤통수만 아니었다면 우리가 비길 수 있었을텐데! 자네는 뒤통수로 헤딩하는 훈련도 하나?”
경기가 끝난 후, 아쉽지만 후련하다는 표정을 지은 제시 마치 감독이 원정팀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건너와서 손을 내밀면서 말했다.
형민은 씩 웃으면서 선배 감독의 손을 잡아서 악수했다.
“흐흐흐. 훈련 방식이라도 알려드릴까요?”
“아, 됐어!”
돌아서서 카롤리나와도 인사를 나눈 제시 마치 감독이 어깨 너머로 명확한 거부 의사를 표현했다.
“후반기에는 꼭 두고 보자고!”
“후반기에는 터프 무어인데요? 각오를 단단히 하고 오셔야 할 걸요?”
형민의 말에 제시 마치 감독은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으면서 카롤리나를 돌아보았다.
“이 친구, 감독이 되더니 영 성격이 나빠졌어.”
“워낙 자존감이 없었잖아요? 아직도 맨날 징징대기는 해요.”
“흐흐흐. 그럼 바뀐게 없는거잖아?”
상대팀 감독과 맞장구치는 자신의 수석코치를 바라보면서 형민이 황당하다는 표정을 지었다.
“아니, 넌 내 편이어야 하잖아?”
“경기는 벌써 끝났거든? 그리고 난 너보다 제시를 훨씬 더 오래 알았다고!”
아, 배신감···.
***
리즈를 상대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다음날.
오전의 회복훈련을 마친 형민은 제임스 타코우스키의 갑작스러운 요청에 자신의 집무실에서 특별 면담을 진행했다.
겨울 이적시장을 바로 앞두고 있기 때문에, 혹시나 이적 요청이 나올 것에 대한 우려에 수석코치인 카롤리나와 함께 자신의 집무실에서 기다리던 형민이 풋볼 디렉터인 조너선 랜드리스도 연락을 취해야 하나 고민을 할 무렵.
나타난 제임스 타코우스키는 전혀 다른 내용을 면담의 주제로 꺼냈다.
“…부주장을 선임하고 싶다고요?”
형민의 질문에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고개를 끄덕였다.
“네. 그동안 저 혼자서 주장직을 역임했는데요. 제가 경기에서 출전하지 않는 경우도 있고, 또 저 혼자서 선수단을 관리하기 보다는 누군가 도와주면 좋을 것 같아서요.”
클럽마다, 그리고 감독마다 주장을 선임하는 방식이 각각 다르다.
예를 들자면 레알 마드리드는 전통적으로 퍼스트팀에서 가장 오랫동안 뛰었던 선수에게 반자동적으로 주장 완장이 부여된다.
반대로 자신이 원하는 성향이나 성격, 또는 전술적인 지시를 경기장 내에서 발휘할 수 있는 선수를 주장으로 발탁하는 감독도 있다.
물론 어떤 경우에서나 장단점이 존재하고, 이를 보완하기 위해서 대부분의 팀들은 주장에 추가해서 부주장을 선임한다.
최근 대형팀들의 추세는 아예 주장단을 선임해서, 서너 명의 선수들이 주장의 역할을 분담해서 수행하는 경우가 많아지고 있기는 하다.
번리의 경우에는 형민이 처음 왔을 때부터 고참인 벤 미가 주장을, 그리고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부주장직을 수행하고 있었고, 벤 미가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 자유계약을 떠난 다음에 부주장인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자연스럽게 주장으로 올라섰다.
주장단을 구성하거나 부주장을 선임하는 것은 주장이 선수들과 상의해서 진행할 부분이라고 생각한 형민이 그 권한을 제임스 타코우스키에게 위임했는데, 정작 감독이나 코치진은 별 생각이 없었던 문제를 무려 반 시즌이나 고민한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마침내 찾아온 것이었다.
제임스 타코우스키의 말을 듣던 카롤리나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그래서 부주장으로 누구를 선임하고 싶은데요?”
“니키요.”
“니키?!”
형민과 카롤리나는 서로의 얼굴을 쳐다보았다가, 동시에 제임스 타코우스키의 얼굴을 바라보았다.
“지금 니콜라스 세이왈드를 퍼스트팀의 부주장으로 선임하고 싶다는건가요?”
“니키는 좀···.”
나이도 어리고, 번리로 이적한지 1시즌 밖에 안 되었지 않나, 라고 반론하려던 형민에게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손바닥을 들어서 가볍게 제지했다.
“니키가 어리다는건 압니다. 하지만 저희 팀의 평균 연령은 프리미어 리그 최하위에요. 젊은 선수들이 많기 때문에 오히려 그 친구들의 생각과 목소리를 팀에서 대변하거나, 반대로 그런 친구들에게 지켜야 할 것을 전달하는데에 오히려 더 적격이라고 생각합니다.”
“뭐···. 니키가 좀 바른생활이기는 하지···.”
살짝 떨떠름한 목소리로 형민이 제임스 타코우스키의 생각에 동의했다.
“다른 베테랑들은 어떻게 생각할까요? 반발이 없을까요?”
선수들의 생태를 잘 아는 카롤리나의 질문에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고개를 저었다.
“이미 다들 얘기를 해봤는데, 니키라면 찬성한다고 했어요. 사실 막스나 찰리는 그런걸 좀 귀찮아 하고, 와우트는 벤야민이랑 경쟁하는 데에 더 집중하고 싶다고 했고요.”
“그럼 드와이티는?”
번리 팬들이 애지중지하는 유소년 출신의 젊은 에이스를 카롤리나가 언급하자, 이번에는 형민과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드와이티는 그런 부담을 주면 힘들어할거에요.”
“솔직히 드와이티는 앞에 나서서 사람들한테 얘기를 하거나, 선수들을 다독거릴 수 있는 성격은 아니지.”
부주장이 되면 단순히 선수들의 지원이나 감독의 지시를 전달만 하는게 아니다.
구단의 중요한 대외적인 행사에는 당연히 참석해야 하고, 사회 봉사나 언론 활동, 그리고 하다 못해 새로운 선수들이 왔을 때에 적극적으로 챙겨줘야 하는 부분도 있다.
경기장 밖에서는 상당히 소심하고 조심스러운 드와이트 맥닐의 성격상 그런 역할을 맡기는게 선수 본인이나 팀에게 오히려 부정적일 가능성이 더 높았다.
“뭐··· 솔직히 생각해보니 니키가 적임자이기는 하네. 숙소에서도 니키가 실질적으로 관리자 역할을 하는 것 같고.”
형민이 제임스 타코우스키의 제안에 동의하자, 갑자기 카롤리나가 피식 웃었다.
“그건 다 좋은데··· 이 소식을 들으면 카림이 엄청나게 배 아파하겠는데?”
“흐흐흐흐. 그러니까 평소에 더 잘 했어야지.”
친한 친구의 팔에 완장이 채워질 때에 카림 아데예미가 지을 표정을 상상하면서 세 사람은 킬킬대면서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