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15)
115화: 대참사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그 오래된 역사와 누적된 실적을 감안했을 때에 소위 신흥 명문이라고 부를 수 있는 맨체스터 시티나 첼시, 그리고 심지어 아스널까지도 넘볼 수 없는 위업을 달성한 명문.
1부 리그 우승 횟수와 유럽 무대에서 가져온 트로피의 갯수까지 합산하면 잉글랜드 내에서는 오직 리버풀 만이 그 역사와 실적에 비교할 수 있을 정도로, 잉글랜드 축구 전체의 역사를 아울러서 2강 중 하나라고 평가받을 수 있다.
잉글랜드 1부가 프리미어 리그로 개명된 이후, 역사적인 명장 알렉스 퍼거슨 경의 지휘 하에 실질적으로 프리미어 리그를 압도하는 최강자의 지위를 확립했다.
1992/93 시즌부터 2012/13 시즌까지 무려 20 시즌 동안 13번의 우승을 차지.
그리고 그 시절 동안 가장 나빴던 성적이 3위였을 정도로 압도적인 성과를 창출했다.
그러나 긴 영광의 시대는 알렉스 퍼거슨 경의 은퇴와 함께 나락으로 떨어졌다.
데이비드 모예스, 루이스 반 할, 주제 무리뉴, 올레 군나르 솔샤르, 랄프 랑닉까지.
프리미어 리그에서 잔뼈가 굵은 감독, 긴 세월 동안 탁월한 성과를 쌓아올렸던 노장, 지휘했던 클럽마다 우승 트로피를 안겼던 명장, 구단의 레전드 출신의 젊은 감독, 그리고 수많은 구단을 아우르는 체계적인 선수 육성 및 전술 시스템을 확립했던 감독까지.
다양한 감독을 선임해서 실패를 맛보고, 이제 네덜란드에서 아약스를 이끌고 탁월한 성과를 냈던 에릭 텐 하그 감독을 선임해서 무려 알렉스 퍼거슨 경이 은퇴한 후 10번째 시즌을 맞아서 6번째 감독에게 지휘를 맡긴채 개선을 기대하고 있었다.
프랑스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세계적인 미드필더의 반열에 올랐지만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에서는 부진과 기복이 심했던 폴 포그바를 자유계약으로 방출한 것을 시작으로 선수단이 대폭 개편됐다.
전력 외로 판별한 베테랑 공격수 에딘슨 카바니를 비롯해서 제시 린가드, 네마냐 마티치, 후안 마타, 그리고 리 그랜트를 자유계약으로 방출했고, 그외에 후보급 선수들이 매각 또는 임대되었다.
반면에 영입은 에릭 텐 하그 감독이 네덜란드 리그에서 보고 검증했던 선수들 중심으로 진행됐다.
네덜란드 1부 리그인 아약스에서 에릭 텐 하그 감독의 지휘 하에 최후방의 빌드업을 전담했던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소속의 중앙 수비수 리산드로 마르티네즈를 5,500만 파운드에 영입해서 지속적으로 약점으로 지적되었던 중앙 수비와 최후방의 패스 전개 능력을 보강.
역시 네덜란드 1부 리그인 폐에노르드에서 탁월한 실력을 선보였던 22살의 젊은 왼쪽 수비수 타이렐 말라키아를 1,300만 파운드에 영입해서 탁월한 기량을 선보였지만 잦은 부상에 신음했던 주전 왼쪽 수비수 루크 쇼에 대한 백업을 확보.
그리고 아약스, 토트넘과 인터밀란을 거쳐서 탁월한 기량을 뽐냈고 선수 생활이 종료될 수도 있는 심정지를 극복하고 브렌트포드에서 다시 화려한 부활을 알린 덴마크 국가대표팀 소속의 크리스티안 에릭센을 자유계약으로 영입.
무엇보다 아약스 시절에 에릭 텐 하그 감독 밑에서 세계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하나로 성장했던 프랭키 데 용을 길고 지리한 협상 끝에 바르셀로나에서 옵션을 포함하면 8,500만 파운드의 거금을 지불하고 데려오는 데에 성공했다.
알렉스 퍼거슨 경이 은퇴한 후 확실한 주인이 부재했던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앙 미드필드를 책임져줄 것으로 기대된 영입이었고, 실제로 프랭키 데 용은 그 기대를 저버리지 않고 수비와 연계, 그리고 공격 전개까지 탁월한 기량을 선보였다.
문제는 나머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단이 에릭 텐 하그 감독이 요구하는 강력한 전방 압박을 통한 수비와 세밀한 패스 및 공격 전개를 구현하는 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 시즌에 4위를 거두면서 진출한 유럽 챔피언스 리그에서는 조별 예선을 무난히 통과했지만, 정작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10월 초까지 상당히 기복이 심한 모습을 보였다.
최근에는 6경기에서 5승을 거두면서 조금씩 궤도에 오르면서 리그 순위가 2위까지 상승했지만, 지금 리그 테이블의 상위권은 골득실 차이만으로도 순위가 뒤바뀔 정도로 치열한 접전이 벌이지고 있다.
따라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감독과 코치진, 그리고 선수단은 카타르 월드컵으로 인한 겨울 휴식기를 앞두고 프리미어 리그의 마지막 경기인 번리 원정에서 승점 3점을 획득해서 좋은 분위기로 전반기를 마무리하는 의지가 강력했다.
물론 리즈에게 1대 0으로 극적인 승리를 거둔 번리를 상대로 승리를 챙겨서 지역 라이벌의 콧대를 살짝 눌러주는 것은 덤이었고.
문제는 형민과 번리의 선수단이 그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계획에 동조해줄 생각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었다.
***
“No one likes us! (아무도 우릴 좋아하지 않아!)”
“We don’t care! (우린 신경쓰지 않아!)”
“We are Burnley! (우린 번리니까!)”
“Super Burnley! (슈퍼 번리니까!)”
“We are Burnley! (우린 번리니까!)”
“From the Moor! (수렁*에서 왔으니까!)”
“후우···.”
터프 무어에 번리 홈팬들의 응원가가 맹렬히 울려퍼지는 가운데,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팔짱을 끼고 선 채 경기의 시작을 알리는 주심의 휘슬을 기다리던 형민은 깊은 숨을 내쉬었다.
“긴장되냐?”
옆에 다가온 카롤리나의 질문에 형민은 부인하려는듯 입술을 열었다가, 다시 입술을 닫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조금은.”
“뭐, 오랜만에 정면으로 힘 대결을 벌이는 거기는 하지.”
4-3-3 포메이션과 4-2-3-1 포메이션을 오가던 에릭 텐 하그 감독은 전반기를 지나면서 점점 더 4-2-3-1 포메이션으로 굳어지고 있었고, 오늘 들고 나온 것도 바로 그 4-2-3-1 포메이션이었다.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가 지키는 골문 위에는 오른쪽부터 아론 완-비사카, 해리 매과이어, 리산드로 마르티네즈, 그리고 루크 쇼.
경험과 수비력이 아우러지기는 했지만 공격력은 특출나지 않다고 평가되는 4백 위에 중앙 미드필드는 아약스 출신의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듀오 프랭키 데 용과 도니 반 데 빅이 위치했다.
예전의 파트너를 다시 만난 도니 반 데 빅은 아약스 시절에 발휘했던 탁월한 공격적인 역량과 활동량을 회복하면서 실패한 영입이라는 오명을 씻어내는 데에 성공했다.
그렇게 활동량과 공수 조합이 월등히 개선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앙 미드필드 위에는 포르투갈 국가대표팀 소속의 공격형 미드필더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중심으로 좌우에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소속의 제이든 산초와 마커스 래시포드.
그리고 37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 전설적인 커리어에 막을 내리지 않은 베테랑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가 최전방 공격수로 자리를 잡았다.
그에 비해서 번리는 곳곳에 부상으로 인한 빈 곳을 드러냈다.
전반기 동안 느슨해진 조직력에도 불구하고 리그 4위를 견인했던 중앙 수비는 압두 디알로가 이탈하면서 제임스 타코우스키가 아넬 아메드호지치와 호흡을 맞췄다.
수비형 미드필드에는 이제 너무나도 당연한 붙박이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출전한 가운데, 니코 곤잘레스보다 수비력이 뛰어난 토마소 포베가가 세바스챤 셰만스키와 중앙 미드필드를 구성했다.
거기에 중앙 공격수에는 움직임이 좋지만 프리미어 리그의 중앙 수비수들과 직접적인 몸싸움에서는 열위인 벤야민 셰슈코보다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노련한 수비진과 제대로 경합할 수 있는 와우트 웨그호스트가 선발로 출전한 것까지는 일반적인 상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오늘 번리가 평소와 가장 큰 변화를 보인 것은 좌우 측면이다.
오른쪽 측면에서는 수비수로 구가, 그리고 공격수로 카림 아데예미가 출전하면서 공격력을 극대화했다.
반면에 왼쪽 측면에서는 수비수로 찰리 테일러, 그리고 공격수로 자말 루이스가 출전했다.
드와이트 맥닐과 막스 코넷으로까지 이어진 왼쪽 공격수들의 부상 속에서 고심한 형민과 카롤리나가 세운 비대칭 전략의 핵심이었다.
왼쪽 측면에는 수비수 2명을 세워서 단단하게 지키고, 반대로 오른쪽에서는 공격에 올인하면서 타격을 주는 계획.
전진하는 성향이 강한 루크 쇼의 뒷공간을 카림 아데예미와 구가가 파고들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진영을 무너뜨리지 않는다면 번리의 페널티 박스에 갖힌채 상대팀 공격수들에게 계속 공격을 얻어 맞게 될 수도 있다.
최상의 전력으로 상대해도 승리를 장담할 수 없는데, 부상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뽑아낸 전술로 최근 상승세를 타고 있는 상대와 붙어야 한다.
삑!
경기가 시작하기 직전까지도 자신의 전술과 선발 명단을 머릿속에서 돌려보고 있던 형민은 주심의 휘슬과 함께 시작된 경기에 정신이 퍼뜩 들었다.
“뭐, 이제 와서 뭘 바꾸기에는 너무 늦었어.”
“하아···.”
형민의 표정을 확인한 카롤리나의 말에 형민이 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전반전에 전력으로 공격하는게 맞는거겠지?”
자신을 바라보면서 던져진 형민의 질문에 카롤리나는 어깨 너머로 힐끗 번리의 벤치를 바라보았다.
벤야민 셰슈코, 조 겔하트, 루카 수키치, 크리스티안 메디나 등 실력도 괜찮고 잠재력은 기대되지만 아직 어린 유망주들.
교체 투입되었을 때에 혼자서 경기 상황을 바꿔줄거라는 기대를 짊어지기에는 아직 무리다.
고심하던 형민과 카롤리나는 결국 체력적인 우위를 온전히 발휘할 수 있는 가운데 홈구장이라는 이점까지 사용할 수 있는 전반전에 승부를 걸기로 결심했다.
“우리한테 선택권이 있었던게 아니잖아.”
어깨를 으쓱하는 카롤리나의 답변에 형민이 다시 한숨을 내쉬려다가 그냥 경기장으로 눈을 돌렸다.
와우트 웨그호스트.
향년 30세.
포지션은 중앙 공격수.
네덜란드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주전은 아니지만 경기 후반에 공격의 흐름을 바꾸거나 상대팀의 수비진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강력함을 보유한 카드로 쏠쏠하게 기용되고 있었다.
197센티에 84키로에 달하는 탁월한 신체조건을 활용하면서 독일 분데스리가를 거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번리에 소속된지 이제 거의 1년.
지난 시즌에는 전반기를 득점왕 페이스로 질주했던 크리스 우드가 뉴캐슬로 갑작스럽게 이적하면서 겨울 이적시장을 통해서 번리에 합류했고, 후반기에 6골을 넣으면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다.
그러나 이번 시즌에는 떠오르는 유망주인 벤야민 셰슈코와 치열한 주전 경쟁을 벌이면서 반발짝 정도 뒤쳐진 상황.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로파 리그에서는 6경기 동안 5골, 프리미어 리그에서는 선발 출전한 3경기와 교체출전한 6경기를 통틀어서 4골을 넣으면서 순도 높은 활약을 보여주고 있었다.
전반기의 마지막 경기에서 선발 기회를 잡았으니 제대로 감독에게 자신의 실력을 보여주겠다고 스스로 다짐하면서 후방에서 펼쳐지는 경기를 지켜보는 그에게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