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16)
116화: 대참사
“오늘 너무 거칠게 하지는 말아줘. 수비수들이 다 옷을 두 겹씩 껴입었다고.”
와우트 웨그호스트는 팔꿈치도, 무릎도 잘 쓰지만 꼬집기도 잘 한다.
괜히 번리 내부 훈련에서 수비수들이 와우트 웨그호스트를 상대하는걸 거부하는게 아니다.
“잘 비켜주기만 하면 별 일 없을꺼야.”
와우트 웨그호스트의 말에 그에게 말을 걸었던 상대팀 선수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거, 안 비켜주는게 걔네들 일인거 알고 말하는거지?”
와우트 웨그호스트는 그의 팔길이 밖에서 알짱거리면서 말을 걸어오는 국가대표팀 동료에게 코웃음을 쳤다.
“정 그러면 네가 와서 막던가.”
“나? 저 친구들을 두고 내가 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앙 미드필더 도니 반 데 빅이 피식 웃었다.
네덜란드의 명문 아약스에서 활약하면서 차세대 월드클래스 미드필더라는 엄청난 기대를 받고 3,500만 파운드의 이적료를 기록하면서 2020/21 시즌 여름 이적시장에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로 이적했던 도니 반 데 빅이었지지만, 그후 연이은 감독들의 외면을 받으면서 별다른 활약을 보이지 못했다.
심지어 지난 시즌에는 전력 외로 판별되면서 에버튼으로 임대된 다음에 팀이 강등당하는 것까지 경험했다.
그 기간 동안에는 국가대표팀에서 볼 때마다 얼굴이 별로 좋지 않았는데, 이번 시즌에 부임한 에릭 텐 하그 감독의 지휘와 아약스 시절의 미드필드 파트너인 프랭키 데 용의 가세로 상당한 활약을 펼치면서 표정이 많이 나아졌다.
“좀 좋아보이네?”
“나? 난 이제 좀 살아난 것 같아.”
“잘 됐네.”
대화를 이어가던 와우트 웨그호스트는 마지막 한 마디를 남기고는 씩 웃음을 짓는 도니 반 데 빅을 한 팔로 슬쩍 밀어내면서 갑자기 최전방으로 달려들어갔다.
“아차!”
수비 상황에서 와우트 웨그호스트를 1차적으로 견제할 임무를 부여받았던 도니 반 데 빅이 자신의 실수를 깨닫고 자세를 바로잡고는 허둥지둥 그를 뒤따랐다.
그러나 대화를 나누느라 잠깐 집중력을 잃었던 도니 반 데 빅과는 달리 경기에 대한 집중을 잃지 않았던 베테랑 공격수는 공격 전개 상황을 놓치지 않았다.
“자말! 여기로!”
한 손을 들어올려서 위치를 표시한 와우트 웨그호스트의 우렁찬 외침에 역습 상황에서 공을 몰고 왼쪽 측면을 돌파하던 자말 루이스가 고개를 번쩍 들어서 위치를 확인했다.
“내가 갈께!”
자말 루이스의 왼발이 크로스를 차기 위해서 들어올려지는 것과 거의 동시에 수비 라인을 지휘하던 주장 해리 매과이어가 동료에게 외치면서 와우트 웨그호스트를 향해 앞으로 달려나갔다.
새로 영입된 중앙 수비 파트너 리산드로 마르티네즈는 수비력도 출중하고 패스 능력도 뛰어나지만, 178센티로 키가 작다.
왠만하면 그래도 공중볼 경합에서 어이없이 밀리는 경우는 없지만, 오늘은 상대를 잘못 만났다.
리버풀의 월드클래스 수비수인 버질 반 다이크를 제외하면 1대 1 경합에서 프리미어 리그의 어떤 수비수도 우위를 장담할 수 없다는 네덜란드산 거구가 날아오는 크로스를 향해 몸을 띄우자, 해리 매과이어는 다가올 충격에 단단히 대비하면서 함께 뛰어올랐다.
퍽!
거구와 거구가 부딪치는 소리가 들려왔지만, 안타깝게도 보다 더 긴 거리를 달려오면서 충분한 추진력을 얻은 와우트 웨그호스트를 이겨내기에는 해리 매과이어의 장신도 충분하지 않았다.
“안 돼···!”
뒤로 밀려나는 해리 매과이어의 시야에 날카롭게 휘어지는 크로스에 제대로 머리를 가져다대면서 고개를 돌리는 상대팀 중앙 공격수의 모습이 들어왔다.
그리고 그 뒤로는 골문 오른쪽 상단 코너로 궤적을 바꾼 공을 향해서 필사적으로 손을 뻗은채 몸을 날리는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의 절망적인 표정이 눈에 들어왔다.
“와아아아!!!”
관중석에서 홈팬들의 열광적인 함성이 올라가는 가운데, 신이 난 장내 아나운서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골! 골입니다! 전반 11분, 클라렛의 9번! 골을 넣은 그 남자의 이름은~!”
“와우트! 웨그호스트!!!”
훗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팬들이 ‘터프 무어의 대참사’라고 부르게 될 경기의 시작이었다.
***
“침착해! 시간은 충분하니까! 간격을 좁히고!”
선제골을 내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공격 기회를 내주지 않겠다는듯, 촘촘히 간격을 좁히면서 패스를 돌리기 시작했다.
이른 시간에 선제골을 내주기는 했지만, 거꾸로 생각하면 만회골을 넣을 시간이 충분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원정팀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자산의 선수들의 침착함을 주문하는 에릭 텐 하그 감독과는 상반되는 표정으로 형민은 팔을 휘저으면서 번리 선수들에게 전방 압박을 지시했다.
“밀어붙어!”
번리의 강렬한 전방 압박에 밀려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 진영을 돌아다니는 공이 좀처럼 하프라인을 넘어서지 못하고 있다.
결국 더 이상 참지 못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형 미드필더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공을 달라고 손짓하면서 하프라인을 넘어서 자신의 진영으로 내려갔다.
“안 돼! 주지 마!”
사전에 약속된 위치에서 벗어난 자신의 선수를 발견한 에릭 텐 하그 감독이 다급하게 외치면서 제지했지만, 최후방에서 계속 공을 돌리면서 기회를 찾고 있던 오른쪽 수비수 아론 완-비사카는 중앙에서 텅 비어있는 자신의 동료를 발견하고 본능적으로 패스를 연결했다.
“브루노!”
팀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공을 잡는 것을 확인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수들이 일제히 흩어지면서 번리의 페널티 박스를 향해서 치고 올라갔다.
중앙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는 페널티 박스 정면으로.
왼쪽 측면 공격수 제이든 산초는 번리의 오른쪽 수비수 구가의 바깥쪽으로 빠지면서 왼쪽에 넓이를 벌렸고.
반대로 오른쪽 측면 공격수 마커스 래시포드는 번리의 왼쪽 수비수 찰리 테일러의 안쪽으로 파고들면서 페널티 박스에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보다 한발짝 늦게 도착했다.
그러나 간만의 공격 기회를 잡아서 득의양양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공격진이 미처 감안하지 못한 것이 있었다.
지난 시즌 이후 번리가 선제적으로 포기하지 않는 이상 거의 모든 경기에서 중앙을 장악하는 데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
동료들에게는 바른생활의 교범 같은 모범생이었지만, 상대팀 미드필더들에게는 공포의 대상인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전력으로 질주해서 브루노 페르난데스를 덮쳐왔다.
퍽!
“으앗!”
정면에서 돌아들어온 과격한 태클.
절묘하게 공을 먼저 건드려서 빼낸 다음에 튕겨오르는 상체.
그리고 고의인게 분명하지만 주심이 반칙을 선언하기 딱 애매한 수준에서 멈추는 몸통 박치기.
순식간에 얼굴이 경기장 잔디에 쳐박힌 브루노 페르난데스가 고통스러운 신음을 내뱉었지만,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공을 잡은 것을 확인한 순간 오히려 번리가 급속도로 역습 대형을 전개했다.
페널티 박스 경계선에서 압박하던 와우트 웨그호스트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앙 수비수 2명을 모두 거구로 밀어붙이고.
3명의 선수가 뒤엉킨 페널티 박스 중앙을 비껴서 왼쪽은 미드필드에서 들이박친 세바스챤 셰만스키가, 오른쪽은 사이드라인에서 파고들은 카림 아데예미가 페널티 박스 안으로 침투했다.
퉁!
그리고 둔탁한 소리와 함께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발을 떠난 공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날아들어왔다.
“막아! 7번이랑 8번!”
순식간에 펼쳐지는 역습에도 당황하지 않고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골키퍼 다비드 데 헤아가 수비수들에게 빠르게 지시를 내렸다.
하지만 카림 아데예미를 바짝 붙어서 쫓아오는 왼쪽 수비수 루크 쇼와는 달리 오른쪽 수비수 아론 완-비사카는 사이드라인을 따라서 질주하는 자말 루이스에게 달라붙어 있는 상황.
중앙 수비수 2명 모두 와우트 웨그호스트에게 발이 묶여 있는 가운데, 미드필드를 지키고 있던 도니 반 데 빅이나 프랭키 데 용이 달려오고 있지만 너무 늦었다.
그리고 니콜라스 세이왈드의 패스를 받아서 골키퍼와 1대 1 상황을 마주한건 바로 번리 소속의 폴란드 국가대표팀의 주전 미드필더 세바스챤 셰만스키.
발 앞에 공이 떨어지는 동시에 젊은 미드필더는 씩 웃으면서 왼발 바깥쪽으로 슈팅을 날렸다.
“제기···!”
욕설을 내뱉으면서 다비드 데 헤아 골키퍼가 온 몸을 날렸지만, 왼쪽으로 매섭게 휘어지는 공은 잔상 만을 남긴채 골문의 오른쪽 하단 코너를 통과했다.
“그래! 바로 이거야!”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페널티 박스 한복판에 서서 양 팔을 들고 포효하는 젊은 동료 위로 번리 선수들이 환호성과 함께 뛰어올랐다.
***
“Welcome! Welcome to the Jungle! (환영해! 정글에 온 것을 환영해!)”
“Kim’s got fun and games! (김이 너를 즐겁게 해줄꺼야!)”
“Kim’s got everything you want honey! (김은 니가 원하는 모든걸 갖고 있지!)”
“Kim knows the names! (김은 인싸들도 다 알고 있지!)”
“In the jungle, welcome to the jungle! (정글에! 정글에 온 것을 환영해!)”
“Watch it bring you to your shaking knees! (너의 떨리는 무릎이 꿇려지는걸 지켜봐!)”
(Guns & Roses의 “Welcome to the Jungle” 중)
원정팬들은 조용해진 가운데, 터프 무어는 환희에 가득찬 홈팬들의 거친 목소리로 울렸다.
전반 11분에 와우트 웨그호스트가 넣은 선제골에 이어서 전반 23분과 25분에 세반스챤 셰만스키와 와우트 웨그호스트가 연이어서 골을 넣으면서 이제 점수는 3대 0.
3번째 골은 2번째 골과 거의 유사한 상황에서, 페널티 박스로 침투하는 세바스챤 셰만스키를 가로막기 위해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중앙 수비수 리산드로 마르티네즈가 달려간 사이에 와우트 웨그호스트가 그에게 붙어 있던 다른 한 명의 중앙 수비수 해리 매과이어의 견제를 뿌리치고 성공시켰다.
전반 25분 만에 원정경기에서 3골을 내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들이 힘이 쭉 빠지는게 눈에 보일 정도.
신이 난 홈팬들은 다양한 응원가들을 번갈아가면서 부르다가 오늘의 화려한 전반전을 계획한 감독을 향해서 목소리를 높이고 있었다.
“한 골 정도는 더 넣어주면 좋겠는데.”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 있던 형민은 그에게 다가오는 카롤리나를 보고 중얼거렸다.
전광판의 시계를 힐끗 확인한 카롤리나는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가능할까? 시간이 얼마 안 남았는데?”
전반 43분을 넘어서 44분으로 향하고 있는 시계.
원정팀이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은 전반전이었기 때문에 추가될 시간도 별로 없었다.
“그래도 지금이 기회야.”
“하긴, 아직 정신을 못 차리고 있을 때에 한 골을 더 넣는게 좋기는 하지.”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선수들 모두가 경기를 포기하거나 힘이 빠져 있는 것은 아니다.
최전방의 공격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나 최후방의 주장 해리 매과이어가 지치지 않고 동료들을 독려하면서 팀의 분위기를 끌어올리려고 했다.
문제는 일부 선수들은 그에 호응하고, 일부는 그에 호응하지 않거나 못하면서 에릭 텐 하그 감독이 지시한 포지션과 움직임에서 선수들 사이에 간격이 벌어지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금 가장 틈이 많이 벌어지는 곳은 주장과 함께 수비진을 독려하는 동시에 자신의 공격적인 성향을 그대로 드러내서 역습을 시도하고 있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소속의 루크 쇼가 지키고 있는 수비진의 왼쪽 측면이다.
그리고 경기장 위에도 형민과 똑같은 생각을 하는 선수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