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19)
119화: 그녀들의 겨울
아쉽게도 퇴학까지 가는 것은 아버지가 거부했지만, 에밀이 제시한 방안이 가장 좋다는 것에는 모두가 동의했다.
결국 카트라이트 펀드 수뇌진(대표이사: 아버지, 수석이사: 오빠, 담당이사: 헬레나. 막내: 발언권 없음)의 긴급회의를 통해서 에밀은 휴학하고 헬레나를 따라서 번리에서 경기장 건설을 지원하기로 결정되었다.
모두에게 만족스러운 결과였다.
축구를 사랑하고 건축을 사랑하는 젊은 대학생은 다른 경기장을 조사한다는 명목으로 자기 돈을 한푼도 들이지 않고 유럽 전역에 있는 경기장들을 방문해서 경기를 관람할 수 있다.
거기에 추가해서 원래대로라면 자신의 경력상 절대로 관여할 수 없는 신축 경기장 건설까지 개입할 수 있다는 점에서 환호했다.
덤으로 몇 통의 전화 후 에밀의 학과장은 경기장이 완공되면 이를 에밀의 졸업 프로젝트로 인정해서 학점을 부여해주기로 했다.
학과장 입장에서 카트라이트 가문이 모교에 후원하는 막대한 장학금도 물론 고려의 대상이었다.
하지만 기본적으로 설계도나 모형 정도를 제출하는 학부 건축학과 졸업 전시회에 무려 실제 경기장을 건설하는 위업을 달성한 졸업생을 통해서 건축학과를 홍보하고 같은 대학의 다른 학과장들과 다른 대학들의 건축학과장들의 콧대를 누르고 싶은 마음이 더 컸다.
물론 가장 행복한 것은 헬레나였는데, 신축 경기장 건설을 승인받았을 뿐만 아니라 숙식만 제공하는 댓가로 동생을 무보수로 굴릴 수 있다는 점에 가장 기뻐했다.
그 다음부터는 일사천리였다.
헬레나는 에밀의 밤잠을 줄여가면서 뉴욕에서 가장 유명한 스포츠 관련 건축사무소를 공공연하게 일주하기 시작했다.
***
“어··· 미스 카트라이트. 보통 이런 경기장 재건 계획은 몇년 동안 설계와 기획이 진행되고 나서야 진행이 됩니다. 현지의 여러가지 상태도 확인해야 하고, 또 인허가에 대해서도 얼마나 시간이 걸릴지 모르기 때문에 상당히 조심스럽고요.”
회의실에 모여있는 건축사무소측 직원들이 웅성거리는 가운데, 세계에서 가장 큰 건축사무소 중 하나라는 겐슬러의 이사가 조심스럽게 지적하는 말에, 헬레나는 한쪽 눈썹을 들어올리면서 살짝 코웃음을 쳤다.
“저희는 이번 시즌이 끝난 5월말부터 바로 공사를 시작해서, 8월에 다음 시즌이 개막하기 전에 최대한 많은 진도를 내는 것이 목표입니다. 물론, 이를 위한 인허가를 받는 작업은 구단 쪽에서 책임을 지고 진행을 하겠지요.”
그녀의 맞은편에 앉이 있는 겐슬러의 이사는 당혹스럽다는 표정을 지었다.
“3개월 만에 3만석 이상의 축구 경기장을 짓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기존의 경기장을 해체하는 것도 시간이 걸리고, 새로운 경기장을 세우고 설비까지 설치한다는건···.”
“전부 다 완공해야 된다는건 아니에요.”
백발이 희끗한 이사의 말을 헬레나가 중간에 잘랐다.
“박스석이나 지붕은 순차적으로 시즌 중에 설치해도 괜찮고, 편의시설도 나중에 입주해도 괜찮습니다. 경기가 진행될 수 있는 요건만 지켜진다면 스탠드를 하나씩 철거하면서 진행해도 괜찮아요. 중요한건 경기장 재건이 오는 여름에 시작되고, 최대한 빠른 속도로 끝낸다는 겁니다.”
“아, 그럼 건축할 시간이 더 주어지는건가요?”
갑자기 화색이 도는 이사의 얼굴에 헬레나가 고개를 살짝 저었다.
“내년 말까지는 완공되어야 합니다.”
“내년 말이라면··· 지금이 2022년 11월인데 2024년 말이 아니라 2023년 말까지 완공되어야 한다는 말씀인가요?”
“그렇지요. 그리고 번리는 가을부터 비가 많이 오기 때문에··· 여름에 최대한 진도를 많이 내야 하실 거에요.”
이번에는 테이블 맞은편에 있는 사람들의 고개가 설레설레 저어지기 시작했다.
“저, 미스 카트라이트···.”
“저는 안 된다는 설명을 듣고 싶은게 아니에요, 미스터···.”
헬레나는 자신에게 건너졌던 명함을 확인하는 시늉을 했다.
“…헨스터. 미스터 헨스터, 카트라이트 펀드가 알고 싶은 것은 겐슬러 건축사무소가 이 기간 동안에 공사를 완료하실 수 있는지, 만약 이 기간에 완료하실 수 있다면 그 비용은 어떻게 될지. 저희는 이것 밖에 궁금하지 않습니다.”
“저희로서는 이게···.”
···불가능하다, 라는 말을 입 밖으로 내뱉으려던 겐슬러 건축사무소의 이사 마이클 헨스터는 헬레나가 옆에 놓여 있던 가방에서 꺼낸 두툼한 서류를 보고 갑자기 목구멍 속으로 말을 삼켰다.
“근데 포퓰러스에서는 가능하다고 하던데요? 순차적으로 공사가 진행되어야 하겠지만, 사전에 제작된 좌석들을 조립식으로 조합하고, 이를 고정시킨 다음에 그 위에 박스석을 짓고 지붕까지 씌우는 방식으로 진행한다면 4개월이면 완료가 된다고 말씀하시더군요.”
회의실에는 순식간에 정적이 흘렀다.
헬레나는 흥미롭다는 듯이 서류를 테이블 위에 올려놓고 한장씩 천천히 넘기면서 독백하듯이 말을 이어갔다.
“저는 전문가가 아니어서 잘 내용을 이해했는지 모르겠지만, 포퓰러스는 이번에 뉴욕 버펄로 빌스의 16억 달러짜리 경기장을 짓는 계약을 따냈다고 해서 아무래도 스포츠 관련된 시설에 대해서는 포퓰러스가 좀 더 경험이 있나보네요.”
서류를 다시 덮은 헬레나는 농담을 공유한다는 듯이 피식 웃으면서 겐슬러 건축사무소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오히려 저희한테 시간 내에 인허가를 받아내지 못하는게 더 큰 문제일거라고 지적을 해주셔서 즐거운 자극이 되었답니다.”
대놓고 뺨을 후려치는 도전이었지만, 그렇다고 세계 최고의 건축사무소인 것을 자부하는 겐슬러에서 맥없이 포기할 수는 없었다.
“…조금만 시간을 주시면 저희가···.”
“포퓰러스는 요청을 드리니까 바로 다음날에 이 자료를 건내주시던데요?”
하루에도 수십개의 금융회사들이 세워지고 망하는 월스트리트에서 무려 3대를 이어온 전설적인 금융 명문이라는건 허명이 아니다.
옆자리에 앉아 있던 에밀이 애써 감탄스러운 표정을 숨기는 가운데, 겐슬러에서 백기를 들었다.
“…그, 그렇다면 저희도 내일까지 자료를 전달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물론 견적도 같이요.”
꼼짝없이 밤샘 야근에 돌입하게 된 직원들의 얼굴이 창백해졌지만, 마이클 헨스터를 비롯한 겐슬러 건축사무소의 고참들은 다 알고 있었다.
생각보다 뉴욕은 좁은 동네이고, 카트라이트 가문 같은 유력 집안에서 겐슬러보다 포퓰러스가 더 낫다고 소문을 내는 순간 뉴욕에서 한동안 일거리가 끊어질 수 있다.
600명의 직원들이 일하는 겐슬러의 뉴욕 사무소가 갑자기 폐쇄되거나 축소되는 위기를 겪느니 차라리 밤샘 근무 한번 하는게 더 낫다.
만족스럽다는 미소를 지은 헬레나가 일어나자, 테이블에 둘러 앉아 있던 사람들이 모두 자리에서 일어났다.
“역시 제가 세계 최고라고 전해들은 겐슬러 건축사무소 답습니다. 그럼 즐겁게 내일 미팅을 기다리고 있겠습니다. 제가 오전에는 조금 일정이 있으니까, 점심 후 2시 정도는 어떠실까요?”
아무리 그래도, 하루 반나절 정도는 주겠다는 헬레나의 선심어린 말에 마이클 헨스터는 한숨을 푹 내쉬면서 고개를 끄덕였다.
적어도 내일 오전 9시까지 자료를 달라고 하지 않는게 어디냐···.
“그럼요. 저희도 기쁜 마음으로 자료를 준비하도록 하겠습니다.”
직원들의 배웅을 받으면서 겐슬러 건축사무소의 사무실에서 나오던 에밀은 택시에 오르고 나서야 놀랍다는 표정을 숨기지 않은채 누나를 바라보았다.
“우와! 누나, 도대체 그런건 어떻게 한거야? 완전히 겐슬러가 농락당했는데?!”
헬레나는 우아하게 한쪽 눈썹을 들어올리면서 어리고 순진한 남동생을 바라보았다.
“카트라이트 가문의 사람이라면 이 정도는 해야지, 동생아.”
“하아··· 나는 그렇게 형이나 누나처럼 할 수는 없을 것 같은데.”
고개를 설레설레 젓는 에밀에게 헬레나가 파란 눈을 치켜뜨면서 바라보았다.
“무슨 소리니? 이제 건축사무소들이 제출한 안들을 비교 분석한 다음에 평가해서 선정하는건 네 몫인데? 그리고 실제로 건설이 진행되면 그걸 관리 감독하는 것도 네 책임이야.”
“…예산을 통제하는 것도?”
새하얗게 질린 동생의 표정을 즐겁게 바라보면서 헬레나는 짐짓 엄숙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지. 예산이 초과될 때마다 아빠한테 직접 예산 초과에 대한 설명을 해야되니까, 잘 알아서 해봐라.”
이제는 새하얗다 못해 누래지는 에밀의 표정에 즐겁게 미소를 지은 헬레나는 창 밖의 뉴욕 하늘을 바라보았다.
유럽에서는 다들 뭐 하고 있으려나···.
***
[독일, 라이프치히]“하아···.”
카롤리나 슈테판은 익숙하지 않은 정장의 옷깃을 다시 다듬으면서 한숨을 내쉬었다.
그녀가 앉아 있는 스튜디오에서는 환한 불빛과 함께 곧 시작될 방송을 위한 준비가 분주했다.
그녀가 앉아 있는 테이블 뒤에 있는 대형 스크린에는 곧 시작될 경기장의 전망이 계속 비춰지고 있었고, 앞에서는 다양한 카메라들이 그녀와 캐스터가 나누는 대화를 잡기 위해서 가지각색의 각도에서 그녀를 겨냥하고 있었다.
“오늘도 잘 부탁드려요, 프로라인 슈테판.”
그녀 옆에 앉아 있는 캐스터의 친근한 인사에 카롤리나는 억지로 미소를 지었지만, 스스로 이 어처구니 없는 자리를 수락한 자신에게 다시 한번 저주를 퍼붓고 있었다.
[…래서 부탁하는거야.] […아니, 난 방송 같은건 해본 적이 없다고.]1개월 전.
맨체스터 외곽에 위치한 그녀의 집에서 카롤리나는 오랜만에 독일에서 걸려온 지인의 전화를 받고 있었다.
독일의 다양한 스포츠 방송에서 유능한 진행자이자 프로듀서로 발돋움하면서 카롤리나와는 다양한 행사 및 인터뷰 현장에서 만나면서 친해진 사이.
그런 그녀의 친구가 애원하다시피 카롤리나에게 매달리고 있었다.
[…인터뷰 같은건 많이 해봤잖아. 그거랑 많이 다르지 않다고. 그리고 경기 분석은 매일 할거 아니야?] […아니, 경기 분석은 우리 팀의 비디오 분석가들이 기본적인 틀을 잡는거고. 그리고 무슨 인터뷰를 90분씩 해. 근데 이건 90분 내내 중계를 해야되는 거잖아!] […넌 월드컵도 두번이나 우승을 했고, 독일에서 축구를 조금이라도 아는 사람 중에서는 널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고! 너가 나와서 해설을 한다고 하면 충분히 화제성을 띌 수 있어. 그리고 네 식견도 제대로 보여줄 수 있을거고!] […하아···.]한숨을 내쉰 카롤리나는 다시 한번 거절을 시도했다.
[…난 못해. 로타르 마테우스 같은 사람이나 불러봐.] […제발. 그 사람은 예전에 다른 곳에서 섭외를 했다고. 이번에 시청률을 어떻게서든 올려야 하는데, 다른 방송사들이랑 경쟁이 안 돼.]이번 월드컵에서 독일 국가대표팀의 경기들을 중계하기 위해서 유명한 전직 감독을 해설자로 섭외했는데, 갑자기 감독을 경질한 분데스리가 팀의 지휘를 맡게 되면서 현역으로 복귀했다.
겨울 휴식기 동안 팀의 전력을 파악해야 한다고 현역으로 복귀한 노장이 빠진 가운데, 갑자기 해설진에 구멍이 생겨버린 월드컵 중계방송의 담당 프로듀서가 친분이 있는 카롤리나에게 애원하고 있는 상황.
[…아니 나도 현역이라고! 아니, 난 심지어 수석코치니까 내 시간을 내 마음대로 쓸 수도 없어!] […제발. 이번에도 시청률이 나쁘면 난 모가지야. 아니, 우리 팀이 다 모가지라고. 너랑 친한 헤르만이나 프리다나 안네나···.]이제는 치사하게 자신과 동료들의 일자리까지 들먹이면서 어떻게서든 카롤리나를 회유하려는 그녀의 친구.
카롤리나는 푹 한숨을 내쉬었다.
[…알았어. 구단에 한번 물어는 볼께. 근데 구단에서 허락하지 않으면 난 할 수 없는거다. 알겠지?] […그럼! 그렇고 말고! 확인한 다음에 알려줘! 한 시간 있다가 다시 전화할께!]희열에 가득찬 반응과 함께 통화 저편에 있던 그녀의 친구가 전화를 끊고, 카롤리나는 터져나오려는 욕설을 간신히 참았다.
허락은 쥐뿔이···.
어차피 그 기간은 코치진 모두에게 휴가가 부여된 시간이고, 티비에 나오는걸 구단 이사진이나 풋볼 디렉터인 조너선 랜드리스가 허락하지 않을리가 없다.
형민은 더할 나위 없고.
이게 형민이 말했던 쇼케이스 효과라는건가···.
카롤리나는 다시 한번 한숨을 내쉬고는 자신의 블러핑을 그대로 불러버린 프로듀서가 곧 다시 전화할 전화기를 노려보았다.
“젠장. 젠장. 젠장···.”
나직하게 욕설을 내뱉은 카롤리나는 다시 한번 자세를 가다듬었다.
독일이 일본을 상대한 1차전은 도대체 어떻게 90분이 지났는지 본인도 모를 정도로 정신없이 흘러갔다.
하지만 끝난 다음에 그녀의 파트너인 캐스터나 스튜디오, 그리고 무엇보다도 프로듀서의 반응은 매우 고무적이었다.
“정말 좋았어! 이 정도면 아예 전업으로 나가도 되겠는데?! 앞으로도 이런 일이 있으면 자주 연락할께!”
이건 그녀의 그 망할 프로듀서 친구의 반응이었고.
“프로라인 슈테판이 축구를 잘 하시는 것은 잘 알았지만, 이렇게 말솜씨도 훌륭하신지는 처음 알았습니다. 앞으로 월드컵 기간에도 잘 부탁드립니다!”
이건 처음에 그녀가 왔을 때에 불안한 기색을 숨기지 못했던 베테랑 캐스터의 반응.
한숨을 다시 내쉰 카롤리나는 스튜디오에 울려퍼지는 카운트다운에 정신을 애써 집중했다.
“자, 십초 후 라이브에 돌입합니다. 십! 구! 팔! 칠···.”
아, 젠장. 도대체 내가 왜 이걸 한다고 한거지···.
후회를 삼킨 카롤리나는 얼굴을 비추는 밝은 불빛에 찡그리지 않기 위해서 노력하면서 정면에 놓여진 카메라에 빨간불이 들어오는 것을 확인했다.
“안녕하십니까, 시청자 여러분. 저는 DHK 스포츠의 헬무트 슈나이더입니다. 이제 곧 카타르 월드컵에서 우리의 독일 대표팀이 스페인을 상대로 치루는 2차전이 시작될 예정인데요.”
카메라를 향해서 미소를 지은 캐스터는 카롤리나를 소개하듯이 고개를 그녀 방향으로 살짝 돌리면서 말을 이어갔다.
“지난번 일본전에서 훌륭한 해설을 해주신 독일 여자 국가대표팀 출신이자 프리미어 리그의 번리 풋볼 클럽에서 수석코치직을 역임하고 계신 카롤리나 슈테판과 함께 여러분과 함께 경기를 보고자 합니다.”
“…안녕하세요, 카롤리나 슈테판입니다.”
젠장. 젠장. 젠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