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2)
12화: 임시 감독
“어, 뭔가 분위기가 이상한데요?”
헬레나와 예정되지 않은 미팅을 마치고 나서 미묘한 기분을 뒤로 하고 훈련장으로 나선 형민.
오전 훈련이 진행되는 반필드의 훈련장에 조금 늦게 합류한 그는 대신해서 훈련을 지도하고 있던 아서에게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콘으로 표시된 다양한 크기의 원과 삼각형, 그리고 사각형들을 오가면서 짧은 패스를 주고 받는 선수들의 얼굴에는 지난 몇 주간 찾아보기 힘들었던 열정와 활기가 넘쳐흘렀다.
아서는 어리둥절하는 형민의 표정을 보면서 씩 웃었다.
“다들 희망이 생긴거야.”
“어떤 희망이요?”
“이딴 이상야릇한 훈련을 하면 다음 경기에서 승리를 할 수 있다는거.”
이상야릇하다는 아서의 표현에 형민은 강한 이의를 제기하고 싶다는 표정을 지었다.
항의하려는 형민의 표정을 돌아본 아서가 씩 웃으면서 말을 이었다.
“그리고 자네의 지시에 따르면 뭔가 경기에서 건질 수 있다는거. 그래서 올해 강등당하지 않을 수도 있다는거.”
“후아···.”
갑자기 무거워지는 가슴에 형민은 한숨을 내쉬었다.
“셋 다 부담스러운데요?”
아서의 웃음에 형민이 어색하게 마주 웃었다.
“어라? 이거 뭔가 수상한데?”
“뭐가요?”
코를 벌름거리면서 그에게 다가와서 냄새를 맡는 아서에게 형민이 온갖 인상을 찡그리면서 손을 올린채 물러났다.
그런 형민에게 아서가 능글맞은 웃음을 지었다.
“냄새가 난다고.”
“아니 무슨 냄새가 난다고요!”
형민은 혹시나 해서 자신의 옷의 냄새를 맡아보았지만, 구단의 세탁실은 그렇게 허술한 곳이 아니었다.
뽀송뽀송하기만 한 트레이닝복 냄새에 형민은 아서에게 의아해하는 표정을 지었다.
“음···긍정과 희망의 냄새?”
“아니, 긍정과 희망에 무슨 냄새가 있어요?!”
“있어. 분명히 있어. 분명히 뭔가 있다고.”
아스톤 빌라 전이 끝난 다음에 공식적으로 발표하자, 라고 헬레나와 이미 합의했다.
형민은 집요하게 물고늘어지는 영국인 할아버지에게 속으로 식은땀을 흘리면서 잡아떼기 시작했다.
아서에게 본인만 알고 있으라고 귀뜸한다면?
1시간 내에 번리의 모든 펍에 이 소식이 전달될거라는 것에 한치의 의심도 없었다.
감독(임시, 정식 예정)과 수석코치(임시, 은퇴 예정)가 헛짓거리를 벌이는 가운데 선수들은 지시 없이도 진지하게, 하지만 긍정적인 기운이 넘치는 훈련을 간만의 햇빛 속에서 이어갔다.
***
1874년에 창단된 역사깊은 구단 아스톤 빌라는 영국에서 런던 다음으로 큰 대도시인 버밍엄에 자리잡고 있다.
원래 프리미어 리그 붙박이였던 아스톤 빌라는 2015/16 시즌에 2부 리그인 챔피언쉽으로 강등되면서 일시적으로 암흑기를 걸었다.
그러나 2017년에 이집트 출신 갑부인 나세프 사비리스와 미국인 갑부인 웨스 에덴스가 함께 구단을 인수.
그후 매년 거금을 투자해서 2019/20 시즌에는 프리미어 리그 승격에 성공하는 등 구단은 일취월장했다.
그런 아스톤 빌라와 번리 사이에 유사한 점이 있다면, 바로 최대의 라이벌인 버밍엄 시티 풋볼 클럽이 여전히 챔피언쉽에 머물러 있어서 팬들이 정신적인 승리를 자동으로 하나 쟁여두고 모든걸 바라본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에는 아스톤 빌라의 팬들의 기쁨이 더 커지고 있는데, 같은 도시 내에 위치한 라이벌 버밍엄 시티가 연일 이어지는 재정난으로 유스팀을 축소하고 애지중지 키워오던 유망주들을 매각하기 시작했다.
무엇보다 17세의 어린 나이에 잉글랜드 국가대표팀에 소집된 천재 미드필더 쥬드 벨링엄을 도르트문트에 사실상 헐값인 2,500만 파운드에 매각하자, 그동안 지역 유망주를 라이벌에게 빼앗겨서 배가 아팠던 아스톤 빌라 팬들은 일제히 축배를 들었다.
아스톤 빌라도 물론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서 유스팀 출신의 에이스 잭 그릴리쉬를 맨체스터 시티에 빼았겼다.
하지만 영국 프로 축구 역사상 최대 금액인 1억 파운드의 이적료를 받아내면서, 아스톤 빌라 팬들은 이를 다시 한번 상대적인 위안과 정신적인 승리의 배경으로 삼았다.
거기에 2시즌 전에는 프리미어 리그에서 뛰어난 기량을 선보이고, 다시 지난 시즌에는 챔피언쉽을 씹어먹은 노리치의 아르헨티나 국적의 미드필더 에밀리아노 부엔디아를 영입하는데 3,300만 파운드.
리버풀에서는 부상으로 불운했지만, 중위권 팀에 있을 재목이 아니라고 평가를 받으면서 건강하기만 하면 매시즌 20골 이상을 보장하는 사우스햄튼의 잉글랜드 국적의 공격수 대니 잉스를 영입하는데 3,000만 파운드.
그리고 바이어 레버쿠젠 소속으로 분데스리가의 최상위급 윙어로 손꼽히던 레온 베일리를 영입하는데 또다시 3,000만 파운드.
사실상 빅6에 합류해도 충분히 실력을 발휘할 선수 3명에게 총 9,300만 파운드를 투자하면서, 이번 이적시장에서 가장 알찬 선수단 강화를 완료했다는 평론가들의 평가를 받았다.
예상되는 성적은 최소 10위.
사실 운만 좋다면 유럽 대항전 진출권이 걸려있는 6위 이상도 노려볼 수 있다는게 2021/22 시즌이 시작되기 전에 아스톤 빌라 풋볼 클럽에 대해서 내려진 평가였다.
원정경기에서 이사석에 앉아있으려면 뭐라고 알고 있어야 할 것 같아서 아스톤 빌라 구단의 현황에 대한 벼락치기를 완료한 헬레나는, 따라서 그녀의 옆 자리에 앉아서 함께 전반전을 관람하던 아스톤 빌라의 구단주 나세프 사비리스가 격분하는걸 정말 잘 이해할 수 있었다.
카트라이트 펀드가 번리 풋볼 클럽을 통째로 인수하는데 쓴 금액은 부실 채권을 인수하기 위한 2,000만 파운드와 변호사 및 기타 행정 비용 등 거스름돈 정도.
그걸로 퍼스트팀, 리저브팀, 유소년팀 등의 선수단, 홈구장 터프 무어, 그리고 반필드의 훈련장까지 다 집어삼킨 다음에야 추가로 1,000만 파운드의 지원금을 보냈다.
결국 카트라이트 펀드는 대니 잉스나 레온 베일리 중 한 명만 영입이 가능하고, 에밀리아노 부엔디아는 아예 영입도 안 되는 금액인 3,000만 파운드로 프리미어 리그 구단 하나를 통째로 손에 넣었다.
옆자리에서는 그렇게 장사를 하고 있는데, 단 3명의 선수에게 거금 9,300만 파운드를 투자하고 나서 강등 예상 1위인 팀한테 일방적으로 두들겨 맞고 있다면 그녀라도 분노했을테니까.
***
경기가 시작하기 30분 전.
마지막 전술 점검을 하기 위해서 라커룸에 들어선 형민은 자신을 바라보는 선수들의 진지한 눈빛에 헛웃음을 지었다.
“어, 이건 뭔가요?”
“감독, 오늘 경기에서 이기면 정식 감독으로 부임한다는 소문이 있던데?”
자리에서 일어난 주장 벤 미가 라커룸에 앉아있는 선수들을 대표해서 물었다.
“그게 사실이야?”
형민은 멋쩍은듯이 뒷머리를 긁적이면서 고개를 갸웃거렸다.
“음···중요한건 그게 아니고요. 오늘 아스톤 빌라를 어떻게 상대할지가 중요한 것 같은데요?”
“작전은 어제도 충분히 검토했으니까. 이것만 대답해줘!”
한쪽 구석에 앉아있던 부주장 잭 코크가 외치자, 선수들이 그에 동의하는 목소리가 여기저기에서 들려왔다.
도움을 청하기 위해서 형민이 아서를 돌아보자, 아서도 씩 웃으면서 대답했다.
“나도 알고 싶거든?”
“하아···.”
형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오늘 경기에서 승리하면···.”
형민의 말이 미처 끝나기도 전에 선수들이 환호하면서 서로 하이파이브를 주고 받았다.
“그럴줄 알았어!”
“좋았어!”
“축하드려요~!”
벌써부터 축제 분위기가 된 선수들을 바라보면서 형민이 짜증스럽게 외쳤다.
“아씨, 오늘 이겨야 된다니까요!”
“넵! 그럼 이기면 되지. 얘들아, 오늘은 이기는거다!”
주장 벤 미의 외침에, 선수들이 화답했다.
“승리다아아~!”
그렇게 활기차게 전반전을 시작하고 나서 가볍게 탐색전을 주고 받으려던 번리와 아스톤 빌라는, 각자 계획했던 공격을 제대로 전개하기도 전에 발생한 사고로 승패의 갈림길에서 엇갈렸다.
전반 2분.
“드와이티!”
평소처럼 왼쪽으로 공격을 전개하던 번리는 왼쪽 수비수인 찰리 테일러가 앞으로 보내준 공을 다시 왼쪽 공격수인 드와이트 맥닐이 받았다.
“크리스!”
맥닐은 공을 드리블하면서 사이드라인을 타고 내려가다가 중앙으로 쇄도하던 공격수 크리스 우드를 겨냥한 크로스를 날렸다.
그러나 아스톤 빌라의 페널티 박스 안에는 아르헨티나 국가대표팀 주전 골키퍼인 에밀리아노 마르티네즈가 버티고 있다.
그 외에도 아스톤 빌라의 중앙 수비수인 타이론 밍스와 에즈리 콘사, 좌우측 수비수인 애슐리 영과 매티 캐시, 그리고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수비에 가담하러 내려온 공격형 미드필더 에밀리아노 부엔디아까지.
무려 5명의 아스톤 빌라 선수들이 페널티 박스 안으로 진입한 유일한 번리 선수인 크리스 우드 한 명을 포위했다.
일반적인 상황이라면 무조건 수비수가 공을 먼저 걷어내거나 골키퍼가 날아오는 공을 잡거나 펀칭해서 처리.
심지어 크로스를 올린 맥닐조차도 공격 상황이 이어질 것을 예상하기보다는 다시 수비 가담을 하기 위해서 번리 진영으로 몸을 돌렸다.
그러나 번리의 중앙 공격수 크리스 우드가 헤딩을 위해서 몸을 띄우기도 전.
날아오는 공을 미리 커트하기 위해서 상대팀 공격수와 공 사이에 끼어든 아스톤 빌라의 타이론 밍스의 머리에 잘못 부딪친 공이 아스톤 빌라의 골문 속으로 빨려들어갔다.
상대팀 선수였다면 찬사를 받을만큼 깔끔한 헤딩골.
하지만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서 발생한 홈팀의 자책골에 순간 경기장 내에 정적이 흘렀다.
당황한 양 팀 선수들이 서로의 얼굴을 멍하게 쳐다보면서 얼어있는 가운데, 먼저 상황을 깨달은 번리의 선수들이 승리를 예감하면서 양 손을 치켜들면서 함성을 내질렀다.
“으아아아!!!”
이어진 경기는 마음이 조급해진 아스톤 빌라가 서둘러서 공격을 전개하다가, 급할 것이 하나도 없는 번리의 압박에 공을 뼀긴 다음 슈팅까지 내주면서 더 깊은 시궁창에 빠져드는 양상으로 흘러갔다.
심지어 전반 24분에는 첫 골과 똑같은 상황에서 왼쪽을 파고든 드와이트 맥닐이 이번에는 무려 6명의 아스톤 빌라 선수들(아까와 똑같은 명단에 아스톤 빌라의 수비형 미드필더 존 맥긴까지 추가되었다)이 골키퍼와 함께 지키고 있는 페널티 박스로 똑같이 크로스를 올렸다.
문제는 아스톤 빌라의 수비수들이 아까 자책골의 기억 때문에 움츠리면서 공을 커트하기 위해서 과감하게 뛰어들지 못했다는 것.
가운데에서 한 몸에 수비진의 시선을 집중시킨 크리스 우드가 알짱거리는 사이, 사각지대에서 번리의 우측 공격수 제이 로드리게즈가 조용히 크로스가 올라온 반대쪽 골포스트로 쇄도했다.
크리스 우드와 헤딩 경합 타이밍을 맞추기 위해서 점프도 하지 않은 아스톤 빌라의 수비진을 유유히 지나친 공은, 골문까지 지나친 다음 반대쪽 골포스트에서 살짝 머리만 갔다댄 로드리게즈의 헤딩에 골문 속으로 궤도를 바꿨다.
홈팬들의 절규와 함께 스코어가 0대2로 바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