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21)
121화: 임시 코치 획득
12월 19일에 월드컵이 종료되면서 각국의 리그들은 다시 정규 일정을 재개하기 위한 움직임을 서둘렀다.
번리도 카림 아데예미를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이 복귀하면서 후반기에 대한 짧은 준비에 돌입했다.
월드컵 우승을 차지하는 과정에서 독일 국가대표팀에서 거의 6경기를 풀타임으로 소화한 카림 아데예미는 추가적으로 2주 간의 휴가가 부여되었다.
그렇게 유례가 없는 겨울 휴식기를 맞아서 체력을 보존하거나 회복한 선수들이 다시 경기 감각을 가다듬는 가운데, 준비에 여념이 없던 형민을 번리의 풋볼 디렉터인 조너선 랜드리스가 찾아왔다.
“김, 잠깐 시간이 있어?”
“아, 조너선. 잠깐이면 괜찮아요.”
12월을 맞은 번리의 매서운 강풍 속에서 진행되던 훈련을 지켜보던 형민은 옆에서 함께 훈련을 지휘하던 카롤리나에게 몇가지 내용을 상의한 다음에 조너선에게 다가왔다.
“무슨 일이에요?”
“음···. 잉글랜드 축구협회에서 연락을 받았어. 아니, 정확하게 말하자면 한국 축구협회에서 보낸 협조 공문을 잉글랜드 축구협회가 전달했다고 해야 하나? 근데 혹시 이거에 대해서 한국 쪽에서 얘기를 들어본거 없어?”
“한국 축구협회의 공문이요? 전혀 들어본 바가 없는데요?”
가볍게 한숨을 내쉰 조너선이 꺼낸 태블릿을 건내받은 형민은 눈 앞에 펼쳐진 이메일 제목을 천천히 읽어나갔다.
“···코치 연수에 대한 협조 요청? 이건 뭐야?!”
이메일 내용을 빠른 속도로 훑어내린 형민은 1초도 생각하지 않고 자신의 의견을 조너선에게 전달했다.
“거절할께요.”
[…야, 죽을래?!] […누가 할 말을! 축구협회를 통해서 이런 공문을 그냥 마음대로 발송하는게 어딨냐!]조너선 랜드리스와 코치진이 흥미롭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칼바람이 부는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의 외부 경기장에서 걸려온 전화를 받기 위해서 휴대폰을 꺼내든 형민은 격한 한국어로 지구 저편에 있는 상대와 통화하고 있었다.
[…은퇴하면 그냥 곱게 은퇴하고 사라질 것이지, 네 코치 연수를 왜 번리에서 해야 되는데?!] […지금 한국 분위기가 어떤지 않아? 지금도 집 문 앞에 기자들이 진을 치고 문을 두들기고 있다고! 빨리 피신할 곳이 필요해!]해외에서 열린 월드컵에서 극적인 8강까지 견인한 한국 국가대표팀에 대해서 전국민적인 관심이 쏟아진 가운데, 해외 리그에서 뛰는 덕분에 외국으로 피신한 선수들을 제외한 나머지 선수들은 극심한 언론의 관심에 시달리고 있었다.
특히 월드컵에서 헌신적인 플레이로 찬사를 받고, 월드컵의 종료와 함께 선수 생활의 은퇴를 선언한 정태진에게 쏟아지는 관심은 다른 선수들에 비교할 수가 없었다.
한국 국가대표팀의 A매치 최연소 득점과 최다 득점, 그리고 경기당 득점 기록까지 싹 다 갱신하고 이번 월드컵에서 마침내 A매치 최다 출전 기록까지도 갱신한 백전노장 공격수.
현역 선수들을 집중적으로 파고들기에는 구단의 보호와 선수 본인의 거부, 그리고 선수 생활을 방해한다는 일반 시민들의 여론이 조심스러운 부분이 있었지만, 은퇴한 선수라면 좀 더 시간도 여유롭고 언론에 잘 대응해주지 않을까?
실제로 은퇴한 선수들이 방송이나 언론 쪽으로 진출한 선례가 없는 것도 아니기 때문에, 정태진은 각종 언론과 매체, 그리고 예능까지 집중적으로 관심 포화를 받고 있었다.
[…그게 왜 번리인데?! 그냥 네 별장에 가서 숨어 있어!] […거기도 들통 났어! 네가 여름에 잠수 탄 다음에 어딘가의 기자가 전국의 부동산 등기를 다 뒤져서 와이프 명의로 되어 있던 별장을 결국 찾아냈다고!]아, 그건 조금 미안하기는 하네.
자신은 덕분에 여름에 한국을 방문하면서 편하게 지냈지만, 결국 정태진의 도피처가 들통나는 계기가 되었던 모양이었다.
[…어쨌든 빨리 승락한다고 말해!] […내가 왜?!] […여름에 내가 잘 부탁한다고 했잖아!]아니 그게 이거인지 내가 어떻게 알았겠냐고···.
어처구니 없다는 표정을 지은 형민은 상대방이 자신의 얼굴을 볼 수 없다는 것을 깨닫고 휴대폰에 직접 자신의 솔직한 감정을 전달했다.
[…우린 네 월급 줄 돈 없어.] […돈 안 줘도 된다고! 그냥 공식적으로 내가 몇 개월 정도 영국에 가 있을 일거리를 만들어 달란 말이야!]흠···. 그렇다면 얘기가 좀 다르지.
[…헬레나랑 조너선이랑 얘기를 해볼께.] […그래. 제발, 나 좀 살려주라. 내가 가서 네가 시키는대로 다 할테니까 그냥 승락만 해줘.] […뭐, 볼보이는 많으면 많을수록 좋기는 하지.]반대편에서 갑자기 흐르는 충격어린 정적에 형민은 흡족한 표정으로 전화를 끊었다.
“그냥 공짜로 임시 코치가 하나 생기는 걸로 생각하면 되는거야?”
한국어로 오간 대화를 하나도 알아듣지 못했지만, 이제는 감독의 표정과 톤만 봐도 대충 내용을 파악할 수 있다.
조너선 랜드리스의 질문에 형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뭐, 공짜니까 굳이 마다할 필요는 없겠지요?”
“음··· 자네만 괜찮다면 나야 상관 없지. 가뜩이나 일이 많이 죽겠는데 카롤리나나 파울루가 반대할 이유도 없을 것 같고. 코치 연수라면 유소년이나 리저브팀에서 활용할 수도 있고.”
“음··· 그럼 승락한다고 답변을 보내주세요.”
“알겠어.”
태진은 정말 급했는지, 승낙 공문이 한국에 도착하자 3일도 되지 않아서 짐을 싸들고 번리로 날아왔다.
공식적으로는 코치 라이센스 획득을 위한 한국 축구협회와 잉글랜드 축구협회 간의 교환 연수의 일환.
비공식적으로는 그런 연수 프로그램 따위는 존재하지 않았지만, 태진의 간곡한 강압에 한국 축구협회와 번리가 서로 입을 맞추면서 프로그램 하나가 임의로 생성되었다.
한국 언론에서는 번리에서 형민과 태진이 재회한 것에 대해서 또 한바탕 기사거리들을 쏟아낸 모양이지만, 형민은 원래 한국 언론을 잘 보지 않았고 태진은 언론을 피해서 여기로 도망쳤기 때문에 안도감만 표시했다.
그렇게 번리에 도착한 태진은 특유의 친화력과 스페인 프리메라 리가에서 활동하면서 익숙해진 외국어 능력, 그리고 무엇보다 자신의 화려한 커리어를 기반으로 빠른 속도로 번리의 퍼스트팀부터 유소년팀까지 녹아들었다.
“태진 코치님! 태진 코치님! 이번에 공격수 움직임 훈련을 같이 해주세요!”
“오, 물론이지. 그럼 우리 다 같이 한번 수비수들이랑 골키퍼를 제대로 혼내줘 볼까?”
“좋아요!”
천진난만한 번리의 유소년 선수들이 우르르 몰려와서 정태진을 유소년 훈련이 진행되는 연습장으로 끌고 갔다.
국가대표팀 A매치를 100경기 이상 소화한 센추리 클럽의 일원.
대학생 시절부터 국가대표팀에 소집되어서 무려 4번의 월드컵에 출전했고, 10년 이상의 프로 생활을 마무리한 백전노장인데 친근하고 서글서글한 성격에 최근까지도 월드컵에서 주전으로 뛸 만큼 건재했다.
다시 말해서 유소년들에게는 동경, 퍼스트팀의 선수들에게는 존중의 대상이 될 수 밖에 없었고, 형민은 한여름에 녹아내리는 아이스크림처럼 번리에 순식간에 스며드는 친구를 배아픈 표정으로 바라보았다.
“아씨··· 이게 아닌데···.”
뭔가 퍼스트팀 훈련이 끝나면 가서 공도 줍고 장비도 정리하고 축구화도 청소하고 쓰레기도 치우는걸 기대했건만, 은퇴한 백전노장이 그런 일을 할래치면 유소년부터 퍼스트팀 선수들 모두가 소스라치게 놀라면서 뜯어말렸다.
사실 번리 퍼스트팀에서 제일 나이가 많은 와우트 웨그호스트와 닉 포프도 이제 겨우 30살.
프로 경력이나 국가대표팀 경력도 태진보다 한참 뒤떨어지는데, 여기서 감히 텃세를 부릴 꺔냥도 이유도 없었다.
무엇보다 한 시즌 만에 번리의 레전드 대열에 합류한 젊은 감독과 고등학교 시절부터 친한 친구라니까 더더욱 그런건데, 정작 형민 본인만 그런걸 전혀 알아차리지 못하고 있었다.
물론 옆에서 이 광경을 지켜보는 헬레나 이하 번리 구단 코치진과 임직원 전원은 평소에 온화한 감독이 임시 코치만 얽히면 온갖 날것의 감정이 다 튀어나오는 장면들을 새로운 유흥거리로 삼아서 아주 즐거워 하고 있었지만.
***
번리의 내부 사정이 어떻든, 카타르 월드컵이 종료되고 나서 1주일 후, 각국의 리그 일정이 재개되었다.
후반기를 맞이한 번리는 15경기 동안 10승 5패로 승점 30점을 획득하면서 3위인 리버풀에게 골득실 차이로 밀린 4위였다.
다만 리버풀은 아직 14경기 밖에 치르지 않았다는 점과 역시 14경기를 치루고 승점 28점을 기록하면서 5위를 차지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가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실질적으로는 5위라고 평가하는게 더 정확해보였다.
물론 번리 입장에서는 리그 5위도 엄청난 순위였지만.
여기에서 득점으로는 15경기 동안 33골을 넣으면서 14경기 동안 무려 16골을 난사한 엘링 할란드를 앞세워서 39골을 기록한 맨체스터 시티에 이은 2위.
화끈한 공격력을 선보이고 있었지만 같은 기간 동안 21골을 실점하면서 단단한 수비진을 자랑하는 아스톤 빌라나 맨체스터 시티, 그리고 리버풀과 같은 팀들보다 한참 뒤쳐진 리그 12위를 기록했다.
거기에다가 묘하게도 무승부를 한번도 기록하지 못 하면서, 모 아니면 도 같은 경기를 치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이다.
특별히 휴가를 부여받은 카림 아데예미를 제외한 선수단 전원이 건강한 상태로 다시 소집된 가운데 번리는 터프 무어에서 아스널을 맞아서 후반기의 시작을 알릴 준비를 했다.
후반기의 첫번째 상대이자 2022년 마지막 경기의 상대는 바로 아스널.
지난 시즌에 번리에게 유일하게 리그 2패를 안긴 아스널은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지휘와 구단 수뇌진의 전폭적인 지지 하에 선수단을 개편하고 맨체스터 시티의 가브리엘 헤수스를 영입하는 등 공격진을 더 날카롭게 가다듬었다.
문제는 전반기를 마무리한 프리미어 리그에서 아스널은 14경기 동안 6승 4무 4패로 승점 22점을 기록하면서 10위.
기대했던 유럽 챔피언스 리그 진출권은 커녕 유로파 리그도 힘들어보이는 상황이라는 것이다.
아스널에서 장기 집권했던 아르센 벵거 감독의 집권 말기와 상대적으로 짧은 기간 동안 지휘를 맡았던 우나이 에메리 감독 시절에 구단에서 실패했던 영입건들을 정리하는 데에 시간이 많이 걸리기는 했다.
그러나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부임한 후 전폭적인 신뢰를 보여주면서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순수 이적료로 거의 1억 파운드를 쏟아부었던 아스널의 구단주와 이사진도 조금씩 인내심에 한계를 보이기 시작하는 시점.
승리가 절실한 아스널과 전반기 마지막 경기에서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대파하면서 등등했던 기세를 이어가려는 번리가 터프 무어에서 정면으로 충돌했다.
물론 양팀 감독이 전혀 기대하지 않은 방향으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