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22)
122화: 아스널, 혈투
번리의 골수팬들은 하나 같이 터프 무어로 몰려간 가운데, 영국 전역의 방송국에서도 번리와 아스널 전을 중계해주고 있었다.
전통의 명문이지만 장기 집권했던 아르센 벵거 감독의 은퇴 이후 기나긴 쇠락기를 걷고 있는 아스널과, 작지만 단단한 팀과 감독의 뛰어난 전술적인 능력에 힘입어서 상위권으로 치고 올라온 번리.
이것 만으로도 카타르 월드컵으로 쏠렸던 축구팬들의 관심이 돌아올 흥행요소가 될 법 했는데, 아스널과 번리는 이것 외에도 팬들과 평론가들이 공통적으로 흥미를 느낄 포인트가 넘쳐났다.
[…흥미로운 경기가 될 것 같습니다. 김 감독의 번리가 자랑하는 4-3-3 포메이션을 맞아서 미켈 아르테타 감독의 아스널은 4-2-3-1 포메이션으로 대응하고 있습니다. 평소에 번리 유치원이라고까지 비야냥을 들었던 번리이지만, 아스널도 만만치 않게 젊은 선발진입니다.]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젊은 두 감독! 그리고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젊은 두 선수단! 근데 공격진들의 나이를 비교해보면 정말 대단합니다.]해설자의 평가에 캐스터가 감탄했다.
[그렇지요. 아스널의 공격진은 중앙 공격수에 가브리엘 헤수스. 그리고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와 부카요 사카가 각각 좌우 공격수로 서고, 공격형 미드필더로 마르틴 오데가르드가 출전했는데요. 최전방 4명의 평균 나이는 22.8세에 불과합니다.] [번리도 만만치 않은데요. 월드컵을 강타한 독일 국가대표팀의 재능 카림 아데예미는 아직 휴가에서 복귀하지 않았습니다만, 중앙 공격수인 벤야민 셰슈코와 드와이트 맥닐, 그리고 조 겔하트까지 평균 20.6세입니다.]중계를 진행하던 캐스터와 해설자는 잠시 말을 멈추고 동시에 고개를 저었다.
[평균 나이만 보면 23세 미만의 리저브팀 경기라고 해도 놀랍지 않을텐데, 이미 축구계에서 자신들의 재능을 확고하게 입증한 능력자들입니다.] [사실 전체 선발진으로 넓혀 보아도 만만치 않습니다. 아스널은 최연장자인 토마스 파티가 이제 겨우 29세. 번리는 최연장자인 골키퍼 닉 포프가 30세입니다.] [정말 젊음과 젊음, 속도와 체력의 대결입니다. 지난 시즌에는 아스널이 노련한 경기 운영을 선보이면서 리그에서 유일하게 번리를 두 번 모두 격파한 팀으로 등극했는데요. 번리에게 상극인 모습을 보여준 아스널을 상대로 오늘 김 감독이 어떤 대응책을 들고 나올지 궁금합니다.]화면에서는 경기 시작 전에 몸을 풀고 있는 선수들의 모습을 비추고 있는 가운데, 캐스터가 흥미롭다는듯 경기장에 나와 있지 않은 선수를 언급했다.
[아직 휴가에서 복귀하지 않은 카림 아데예미는 빅클럽들과 링크가 계속 뜨고 있는데요.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와 뉴캐슬이 선두에 서 있다는 소문입니다.] [아무래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는 에릭 텐 하그 감독이 부임한 다음에도 기대한 만큼 반등이 일어나지 않으니까 공격진 보강을 하고 싶어할테고, 뉴캐슬은 전체적으로 팀을 개편하고 있으니까 관심이 있을 수 밖에 없겠지요.] [사실 월드컵이 끝난 다음에 레알 마드리드나 바르셀로나, 아니면 독일 분데스리가의 바이에른 뮌헨과 PSG도 관심을 보이기 시작했다는 소문이 있는데요. 이번 여름 이적시장에 번리가 카림 아데예미를 지키는 것은 쉽지 않아 보입니다.]***
“No one likes us! (아무도 우릴 좋아하지 않아!)”
“We don’t care! (우린 신경쓰지 않아!)”
“We are Burnley! (우린 번리니까!)”
“Super Burnley! (슈퍼 번리니까!)”
“We are Burnley! (우린 번리니까!)”
“From the Moor! (수렁에서 왔으니까!)”
무실점으로 끝난 전반전을 지나서 후반전이 시작된 시점.
터프 무어에서는 홈팬들의 응원가들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양팀 테크니컬 에어리어의 분위기는 암울했다.
“아오··· 올해는 이 넘의 박싱데이 경기를 안 해도 될줄 알았는데.”
형민은 투덜거리면서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깔린 잔디를 걷어찼다.
그의 옆에 서서 후반전이 시작되는 모습을 지켜보던 카롤리나가 빈정거리면서 말했다.
“그래도 올해는 하루 간격으로 2번 연속 경기를 치루는건 아니잖아. 우리 같은 소형 구단한테는 그 정도도 감지덕지라고.”
“야. 네가 경험을 안 해봐서 그런데, 그거 진짜 죽음이야. 프로 경기에서 2연전이 말이 되냐고···. 선수단도 피폐해지지. 코치진도 피폐해지지. 분석팀은 아예 죽음이지···. 대체 이걸 왜 하는지 모르겠어.”
“역사와 전통이라고 하잖아. 영국 애들은 그런거에 민감하니까.”
카롤리나가 코웃음치면서 대답했다.
“하아···.”
그러나 경기장에서 또 빗나가는 패스를 보면서 형민과 카롤리나가 동시에 한숨을 내쉬었다.
역습에 대한 우려를 하기에는 건너편 테크니컬 에어리어의 미켈 아르테타 감독이 한숨을 푹 내쉬는 것과 동시에 제대로 받아내는 데에 실패한 아스널 선수에게 맞고 사이드라인 바깥으로 튕겨나간 공을 향해서 주심이 휘슬을 불었다.
“휴식기가 좀 길기는 했나?”
드로인을 준비하는 번리 선수들을 보면서 형민이 중얼거렸다.
급한대로 며칠 전에 월드컵에 출전하지 않은 선수들을 중심으로 바이에른 레버쿠젠과 연습경기를 치루기는 했지만, 당시에도 양팀 선수들이 한결같이 굼뜬 모습을 보여주면서 양쪽 감독을 걱정스럽게 했었다.
“아무래도 겨울 휴식기라는걸 처음 경험하는 애들이 대부분이니까···. 뭔가 달리다가 멈췄다가 다시 달리는 기분일테니까, 다들 경기 감각을 회복하는 데에 생각보다 시간이 걸릴 것 같아.”
월드컵 결승전까지 중계하고 바로 코치진에 합류한 카롤리나가 살짝 초췌해진 표정으로 대답했다.
그녀의 대답에 형민은 어깨 너머로 벤치를 향해서 돌아보았다.
경기장에서 움직이는 선수들의 GPS 데이터를 태블릿으로 확인하고 있던 파울루 모라오 코치 옆에서 함께 태블릿을 보던 태진이 형민의 시선에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다.
“…활동량도 별로인 것 같네. 아니, 그 정도는 눈으로도 확인할 수 있지만.”
양팀 선수들 모두 열의는 넘치는데, 마지막 한 끗이 투박하다.
오히려 월드컵에 출전했다가 돌아온 선수들이 몸은 좀 무거워도 발 끝은 더 살아있는 상황.
다행히 기술보다 체력을 더 중시하는 번리의 기본 전술 덕분에 크게 밀리고 있지는 않지만, 역시 마무리가 안 되기는 한다.
특히 오늘 중앙 공격수로 선발 출전하면 벤야민 셰슈코가 경기 감각을 회복하지 못하면서 제대로 애를 먹고 있는 모습이다.
“쟤···. 휴식기 동안 좀 더 챙겨줬어야 하나?”
카롤리나가 중얼거리자, 형민이 고개를 저었다.
“파울루한테서 받은 체력 훈련은 계속 잘 소화를 했더라고. 아무래도 어리니까, 경기 감각을 휴식기 동안 어떻게 유지하면 좋을지 감이 없었겠지.”
카롤리나가 옆에서 혀를 차는 가운데, 번리의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드와이트 맥닐의 크로스가 한 박자 늦게 뛰어오른 벤야민 셰슈코의 머리를 지나서 아스널의 아론 램즈데일 골키퍼의 품에 안겼다.
“음··· 벤야민은 조금 있다가 교체를 하자. 와우트가 아무래도 경기 감각이 더 살아 있으니까.”
“아스널의 가브리엘이랑 벤 화이트인데···. 그래도 오늘 벤야민보다는 더 낫기는 하겠다.”
카롤리나가 걱정스럽다는듯이 중얼거리면서도 형민의 제안에 동의했다.
아스널이 자랑하고 프리미어 리그의 모든 감독들이 탐내는 중앙 수비수 콤비는 젊고 빠르고 기술도 훌륭한데 몸싸움에서도 밀리지 않는다.
물론 이 둘을 조합하는 데에만 거의 1억 파운드를 사용했다는건 번리 같은 구단 입장에서 다른 세상의 얘기이기는 했지만.
“그리고 조는 막스로 교체하자고.”
“음···.”
형민의 말에 카롤리나가 오른쪽 측면에서 열심히 뛰어다니는 번리의 오른쪽 공격수 조 겔하트의 모습을 확인했다.
확실히 퍼스트팀에 올라선지 얼마 되지 않은 선수들일수록 휴식기 동안에 경기 감각을 유지하는걸 실패한게 눈에 보인다.
“그럼 언제쯤 교체할까?”
“둘 다 70분? 그래도 벤야민이랑 조가 충분히 경기를 뛰어야 다음 경기에서도···. 으앗!”
카롤리나의 질문에 대답하다가 경기장에서 전개되는 상황에 형민이 비명을 질렀다.
형민의 당혹스러운 비명에 고개를 돌려서 경기장 상황을 확인한 카롤리나는 혀를 찼다.
오늘 아스널이 들고 나온 4-2-3-1 포메이션에서 왼쪽 공격수로 선발 출전한 가브리엘 마르티넬리가 번리의 페널티 박스 오른쪽을 깊게 파고들고 있다.
같은 브라질 국적의 오른쪽 수비수 구가가 가브리엘 마르티넬리와 경합했지만 이미 가속도가 붙은 공격수를 제지할 방법이 없다.
결국 왼발로 툭 공을 코너 플래그를 향해서 밀어넣은 다음에 구가를 순수하게 속도로만 제친 아스널의 측면 공격수 가브리엘 마르티넬리는 바로 페널티 박스의 중앙을 향해서 날카로운 크로스를 올렸다.
이미 아스널의 중앙 공격수 가브리엘 헤수스는 짧은 컷백 크로스를 받을 수 있는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서 페널티 박스 오른쪽으로 움직였고, 그에 따라서 번리의 중앙 수비수 제임스 타코우스키는 그를 따라서 오른쪽으로 끌려간 상황.
페널티 박스 중앙에 남아 있는 번리의 중앙 수비수 아넬 아메드호지치가 아스널의 공격형 미드필더 마르틴 오데가르드와 함께 뛰어오르면서 경합했다.
“앗!”
직접적으로 골문을 향하는 헤딩이 날아갈 수 있는 각도를 완벽하게 차단한 위치를 선점한 아넬 아메드호지치는 마르틴 오데가르드가 영악하게 날아온 공에 뒤통수를 가져다대면서 공을 다시 뒤로 떨궈주는 것을 보고 짤막한 외침을 내뱉었다.
마르틴 오데가르드의 직접 슈팅이 아니라 아스널의 다른 동료에게 슈팅 기회를 만들어주기 위한 헤딩 백패스.
그리고 페널티 박스 외곽으로 부드러운 궤적을 그리면서 떨어진 공을 선점한 것은 아스널의 4-2-3-1 포메이션에서 중앙 미드필드를 담당하고 있던 토마스 파티였다.
오늘 중앙 미드필더로 함께 선발 출전한 아스널의 올렉산드르 진첸코가 번리의 수비형 미드필더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접근하는 것을 거칠게 제지하는 가운데, 토마스 파티가 완벽한 슈팅 기회를 잡았다.
“오오오오!!!”
원정팬들의 환호와 환성이 울려퍼지는 가운데, 아스널의 중앙 미드필더가 날카롭게 휘두른 오른발 바깥쪽에 완벽하게 맞은 공은 맹렬하게 날아가서 번리의 골문 왼쪽 상단 코너에 꽂혔다.
“쳇.”
코너 플래그로 달려가서 포효하는 토마스 파티와 그의 주변에 몰려들어서 환호하는 아스널의 선수들을 지켜보던 형민이 혀를 찼다.
“바로 교체할까?”
“10분 정도만 더 기다리자. 오늘 경기도 중요하지만 벤야민의 경기 감각이 올라오지 않으면 다음 경기에서 고전하는건 똑같으니까.”
“음···. 다음 경기가 안필드인거 알고 말하는거지? 뭔 짓을 해도 우리가 고전할텐데?”
전년도 프리미어 리그 챔피언을 상대해야 한다는 사실을 일깨워준 친구를 원망스러운 표정으로 바라보던 형민은 아무 말 없이 다시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
“뭐, 네가 감독이니까.”
카롤리나는 킥킥 웃으면서 그와 나란히 서서 경기장으로 시선을 돌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