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23)
123화: 아스널, 격파
“후···. 하···.”
와우트 웨그호스트.
나이는 30세.
포지션은 중앙 공격수.
유소년 시절에는 네덜란드 1부 리그인 에레디비시 소속의 빌렘II에서 성장했지만, 결국 퍼스트팀에 데뷔하는 데에 실패하고 방출당했다.
그러나 2부 리그 소속인 FC 에멘과 계약한 다음에 절치부심하면서 28경기에서 8골을 넣으면서 유망주로서의 가능성을 보여줬다.
그 다음 시즌에 에레디비시 소속인 헤라클레스 알멜로로 이적했다.
첫번째 시즌에는 강등권에 처한 팀과 함께 사투를 벌였지만, 두번째 시즌에는 에레디비시 6위를 차지하면서 구단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 대항전에 진출했다.
그리고 여기서 성공을 바탕으로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서 빅3인 아약스, 페예노르드, 그리고 PSV 에인드호벤 다음으로 손꼽히는 AZ 알크마르로 이적해서 2시즌 동안 60경기를 뛰면서 31골을 기록, 경기당 0.5골을 살짝 넘는 뛰어난 기록을 세웠다.
그 후 독일 분데스리가의 VfL 볼프스부르크에서 3시즌 반을 거쳐서 잉글랜드 프리미어 리그의 번리에 안착했고, 어느새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에도 소집되었다.
물론 뛰어난 재능들이 즐기한 네덜란드 국가대표팀에서 주전을 차지하는건 쉽지 않았지만, 자신의 장점을 십분 활용해서 후반전의 조커나 단단하게 내려앉은 상대팀들을 부숴야 하는 상황에서는 감독들의 신임을 받았다.
그렇게 이번 카타르 월드컵에서는 후반전에 상대팀 수비진을 때려부수는 용도로 교체 투입되면서 쏠쏠한 활약을 펼쳤고, 8강전에서 아르헨티나를 만나서 탈락했던 국가대표팀의 성적과는 별개로 평론가들에게 호평을 받았다.
그렇게 30살의 나이에도 불구하고 아직도 전성기를 향해서 달려가는 베테랑은 자신을 견제하는 상대팀 중앙 수비수에게 푸념했다.
“야, 나는 놔두고 다른 애들이나 괴롭혀.”
이 아저씨는 도대체 뭔 소리하는거야?
선량한 우리를 괴롭히는건 바로 아저씨잖아요.
그런 표정을 지은 아스널의 벤 화이트는 거구의 공격수와 너무 가깝지도, 너무 멀지도 않은 거리를 유지하기 위해서 신경을 썼다.
너무 가까우면 더러운 플레이의 교과서처럼 온갖 횡포를 다 부르는 저 공격수의 사정거리 안에 들어가게 되고, 너무 멀면 기회를 내줄 수도 있다.
그렇게 자신의 팔꿈치가 닿는 거리 바로 바깥에서 알짱거리는 상대 수비수의 모습에 와우트 웨그호스트는 혀를 찼다.
아니, 굳이 휘두르고 싶다면 맞출 수는 있겠지만, 주심이나 특히 VAR의 시선에서 벗어나기는 어려운 거리.
아까 전에 멋모르고 달라붙었던 브라질 애는 팔꿈치로 몇번 옆구리를 가볍게 어루어만져 주었더니 중앙 수비수 파트너에게 징징거리는 소리와 함께 서로 위치를 교대했더라.
아쉽다는듯 혀를 차는 네덜란드 국적의 괴수를 걱정스러운 시선을 바라보는 잉글랜드 국가대표팀 소속의 중앙 수비수는 갑자기 바뀌는 공격수의 표정에 경기장을 휙 돌아보았다.
“아자!”
쾌재를 부르면서 페널티 박스 중앙으로 난입하는 와우트 웨그호스트를 쫓으면서 벤 화이트는 속으로 혀를 찼다.
간격을 유지하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하느라 경기 상황이 전개되는 데에 소홀했다.
아까 전에 아스널이 선제골을 넣은 것과 거의 똑같은 상황.
번리의 왼쪽 공격수 드와이트 맥닐이 아스널의 오른쪽 수비수 타케히로 토미야스의 태클을 가볍게 피해내면서 공을 몰고 코너 플래그를 향해서 질주했다.
벤 화이트는 공에 가까운 쪽 골포스트를 향해서 달려가는 와우트 웨그호스트를 쫓으면서도 주변을 휙 둘러보았다.
번리의 미드필더 세바스챤 셰만스키가 이제 막 페널티 박스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지만, 아스널의 중앙 미드필더 올렉산드르 진첸코가 바짝 붙어 있고, 그 앞에는 자유로운 상태의 중앙 수비수 가브리엘이 버티고 있다.
페널티 박스 왼쪽에서는 번리의 오른쪽 공격수 막스 코넷이 대각선으로 페널티 박스 중앙을 향해서 침투하고 있지만, 아스널의 왼쪽 수비수 키어런 티어니가 역시 붙어서 견제하고 있다.
페널티 박스 안의 상황은 골키퍼를 제외하고도 4대 3.
달려오고 있는 나머지 선수들은 적어도 다음 동작에 관여하기 어렵다는 것을 확신한 벤 화이트는 와우트 웨그호스트와 함께 날아오는 크로스를 향해서 몸을 띄웠다.
반 박자 정도 늦게 뛰었지만, 골키퍼 아론 램즈데일이 앞을 막아줄테니 뒤로 공을 떨궈주는 것만 방해하면···.
“쿠엑!”
졸지에 와우트 웨그호스트의 겨드랑이를 들이받은 벤 화이트는 괴상한 비명을 질렀다.
성인 남자의 상체와 팔 사이에 끼어 있다거나 그 땀냄새는 둘째치고.
자신이 뛰어오르는 힘까지 받은 와우트 웨그호스트가 더 높이 솟아오르고 있다!
갑자기 맨체스터 유나이티드의 크리스티아누 호날두처럼 고공 점프에 반강제적으로 성공당한 와우트 웨그호스트는 다가오는 기회를 놓치지 않고 단단한 머리를 날아오는 공을 향해서 가져다대었다.
완벽한 타이밍, 그리고 완벽한 각도.
필사적으로 팔을 위로 뻗으면서 뛰어오르는 아론 램즈데일 골키퍼의 왼쪽 겨드랑이 밑으로 튕겨진 공은 경기장 잔디에 한번 튕긴 다음에 골라인을 지나서 골문 안으로 들어갔다.
“으아아아!!!”
번리의 홈팬들이 지르는 광음이 경기장을 가득 채우는 가운데, 이미 아스널의 주장 마르틴 오데가르드는 주심을 향해서 달려가면서 반칙을 주장하고 있는 상황.
그러나 VAR의 결과를 이미 예상할 수 있는 벤 화이트와 아론 램즈데일은 고개를 떨궜다.
***
1대 1로 팽팽하던 승부는 추가 시간에 얻어낸 코너킥을 아넬 아메드호지치가 헤딩골로 연결하면서 번리의 승리로 끝났다.
아스널을 상대로 홈에서 진땀승을 거둔 가운데, 헬레나는 경기장 개축을 위한 준비 작업을 하나씩 진행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반필드 트레이닝 센터를 분주하게 오가던 가운데, 그녀의 집무실을 나오던 헬레나와 에밀이 복도에서 카롤리나와 마주쳤다.
“어머, 헬레나의 동생인가요? 만나서 반가워요.”
“저도 정말 반갑습니다! 프로라인 슈테판, 정말 팬입니다!”
“어머나, 그냥 카롤리나라고 불러주세요.”
싱글벙글하면서 카롤리나에게 악수를 청한 남동생에게 헬레나는 냉랭한 눈빛을 보냈지만, 축구 광팬으로서 동경하던 선수를 만난 에밀은 그런 누나의 시선을 전혀 개의치 않았다.
“아, 저는 에밀입니다. 잘 아시겠지만, 여기 이 인간의 동생입니다.”
“번리에 온걸 환영해요, 에밀. 누나를 보러 놀러온건가요?”
환하게 웃으면서 묻는 카롤리나에게 에밀이 더 어깨를 펴고 가슴을 내밀었다는 느낌이 들었다면 착각일까.
연상의 두 여인이 지켜보는 가운데, 에밀이 당당하게 선언했다.
“아닙니다. 이번에 터프 무어 개축 관련해서 카트라이트 펀드의 담당자로 왔습니다.”
“그래요! 우와, 대단한걸요!”
헬레나는 호들갑을 떨면서 남동생을 위아래로 슬쩍 훑어보는 미모의 친구에게 짜릿한 눈빛을 보냈다.
‘뭐하는거냐? 내 남동생이거든?’
‘내가 누구랑 얘기하든지 너랑 무슨 상관인데?’
‘얘 아직 코흘리개 애기거든?’
‘훗. 무슨 소리야. 다 큰 성인인데.’
‘손 떼라.’
‘싫은데? 그럴거면 너부터 구단 내 연애 금지다.’
‘쳇. 그럴거면 그냥 얘를 네가 가져라. 근데 난 경고했다.’
그 눈치 없는 형민도 느꼈던 불꽃 튀기는 분위기였지만, 자신에게 슬쩍 관심을 보이는 유명 선수 출신의 수석코치에게 정신이 팔린 에밀은 누나와 누나의 악우 사이에서 눈빛만으로 날카로운 대화가 오갔다는 것을 전혀 인지하지 못했다.
“카롤리나, 그러면 나중에 혹시 시간이 되시면···. 으아악!!”
되지도 않는 수작질을 부리려다가 누나에게 귓볼이 잡아당겨진 에밀은 비명을 질렀다.
“그럴 시간이 없거든? 빨리 빨리 움직여라, 동생아.”
피식 웃던 카롤리나가 바라보니 헬레나와 에밀 모두 눈 밑에 다크 서클이 깊게 내려앉아 있었다.
“뭘 준비해야 되는데?”
카롤리나의 질문에 헬레나가 한숨을 지으면서 동생을 질질 끌고 다시 복도를 걸어가면서 어깨 너머로 대답했다.
“서포터들과의 공청회!”
***
“…이상이 경기장 재건 계획입니다.”
구단의 대표이사인 헬레나의 발표가 끝나자, 번리 읍내의 소형 극장을 가득 메운 팬들이 웅성대기 시작했다.
단상에서 물러나와서 번리 풋볼 클럽의 이사진과 핵심 경영진과 함께 무대 위에 마련된 자신의 자리로 돌아온 헬레나는 고개를 살짝 옆으로 기울인채 분위기를 가늠해보았다.
전반적으로 호의적이기는 하지만 아직도 의구심이 많다.
물론 지난 시즌에 형민이 번리를 이끌고 극적인 FA컵 우승과 유로파 리그 진출권을 획득했으며, 이번 시즌도 월드컵으로 인한 겨울 휴식기 이전까지 프리미어 리그 4위를 차지했고 유로파 리그도 16강에 진출했다.
덕분에 12개월 동안 2번째 맞이한 미국인 구단주에 대한 반감이 많이 내려갔다는 것은 번리 읍내를 돌아다녀도 피부로 체감할 수 있었고, 구단 차원에서 공식 서포터 회장단과 그들이 선별한 팬들을 초대한 이번 공청회에서도 분위기 자체는 나쁘지 않았다.
하지만 어느 구단이든지 경기장을 재건한다는 것은 굉장히 중요하고 큰 이슈이다.
경기장을 재건하는 것이 역사와 전통을 해친다고 싫어하는 팬들도 있고, 아니면 경기장 재건축을 진행하면서 구단이 재정난을 겪거나 주축 선수들을 모조리 팔아버리는 불상사를 우려하는 팬들도 있다.
아니나 다를까, 첫 질문도 거기서 시작되었다.
“번리 풋볼 클럽 서포터즈의 회장 헨리 스마이스입니다. 발표해주신 경기장 재건 계획은 잘 보았습니다만···. 이걸 짓기 위한 재정은 어떻게 마련하실 계획이신가요? 구단이 파산의 위기에 몰려서 매각된지 1년반 밖에 되지 않았는데, 좀 성급한게 아닌가 걱정됩니다.”
“서포터 분들의 우려는 잘 이해합니다.”
헬레나가 마이크를 잡고 답변을 시작했다.
“저도 인수한지 1년반 밖에 되지 않았는데 이렇게 큰 프로젝트를 시작하는 것에 대해서 조심스러운 부분도 있습니다. 하지만 터프 무어의 재건은 선택사항이 아니라 필수사항입니다.”
헬레나는 자신의 옆에 앉아 있는 형민을 천천히 돌아보았다가 다시 좌석에 앉은 서포터들을 바라보았다.
“지금 여기 계신 김 감독님과 선수단이 고군분투를 하고 있지만, 대형 구단들을 상대로 재정적으로 경쟁하기는 너무 어렵습니다. 번리가 더 많은 수입을 올리고, 더 나아가서 유럽 무대에서 뛰는 번리에 걸맞는 경기장을 선사하기 위해서는 오히려 더 시간을 끄는게 안 좋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재정은 어떻게 충당할 계획이신가요?”
헬레나의 손짓에 에밀이 준비된 도표를 대형 스크린 위에 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