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24)
124화: 공청회
“우선 구단주 측에서 번리 풋볼 클럽이 필요한대로 순차적으로 1억 파운드까지 대출을 해줄 계획입니다. 대출 기간은 10년이고, 그 기간 동안의 이자는 없습니다.”
“10년 이후에도 대출금을 다 상환하지 못하면요? 일시에 회수가 되는건가요?”
다시 구단의 파산 위기를 우려하는 질문에 헬레나는 부드럽게 미소를 지었다.
“10년 후에 상환하지 못한 대출금이 일시에 회수되는건 아닙니다. 그때부터 이자를 내게 되겠지요. 다만 그 시점에는 새로운 경기장이 완공된 다음일테니, 경기장과 경기장에서 발생하는 수입을 담보로 낮은 이자로 대출을 교체할 수 있을거라고 예상하고 있습니다.”
납득한듯 고개를 살짝 끄덕이는 서포터들에게 헬레나가 부연설명을 했다.
“물론 목표는 대출금을 10년 내에 다 상환하는겁니다. 1억 파운드라고 하면 큰 금액처럼 느껴지지만, 10년으로 나눠서 생각하면 매년 1,000만 파운드를 상환하게 됩니다. 지난 시즌에도 번리 풋볼 클럽은 500만 파운드의 순이익을 냈습니다. 1년에 1,000만 파운드는 견딜 수 있는 금액입니다.”
좌석에서의 웅성거림이 의구심에서 납득으로 변경되기 시작했다.
다른 서포터가 손을 들고 일어나서 질문했다.
“재정 건전성 규칙은 어떻게 되는건가요? 1억 파운드의 대출을 받고 사용하면 UEFA나 프리미어 리그의 재정 건전성 규칙을 위반하게 되는게 아닐까요?”
“아닙니다. 일단은 크게 2가지로 나눠서 설명을 드릴 수 있을 것 같은데요. 먼저 UEFA와 프리미어 리그의 재정 건정성 규칙에는 경기장과 훈련장과 같은 시설에 투자하는 금액은 재정 건전성을 계산할 때에 반영하지 않습니다.”
준비되었다는듯 헬레나가 바로 답변을 시작했다.
“두번째로, 1억 파운드를 모두 한꺼번에 빌리는건 아닙니다. 필요한 시점에 대출을 받게 되고, 큰 금액들은 공사가 일정한 지점에 도달했을 때에 한번씩 가져오기 때문에 큰 이슈는 없습니다.”
질문자가 납득한듯 다시 자리에 앉고, 이번에는 다른 사람이 일어섰다.
“공사에 대한 세부 일정을 좀 듣고 싶은데요. 그리고 이··· 조립식? 조립식이 맞습니까? 이게 정말 가능한 일인가요?”
헬레나의 눈짓에 에밀이 마이크를 잡았다.
“안녕하세요. 이번 경기장 재건을 진행하기 위해서 카트라이트 펀드에서 파견나온 에밀 카트라이트입니다. 실제 공사에 대해서는 제가 답변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카트라이트라는 이름에 사람들이 수근거리면서 자신과 헬레나의 얼굴을 번갈아가면서 쳐다보는 모습이 보였지만, 에밀은 이를 무시하고 설명을 시작했다.
“우선 조립식 공법은 최신 공법이기는 합니다만, 경기장 건축을 위해서 사용된 것은 이미 선례가 있습니다. 우선 미국 MLS의 인터 마이애미 CF가 있는데···.”
이때부터 약 1시간 가량 본격적으로 경기장 건축과 공사 기간, 그리고 공사 기간 동안에 번리가 어디서 경기를 진행하게 되며, 얼마나 오랫동안 각 스탠드가 닫혀 있게 되는지, 심지어 새로운 경기장의 명칭에 대한 질문까지 쏟아져 나오기 시작했다.
주로 헬레나가 답변하고 에밀이 거드는 가운데, 전체적인 분위기가 의구심에서 확신과 기대로 넘어가기 시작하는 것을 확인한 헬레나가 안도할 무렵에 한 명의 질문자가 자리에서 일어났다.
“김 감독님에게 질문을 드리고 싶은데요.”
“저, 저요?”
오가는 질의응답을 남의 일처럼 지켜보고 있던 형민이 당황스러운 표정으로 자리에서 절반쯤 일어났다가 다시 앉아서 마이크를 켰다.
“김 감독님은 이 계획에 대해서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형민은 당혹스러운 표정을 지으면서 헬레나를 힐끗 바라보았다.
그냥 가서 자리에 앉아만 있으면 된다고 해서 아무 생각 없이 왔는데, 갑작스러운 질문에 잠깐 식은땀을 흘리던 형민은 그냥 머릿속에서 떠오르는대로 대답했다.
“저는 정말 좋다고 생각합니다. 터프 무어도 멋지지만, 새로운 경기장에서 유럽과 프리미어 리그의 강팀들을 맞아서 대결한다면 정말 즐겁고 재밌을 것 같습니다.”
경기장이 구단 수입에 도움이 되는지, 아니면 공사 기간이 어떻고 박스석이 얼마나 수익을 창출하는지는 자신의 영역 밖의 이야기이다.
생각나는대로 답변한 형민에게 만족한 표정을 지으면서 질문자가 자리에 앉자, 다른 사람이 자리에서 일어났다.
“저는 다른 질문이···.”
“아, 이제 그만 물어봐!”
제일 앞에 앉아서 팔짱을 낀채 질의응답을 지켜보던 서포터 회장 헨리 스마이스가 자리에서 일어나서 뒷자리를 향해서 소리를 질렀다.
“감독님이 좋다고 하시잖아! 그러면 됐지, 네가 뭔데 감히 감독님의 결정에 토를 달고 X랄이야?!”
“아, 아니, 내가 어떻게 감독님 결정에···.”
질문하려고 일어난 남자는 주변에서 헨리 스마이스의 주장에 동조하는 외침과 눈빛에 당황한 표정과 함께 자리에 앉았다.
감히 더 이상의 질문자가 등장하지 않는 것을 확인한 헨리 스마이스는 흡족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면서 형민을 바라보았다.
“감독님이 좋다고 하시니, 서포터들도 그럼 전폭적으로 지지하도록 하겠습니다!”
“어··· 아··· 네. 네, 감사합니다.”
형민이 어버버하면서 대답하는 가운데, 지난 1시간 동안 목이 쉬도록 질의응답에 대응하던 헬레나는 옆에 앉아서 겉으로 애써 태연한 표정을 유지하려고 노력했다.
뭐야, 그냥 형민을 앞세우면 한방에 끝나는거였어?
***
자말 휘긴톱.
번리 지역구의 하원 의원인 그는 오늘 아침에도 겨울에 시리도록 찬 고향의 공기를 만끽하면서 걸어서 자신의 사무실로 향했다.
“오, 자말! 오늘은 일찍 출근하네!”
“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번리 읍을 포함한 전체 지역구는 10만명이 채 안 된다.
그리고 선거를 하면 적을 때는 3만명, 많아야 4만명을 넘기기 힘든 작은 지역구.
거기에다가 자말 휘긴톱은 번리 토박이로서 자신의 지역구 주민들의 대부분을 어렸을 때부터 보고 자란 사이.
지나가다가 마주친 자신의 유권자들과 반갑게 인사를 나누면서 느긋하게 사무실의 문을 열은 그는 눈 앞이 새하얗게 변하는 것을 느꼈다.
“이··· 이게 뭐···!”
“빨리 문 닫아주세요! 편지가 쏟아져요!”
어디선가 들려오는 사무장의 다급한 외침에 자동으로 사무실 안으로 들어서면서 자신의 등 뒤로 문을 닫았지만, 아무리 눈을 깜빡여도 눈 앞에 펼쳐진 새하얀 광경이 사라지지 않았다.
“안토니, 나 눈이 이상해졌나봐. 세상이 다 하얗게 보여.”
“눈이 이상해진거 아니고요. 다 하얀거 맞아요.”
“이··· 이게 다 뭐야?!”
선거 운동을 할 때에도, 전체 주민들을 대상으로 설문을 돌렸을 때에도 그의 작은 사무실이 이렇게 많은 편지봉투로 가득 채워진 적이 없었다.
자말 휘긴톱은 손을 뻗어서 바닥에 가득 쌓여 있는 편지봉투들 중 가장 위에 있는 봉투를 아무거나 하나 들어올렸다.
아마 초등학생 정도가 되는 것 같은 삐뚤삐뚤한 글씨체로 쓰여진 봉투 앞에는 선명하게 ‘번리 지역구 하원의원 자말 휘긴톱 앞’이라고 적혀 있었다.
“이게 뭔 내용이야?”
봉투를 뜯어서 빠르게 내용을 훑어내린 자말 휘긴톱이 중얼거렸다.
“…터프 무어 재건축을 빨리 승인해주세요. 승인을 안 해주시면 승인을 해주실 때까지 계속 편지를 보낼 거에요.”
독려인지 협박인지 모를 편지 내용에 고개를 들은 자말 휘긴톱의 시야에 사무실을 가득 채우고 있는 편지봉투들이 들어왔다.
어··· 이건 협박이 맞는 것 같은데.
“우체국에서 연락이 왔는데, 여기에 가져온 것 말고 집하물 처리소에 똑같은게 2배 정도 더 있데요. 일반 배달차량으로 가져올 수가 없어서 특별히 트럭을 수배해서 싣고 올거라고 하던데요.”
충격이 심하면 오히려 사람이 잠잠해진다고 하던가.
사무실 어딘가에 편지봉투에 파묻힌채 평이한 목소리로 보고하는 사무장 안토니에게 자말 휘긴톱이 화들짝 놀라서 외쳤다.
“안 돼! 가져오지 말라고 해! 우리가 집하물 처리소로 가서 본다고 해!”
“안 된데요. 꼭 배달을 하겠다고···.”
“아니 대체 왜?!”
절망스러운 자말 휘긴톱의 외침에 사무장의 긴 한숨소리가 들려왔다.
“…그 친구들도 다 번리 팬이거든요···.”
***
모두가 걱정한 정부의 인허가였지만, 헬레나가 자신만만했던 이유가 있었다.
“번리 주민이 몇명인지 아세요? 7만명 정도에요. 그런데 그 중에 번리 풋볼 클럽 팬이 몇명인지 아세요? 7만명이 넘어요.”
감탄과 당혹스러운 표정이 뒤섞인 이사진과 핵심 경영진을 둘러보면서 헬레나가 자신의 전략을 설명했다.
“그래서 서포터들한테 아~주 간단한 부탁을 했지요.”
“그··· 그게 이거란 말인가?”
충격적인 말투로 중얼거리는 마이크 갈릭에게 헬레나가 싱긋 미소를 지어보였다.
“그렇지요. 음··· 물리적인 스패밍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게 아니라··· 어··· 이래도 되는건가?”
번리 지역 하원의원 자말 휘긴톱의 사무실은 사람이 헤엄칠 수 있을 정도로 편지봉투로 가득 채워져 있다는 사실이 번리에 퍼져나갔다.
번리 읍사무소도 비슷한 꼴이 된건 물론이고, 이에 화들짝 놀란 번리 읍장은 더 이상 편지가 오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아예 번리 풋볼 클럽 유니폼을 입고 출근해서 가져오는대로 모든 서류에 도장을 찍어주고 있다는 소문.
번리에 위치한 모든 초등학교와 중학교, 그리고 고등학교까지 아예 하루 한 시간씩 편지를 쓰고 부치는 데에 특별히 시간을 할당했다는 얘기도 돌고 있었다.
자신의 의자에 느긋하게 기댄 헬레나는 사람들의 경악과 찬사가 뒤섞인 표정을 즐기는듯 턱을 슬쩍 들어올렸다.
“음··· 이번주 내에 인허가가 모두 나올거라는 데에 내기하실 분은 없나요?”
내기는 받아줄 사람이 없어서 결렬되었다.
***
“안 좋은 소식이야.”
“뭔가요?”
퍼스트팀 감독과 코치진이 모인 회의실에서 팀닥터 사이먼 모리스가 무거운 말투로 입을 열었다.
“드와이티 말이야. 발목을 완전히 접질렀어. 회복이 되려면 3-4주는 걸릴 것 같아.”
“으아···. 그럼 1월달 동안 아웃인거네요.”
“그렇지.”
골득실 차이에 1경기를 더 치른 덕분이기는 하지만, 아스널을 격파하면서 아스톤 빌라를 제치고 3위까지 올라선 번리에게 비보가 전해졌다.
월드컵 덕분에 리그 일정이 몰리면서 1월의 31일 동안 7경기를 치뤄야 하는 일정인데, 주전 왼쪽 공격수가 이 바쁜 와중에 한 달이나 이탈했다.
아스널 전을 풀타임을 소화하면서 경기 막판에 상대 선수들과 충돌하는 장면이 있었는데, 예상보다 심각한 상태에 형민이 한숨을 내쉬면서 손으로 얼굴을 쓸어내렸다.
그런 형민을 지켜보던 카롤리나가 미안한 말투로 입을 열었다.
“또 있어.”
“또?! 또 누가 부상을 당했어?”
팀닥터 사이먼 모리스와 피트니스 코치 파울루 모라오가 자신들은 모른다는 표정으로 고개를 젓는 가운데, 카롤리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지난 경기 막판에 구가가 옐로 카드를 받았잖아.”
“그게 뭐··· 설마!”
“응. 그게 5번째 카드였어. 다음 경기는 출전 금지야.”
“아오···.”
주전 왼쪽 공격수에 이어서 주전 오른쪽 수비수도 이탈했다.
주전 오른쪽 공격수인 카림 아데예미는 월드컵 우승 이후 아직 휴가 중.
지난 시즌 마지막 날에 극적인 프리미어 리그 우승을 차지했지만 이번 시즌에는 맨체스터 시티에 밀려서 2위 자리를 지키고 있는 리버풀을 상대해야 한다.
가뜩이나 리버풀의 홈구장인 안필드는 원정팀들에게 적대적인 분위기로 유명한데, 최상의 전력을 가지고 임해도 불안한 상대를 오른손과 왼손, 그리고 오른발을 떼고 붙어야 한다.
한숨을 푹 내쉰 형민이 우려스러운 얼굴로 그를 바라보는 코치진에게 손을 휘저었다.
“또 없어요? 나쁜 소식이 있으면 빨리 가져오세요.”
형민의 질문에 코치진들의 표정이 미묘하게 불안해졌다.
어라··· 방금 뭔가 위험한 발언이었던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