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25)
125화: 2022년, 시작!
형민의 위험한 발언이 있고 나서 며칠 뒤.
리버풀과의 경기 전날, 형민은 코치진 회의에서 그런 말을 내뱉은 자신의 입을 때려주고 싶어졌다.
“아하하. 니키가 독감이라고? 그런데 선수단에 전파될 수도 있으니까 3일간 격리라고? 그럼 리버풀 전은 출전 못 하겠네? 크하하하.”
네, 이제 주전 수비형 미드필더도 빠졌습니다.
간신히 프리미어 리그 3위까지 끌고 올라왔는데, 지난 시즌의 우승팀을 상대로 베스트 일레븐에서 무려 4명이 이탈해버린 어처구니 없는 상황에 형민은 넋이 살짝 나갔다.
클롭 감독님, 제가 좋아하는거 알지요?
제가 리버풀 팬이기도 하고 지난 시즌에 우승하시는 데에 일조를 했는데, 그래도 저희 이번에 좀 봐주시면 안 될까요?
카롤리나와 정태진이 애처로움과 어처구니 없음이 뒤섞인 표정으로 바라보는 가운데, 형민의 집무실에 켜진 티비에서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의 인터뷰가 방영되기 시작했다.
[…인가요?]기자의 질문에, 클롭 감독이 진지한 표정으로 답하고 있었다.
[…2위팀으로서 3위팀과 겨룬다는 긴장감보다는, 번리 자체가 긴장되는 상대입니다.] […번리가 이렇게 오랫동안 잘 할줄 알았냐고요? 당연히 예상하지 못했지요. 김 감독이 번리를 이끌고 대단한 성과를 내고 있다고 밖에 말할 수 없네요. 번리 선수단도 젊지만 뛰어난 실력을 발휘하고 있고요. 우리도 월요일에 정신을 바짝 차려야 좋은 결과를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아니, 그러지 않으셔도 된다고요···.”
인터뷰를 지켜보던 형민은 핵심 선수들이 빠져나간 그의 선발 가용 명단을 내려다보면서 암울하게 중얼거렸다.
***
“I’m so glad that Jurgen is a Red! (난 위르겐이 레드인게 기뻐!)”
“I’m so glad he delivered what he said! (난 위르겐이 약속을 지킨게 기뻐!)”
“Jurgen said to me, you know! (위르겐이 우리한테 말했지!)”
“We’ll win the Premier League, you know. He said so. (우리가 프리미어 리그를 우승할거라고, 그가 말했어!)”
“I’m in love with him and I feel fine! (난 그를 사랑하는데 기분이 최고야!)”
열광한 리버풀 팬들은 목청껏 그들의 감독을 위한 응원가를 부르고 있었다.
안필드의 분위기는 언제나 웅장하다.
유럽의 축구팬들은 열광적인 것으로 유명하지만, 선수들이 경기장 분위기가 좋은 것으로 손을 꼽는 곳이 몇군데 있다.
그 중 하나는 독일 분데스리가 소속의 BVB 도르트문트.
꿀벌군단이라는 애칭을 가지고 강렬한 노란색 유니폼을 자랑하는 그들은 무려 81,365석을 자랑하는 베스트팔렌 스타디움을 홈구장으로 삼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높은 평균 관중수를 자랑하는 베스트팔렌 스타디움에서도 특히 25,000석을 자랑하는 남쪽 스탠드를 구단의 상징인 노란색으로 치장한 홈팬들이 가득 채우면 소위 ‘노란 벽’이 형성된다.
홈팀에게는 더할나위 없이 든든한 뒷배이자, 원정팀에게는 지옥문이 열리는 광경.
그리고 “어두운 터널을 나와서 환한 경기장으로 들어서면 다시 태어나는 기분이다”라고 베스트팔렌 스타디움과 노란 벽을 평한게 바로 이 도르트문트를 이끌고 분데스리가의 최강자 바이에른 뮌헨을 찍어누르면서 분데스리가 2연패를 차지했던 위르겐 클롭 감독이다.
그런 도르트문트를 영광으로 이끌었던 명장이 종착지로 선택한 것은 도르트문트에 못지 않은 열광적인 팬들과 잉글랜드에서 가장 뜨거운 분위기를 가진 것으로 유명한 안필드를 홈구장으로 삼는 리버풀이었다.
베스트팔렌 스타디움에 비해서 좀 더 작은 53,394석이지만 분위기는 그에 못지 않다.
그리고 그 안필드에 30년 간의 기다림을 마무리하고 프리미어 리그 우승과 유럽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안겨준 감독에 대한 팬들의 신뢰는 거의 종교 수준.
이번 시즌에도 리버풀은 프리미어 리그와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위한 경쟁을 이어가는 가운데, 지난 시즌에 무려 1무 1패를 안겨주면서 우승 경쟁에 제대로 재를 뿌렸던 번리를 홈으로 불러들여서 제대로 두들겨 패주고 있는 감독을 향한 응원가를 소리 높여 불렀다.
***
“아오···.”
고통스럽게 형민이 머리를 감싸쥐는 가운데, 옆에 서있던 카롤리나도 침묵했다.
더 이상 손을 쓸 수 없을 정도로 벌어지는 점수 차이.
그보다 더 심각한건 모든 영역에서 눌리고 있는 경기력이다.
니콜라스 세이왈드가 이탈한 수비형 미드필드 자리에는 토마소 포베가가 투입되었지만, 열심히 뛰어다니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 공백을 완전히 지우지는 못하고 있다.
드와이트 맥닐과 카림 아데예미가 모두 빠진 공격진을 더 말할 필요도 없고.
프리미어 리그에서 와우트 웨그호스트와 유일하게 1대 1 승부가 가능하다고 평가를 받는 버질 반 다이크가 수비를 단단히 지키고 있는 가운데, 리버풀이 자랑하는 양쪽 측면 수비수들이 줄기차게 올라오면서 양질의 패스와 크로스를 공급하고 있었다.
그리고 그걸 마무리하는건 현재 세계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로 손꼽히는 모하메드 살라와 6,500만 파운드의 사나이 다르윈 누네즈.
전반전에 2골을 얻어맞고 전술을 조정했지만, 후반전에도 벌써 2골을 내어주면서 경기는 형민의 손을 떠나고 있었다.
그렇게 좌절하는 형민의 시야에 대기심이 들어올린 교체판과 그 옆에서 서 있는 선수의 모습이 들어왔다.
“바디? 아니 바디가 왜 여기서 나와?!”
마지막으로 몸을 풀고 있는 선수의 모습에 형민이 경악했다.
지난 8시즌간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위협적인 공격수 중 한명으로 손꼽히던 제임스 바디.
그가 34세의 나이에 정든 레스터를 떠나서 지난 시즌 챔피언인 리버풀로 이적한 것도 어이가 없었는데.
후반 80분에 4대 0을 기록한 지금 굳이 승기를 더 확실하게 굳히겠다고 공격수를 교체하는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 감독의 무자비한 결단에도 정신이 아찔했다.
체력적으로 지쳤다기 보다는 정신적으로 너덜너덜해진 번리 선수들의 얼굴도 어처구니가 없다는 표정 일색.
심지어 일부 리버풀 선수들조차도 조금 미안해하는 표정을 짓고 있다.
갑자기 몸을 돌린 형민은 10미터 정도 떨어진 홈팀의 테크니컬 에어리어로 빠르게 걸어갔다.
경기에 뛰던 선수들은 몰라도, 인접한 관중들과 대기심들, 그리고 양팀 코치진은 모두 원정팀 감독의 돌발행동에 긴장했다.
보통 상대팀 감독이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침범하면 기본적으로 설전이고, 좀 더 나아가면 멱살도 잡거나 양 팀 벤치가 몰려나와서 패싸움을 하는 경우도 있다.
그러나 열심히 플래쉬를 터뜨리며 감독 간의 난투극이나 설전을 기대했던 사진기자들의 아쉬움을 뒤로 하고, 형민은 의아해하는 표정으로 다가오는 그를 바라보는 클롭 감독에게 독일어로 낮게 빠르게 말했다.
[아니! 상도덕은 좀 지켜주셔야 되는거 아니에요? 동업자끼리 이러지 맙시다!] [자네도 맨체스터 유나이티드를 막 짓밟았지 않나?] [거기는 리버풀의 라이벌이잖아요!]카메라에 잡히지 않도록 입을 손으로 가린채 독일어로 자신에게 짜증을 토로하는 번리의 젊은 감독에게 위르겐 클롭 감독은 특유의 환한 웃음을 지은 다음에 손으로 자신의 입을 가렸다.
[그러니까! 우리가 확실하게 우위인걸 보여줘야지! 번리가 작년에 우리한테서 승점을 몇 점이나 가져갔는지 알아? 5점이야! 리그 마지막 날에 심장마비로 죽는줄 알았다고!] [그래도 저희가 맨체스터 시티를 잡아서 우승하셨잖아요!] [올해도 우승해야지! 이번에는 자네 도움 없이!] [아오!]서로 머리를 맞댄채 상대팀 감독과 낮고 빠르게 대화를 주고 받던 형민이 짜증스러운 탄식을 내뱉는 순간.
그의 목덜미가 단단히 붙잡혀서 뒤로 끌어당겨졌다.
[죄송해요, 클롭 감독님. 이 X끼는 제가 제대로 교육할께요.] [아니에요, 프로라인 슈테판. 즐거운 대화였답니다.]생글생글 웃으면서 사과하는 번리의 수석코치 카롤리나 슈테판에게 리버풀의 클롭 감독은 환한 웃음과 함께 엄지손가락을 슬쩍 들어올렸다.
“야, 이거 놔!”
“이 X끼야. 조용히 따라와. 죽여버리기 전에.”
테크니컬 에어리어를 벗어난 원정팀 감독에게 경고를 줘야 하는지 망설이는 대기심들에게 속마음과 전혀 무관하게 친절한 웃음을 지어보이면서, 목덜미가 붙들린채 질질 끌려가는 번리의 젊은 명장에게 그의 수석코치가 짜증스럽게 답했다.
리버풀 코치진은 어이없다는 웃음을, 번리 코치진은 한심하다는 표정으로 지켜보는 가운데 강제적으로 원정팀 벤치로 끌려와서 자리에 앉혀진 형민은 우울하게 눈 앞에서 펼쳐지는 경기를 바라보았다.
이미 교체카드는 다 썼고, 이제 손을 쓰기 힘들만큼 경기는 기울어져 있었다.
“아··· 아스널 전까지는 분위기가 좋았단 말이지···.”
***
자극적으로 뽑힌 헤드라인이 적힌 신문을 내려놓으면서 형민은 한숨을 쉬었다.
“솔직히 전술이 좀 경직적이기는 했어. 후반에 더 내려앉았으면 실점을 줄였을 수도 있었꺼야.”
수석코치인 카롤리나의 지적에 형민이 고개를 저었다.
“그러면 공격은 누가 하고? 어차피 2대0으로 지나 5대0으로 지나 결과는 똑같아. 그냥 자기 위안일 뿐이지, 실력 차이가 그렇게 많이 벌어진건 아니다, 라고. 어떻게든 따라잡기 위해서는 계속 공격을 할 수 밖에 없었다고.”
“덕분에 상대편에게 5골이나 헌납했지.”
“…그건 그래.”
형민이 한숨을 내쉬었다.
그런 형민을 바라보면서 옆에서 두 사람의 대화를 지켜보던 태진이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좋은 면을 보자고. 어쨌든 시즌의 절반 지점까지 왔는데 번리는 리그 4위. 유로파 리그 조별 예선도 당당히 통과해서 16강에 진출. 내가 봤을 때에는 언론이 궁시렁대는건 들을 필요가 없어.”
“그렇기는 한데···. 우리는 17경기에서 11승 6패야. 무승부도 없지. 이기거나 지거나, 너무 극단적인건 사실이야.”
대화를 하고 있는데, 집무실에 켜놓은 티비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에 카롤리나가 손짓했다.
“잠깐! 잠깐 조용히 해봐.”
[…의 감독 지네딘 지단이 해임되었습니다. 현재 첼시는 9승 3무 5패로 승점 30점을 획득하면서 리그 7위를 기록하고 있습니다. 특히 지난 다섯 경기에서 2승 1무 2패의 성적을 거두자 토드 보엘리 구단주가 해임을 결정한 것으로 보여집니다.]세 사람이 당혹스러운 표정을 숨기지 못한채 서로를 바라보는 가운데, 뉴스 캐스터는 신나게 설명을 이어갔다.
[…일단 다가오는 번리와의 카라바오컵 8강전은 닐 바스가 임시 감독을 맡을 것으로 보여지는 가운데, 전 이탈리아 대표팀 감독인 로베르토 만치니와 전 프랑스 대표팀 디디에 데샹이 감독 후보에서 선두를 달리고 있습니다···.]“우와. 정말? 무섭다···한 시즌 만에 그 위대한 지단을 경질하다니.”
태진이 감탄했다.
그럼 태진에게 카롤리나가 고개를 흔들었다.
“유럽의 상위권 구단들은 원래 냉정하기로 유명하기는 하지만, 첼시가 좀 심한 경우에요. 로만 아브라모비치도 성적이 조금만 떨어지면 바로 감독을 경질했는데, 토드 보엘리도 만만치 않네요.”
“그게 아니면, 지네딘 지단은 로만 아브라모비치가 임명한 감독이니까 자신의 색깔을 낼 수 있는 신임 감독을 선임하려는걸 수도 있지 않을까요?”
“그것도 가능할 것 같아요. 어쨌든 지금 첼시 성적이 썩 좋은건 아니니까요.”
속보를 지켜보면서 카롤리나와 태진이 대화를 나누던 가운데, 옆에서 충격 속에 멍하게 앉아 있던 형민의 휴대폰이 진동하기 시작했다.
“응? 이건 누구지? 모르는 번호인데?”
형민이 휴대폰을 들면서 중얼거렸다.
“네, 여보세요?”
건너편에서 침착하면서도 중후한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번리의 형민 김 감독님 전화번호가 맞나요?”
“네, 맞습니다만?”
“저는 첼시의 구단주 토드 보엘리입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