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26)
126화: 헤드헌팅
형민에게서 헬레나가 소식을 전달받은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은 시점.
긴급하게 소집된 번리의 이사진과 풋볼 디렉터 조너선 랜드리스가 회의실에서 머리를 맞대고 있었다.
“그들이 생각하는 수가 몇 개 정도는 될거에요.”
지난 여름 이적시장에서 최상위 구단들, 특히 첼시에게 제대로 농락 당할 뻔 했던 조너선이 천천히 손가락을 꼽으면서 말을 이어갔다.
“일단, 시즌 중반인데 김이 정말 올거라고 생각하지는 않았을 겁니다. 하지만 혹시 모르니까, 현재 리버풀의 위르겐 클롭과 맨체스터 시티의 펩 과르디올라를 제외하면 번리라는 약팀을 이끌고 프리미어 리그에서 가장 뛰어난 성적을 올리고 있는 젊은 감독을 찔러보는게 하나.”
첫번째 손가락이 굽혀졌다.
“오지 않더라도 김의 마음을 흔들어서 첼시보다 순위가 높은 팀의 감독을 방해할 수 있다면 둘.”
두번째 손가락을 굽혔다.
“소식을 언론에 노출해서, 선수단과 팬들을 흔들 수 있다면 셋.”
세번째 손가락을 굽히고.
“언론에 노출된 후, 앞으로 클럽들이 감독을 해임할 때마다 김이랑 연결될테니 장기적으로 방해를 한다는 점에서 넷.”
네번째 손가락까지 굽힌 다음.
“그리고 마지막이지요. 김을 붙잡기 위해서 번리에서 뭔가 액션을 취해야 하고, 그 액션은 보통 재계약과 연봉 인상으로 이어지니까 번리 구단의 재정을 흔든다는 점에서 다섯.”
마지막으로 엄지손가락을 굽히면서 조너선이 자신의 생각을 정리했다.
무려 5가지 방면에서 첼시 측의 생각을 짚어보는 조너선 랜드리스의 발언에 이사진은 충격을 받은 표정이었다.
“아무리 그들이 대단하다고 해도··· 설마 거기까지 다 생각하고 일을 진행했을까요?”
존 바나스키위츠의 떨리는 목소리에 조너선은 어깨를 으쓱했다.
“이 중에 몇 개만 생각했을 수도 있고, 제가 너무 과대해석을 하는걸 수도 있습니다.”
조너선 랜드리스는 이사들을 둘러보면서 한숨을 쉬었다.
“하지만 문제는 이 다섯가지 일이 우리한테는 이미 일어났거나 일어날 일이라는 겁니다.”
아니나 다를까.
다음날, 영국에서 스포츠를 조금이라도 다루는 모든 매체의 헤드라인은 첼시의 감독직으로 형민이 부임할거라는 추측성 기사였다.
그렇게 이튿날에도 이어진 대책회의.
“어쨌든, 저희도 김의 급여 체계를 재검토하고, 계약을 연장하면서 소문을 잠재우는게 좋을 것 같아요.”
조너선의 말에 이사진들이 모두 고개를 끄덕였다.
설명을 하면서 자신의 노트북을 열어서 뭔가를 찾아보던 조너선이 고개를 갸웃거리면서 말했다.
“아, 근데 제가 김의 연봉이나 계약과 관련된 자료가 없네요. 제가 부임하기 전에 계약을 체결해서 그랬을 것 같은데, 혹시 어느 분이 계약을 진행하셨나요?”
마이크 갈릭과 존 바나스키위츠가 동시에 헬레나를 바라보았다.
“헬레나?”
왠지 테이블 밑으로 가라앉으려고 하는 것처럼 의자 속에 파묻혀서 얼굴의 높이가 점점 낮아지는 그녀를 마이크 갈릭이 불렀다.
“네? 아, 네. 형민의 계약이요.”
다른데에 신경을 쓰고 있었다는듯 헬레나가 떨떠름하게 말했다.
“뭐, 상세한 계약 내용이랑 보너스 체계는 제가 다시 검토하면 되니까, 일단 여기서는 전체적인 구조만 정하기로 하시지요. 일단 김의 주급이 어떻게 책정되어 있을까요?”
조너선의 말에 헬레나가 뭔가 조그맣게 대답했다.
“어, 헬레나. 잘 안 들렸어요.”
“형민의 주급은 ··· 파운드라고요.”
이번에는 헬레나 옆에 앉은 마이크 갈릭과 존 바나스키위츠도 고개를 갸웃거렸다.
“하하, 제가 나이가 들어가니까 귀도 멀어가는 것 같아서 그런데 말이에요.”
존 바나스키위츠가 웃으면서 말했다.
“다시 좀 말해주시면 안 될까요? 이상하게 금액 부분만 잘···.”
“3천 파운드라고요! 3천 파운드!”
헬레나의 외침에 자리에 앉은 나머지 세 사람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어, 아직도 귀가 안 좋은가? 분명히 3천 파운드라고 들은 것 같은데···.”
이렇게 중얼거린건 여전히 사람 좋은 웃음을 띄고 있는 존 바나스키위츠.
“이상하네요. 분명히 3만 파운드일텐데 3천 파운드라고 들렸어요.”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말한건 조너선 랜드리스.
“…설마···.”
하얗게 질린건 마이크 갈릭.
“본인이 싫다고 했어요! 그럴 돈이 있으면 선수나 영입해달라고!”
살짝 부끄러운듯, 얼굴을 붉힌 헬레나가 항변했다.
“아니 지금 장난하세요! 구단의 핵심 인물 주급이 유소년 선수들보다도 낮다고요?!”
조너선 랜드리스의 충격과 분노 어린 외침.
자리에 모인 이사진 3명의 귀에는 왠지 ‘저도 주급 올려주세요!’라는 말이 메아리처럼 들려왔다.
***
첼시의 신임 감독에 대한 예측에서 순식간에 배당률 1위로 치솟은 형민에 대한 소문과 추측은 번리 풋볼 클럽에서 3년 + 1년의 신규 계약을 체결했다는 소식과 함께 잠잠해졌다.
물론 1,000% 상승해도 형민의 주급은 다른 프리미어 리그 감독들과 비교했을 때에 나란히 바닥권을 형성하기는 했다.
그러나 재계약 여부와 기간으로 번리에 남겠다는 감독 본인의 의지를 확인한 것으로 한 시름을 덜어낸 번리 이사진과 풋볼 디렉터 조너선 랜드리스는 안도했다.
그리고 그런 제안과 소문과 추측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팀을 지휘한 형민은 FA컵 3라운드에서 상대한 4부 리그의 스컨토프와 카라바오컵 8강전에서 상대한 첼시를 차례대로 2대 1로 격파하고, 프리미어 리그 18라운드에서 레스터를 상대로 무승부를 거두면서 그런 소문에 신경을 쓰지 않는다는 모습을 보여줬다.
“…정말 관심이 없었던거야?”
레스터와의 0대 0 무승부에 대한 결과를 분석하고 있는 퍼스트팀의 회의실.
형민과 퍼스트팀 코치진들 만이 모여 있는 회의실에서 결과 분석이 마무리된 어수선함 속에서 태진이 형민에게 물었다.
사실은 궁금했지만 차마 물어보지는 못했다는 표정을 지은 파울루 모라오와 이미 유사한 대화를 전반기에 한번 나눴던 카롤리나가 흥미롭다는듯이 지켜보는 가운데, 형민은 허공에 시선을 고정하면서 잠시 생각에 잠겼다.
“음···. 아예 관심이 없었다면 거짓말이겠지.”
“호오···.”
옆에서 파울루 모라오가 나직하게 탄성을 올리는 가운데, 형민이 생각을 정리한듯 태진을 바라보았다.
“하지만 안 가는게 맞다는 생각이 들었어.”
“어떤 이유인데?”
사실 카롤리나보다도 훨씬 더 오랜 세월 동안 형민을 알았고, 동시에 번리에 정식으로 소속되지 않은 태진이니까 물을 수 있는 질문.
형민은 고등학교 동창의 질문에 대답을 망설였지만, 기다리는 듯이 자신을 바라보는 카롤리나와 파울루 모라오의 시선을 확인하고는 설명이 필요하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반적으로 유럽 상위 리그의 감독 정도 되면 움직일 때에 코치진도 같이 이동한다.
반드시 그런건 아니지만, 새로운 구단에 부임을 하면 자신과 손발이 맞는 코치진이 함께 와야 시행착오를 줄일 수 있고, 반대로 해임을 당한다고 해도 새로 부임하는 감독이 코치진을 데려오면서 기존 코치진이 밀려나는 경우도 많다.
카롤리나나 파울루 모라오 모두 한번도 첼시로 가고 싶다는 말을 꺼내지는 않았지만, 자신의 결정이 어떤 식으로든 그들에게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을 깨달은 이상 설명을 해주고 싶었다.
“한··· 세 가지 정도의 이유가 있지 않을까?”
“그게 뭔데?”
“우선 첫번째로, 이 상태에서 번리라는 프로젝트를 떠나기 싫었다는거?”
형민의 말을 듣고 있던 세 사람이 모두 이해를 했다는듯 고개를 끄덕였다.
지난 시즌에는 전임 감독인 션 다이쉬의 팀을 물려받아서 FA컵 우승을 차지하고 리그 6위까지 날아올랐다.
그리고 나서 여름 이적시장에서 타 구단에 비교하면 현저히 적은 수준의 금액을 지원받기는 했지만, 선수 선별에 있어서는 조너선 랜드리스와 함께 실질적인 전권을 휘두를 수 있었다.
그렇게 재조합된 젊은 팀이 이제 막 궤도에 오르고, 유로파 리그 16강과 프리미어 리그 4위까지 올라있는데 여기서 떠나기는 아쉽다.
“그럼 두번째는요?”
옆에서 듣고 있던 파울루 모라오의 질문에 형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두번째는 떠난다고 해도 첼시는 애매하다는거지요.”
“아···!”
로만 아브라모비치 아래에서 명문의 반열에 올랐지만, 첼시는 예전에도 지금도 잡음이 많은 것으로 악명이 높다.
감독이나 풋볼 디렉터보다는 구단주의 취향에 맞는 유명 선수들의 영입과 그로 인해서 비대해진 선수단.
그렇게 감독보다 더 큰 중요성을 인정 받으면서, 심심하면 항명하거나 태업하는 것으로 악명이 높은 베테랑들.
정작 감독이 원하지 않았던 부품을 주고 명작을 만들라고 강요한 다음에, 기대한 만큼 작품이 나오지 않으면 바로 감독을 해임하는 상당히 불합리한 처사.
그동안 첼시가 프리미어 리그와 유럽 무대에서 거둔 성공에 의해서 가려졌지만, 실제로 첼시의 영광 뒤에는 무참히 희생된 수많은 감독과 선수들이 존재한다.
장기간 동안 감독과 함께 선수단의 재건과 유지, 그리고 방출과 영입을 함께하면서 프로젝트를 만들어간 맨체스터 시티나 리버풀과는 큰 차이가 난다.
심지어 토드 보엘리가 신임 구단주로 부임한지 6개월 밖에 되지 않아서, 어떤 성향을 가지고 있는지 확인할 수도 없다.
“그럼 마지막 이유는 뭔데?”
“내가 과연 큰 구단에 가서도 잘 할 수 있을까? 솔직히 아직은 자신이 별로 없어.”
카롤리나의 질문에 형민이 솔직하게 대답했다.
“그건 좀···.”
말을 흐리는 카롤리나에게 형민이 어깨를 으쓱했다.
“너무 소심한거 아니냐고? 그래도 어쩌겠어. 그게 나라는 사람인데. 아직 나도 배워가고 성장하는 과정에 있는거잖아. 그렇다면 내가 처음부터 관여해서 프로젝트를 만들어가고 있는 번리가 화려한 불빛 아래에 온갖 더러운 것들이 숨겨진 첼시보다 낫다는 생각이 드는거지.”
보수적인건지, 소심한건지, 아니면 현명한건지.
자신을 바라보는 세 사람의 시선에 형민은 애써 미소를 지어보았다.
“자, 어쨌든 첼시는 거절했고, 물 건너간 얘기니까 좀 더 중요한 얘기를 하자고.”
형민이 번리와 재계약을 체결하면서 첼시의 감독직을 거절했다는 것이 알려진 후, 언론들이 손꼽는 첼시의 신임 감독 후보 1순위는 월드컵 탈락 이후 이탈리아 국가대표팀 감독직을 사임하고 야인 생활을 하고 있는 로베르토 만치니였다.
이미 상세한 계약 조건을 논의 중이라는 소문이 널리 퍼져 있는 가운데, 형민은 코치진의 초점을 눈 앞에 다가온 다음 경기로 집중시켰다.
“파울루는 이제 좀 끔찍할 것 같아요. 저도 진절머리 나는 상대니까요.”
형민의 말에 중년의 포르투갈 국적의 코치는 피식 웃으면서 고개를 내저었다.
다음 경기는 카라바오컵 4강전.
이제 2경기만 더 승리하면 카라바오컵 우승을 차지할 수 있지만, 감독이 경질된 여파로 어수선했던 첼시와는 달리 다음 상대는 만만하지 않다.
일단 형민이 번리의 감독으로 부임한 후에 기록한 상대 전적은 2승 2패로 겉으로 보기에는 팽팽하다.
그러나 지난 시즌에 무려 퀴드러플을 향해서 달려가다가 발목을 잡히면서 손 안에 들어왔던 대부분의 우승 트로피를 놓쳤는데, 그 중 2번이나 번리가 결정적인 순간에 방해했다.
일단 마르셀로 비엘사 감독이 지휘하는 리즈에게 밀려서 준우승을 차지한 카라바오컵.
그 다음에는 4강전에서 번리한테 덜미가 잡히면서 탈락한 FA컵.
그리고 결정적으로 무승부만 거둬도 자력 우승을 확정짓는 프리미어 리그 최종전에서 번리한테 제대로 일격을 당하면서 준우승으로 밀려난 프리미어 리그.
물론 대망의 유럽 챔피언스 리그 우승을 달성하면서 체면치례를 했지만, 역사에 길이 남을 쿼드러플에 실패하는 과정에서 번리가 눈에 가시처럼 들어왔다는 것을 부인할 수는 없었다.
덕분에 이번 시즌에는 반드시 모든 트로피를 손에 넣겠다는 각오 하에 유럽 최고의 명장 중 하나가 유럽 최고의 선수단 중 하나에다가 유럽 최고의 공격수 중 하나를 추가한 프리미어 리그의 절대적인 2강 중 하나.
번리의 다음 상대는 바로 맨체스터 시티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