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ecame the Premier League's youngest manager RAW novel - Chapter (127)
127화: 카라바오컵 4강전
“음···.”
맨체스터 시티의 선발 명단을 확인한 형민은 침음을 흘렸다.
컵대회도 4강 정도까지 올라오면 중요하기는 하지만, 형민은 자신의 기조를 지켜서 그동안 경기 출전 기회를 많이 부여받지 못한 선수들을 중심으로 출전시켰다.
덕분에 번리 선수들은 서로 간에 경기 출전 숫자가 크게 차이가 나지 않았고, 경기 시간이 관리된 선수들의 체력과 상태를 관리하는 팀닥터 사이먼 모리스와 피트니스 코치 파울루 모라오는 행복해했다.
하지만 이렇게 이를 악물고 최선의 선발진을 투입한 상대를 보면 불안해지는건 사실이다.
“우와··· 우리를 잡겠다고 아주 제대로 각오를 하고 나온 모양인데?”
형민의 어깨 너머로 같이 선발 명단을 확인하던 태진이 감탄했다.
건너편에 서 있던 카롤리나가 한숨을 내쉬었다.
“문제는 맨시티 벤치도 프리미어 리그 선발진 급의 선수들로 즐비하다는거지.”
중앙 공격수는 엘링 할란드.
좌우 측면은 잭 그릴리쉬와 필 포든.
미드필드는 케빈 더 브라위너와 베르나르도 실바에 그 뒤를 지키는 로드리.
수비진은 왼쪽부터 후앙 칸셀루, 루벵 디아스, 존 스톤스, 그리고 페드로 포로.
마지막으로 골키퍼는 에데르송.
지난 몇 시즌 동안 임대에 나가서 기량이 일취월장한 23살의 스페인 국적의 오른쪽 수비수 페드로 포로를 제외하면 다 주전급이다.
심지어 페드로 포로도는 이번 시즌에 스페인 성인 국가대표팀에까지 발탁되면서 맨체스터 시티에서 백업 오른쪽 수비수 위치는 확고하게 잡아낸 모습이다.
거기에다가 벤치에는 리야드 마레즈, 일카이 귄도간, 칼빈 필립스, 아이메릭 라포르트 등 월드클래스 선수들이 즐비하다.
“뭐, 져도 어쩔 수 없는거니까.”
애써 어깨를 으쓱한 형민이 터덜터덜 원정팀의 라커룸을 향해서 걸어가기 시작했다.
경기 전, 마지막 전술 점검을 진행할 시간이었다.
“이번 선발 명단으로 맨체스터 시티의 전술이 바뀐건 없어요.”
형민은 자신을 바라보는 선수들을 향해서 작전판을 가볍게 두드리면서 설명했다.
“아니, 맨체스터 시티가 전술이 바뀌기는 하나? 거기는 원래 전술이 하나 밖에 없지 않아?”
옆에서 태진이 익살스럽게 끼어들자, 선수들 사이에서 피식 웃음이 흘러나왔다.
긴장감이 넘치던 라커룸의 분위기가 살짝 가벼워진 것을 느끼면서 형민도 선수들과 함께 웃었다.
작전판을 두드리는 손바닥에는 식은땀이 고이고 있었지만.
“다만 기억해야 되는건, 필 포든이랑 잭 그릴리쉬 모두 중앙으로 집결하는 성향이 강하다는거에요.”
넓게 벌려져 있던 맨체스터 시티의 4-3-3 포메이션에서 공격수 3명의 위치가 중앙으로 밀집되었다.
“실제로 경기를 진행하면 필 포든은 대각선으로 페널티 박스를 침투해서 엘링 할란드와 함께 직접 공격을 시도하고, 잭 그릴리쉬는 좀 더 수평으로 이동하면서 공격형 미드필더의 위치를 차지할 겁니다.”
정삼각형의 모양이었던 공격수 3명을 표시하는 마커가 역삼각형으로 뒤집히면서 2명의 공격수와 1명의 공격형 미드필더가 되었다.
“거기에 케빈 더 브라위너는 왼쪽에 잭 그릴리쉬가 비운 공간으로 치고 들어올거고, 왼쪽 수비수 후앙 칸셀루는 로드리와 나란히 수비형 미드필드 위치에 서거나 조금 더 전진해서 베르나로도 실바와 함께 중앙 미드필드 위치에 설거에요.”
그 다음에는 오른쪽 수비수를 표시하는 마커를 쭉 끌어올렸다.
“반면에 오른쪽의 페드로 포로는 공격적인 성향이 굉장히 강하고, 크로스나 패스 능력도 훌륭해요. 니코는 국가대표팀에서 같이 뛰어본 경험이 있겠지만, 아마 오른쪽에 필 포든이 비운 자리를 채우게 될 겁니다. 리버풀의 트렌트 알렉산서-아놀드를 생각하면 되요.”
감독과 코치진에게 페드로 포로에 대해서 본인이 아는 모든 지식을 탈탈 털어서 전달했던 니코 곤잘레스가 고개를 끄덕였다.
처음에 전통적인 4-3-3 포메이션으로 시작한 맨체스터 시티의 진형은 이제 2-1-2-2-3 포메이션까지 변형했다.
맨체스터 시티가 무서운건 바로 이거다.
끊임없는 짧은 패스와 움직임을 통해서 상대팀에게 균열을 만들어내고, 그렇게 생긴 틈을 헤집고 들어가서 심장에 비수를 꽂아버리는 강렬한 한방.
움직인다, 그리고 패스한다.
이 두가지 대명제만 제외하면 사실상 포메이션이라는 전통적인 틀에 얽메이지 않는 천재 감독이 거의 무한한 자금력을 등에 업고 구축한 선수단.
유럽에 맨체스터 시티 만큼, 또는 더 부자인 구단들도 있지만 맨체스터 시티처럼 강렬한 색채와 성적을 결합시킨 구단이 없다는 점에서 그 특별함이 드러난다.
어제 오후에 진행된 전술 회의에서도 점검한 내용이었지만, 감독의 마지막 설명에 선수들이 모두 숨죽이고 집중했다.
형민은 그런 그를 바라보고 있는 선수들의 얼굴을 둘러보았다.
와우트 웨그호스트를 제외하면 거의 다 20대 초반.
심지어 조 겔하트, 루카 수키치, 그리고 크리스티안 메디나는 딱 만 20살이다.
지금도 양 팀의 팬들이 맹렬하게 부르는 응원가가 웸블리 스타디움의 두터운 벽 너머로 희미하게 들려오는 가운데, 형민은 초대형 경기를 앞두고 긴장감을 숨기지 못하는 자신의 선수들에게 애써 가벼운 미소를 지어보였다.
“오늘 경기가 두렵고 떨릴 수 있겠지만, 우리가 평소에 한 대로만 하면 승산은 충분해요. 맨체스터 시티가 상대적으로 약한건?”
“강렬한 전방 압박과 치열한 투쟁!”
어제 오후 내내 들었던 구호를 외치는 선수들에게 형민이 미소를 지었다.
“우리가 제일 잘 하는 2가지니까, 가서 제대로 번리의 위력을 보여주세요!”
***
“으아아아!!!”
“이런 X발!”
경기장에 팬들의 환호와 탄식이 어우러지면서 울려퍼지는 가운데, 맨체스터 시티의 테크니컬 에어리어에 서 있던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머리를 움켜쥐면서 욕설을 내뱉었다.
주변에 모여 있는 맨체스터 시티의 코치진이나 후보 선수들 모두 망연자실한 가운데, 건너편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는 기쁨을 숨기지 못하고 있었다.
전반 1분.
아니, 정확하게는 이건 그냥 킥오프에 더 가깝다.
와우트 웨그호스트가 킥오프에서 뒤로 굴려준 공을 받을 위치에 서 있던 니코 곤잘레스는 대체 무슨 생각을 했는지, 하프라인보다 한참 더 뒤에서 갑자기 초장거리 슈팅을 날려버렸다.
시작하자마자 전방 압박을 걸기 위해서 전진해 있던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과 특히 페널티 박스 바깥까지 진출한 골키퍼 에데르송을 보고 날린 슈팅이었을까?
아니면 긴장감을 털어내기 위해서 그냥 길게 한번 공을 차본 것일까?
진실은 아무도 알지 못하는 가운데, 빠르게 날아간 공은 허겁지겁 자신의 골문을 향해서 질주하는 에데르송 골키퍼가 애처롭게 뻗은 손길을 야속하게 외면하고 골라인을 그대로 통과했다.
본인도 어리둥절한 표정을 짓고 있는 니코 곤잘레스 위에 번리 선수들 전원이 뛰어올라서 격하게 환호하고 있는 가운데, 시작부터 경기가 꼬여버린 펩 과르디올라 감독은 등 뒤에 식은땀이 흐르는 것을 느꼈다.
솔직히 방금 전의 첫 실점은 우리팀이 실수하거나 상대팀이 잘 했다기보다는 운, 또는 보는 관점에 따라서는 불운에 가깝다.
하지만 축구에서는 그런 운이 경기 극초반에 한쪽으로 크게 터져버리면 나머지 경기를 손도 못 써보고 끝나는 이상한 경기들이 있다.
그리고 이상하게 맨체스터 시티 관점에서는 번리를 상대할 때에 첫 단추를 잘못 꿰면 꼭 그 다음부터 한도 끝도 없이 경기가 말린다.
최상의 선발진을 출전시키면서 준비한 경기가 시작하자마자 무너지는 것을 느낀 명장은 애써 불안감을 떨쳐내려고 노력했다.
그리고 실패했다.
***
“좋았어!”
“루카! 여기야!”
루카 수키치.
번리의 중앙 미드필더로 올해 20살이다.
RB 잘츠부르크 유소년 출신으로, RB 잘츠부르크의 유소년팀과 리저브팀, 그리고 2부 리그에 속해 있는 FC 리퍼링에서 2시즌간 임대 생활을 보낸 후 퍼스트팀에 데뷔한 레드불의 정석 코스를 그대로 밟은 엘리트 유망주.
그의 잠재력을 눈여겨본 크로아티아 축구협회에서 그에게 경험을 쌓기 위한 기회를 부여하면서 성인 국가대표팀 소속으로 카타르 월드컵에도 참가했다.
물론 확실하게 승패가 갈린 경기의 끝무렵에 잠깐 교체 투입되어서 경기장을 밟아본 것을 제외하면 대부분의 시간은 벤치에 앉아서 경기를 지켜보는 신세였지만, 20살의 유망주에게는 그것도 정말 소중한 경험이었다.
그리고 거기서 친구이자 팀동료 카림 아데예미의 모습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RB 잘츠부르크에서 번리까지.
숙소와 훈련장에서 매일 볼 때에는 매우 뛰어난 기량을 가졌진 선수 중 하나일 뿐이었지만, 친구가 혼자서 독일이라는 축구 강국의 국가대표팀 멱살을 잡아서 우승시키는 위업을 달성하는 모습을 보니까 자신의 가슴이 벅차올랐다.
크로아티아는 아쉽게 16강에서 독일에게 밀리면서 탈락했지만, 루카 수치키는 새로워진 결심을 가지고 번리로 복귀했다.
나도 언젠가, 내 클럽과 내 국가에 저 정도의 기여를 하는 선수가 되겠다.
최상의 무대에서 최고의 실력을 발휘하는 선수가 되겠다.
그런 각오를 가지고 돌아온 루카 수키치는 앞에서 공을 빼앗기 위해서 덤벼오는 맨체스터 시티의 수비형 미드필더 로드리를 날카롭게 지켜보았다.
“크리스, 간다!”
로드리의 오른쪽에서 전방으로 움직이는 동료 크리스티안 메디나의 이름을 크게 부르자, 달려오던 로드리가 움찔하면서 패스를 차단하기 위해서 동선을 살짝 오른쪽으로 기울이는게 눈에 보인다.
그렇다면 오른발을 들어서 이렇게 하면 된다.
“엇!”
“훗.”
자신을 향해서 달려오던 스페인 국가대표팀의 주축 미드필더 로드리의 당혹스러운 신음에 루카 수키치는 피식 미소를 지으면서 상대의 왼쪽 측면으로 돌아서 전속력으로 앞으로 달려나갔다.
그리고 로드리의 옆으로 지나갈 것을 예상됐던 패스 대신 뒷꿈치로 차낸 백패스가 뒤로 흘러나갔다.
예상하지 못한 상황에서 나온 백패스에 맨체스터 시티의 모든 선수들이 순간적으로 역동작에 걸린 가운데, 뒤에서 공을 이어받은 니코 곤잘레스도 피식 웃었다.
지난 반년 동안 같은 숙소에서 먹고 마시고 자고 매일 같이 함께 훈련을 했다.
“크리스!”
아까는 속임수이고 이번에는 진짜다.
니코 곤잘레스는 그렇게 멈춰선 로드리의 오른쪽을 지나서 전방으로 침투하는 크리스티안 메디나에게 패스를 보냈다.
“루카!”
그리고 패스를 받은 크리스티안 메디나는 멈추지 않고 반대편에서 로드리를 지나친 루카 수키치에게 바로 패스.
루카 수키치의 백패스로 시작된 번리의 움직임은 기울여진 삼각형을 형성하면서 어느새 최상단에 서있는 루카 수키치에게 연결되었다.
여기까지 소모된 시간을 불과 몇 초.
맨체스터 시티의 선수들은 아무도 자리를 벗어나지 못했는데, 번리는 어느새 맨체스터 시티의 로드리와 베르나르도 실바가 형성하고 있던 수비 라인을 돌파했다.
카롤리나가 기획하고 수많은 훈련 속에서 주입된 번리의 패턴 플레이 중 하나.
“둘 다 쫓아가면 안 돼!”
수비 라인이 붕괴될 위험에 처해 있는 가운데, 최후방에서 상황을 주시하던 골키퍼 에데르송이 그의 앞을 지키고 있는 중앙 수비수 두 명에게 외쳤다.
어느새 뒤로 물러나고 있는 와우트 웨그호스트를 본능적으로 쫓아가려던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수비수 콤비 후뱅 디아스와 존 스톤스가 골키퍼의 외침에 움찔하는 가운데, 멈춰선 후뱅 디아스와는 달리 전진한 존 스톤스가 동료에게 외쳤다.
“내가 간다!”
하지만 일자로 잘 지켜지고 있던 맨체스터 시티의 최종 수비 라인이 뒤틀어지는건 피할 수가 없다.
그 틈을 노리는듯, 오른쪽 측면에서 맨체스터 시티의 왼쪽 수비수 후앙 칸셀루를 따돌리고 페널티 박스를 대각선으로 돌파하는 번리의 오른쪽 공격수 조 겔하트에게 페널티 박스 상단까지 진출한 루카 수키치의 짧고 날카로운 패스가 찔러졌다.
“조!”
패스를 날린 후 보낸 외침.
뒤에서 필사적으로 쫓아오는 상대팀 측면 수비수와 앞을 가로막기 위해서 움직이는 상대팀 중앙 수비수.
그리고 그 뒤에서 그나마 남아 있는 슈팅 각도를 좁히기 위해서 앞으로 살짝 나오고 있는 상대팀 골키퍼.
3명의 선수가 그를 막기 위해서 움직이는 가운데, 자신의 앞으로 흘러오는 공을 발견한 조 겔하트는 왼발로 부드럽게 공의 밑동을 쳤다.
차거나 때리기보다는 퍼올린다는 것에 가까운 느낌.
“어헉!”
부드럽게 떠오른 공은 경악스러운 외침을 내뱉는 맨체스터 시티의 중앙 수비수 후뱅 디아스도, 앞으로 나오다가 역동작에 걸린채 어떻게든 공을 쳐내기 위해서 뛰어오른 골키퍼 에데르송의 손끝도 그대로 지나서 골문 왼쪽 상단 코너를 느릿하게 통과했다.
“으아아아!!”
프리미어 리그 최강팀을 상대로 평생 기억될만한 칩샷을 성공시킨 젊은 유망주가 가슴을 주먹으로 치면서 포효하는 가운데, 테크니컬 에어리어에서 펩 과르디올라 감독이 절망스러운 표정으로 얼굴을 양 손으로 감싸쥐었다.